July - Remember Me
너를 만나러 가는길 (번외)
"어떻게 오셨나요?"
"아, 정대현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약속 된건가요?"
"네"
"죄송하지만, 성함을 말씀 해 주시겠어요?"
"유영재입니다"
"아, 네 약속 되어 있으시네요. 저쪽으로 들어가시면 되요."
"네,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회사였으며 회사 복도엔 너의 사진이 많이 붙혀져 있었다. 참, 잘생겼다.
인포메이션에서 안내해주신 곳의 문 앞. 이 손잡이를 잡고 안으로 들어서면 너가 나를 반겨줄까? 잠깐 나는 망설인다.
그래, 어짜피 들어가야 하고 나는 떳떳해. 아니 이렇게 고민 할 필요없이 들어가서 반가워해도 되는 그런 사이...일거야.
그때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은 다르고 나는 가수 정대현을 만나러 온거지 옛애인을 만나러 온것이아니야. 너무 긴장이 되는건..오랜만이여서 그런거야.
"후..."
"안들어가고 뭐해?"
"어? 네? 어?"
"유영재, 슈퍼스타를 만나려니 떨리는거야?"
"...정대현"
"들어가자"
손잡이를 잡는 순간 내 뒤에 누군가가 뭐하냐 물었고, 그 사람은 너였다. 정대현.
"반갑습니다. 대현이 형 매니저 최준홍입니다."
"아..반갑...습..니다.."
"기억나나보네?"
"우와, 기억하세요?"
"유영재는 기억한다니까?"
"그...옛날에..번호..."
"네! 우와 진짜 기억하시구나"
"그럼 나도 안까먹었겠네,"
"당연하지, 어떻게 너를 까먹겠냐"
"뭐야 아직 나를 사랑하면 곤란해~"
"허, 더 뻔뻔해졌어"
"미국가고나서도 연락한다더니 몇번하다 말더라?"
"...미안"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됐어, 지금 이렇게 둘 다 잘되서 만났으면 된거아니야?"
"응, 됐어."
"형, 저는 나가볼게요"
"짜식, 센스있기는"
"마실거는 부탁해놓을게요"
"오냐, 전화할게"
"네, 좋은시간 되세요~"
하얗고 새빨간 입술로 잘생긴 외모에, '불편하지도 않나?' 라고 생각이 들게한 줄인 교복바지, 피어싱을 한 귀, 그리고 약간 남아있는 파마.. 분명 노는아이라고 단정을 지었던
그 남자 아이는 서른 두살의 가수 정대현의 매니저 최준홍이 되어있었다. 새삼 우리가 나이가 들었음을 느꼈다.
"우리도 나이 많이 먹었다. 교복입고 데이트 하던게 엊그저께 같은데, 서른셋이라니.."
"그러게"
"아, 결혼했지? 너무 늦었지만 축하한다. 애도 있다며? 딸?"
"응, 딸이야. 너는 안하냐?"
"워낙 바빠서 말이지"
"아직..."
"아니, 나 너랑 만날때도 말했잖아 게이는 아닌데 너한테만 그런다고"
"아, 그렇지"
"사실, 여자친구 있어"
"진짜?"
"데이트 하기 정말 힘들어.. 집 밖을 나서는 순간 파파라치가 붙으니까.."
"고생한다"
"가족사진 없냐?"
"있어, 보여줘?"
나의 와이프와 딸사진이 있는 폴더를 보여주었고, 너는 신기하다는 듯이 내 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러고 사는거 보니까, 결혼하고싶어지네"
"해"
"단순하기는.. 기분은 좋다"
"왜?"
"왜긴, 매일 보고싶다고 노래부르던 사람이 내 옆에 앉아있으니까. 그 때의 너랑 나였으면 뽀뽀라도 한 번 했을텐데"
"그렇지, 그랬겠지."
"지금은 나이가 있으니 그런 짓은 못하겠고 안아나 보자"
"..그래"
"망설이냐? 친구로써이다"
"알아 인마, 느낌이 새로워서 그래"
"보고싶었다. 유영재."
우리는 서로를 안아주었고, 서로를 토닥여주었다. 많은 의미를 담은 포옹.
위로일 수도, 반가움일 수도, 그리움일 수도, 남은 애정을 털어내는 것 일수도, 그저 우린 서로를 안고 토닥일 뿐이였다.
"작곡가 유영재씨, 노래 한 번 들어보고 싶은데"
"네, 여기다가 연결하면 되나요?"
"네, 장르는 어떤건가요"
"발라드"
"발라드라면 자신있죠."
"가사는 없고 허밍으로 가이드를 했고, 가사는 오케이하시면 바로 붙일게요"
"네"
노래가 나오자 너는 방금과는 다른 '가수'정대현으로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내가 만든 노래 세 곡 정도를 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같이 노래 연습하던 그 때가 떠올라 잠시 생각에 빠져 있으니,
"영재야, 유영재!"
"어?"
"몇번을 불러야하냐"
"미안, 어때?"
"음.. 첫 번째 곡은 너무 대중적이야.. 근데 두 번째, 세 번째는 좋은거 같다. 내가 부르고 싶어."
"그럼, 내가 오늘 안에 가사를 보내 줄게"
"같이쓰자"
"어?"
"뭐, 나도 작사라도 참여 해보고 싶기도하고.. 왠지, 어떤 이야기를 네가 써내릴지 알거 같아서 말이지?"
"...그래, 같이 쓰자"
-
"네, 이번주 일위는! 정대현씨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수상소감 한 마디 해주세요"
"아...네, 우선 늘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팬여러분들께 가장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구요, 사랑하는 가족 늘 고맙고 TS회사 식구분들도 저를 위해 힘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유영재, 좋은 곡 써줘서 고맙고 이제 평생 친구하자. 감사합니다!"
"네 축하드립니다, 앵콜송 준비해주시구요.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축하해"
"고맙다.."
"우냐?"
"나 첫 일위때도 안울었는데.."
"근데?"
"너한테 축하받으니까 왠지 울컥한다."
"....축하한다. 소주한잔하자"
"나 맞을짓 마지막으로 한 번만 하자"
"어?"
쪽,
"야..너..."
"게이아니다, 그냥 그냥...몰라 너는 이상해'
"허, 나 가정 있는 남자다?"
"나도 여자 있어!"
"근데"
"어....미련 털어내기?"
"너도 참..."
"이제 미련 없다. 진짜 친구야 친구. 평생 함께갈 친구"
"응, 친구"
"다음 앨범도, 그 다음 앨범도, 그 그 다음 앨범도, 너한테 맡길거야"
"나야 좋지, 인기가수 버프 좀 받아봐야지"
"가자"
"어딜"
"소주 한 잔 하자며"
"그래, 너가 쏘냐?"
"그래, 기분이다 가자"
우린 다시 서로를 아껴주는 연인보다, 더 깊은 친구가 되었고.
곧, 너는 그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고 나는 그 결혼식의 사회를 봐주었고.
1년 뒤 너는 아들을 낳았고, 그 때의 너와 나의 한을 풀기라도 하겠다는 건지...
"제수씨, 제 아들이랑 제수씨 딸이랑 꼭 결혼시켜요"
"야...작작해라..매일 그 소리냐"
"뭐 어때, 우리 아들 잘생겼어~"
"하...너도 참..."
"결혼 시키는거죠?"
너의 아들과 우리 딸이 만나는 날만 있다면, 매일 결혼 이야기이다. 물론 자신을 닮아 잘생겼다는 이야기는 빼놓지 않은체.
비록 해피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이지만, 우린 행복하다.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이제 두렵지도 부담스럽지도 않다. 그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