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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린꽃잎 전체글ll조회 1815l 1

 

 

해가 비스듬이 기운 가운데 저녁놀은 시리게 빛을 발하는 흰 눈을 주홍빛으로 물들고 점차 퍼져나갔다. 누군가는 그 것을 보러 온다고 말할 정도로 가히 경관이었다. 그러나 영재는 초조한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너무 늦었어. 그가 유일하게 마음에 들어 하는 눈이 거슬릴 만큼, 그는 불안에 잠식된 몸을 바삐 움직였다. 무진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일손을 부탁했을 때만 해도, 이리 늦을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성에 부족한 인원을 뻔히 알기에 그를 무시할 만큼 뻔뻔하지 못했던 영재는 도움을 주다 제 할 일을 놓쳤다.

 

내일 할 까...

그새 검기울어 가는 하늘은 금방이라도 주위를 암흑에 차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무진이 사람들에게 정해준 할당량은 누구나 쉬이 그 의무를 다할 수 있게끔 합리적이었고, 그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집사가 늦은 시간에 별탑까지 찾아 와 검열하진 않겠지만 이건 순전히 그의 자존심 문제였다. 이런 것조차 못한다면 제가 어떻게 비춰질 지는 너무도 빤한 문제니까.

 

더 늦기 전에 꼭대기부터 청소해야겠다..”

 

그는 천천히 걸어 잡동사니가 쌓여 있는 곳에서 빗자루를 잡아끌었다. 얼마나 방치 되어 있었는지 무겁게 끌리는 그 뻣뻣한 비에 쌓인 먼지가 장대하다.

 

이걸로 쓸면 오히려 더 더러워 질 것 같은데

 

그러나 다른 대안이 없다. 내일 새 것을 달라 말해야겠네. 그는 잠시 서서 둘러보다가 제가 쓰는 공간으로 가기 위해 계단에 발을 실었다 오물이 뒤덮인 곳에 발을 내 딛을 때마다 뚜렷한 발자국이 생긴다. 이걸 언제 치우지. 숨을 내쉬려던 그는 코에 들어오는 텁텁한 공기에 손으로 입을 감싸곤 들어갔다. 그나마 등이 달려 있어 앞은 보이니 걸을 만 했지만, 이미 어둑해진 시야가 불편하다.

 

오늘은 밑에나 치울걸 그랬나. 어차피 첫날밤이니 오지도 않을 텐데..”

 

현의 혼인식...그는 스쳐가는 기억에 숨이 가빠지는 걸 억지로 지워냈다. 그리고 잡생각을 하지 않으려 부지런히 걸음을 한 덕에 빠른 시간 내에 꼭대기 층에 도달하게 되었다. 지낸지 겨우 하루뿐이라 방은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텅 비어있다.

 

“...이제...청소를 해야...”

 

그는 더듬더듬 안으로 들어갔다가 마주한 널은 창에 황급히 바닥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연인에게 별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다소 로맨틱한 발상으로 지어졌다는 이 탑은 지금은 비록 세월이 지나 음침한 모습으로 변모했지만 아직도 내부만은 그 용도답게 사방이 투명한 창을 가지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누우면 밤하늘을 가득 매운 별들을 볼 수 있을 정도니 선물을 받은 여인은 틀림없이 기뻐했을 터였다. 저와 다르게. 영재는 바닥에 두텁게 쌓인 먼지를 비로 쓸어서 가다가 창을 몇 걸음 앞두고는 멈추었다. 장애물에 가로 막힌 것처럼 굳은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바보처럼 뭐하는 거야. 언제까지 이럴 건데..

 

반사적으로 머릿속에서 되풀이 되는 장면을 떠올리지 않으려 고개를 젓는다. 해가 짧은 겨울 하늘 위로 떠오르는 빛 무리. ...그는 더 이상 걷지 못하고 엉거주춤 뒤로 물러났다. 싫어, 그만...그만해... 시선을 떼면 되는데, 눈에 들어찬 검은 하늘이 악마의 유혹처럼 그를 사로잡았다.

 

.........”

 

영재는 결국 뒤로 엉금엉금 기었다.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그래야 되는데...비 오듯이 흘러내린 땀에 젖은 손이 자꾸 미끄러졌다. 먼지에 뒤엉킨 손이 더듬더듬 뒤에 자리한 계단을 인지한다. 그는 한 계단, 한 계단 더러워진 손도 느끼지 못하고 미친 듯이 내려갔다. 쓸린 무릎 위로 화한 아픔이 지나간다.

 

형 나 아까 진짜 이상한 애 봤는데...그래도 재밌었어. 또 놀러올까?’

 

환한 웃음 아래 감긴 눈이 사랑스러워서 그는 다정하게 머리를 쓸어주었다.

 

다음엔 형이랑 같이 놀자

 

에이- 내 친구로 만들껀데. 장난스럽게 영재의 어깨를 툭 친 그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 진짜 이쁘지

 

여기는 별이 많이 떠서 신기해- 별빛을 머금은 눈이 빛난다. 그 다음은...안 돼, 안 돼-!!!!! 영재는 다음에 올 장면을 알고 있었다. 갑자기 놀란 표정이 된 그가 자신을 밀친다.

발코니 위에 앉아 흔들리던 발이 움직임을 멈췄다. 순식간에 강타한 것에 머리를 부딪친 그가 서서히 추락한다. 붉은 피가 후드득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그는 굳어 있었다.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제게 무어라 말하는 데도, 마치 귀가 뭔가에 막힌 것처럼 먹먹했다.

 

‘...해야....어서.........’

 

어둠에 먹힌 그의 몸이 보이지 않는다. 남자가 등을 가까이 가져갔다. 손에 잔뜩 난 생채기가 드러난다.

 

저런. 살고 싶어서 뭐라도 잡으려 했군요.’

 

안타깝게 흘린 그의 음성이 가슴에 박혀들었다.

 

골절 정도도 심각하고...살았어도 힘들었겠네요.’

 

팔과 다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여서 굳어 있었다. 영재는 붉게 얼룩진 그의 손바닥 위에 자신의 손을 겹치곤 그의 옆에 누웠다.

아프지...형이 일어나서 얼른 치료해줘야 하는데...그래야 하는데...미안. 목이 매여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아파서 어떡하지. 울고 있을 텐데, 그럴 텐데...부들부들 떨며 움직인 손이 굳은 피 웅덩이를 긁다가 잦아들었다.

 

지금 형이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조금만. 조금만 누워있을게, ? 업아...그래도 되지? 우리 업이...착하잖아..

저릿한 통증이 맥박을 끊을 것처럼 퍼져나간다. 영재는 고통스럽게 눈을 깜박거렸다.

흐려진 시야에 잡힌 별들이 금방이라도 제게 쏟아질 듯이 흔들거린다. 그는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제 손에 닿는 한기와 상반된 온도가, 볼 위로 흘러내렸다.

 

후작가로 팔려온 지 한 달, 평온하게 흐르는 일상을 비웃듯 동생이 내 곁을 떠나갔다.

 

***

 

서늘한 공기가 얇은 옷을 에워쌌다. 현은 이불을 좀 더 끌어다 몸 위에 덮다가 결국 박차고 일어났다. 애써 청한 잠이 무색하게 곤두선 신경은 조그마한 것에도 금방 깨어났다. 힐끔 고개를 돌리니 옆에 누운 무진은 곤히 잠에 빠져있었다.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익숙지 않은 낯선 사람의 체온도 그를 예민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 혀를 찬 현이 등을 밝히고 문을 나섰다. 야밤에 사람들을 깨울 생각은, 특히 자신이 향하는 목적지를 밝힐 생각은 더더욱 없는 그인지라 발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방향을 정할 때만큼이나 단호하게 움직였다.

 

곧 탑이 불길한 모습을 드러냈다. 낡긴 낡았어.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기실 현은 이 곳을 싫어했다. 영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그렇기에 그의 거주지를 이 곳으로 정했다고 헤미안이 말했을 때에는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그건 내내 온화한 인상을 꾸미고 있던 모습이 깨어 질만큼 거친 감정이었다. 아마 그는 현이 영재를 찾는 걸 그만뒀으면 하는 마음에 그랬을 테지만.

 

여기서 뭐하는 거지? 캄캄해서 밟을 뻔 했잖아

 

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작게 몸을 웅크린 영재가 바닥에 누워있었다. 밟을 뻔 했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멀쩡한 방을 버려두고 계단 사이 그 비좁은 공간에 있으리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나. 설마하니 그 빌어먹을 공포증 때문에? 현은 급속도로 가라앉는 제 심사를 인식했다. 등을 창턱에 둔 채로 고개를 숙인다. 유영재, 일어나.

조그만 소리에도 금세 반응했던 그였는데 쥐죽은 듯 조용하다.

 

, 이제 무시해?”

 

그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지어졌다. 현은 단박에 그의 몸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안고선 계단을 올랐다.

 

“...이거 놔..”

깼어? 우리 영재...일어났으면 말을 해야지

 

꼭 너는 내가 화를 내야 반응한단 말이지. 매끄럽게 떨어지는 어조에 영재가 몸을 떨었다.

 

나 좀 내버려둬...오늘 네 혼인식이었잖아. 가서 무진인지 뭔지 하는 여자랑 자라고..!

오늘만은 제발-“

 

흐려진 말의 끝에 울음이 새어나왔다. 정말로,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게 이러지 말아.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그 간절한 어조에 현이 실소 지었다.

무진과 자라고, 건방지게 그리 말해?

 

그는 영재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픔에 영재가 몸을 헐떡인다. 쪼그리고 앉은 현이 부드럽게 감기는 머리를 연인을 대하듯 상냥하게 매만졌다.

 

너는, 가망성 없는 것에 매달리는 걸 참 좋아해

 

동정의 눈빛으로 그를 훑어본 현이 영재의 머리를 뽑을 듯이 움켜쥔다.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왜 매일 같이 헛된 기대를 해? 곱게 내게 안기면 편할 걸. 그러니 이제 반항하는 네 태도가 익숙해서, 매번 이런 식으로 하게 되잖아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 영재의 얼굴을 제게로 향하게 한다.

 

질린 얼굴로 그를 보던 영재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한 낯을 띄웠다. 몸을 돌리려 아등바등 거린다. 그 시선의 끝이 향하는 곳을 본 현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가지가지 하네, 유영재. 나름대로 깊은 사연이 있는 탑인데 말이야. 잠시 꿈틀거리는 영재를 지켜보던 현이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영재를 도와 몸을 뒤집었다.

 

그렇게 내게 안기고 싶었으면 말을 해야지. 수고를 더니 좋긴 한데, 괜찮겠어?”

...”

 

제 밑에 깔린 그를 보며 웃은 현이 붉은 혀를 내밀어 귀를 핥았다. 영재가 몸서리친다.

 

나 지금 꽤 욕구불만이거든. 무진인지 뭔지 걔는 흥분이 안 된단 말이야.”

 

느슨해진 영재의 옷을 끌어내리며 드러난 어깨에 치아자국을 새긴다. 작게 떨리는 몸에 전율이 스쳐 지나갔다.

현이 섬세한 손으로 영재의 허리선을 서서히 쓸어내려가다가 그의 것을 슬며시 훑어 내렸다. 영재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온다.

 

네가 내게 길들여진 것처럼, 나 또한 그렇거든. 그러니 포기해. 누가 내 옆에 있든 너를 놓아줄 일은 없을 테니

 

그 말에 얼음처럼 굳은 그를 보며 차갑게 미소 지은 현이 영재의 다리를 벌렸다.

포기하면, 편하다니까. 웃음기 어린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영재의 고통에 찬 비명이 방을 메웠다.

 

===============================================================================================================================================

조금 늦었죠...죄송합니다. 추석이 정신이 없네요.

다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저는 왠지 악몽 꿀 것 같아요. 영재야 미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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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어바....영재야.....ㅠㅠㅠㅠㅠ영재에게그런사연이...다음화도 기대할게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10년 전
흩날린꽃잎
넵 댓글 감사합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10년 전
독자2
어비가 영재 동생이였군요ㅠㅠ트라우마가ㅠㅠ다음편빨리보고싶네요!
10년 전
흩날린꽃잎
ㅠㅠㅠㅠㅠㅠ댓글감사합니다ㅠㅠ다음편은 최대한 빨리 업뎃할께요. 아마 연휴 끝나기 전에 한편 더 올라올 것 같아요:D
10년 전
독자3
ㅠㅠ영재야ㅠㅠㅠ영재가 너무 안쓰러워서 매번 이렇게 댓글달게 되네요ㅠㅠㅠㅠ대현이는 왜 가만놔두지않고 자꾸 저러는건지..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믿기 힘들겠지만 저도 영재야ㅠㅠㅠ이러면서 썼답니다. 땀땀 댓글감사합니다ㅎ.ㅎ
10년 전
독자4
아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불쌍한 우리 영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현이는 왜 영재를 싫어하는걸까요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그러게요ㅠㅠㅠ영재가 동네북이야ㅠㅠㅠㅠ나쁜.....사실 제 죕니다. 댛니 대신 절 매우 치세요..하핳...댓글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5
대현이가 저런 광기어린 모습을 보일때마다 저는 왜..........좋죠? 껄껄......왜죠..... 대현이는 영재의 몸만 좋아하는데 왠지 다른마음도 있을것같은 그런....
10년 전
흩날린꽃잎
저도..사실...좋아요(수줍) 영재에겐 미안하지만...아하하핳 대현이의 마음은 뭘까요?.? 쓰는 저도 아리달쏭한~_~ 댓글 감사합니다ㅠㅠ
10년 전
독자6
껄껄껄...아 음락마귀가 들렸다가 나갔네요ㅋㅋㅋ 잘보고 갑니다.
10년 전
흩날린꽃잎
어머..음란마귀///// 댓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7
영재가 너무 안쓰러워요ㅠㅠㅠ 근데 대현이가 저러는게 왜 이리 좋은거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이런 다 같은 마음인가봐요 ㅎ..ㅎㅎㅎㅎㅎ...영재에게 심심한 위로를 :D
10년 전
독자8
업아...ㅠㅠㅠ 진짜 막 어떻게 해 하다가 업이 이름 부를때 심장이 턱하고 막혀서ㅠㅠㅠㅠ 영재는 진짜 너무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ㅠㅠㅠ 대현아ㅜㅜ 한번만 물어봐줘ㅠㅠㅠ 들어죽고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자신의 편은 아무도 없는 데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하는 폭력이라니 정말 최악이죠. 저라면 아마 며칠도 못 버틸 것 같아요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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