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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 전체글ll조회 809


 

 

 

 

 

 

 

 

 

"야 변백. 찌질이처럼 계속 그러지 말고 가서 말을 걸어."

 

 

 찬열의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현은 입안에 양주를 털어넣으면서도 계속해서 여자를 주시했다. 찬열은 혀를차며 손목에 차여진 메탈시계를 확인했다. 여자와 백현의 묘한 대치상황도 벌써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그 시간동안 진득하게 들러붙는 백현의 시선이 신경쓰일 법도 했지만 여자는 오로지 술만 들이키고 있었다. 이 클럽 안에서 변백현과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찬열은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어도 이바닥에서 다온그룹의 변백현과 K그룹의 박찬열을 모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알고도 저렇게 도도하게 구는 것이었는데…제법이구나, 저여자. 길게 웨이브진 머리카락에 반쯤 가려진 얼굴이 궁금했다.

 

 백현 또한 이러한 상황이 낯설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더욱 구미가 당겼다. 여자는 기계적으로 잔을 기울이다 간간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턱을 괴고 여자의 행동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담는 백현의 시선은 멀리 앉은 여자들이 움찔 할만큼 매서운 것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아무런 내색도 비추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우주속에 혼자 떨어진 사람 같았다. 불안정한 고요속에 잠식된 모습. 백현의 입가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야. 일어났다."

 

 

 자판을 두드리며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는 듯 하던 여자는 휴대폰을 핸드백 속으로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자로 뻗은 매끈한 뒷모습을 눈에담던 백현은 옆에서 덩달아 넋을 놓고 여자를 바라보는 찬열의 이마를 밀어냈다.

 

 

"넘보지 마."

"쪼잔한 새끼."

 

 

 나 간다. 멀어지는 여자를 눈으로 쫓으며 백현이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툴툴거리던 찬열은 백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야, 근데 쟤 보통 아닌 것 같아 조심해라. 그의 말에 백현은 조소했다. 그렇다면 더 재미있어 지겠는걸. 여자가 사라진 쪽으로 향하는 백현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거기, 잠깐만."

 

 

 온통 검은색으로 뻗은 복도를 걷던 여자가 백현의 목소리에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돌아보지 않는 얼굴에 백현은 턱을 움켜쥐고 제 쪽으로 향하게 하고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사실 그렇게 해도 제게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말이다. 백현은 적당히 오른 취기를 즐기며 한 발자국씩 앞으로 향했다. 여자는 여전히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정말 우주의 한가운데를 떠다니는 사람 처럼.

 

 마침내 여자의 바로 뒤 까지 당도한 백현은 망설이지 않고 한 팔로 여자의 얇은 허릿춤을 둘러 안았다. 여자치고 큰 키는 저와 엇비슷했지만 한참이나 작은 체구는 한 품에 쏙 들어왔다. 허리를 두른 백현의 손 위로 여자의 손이 겹쳐 올라왔다. 평소 방탕한 성생활과 두고 보았을 때 비교도 되지 않는 작은 스킨십이었지만 백현을 안달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백현은 다른 한 손으로 여자의 뺨을 쓸었다. 손안에 퍼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녹아버릴 것 같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뺨을 쓸어내리던 손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 턱을 그러쥐었다.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여자는 도톰한 입술을 다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을 긍정의 대답으로 여기기로 한 백현은 천천히 여자의 얼굴을 제 쪽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여전히 재미있다는 듯한 미소는 지우지 않은 채.

 

 

"네가 D.O.지?"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혀들었다. 백현은 여자의 눈을 보며 정말로 우주에 온 것처럼 숨을 멈추었다. 이런 곳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맑은 눈동자였다. 두 사람을 둘러싼 시간만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여자는 큰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그리곤 웃었다. 백현 또한 입고리를 말아올리려는 순간이었다. 여자는 한 쪽 손날로 백현의 뒷목을 내리쳤다.

 

 여자의 허리를 감고있던 팔이 풀려 내려갔다. 바닥으로 고꾸라진 몸뚱어리를 구두굽으로 밀어내며 여자는 흩어진 앞머리를 정돈했다. 또각이며 미련없이 멀어지는 구두굽소리를 들으며 백현은 힘겹게 눈을 치켜떴다. 자동문이 열리고 여자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눈에 담던 백현은 또 다시 정신을 잃었다. 암전이 찾아왔다. 완전한 우주였다. 

 

 

 

 

SCANDAL

2. 워밍 업

 

w.다올

 

 

 

 

 정신을 차렸을 때 가장 먼저 보인것은 제 방 전등이었다. 백현이 밀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짚으며 상체를 일으키자 옆에 앉아있던 그의 주치의가 급하게 팔을 뻗어 몸을 받쳤다. 괜찮으십니까? 그를 어릴 적 부터 보아온 늙은 주치의의 물음에 백현은 아무런 말도 잇지 못했다. 괜찮다기에는 두통이 너무 심했다.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보며 주치의가 미지근한 물이 담긴 유리잔을 내밀었다.

 

 

"얼마간은 두통이 있을 겁니다. 도련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글쎄요."

 

 

 백현은 눈썹을 찡그리며 웃었다. 머릿속을 관통하는 고통 사이로 붉은 원피스와 하얀 목덜미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space에서 눈에 띈 한 여자를 계속해서 주시했고 그 다음에는 그녀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가느다란 여자의 몸을 품에 안고 물었다. 네가 디오가 맞느냐고. 그것은 이 바닥에서 버텨오며 날카로워진 맹수의 것과 비슷한 '촉'이었다. 그리고 목 뒤에서 느껴지는 둔탁한 고통과 함께 의식이 흐려졌다. 거기까지 천천히 돌아가던 기억의 필름은 갑자기 멈추었다. 다시금 뒷통수부터 전이되는 고통에 백현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에 주치의가 안절부절 못하자, 백현은 괜찮다며 그를 저지시켰다. 지금 백현은 미치게하는 것은 코앞의 고통 따위가 아니었다.

 

 

"기억이 나지 않아요."

"예?"

"그 얼굴."

 

 

 분명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그런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 백현은 거칠게 머리를 헤집었다. 고혹적인 명화를 바탕으로 한 퍼즐의 한 조각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주치의는 외상 후 기절이 기억을 조각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차분히 설득했다. 하지만 백현에게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토록 만나길 바랬던 디오였다.  그 만남이 멍청히 날아간 것도 모자라 기억조차 못 한다니. 백현은 제 머릿속 기억의 끈을 억지로라도 이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 일어났어? 몸은 좀 어때?"

"보다시피."

"새끼 까칠하긴. 방금 너희 어머니하고 연락했다."

 

 

 찬열의 말에 백현이 눈을 치켜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내젓던 찬열은 침대맡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먼저 전화 거셨어, 나한테. 백현의 어머니인 윤여사의 빠른 정보망은 하루이틀 겪은 것이 아니었기에 놀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윤여사는 하나뿐인 막내아들이 학업에 박차를 가할 시기를 방탕하게 보내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다. 그녀에게 space는 당장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려도 시원찮을 어둠의 공간이었다. 그런 곳에서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진 자신이라니.

 

 

"그런데 어떤 자식이 그런거야? 확인해 보니까 네가 쓰러진 그 복도에만 cctv가 없더만. 이거 딱 사이즈 나오네. 노렸어, 그새끼."

"그새끼가 뭐냐, 그새끼가."

"얼레. 왜 네가 싸고돌아?"

 

 

 내가 뭐. 무뚝뚝한 대답에 찬열이 눈을 흘겼다. 쏟아지는 주치의와 찬열의 추궁에 백현은 귀를 틀어막으며 도로 몸을 눕혔다. 그러자 찬열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옷걸이에 걸려있는 백현의 자켓 쪽으로 향했다. 주머니를 뒤지는 투박한 손길에 백현은 한숨을 쉬듯 말했다. 훔쳐간건 없을걸. 바라는 건 그딴게 아니었을 테니까. 백현은 뒷말을 애써 삼키며 눈을 내리감았다. 찬열은 미심쩍은 얼굴로 지갑과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어 놓았다. 백현이라면 충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보복을 할 인간은 몇이나 될까. 더욱이 찬열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백현의 태도였다. 찬열은 눈을 감고 누워있는 백현을 쳐다보았다. 누워있는 백현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테라스 난간에 몸을 기댄 경수의 가라앉은 두 눈이 드넓은 정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초봄의 시린 밤공기가 얇은 옷 사이로 스며들었지만 경수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색으로 표현하면 짙은 먹색의 표정. 경수는 하루 종일 침잠되어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클럽에서 백현과 마주친 이후로 줄곧 이상태였다.

 

 

'네가 D.O.지?'

 

 

 그동안 경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왔다. 뒷골목의 큰 손 이라던지 정부의 인사라던지. 오늘 만난 변백현은 그저 제 또래의 철없는 부잣집 막내아들일 뿐이었다. 하지만 금속성을 띈 허스키한 목소리로 하여금 경수는 온 몸의 피가 식어가는 듯 하였고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애초에 너무 쉬운 상대로 여긴것이 잘못이었을까. 다시 되짚어 보아도 자신을 디오라고 여길 실마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경수는 작은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렷다. 이제 변백현이라는 인물은 자신을 찾기에 주력할 가능성이 컸다. 아니, 분명 그럴 것이다. 하지만 변백현과 도경수, 도경수와 변백현은 말도 안되는 조합이었다. 그들의 사이를 정의하자면 핏 속에서부터 뒤엉킨 지독한 악연, 그 쯤이 되겠다.

 

 변가(家)의 안주인 윤혜숙은 백현의 친모가 아니었다. 그의 친모가 백현을 낳고 머지않아 세상을 떠난 후 일년만에 안주인 자리는 혜숙의 차지가 되었다. 잘나가는 대기업의 장녀였던 전부인과 달리,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던 혜숙은 비상한 머리와 빠른 판단력으로 다온기업의 성장에 일조하며 톡톡히 자리매김을 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도회장의 옛 연인이었다. 다른 말로, 그녀는 경수의 친모였다. 1년전 이사실을 알게된 후 경수는 늘 궁금했다. 자신의 친모에게 유달리 사랑받는 변가의 막내아들, 변백현이.

 

 

"추운데 여기서 뭐해."

 

 

 투정어린 목소리의 종인이 경수를 등 뒤에서 감싸안았다. 갑작스레 온 몸에 퍼지는 온기를 느끼며 경수는 나즈막히 웃었다. 오늘 여러모로, 많은 사람들에게 안기는 꼴이 되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익숙하고 편안한 공기에 경수는 목언저리를 두른 종인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 부드러운 크림색 스웨터가 손 안에 부드럽게 잡힌다. 경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입을 열었다.

 

 

"달이 예뻐서."

"형이 더 예쁜데."

"형한테 못하는 말이 없지."

 

 

 진짠데.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경수는 기분좋게 웃었다. 그리고 교차하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에 시선을 떨구었다. 종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경수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한 종인의 걱정들을. 경수가 그의 마음을 꿰뚫었듯이 종인 또한 경수의 의중을 알아채지 못 할리가 없었다. 어쩌면 종인은 오늘 경수가 백현을 만난 것 까지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침묵이 이어지자 더욱 힘주어 끌어안는 종인에 경수는 확신했다.

 

 

"나 어디 안가."

"…그 새끼 만나지 마."

"뭐?"

"느낌이, 안좋단 말이야."

 

 

 경수는 어린애 같은 종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이제 걔 만나기 싫어."

 

 

  어렸을 적 부터 종인을 재워왔던 경수는 익숙하게 종인의 팔을 도닥였다. 그런데, 종인아. 어쩌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변백현과 나는 몇번이고 만나게 될 지 몰라. 이미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시곗바늘 앞에서 인간은 무력했다. 그리고 경수는 거대한 시간의 굴레 앞에서 먼지같이 나약한 인간일 뿐이었다. 경수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천천히 제 앞으로 다가오는 시곗바늘이 자신을 어디로 데려다 줄 것인지를.

 

 

 

 

 

 

 

 

 

 

 

 

 

 

 

 

 

 

 
 

 

_

...하...이게..연재텀이여 방구여..(부들부들)

계실진 모르겠지만 기다리셨을 분들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 많은 시기인만큼 조금 바빴...(시선)(회피)

 

이번 2화의 부제처럼 이번화는 워밍업 정도가 되겠네요!

본격적인 격돌(?)은 3화부터 시작됩니다!

다음화는 조금 더 빨리 가져올 수 있도록 할게요;_;♡..

 

댓글달아주시는 분들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많이 부족한 글인데 읽어주시는 분들도 (계실랑가) 감사드립니다!!

정말 독자분들 진심으로 사랑해여...하트S2

대표 사진
독자1
작가님 제가 기다렷습니다 빰빰!!!!! 암호닉만 받으신다면 잇치 로 신청이요!!! 잘보구갑니당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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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디올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백도물 정말 잘쓰시는것 같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근데 이제 스캔들만 연재하시는 건가여? 다른건 안하시고?ㅠㅠㅠㅠㅠㅠ다른것들도 다 좋은데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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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
ㅠㅠㅠㅠㅠ정말정말 감사합니다...S2 다른 글들도 차곡차곡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다려주시는 분이 있었다니...빨리 가져와야겠네요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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