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10 | 인스티즈](http://img822.imageshack.us/img822/3307/61547824.jpg)
일본 단어 ツンデレ(츤데레) 에서 유래된 말로, 많은 사람들 앞에선 차가운 태도를 취하지만
좋아하는 남자에게만은 유독 태도가 바뀌는 캐릭터를 말한다
츤데레ツンデレ 10 |
<이번 화는 01화, 08화를 한번 복습해 주시고 읽어주시면 이해가 더 잘 되요>
툭. 힘없이 우산을 떨어트렸다.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털썩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평형대 위에 올라간 불구자마냥, 우현은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그냥. 얼굴 보는 걸로도 역겨우니까. 역겨우니까.
‘ 역겨우니까 ’
아아, 김성규. 우현의 작은 탄식은 빗소리에 섞여 허공에 뿌옇게 흩어졌다. 세차게 내려치는 빗줄기가 하나둘씩 자신의 옷깃 사이로 여며 왔다. 빗방울이 옷자락을 뚫고 들어와 맨살을 타고 내려갔다. 머리카락 역시도 서서히 빗물에 물들었다. 우현은, 성규가 사라진 지점을 바라보던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비가 차갑다. 차갑고 거세다. 그래서 아프다. 아프다…. 김성규의 말이 아프다. 나는, 김성규가 아프다.
오롯 김성규만을 떠올렸던 두 눈에 정작 비치는 것이라곤 그저 투영되는 자신의 검은 그림자 뿐. 우현은 이윽고 멍하니 떠올렸던 김성규를 제 머릿속에서 지웠다. 정신 차리자 남우현. 고개를 설레설레 젓곤 다시 우산을 집었다. 빗물이 스며든 탓인지 꽤나 무거워진 우산을 우현은 다시 들어 꽉 쥐었다.
도망가려 하면 할수록 더욱 옥죄고 들어올 것이다. 언젠가는 스스로 제 품에 안겨서 사랑한다고 속삭일 날이 오도록 만들 것이다. 곱게 자란 개들 치고 낯선 주인의 말을 고분히 듣는 년들은 없다. 내 얼굴이 역겹다고? 그렇다면 내 얼굴만 봐도 토기가 치밀어 오를 만큼 따라다녀 주겠다. 역겨움을 넘어선 혐오감이 차오른다 해도 나는, 널 놓지 않을 것이다. 언젠간 제게 넘어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하는 치욕은 후에 너의 소유를 위했던 험난한 과거의 여정 정도로 남을 것이라 우현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들거리던 두 다리에 다시금 힘을 주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실상 아무렇지 않다기엔 이미 받은 상처가 너무나도 컸지만.
김성규 넌 정말 개 같은 년이야. 무의식적으로, 빗속에 이렇게 중얼거렸던 것 같기도 하다.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침과 동시에 우현의 발걸음은 유흥가에 닿았다. 우현은, 고인 빗물이 간판 새로 뚝뚝 떨어지고 있는 한 술집을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우현은 2년 전 철없던 시절 유흥가를 하염없이 드나들던 자신을 기억했다. 수 많은 곳을 두고 우현이 오직 이 곳만 고집했던 이유. 어이없지만, 이름이 너무나도 예뻐서. 너무나도 고혹적이여서. 그리고, 이 곳에서 처음 마주했던 김기범이 너무나도 예뻤어서.
-종업원이라 붙여 봤자 실상 따지자면 그저 술집에서 일하는 한낱 졸개에 불과했지만- 당시 기범은 이 곳의 종업원이였다. 그리고 우현은 친구들과 함께했던 술자리 사이에서, 옆 테이블의 50대 중년 남짓한 취객이 자기 또래 되 보이는 종업원을 옆에 앉혀 놓고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던 광경을 우연히 목격하게 되었다. 얼굴은 잔뜩 구기고 있었지만 뿌리치지 못하고 멍청이마냥 앉아 있던 기범과 잔뜩 취한 친구놈들 사이서 홀로 멀쩡하게 기범을 바라보고 있던 우현. 그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였다. 그리고 우현은 그 날 기범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찍어, 니 번호. 그리고 전화번호부에 자신의 번호와 함께 이름을 꾹꾹 새겨넣던 기범을 보며
개 같은 김기범. 뭐? 그만큼 예쁘다고
예쁘다고 말 해 주었다. 처음이였다. 우현은 기범을 처음 마주했던 그 날,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단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그랬다. 기범은 첫사랑이자, 첫 남자이자, 첫 개년이였다. 모든 수식어들의 앞엔 ‘첫’이 붙었다. 고로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우현이 작게 중얼댔다.
기범과의 첫 만남이 닿았던 이 곳, 베르사이유의 장미. 이 곳은 나의 첫 무대.
애석하게도 첫 무대의 주인공을 우현은 내쫒아 버렸다. 오롯 기범만을 위했던 무대는 이제, 기범의 것이 아니다. 갑자기 김성규가 보고싶었다. 우현은 우산을 털고 망설임 없이 그 곳으로 들어갔다.
가볍게 소주 두 병을 시켰다. 이 정도는 우현에게 아무것도 아니였다. 2년 전을 끝으로 발걸음을 두지 않았던 이 곳은, 변한 게 없었다. 손님, 어서 오세요. 저 뒤에서 앞치마를 깔끔하게 차려 입은 기범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우현이 쓴 웃음을 내뱉었다. 이 곳도, 나도, 김기범도.
얼음장 같이 차가운 김성규 년의 마음도. 하나도 변한 게 없구나.
소주잔을 들이켰다. 알싸한 알코올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뜨겁다. 우현은 머리가 핑 도는 기분이였다. 아직 빗물이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칼이 찰랑댔다.
"어..!"
우현의 앞을 소란스럽게 지나가던 여자애들 무리 속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가리켰다. 뭐야, 쟨. 우현은 소주잔을 바라보던 시선을 위로 올렸다. 예쁘게 단장을 한 여자아이 하나가 자신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또 뵈네요.
"누구." "기억 안 나세요? 그 때 학원 앞에서요. 오토바이 오빠 맞으시죠?"
아아. 그제서야 기억을 더듬던 우현이 아는 체를 해 보였다. 그 때 성규 오빠 거리면서 귀찮게 했던 여자애다. 썩 반갑지만은 않은 손님이다. 우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 여자애는, 친구들을 모두 밖으로 물리더니 무작정 우현의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뭐냐" "오빠, 혼자 오셨나 봐요" "그런데" "이왕 둘이 마시는 게 좋다고. 저랑 같이 마셔요. 네? 제가 주량 하난 끝내주거든요"
어디서 비롯된 깡인지는 몰라도 당차게 엎어져 있던 술잔을 들어 술을 따른 지애가 우현에게 예의 친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땐 헬멧 때문에 잘 안 보이더니 오늘 이렇게 보니까 더 잘생기셨네요. 지애의 칭찬 아닌 칭찬에 우현이 떫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한테 아는 척 하는 의도가 뭔데?" "저 오빠한테. 관심 진짜 진짜 많거든요" "니가 언제 날 봤다고" "그런 게 어딨어요? 첫 눈에 보고 반하는 거지. 저번에 한 번 보고 반했으니 그걸로 설명은 되었죠, 뭐"
잠자코 지애의 말을 듣던 우현은 고개를 지그시 끄덕였다. 암만 봐도 맞는 말이다. 우현은 성규를 처음 봤던 날을 잊을 수 없었다. 도도하게 치켜뜬 두 눈이나, 유난히 하얗던 피부나. 그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해 보려 암만 노력해 봐도 결국엔 첫 눈에 반한 사람에게 끌리게 되어 있다. 김기범은 전자였고 김성규는 후자였다.
"그래서, 뭐 어쩔 생각인데" "성규 오빠한테 관심 많으시죠?"
"응" "성규 오빠에 관한 정보 다 드릴게요. 실시간으루" "진짜?" "그 대신, 오빠도 조건이 있어요."
하나 가르쳐 줄 때마다 저랑 한 번씩 데이트. 오늘은 하나 가르쳐 드릴 테니까 번호 넘겨주세요. 어때요. 괜찮죠?
밝게 웃는 지애를 앞에 두고 곰곰히 생각했다. 김성규에 관한 정보라…. 괜찮은 흥밋거리였다. 데이트야 한 번 심심할 때 팔짱 좀 껴 주면 되고, 번호야 어차피 맨날 뿌리고 다니는 거 하나 넘겨 주면 되고, 문자야 몇 번 손가락 운동만 해 주면 되고. 결국 제 마음은 모두 김성규에게 있으니 손해볼 것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우현은, 고민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래하자.
"오빠, 고마워요. 저 무조건 꼬리는 안 쳐요! 그냥 친한 오빠여도 괜찮으니까, 번호 지우시면 안 되요" "그런 걱정일랑 접고. 잘 들어가라" "네. 오빠도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세요. 아, 맞다. 성규 오빠 정보"
성규 오빠는, 인간 관계 복잡한 사람 제일 싫어해요. 좋은 쪽이면 상관 않는데, 뒷손이라던지 바람이라던지. 자리에서 일어난 지애가 해사하게 웃어 보이곤 술집을 나갔다.
지애의 말을 뒤로, 순간적으로 김기범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일 터. 우현은 한참 동안 멍하니 지애가 나간 곳만을 응시하다, 이윽고 핸드폰을 쥐었다.
두 달만의 전화 통화였다. 지애의 말을 듣고 난 이상 난 망설일 것이 없었다. 자그마치 김성규에 대한 내용이다. 김성규가 싫어한다. 김성규가 싫다고 했다. 김성규가 싫은 것은 나도 싫어해야 한다. 김기범을 싫어해야 한다, 우현은 이렇게 치부해 버렸다. 이윽고 수신음 너머로 기범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우현아.
우는 기범을 두고 술집을 홀로 나왔다. 워낙 술이 듣지 않는 제게 술 취한 연기란 너무나도 어려웠기 때문에 행여 들키진 않을까 계속 조마조마했다는 것은 후문이요. 단 한 번도 자신의 결정에 대해 후회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선택 때문에 피해 본 사람들에게 단 한 번도 미안한 마음을 가져본 적 없는 자신이였다.
오늘은 조금 시큰했다. 기범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제게 무언의 표식을 전했다. 넌 정말 개 같은 놈이야. 알아, 난 정말 개 같은 놈이야. 우현은 멍하니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별이 없다. 좆 같다, 씨발.
때마침 울리는 전화에 우현은 핸드폰을 쥐었다. 이 시간에 누구인가 했더만, 간만에 이성열의 전화였다.
왜 [야, 우리 집에 김성규 있다]
순간 김성규라는 세 글자를 듣고 발 끝서부터 소름이 끼쳤다고 하면 거짓일까. 우현은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선 우현이 휴대폰을 고쳐 잡았다.
걔가 왜 거깄는데 [비 쫄딱 맞고 있는 거 명수가 겨우 데려왔어. 야 넌 뭘 하길래 니가 좋아하는 애 혼자 비 맞게 내비두냐?]
.. 아아, 김성규.
우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엔 추위에 떨며 빗 속에서 홀로 걷게 될 일. 굳이 자신을 피해야만 했을까? 난 빗 속의 추위와 고독보다도 못한 존재였던가?
[근데 나 오늘 그 형 처음 봤는데, 니가 반할 만 하더라.] …. [되게, 야하게 생겼던데. 뭔가가 묘해. 신기해] 알아. 내 꺼야 [우엑. 누가 뭐래냐. 암튼 잘 해 보라구. 그럼 빠빵~]
우현은 그렇게 휴대폰을 제 귀에서 뗐다.
[아, 그리고 비에 몸 다 비치는데 완전 하얗더라. 속살 쩔어]
그리고, 종료 버튼을 누르기 전 들려온 성열의 말에 아랫도리가 급작스럽게 뻐근해진 것은 그 후의 일이요.
몸이 불편했다. 기분이 더러웠다. 찝찝했다. 찝찝한 속 사이서도 김성규를 향한 흥분은 쉬이 멎지 않았다.
하얀 속살, 김성규 속살. 썅. 나도 보고 싶다. 김성규의 모습이 아른하게 펼쳐졌다. 우현은 조곤히 김성규의 나체를 본의아니게 떠올리게 되었다. 이러지 말자 하면서도 그 생각은 쉬이 멎지 않았다. 아랫도리가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 그리고, 그 시점에서 숙소 문을 열었을 땐 우현의 시야에 장동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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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된 기념으로 무지 길게 쓴것같아요..ㅋㅋ열어섯 먹고 이런 심오한 내용 쓰려니까 힘들어 죽갔어요ㅠㅠ덕분에 검토도 안 해보고 바로 올리고 좋네요ㅠㅠ......
원래 오늘 안 올리려 했는데 새벽에 너무 잠이 안 와서 숙제 떼려치고 1시간부터 구상 시작해서
즉흥적으로 마구 썼더니 어느덧 3시네요..우왕-ㅇ-~~
오늘은 10회 특집!!ㅋㅋㅋ질문 하시면 다 받아드릴게요~
작가에 관한 질문도 조아조아ㅏ이야기에 관한 질문도 조아조아ㅋㅋㅋㅋㅋ너무 심한 스포는 못해드리지만 양심껏 스포도 조금씩 해드릴게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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