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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대영/국력] 크랜베리 5 | 인스티즈

 

 

 

 

 

 

 

오물과 먼지가 뒤덮인 그 곳에서 영재는 태엽 풀린 망가진 인형처럼 너저분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현은 제 볼일이 끝나자 축 늘어진 영재를 아무렇게나 버리곤 돌아서다 냉담한 조소를 띠었다. 웬만하면 치우고 살지 그래? 언제까지 그 몸뚱이가 내게 통할지 모르잖아. 그 정도의 성의는 보여 줬으면 해. 비수와 같은 그 말이 깊은 상흔을 남기고 사라졌다. 영재는 스스로가 방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다른가? 현이 제게 방을 청소하라 했지만 그가 그 더러운 오물들과 무슨 차이가 있나.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을 집착하는 그가 우습게 느껴졌다. 엉망이 된 몸을 일으키자 싸한 고통이 퍼져나간다.

 

빈번한 정사로 망가진 몸보다는 위태로운 정신이 버티길 바랐다. 끝도 없는 나락에서 시체처럼 사는 그에게 한 줄기 떨어진 빛을 구원이라 여겼다. 비정상적인 집착은 현만이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 또한 현만을 바라보며 모진 처우에도 끝끝내 버티면서 언젠가는 그들의 관계가 예전과 같아지기를, 그렇게 기원하며 참아낸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영재도 인정해야 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찬란히 빛나는 햇살이 제게 닿을 리가 없다는 걸.

 

성마른 탐욕이 불러온 결과가 이렇다. 차라리 그냥 내버려두지 그랬나, 동생의 죽음 뒤에 내게 내민 손이, 그 웃음이 어떻게 다가올지 진정 몰라서,

그래서 그렇게... 무의미한 손길을 배려랍시고 베푼 건가.

 

요동하며 오르내리는 몸에서 말라붙은 웃음이 터져 나오다 이내 울음으로 변모한다. 다문 이를 비집고 나는 소리가 짐승의 소리 같아서 그것이 또한 슬펐다.

 

인간으로서 품는 최소한의 감정조차 철저히 배척당하는 제 모습이, 꼭 짐승과 같아서.

***

 

그 후로 며칠이 지났다. 영재는 제 몸을 바치는 대가로 보상처럼 주어지는 것들에서, 환금화가 쉬운 보석류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그 노력은 빛을 발해 고작 일주일 만에 제법 많은 양을 모을 수 있었다.

 

현은 귀찮은 것을 치우듯 그와의 정사 후에는 꼭 무언가를 주고 가곤 했으니,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영재가 제 밑에 쌓인 그 것들을 보며 웃었다. 진짜, 완벽하게 남창이잖아. 눈에 띄게 가져가면 수상쩍게 여길 까봐 조그마한 것들을 챙기긴 했지만, 그가 제게 보이는 빈정거리는 미소에서 영재는 현이 눈치 챘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그저 스스로의 자존심을 상처 내는 행위를 묵묵히 감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도 며칠이 더 흘렀다. 그 날 또한 어김없이 현은 영재를 찾았고, 가능성이 희박한 도피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게 더 빠른 방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관계가 이어졌다. 그는 한계를 넘은 통증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제 귀를 파고든 고음에 영재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기...”

 

꿈에서 조차 현에게 시달렸다. 강압적이고 저돌적인 그 행위 아래 영재는 반항을 포기하고 침묵했고, 그런 그의 입을 열기 위해 현이 가혹적인 행위를 반복했다. 어디선가 여자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내내 들렸다. 제 몸이 토해내는 것처럼 끔찍한 소리였다. 그는 잠시 눈을 매만지다 힘겹게 눈꺼풀을 올렸다. 물기를 짜낸 눈이 빽빽하다.

 

일어나셨으면 음.....옷 좀...”

“....

 

무진이었다. 고개를 땅으로 향한 채 그에게 말을 거는 얼굴 위로 붉은 홍조가 떠올랐다. 자신의 모습을 훑어본 영재가 천천히 옷에 팔과 다리를 꿰였다.

아무렇게나 던져진 의복인지라 깨끗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벌거벗은 상태보다는 나았다.

 

할 말 있으십니까

 

딱딱한 음성 위로 불편한 기색이 드러났다. 몸을 노출하는 거엔 이력이 난 그였지만 그 대상이 무진이라면 아무래도 꺼림칙하다. 여성이라는 이유에서 보다는 현의 아내였기에. 특히나 이처럼 뚜렷한 정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엔 더욱 그랬다.

 

그건 아니고...후작님이 걱정하시는 것 같아서...그래서, 저기 먹을 것 좀 가져 왔는데 좀 먹어보겠어요?

저희 가문에서 직접 재배하는 거라서 어...건강에도 좋고, 맛있어요. 신선하기도 하고...”

 

주절주절 말을 이어가던 그녀가 영재의 굳게 다문 입을 힐끗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별로 안 먹고 싶은 모양이네요. 그러다 진짜 몸 상해요. 언뜻 걱정도 보인다.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그는 곤두선 신경을 꾹꾹 눌렀다. 무진의 무신경한 친절은 그를 바라지 않는 영재에게는 짜증스러울 정도로 곤혹스러웠다.

 

직접 오실 필요는 없었어요. 다음부터 이러지 마세요. 제 몸은 제가 알아서 챙길 테니

 

노예는커녕 시종인의 신분이더라도 무례를 넘어선 어투였다. 그러나 무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제게 화를 내고, 벌을 내렸으면 이처럼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다.

 

후작님이 걱정하셨다.... 그렇게 즐기시고 가셨으니 그렇겠죠. 몸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였는데

 

핏기가 가신 무진의 얼굴에 그의 낯에 기묘한 만족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처음으로 무진 앞에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동안 고민하던 것을 채워줄 방책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를 도와주시고 싶으신가본데...그럼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래요?”

. 물론..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어리둥절한 얼굴 위로 희미한 불안이 덧씌워진다.

 

이 성에서 나가게 해 줄 수도 있어요?”

“....? ..게 무슨..”

밖으로 나가는 거 도와 줄 수 있냐고 물었어요.”

 

단호하게 떨어진 음성에 무진이 몸을 떨었다.

 

그렇지만...그건...그건 불가능해요! 틀림없이 성공하지 못할게 분명한데다, 당신은..후작님이 아끼시는......”

장난감, 이죠. 딱히 나쁠 건 없을 텐데요? 아무리 내가 남자라 아기를 밸 일은 없다지만 그 관심 독차지 하고 싶잖아요.

아니라고 말하지 마요. 사람인 이상 그건 누구나 당연한 거니까

 

그래, 사람인 이상....그리고 당신과 다르게 난 그걸 포기했고.

영재가 스스로에게 싸늘한 조롱을 보냈다. 하나를 얻으려면 나머지 하나는 버려야 한다.

그건 당연한 세상의 이치였다.

그게 비록 제 세상의 전부였던 것일 지라도.

 

무진은 망설이는 기색으로 당장에 대답하기를 꺼려했고 영재는 생각해보라 일렀다. 어른스러운 척 하지만 아직 어린 그녀인지라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또 제 지아비를 거스르는 거라면. 그러나 영재의 도주에 그녀가 개입했단 사실만 드러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제안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는 듯 했던 그녀가 입술을 깨물곤 영재를 쳐다본다.

 

만약 실패 한다면...그러면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하는 건가요? 제국 칙령에 따르면, 그게 누구든지 제국에서 그 법률에 적용되는 자 또는 노역에 순종하는 자가 타국으로 도망가는 행위를 할 경우...그 자는...그 자는...적당한 복역 또는 노동에 대하여 권리를 가진 당사자에 의...의해.....”

 

가느다란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영재는 평온한 어조로 뒤의 말을 읊조렸다.

 

사형에 처한다.”

 

평정을 가장한 낯 위로 텅 빈 미소가 덧칠됐다.

 

==============================================================================================================================================

추석 연휴도 끝...?난 셈 인가요.

모두들 주말 잘 보내세요^.^ 여유가 있다면 한 번 더 찾아올게요.

그 전에 젤현 마저 써야 하는 데 말이죠...영 마음에 안 들어서...언제는 마음에 들기야 했다냐만은.

수고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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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으엉..비비방에서 봤던거에 이어지는 건가요..?다음화기대하겠습니다!
10년 전
흩날린꽃잎
비비방에 올린 게 첫편이랑...언젠가 나올 한편 더였죠?.? 아마 음란 가득한 것만 올렸던 걸로 ㅋㅋㅋㅋㅋㅋ기억이 나요. 아무튼 그 크랜베리가 요거 맞아요. 1편부터 쭈욱~ 댓글 감사합니당.
10년 전
독자2
아 욘재야..ㅠㅠㅠㅠㅠㅠㅠ성밖으로 나가다 잡히면 안될텐데ㅠㅠㅠㅜ
10년 전
흩날린꽃잎
그러게요ㅠㅠㅠㅠㅠ사실 영재의 사형 플랜은 a,b,c....등등 확률상 매우 많겠으나 주인공을 죽일 순 없지...라기 보단 벌써 죽음 안돼(?)ㅋㅋㅋㅋ 댓글 감사합니당
10년 전
독자3
저기서 저러고 사람취급도 못받을 바엔 차라리 죽더라도 도망가는게 나을 것 같네요..무진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기다려집니다. 꽃잎님도 좋은주말되세요~
10년 전
흩날린꽃잎
그렇죠. 저라도 저러곤 못 살 것 같아요ㅠㅠ...무진은 과연...제가 무진이라면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이 있는데 말이죠..ㅎ.ㅎ... 헵어굿윜캔(????) ^.^
10년 전
독자4
우와와외미ㅏ와아 사형이라닌,,,,,,,,,,,,,,,,,,,,
10년 전
흩날린꽃잎
저건 사실 제가 참고한 법인데...제가 본 건 도망노예법이었지만, 실제로 저런일이 빈번했을 것 같아요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5
영재는 죽을거 각오하고 저러는거겠죠?근데 주인공이라 죽지는 않겠고...예상할수가 없네요 ㅋㅋ
10년 전
흩날린꽃잎
안타깝게도..당장 죽지는 않겠죠?....ㅋㅋㅋㅋㅋㅋ댓글감사합니당ㅎ.ㅎ
10년 전
독자6
헐헐허러헐헐....영재야...아진심재밌네요정말잘읽고갑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어이쿠 정말 감사합니다ㅠㅠㅠ재밌게 읽으셨다니 쑥쓰럽네욯ㅎㅎㅎ....다음편에서 뵐께요:D
10년 전
독자7
무진이 진짜 착한거 같아서 왠지 짠하네요ㅜ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영재 입장에선 맘놓고 미워할 수 있는게 더 좋겠지만요ㅠㅠ
10년 전
독자8
허류ㅠㅠㅠㅠㅠ 욘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걸려도 댛니는 욘재를 죽이지는 않을것 같네요!!! 다음편 정주행 하러ㄱㄱ
10년 전
흩날린꽃잎
.....그리고 영재는 대현이에게 죽었다.

가 끝은 아니겠죠 물논...ㅋㅋㅋㅋㅋㅋㅋㅋ 죽어도 스토리 좀 뽑아낸 다음에(?) 죽겠죠잉?! 다들 무슨 근거로 확신들을 하시는지.. 영재가 안 죽을거라 찰떡같이 믿고 있으니, 왠지 죽이고 싶어지네요. 흠흠. 댓글 감사합니다:D

10년 전
독자9
작가님 진짜 대단하신 것 같아요. 진짜 숨이 멎어가요!! 하 진짜 영재야ㅠㅠㅠ 진짜 저렇게 마음 상처 받고 살아가는 것보다 도망이 낫겠지만 너는 필연적으로 들킨단말야ㅠㅠ 죽으면 안돼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회피에 무사히 성공하여 살아남았습니다- 같은 건 없겠죠. 위험의 경중을 따지기엔 지친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ㅠㅠ 저라면 조용히 죽음을 택...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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