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DDY BEAR
Episode 05
경수가 아프다. 최근 일주일동안 경수가 맘 편히 앉아 쉬어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었다. 오늘은 토요일. 그동안 바빴던 일을 다 끝마친건지, 긴장이 풀린 경수가 끙끙 앓으며 도통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하면서도 아침 먹어야지, 하고 주방으로 향하려는 경수를 몇 번이나 설득했다. 오늘은 집안일 걱정하지말고 푹 쉬어. 어떻게 그러냐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경수의 볼에 짧게 입 맞추곤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자 경수의 메마른 입술이 곱게 호선을 그리다 작게 움직였다. 칼 조심하고, 맛있게 해줘.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꼭 붙어 간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렇다고 경수를 굶길 수는 없었기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부엌으로 향했다.
"형들 어디 가?"
"마트 가려고-집에 먹을 게 없어."
거실에 들어서자 잔뜩 신이 난 백현과 그런 백현이 매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은 찬열이 보였다. 또 백현이형한테 불만 있는거구만, 종인이 혀를 끌끌 차다가 찬열의 옆으로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 왜 그래, 나름 데이튼데 표정 되게 안좋네. 티비 앞에 앉아 양말을 신으며 꺄르르 웃는 백현을 아니꼽게 쳐다보던 찬열이 종인을 힐끗 보곤 턱짓으로 백현을 가리켰다. 보면 알아.
"찬열아, 경수가 자주 가는 그 큰 마트 갈거지?"
"아니."
"아, 왜! 거기로 가면 오랜만에 데이비드 볼 수 있잖아."
데이…데이, 뭐? 종인이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있어, 마트 옆에 선물 가게에 있는 검지손가락만한 레고 새끼. 찬열의 말에 종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과 경수에겐 자주 가는 장소가 아니지만, 찬열과 백현이 외출을 할 때면 꼭 들르는 곳이다. 작은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다 아기자기한 분위기 특성상 여자 손님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찬열이 걱정하는 바는 여자가 아니었다. 데이비드 개싸가지 새끼. 찬열이 어금니를 바득 갈았다.
데이비드는 백현의 친구-겸 찬열의 천적-이며 카페 벽에 달린 선반에 일렬종대로 서있는 레고 중에 하나이다. 대체 무슨 수를 써서 백현에게 호감을 샀는지는 모르지만 백현에게 '데이비드=착한 아이'라는 무의식의 공식이 성립 되어 있다. 백현의 성화에 못 이겨 선물 가게에 들를 때면 자신은 안중에도 없고 데이비드와 신나게 대화하는 백현이 밉지는 않았다. 동그란 뒤통수와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뒷모습마저 찬열은 기분 좋게 바라 볼 수 있었다. 문제는 데이비드였다. 간간히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비웃음을 흘리는 그를 볼 때마다 분노가 들끓었다.
"빨리 가자, 빨리!"
"…알았어."
백현이 손을 잡아당기며 일으켜 세우려 하자 깊은 한숨을 내쉰 찬열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찬열을 옆에서 말 없이 바라보다 종인이 짧게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와, 둘이 싸우지말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찬열의 모습이 측은해지는 종인이었다.
*
D.O.DDY BEAR
"피곤해."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응, 지금은 괜찮아. 그냥 자도 자도 계속 피곤해…."
좀 더 자, 옆에 계속 있을게. 엄마마냥 배를 토닥여주는 손길에 경수가 헤실헤실 웃으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종인아, 거기 앉아 있지말고 이리 와. 제 옆자리를 두드리며 경수가 종인을 끌어당겼다. 기다렸다는 듯 종인이 경수의 옆에 자리 잡고 눕자 종인의 품에 파고드는 경수였다. 자장, 자장, 우리 경수. 등을 토닥이며 나즈막하게 자장가를 불러주던 종인의 눈이 경수의 목소리를 듣곤 예쁘게 휘어졌다.
"오늘은 내가 너 안아줄래."
"안고 싶어?"
"응, 완전. 빨리 내 품에 안겨, 종인아."
못 말린다며 웃은 종인이 곰인형으로 변해 경수의 품에 풀썩 안겼다. 종인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댄 경수가 기분 좋게 웃었다. 오랜만에 이러니까 좋다, 그치? 제 품에 쏙 들어오는 종인을 잔뜩 귀여워하며 경수가 종인을 안은 팔에 힘을 줬다. 그런 경수를 바라보는 종인이 오히려 더 경수를 귀여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경수야."
"응."
"뽀뽀해도 돼?"
뭐? 아직 안돼, 몸 다 나으면. 종인의 말에 놀란 경수가 재빨리 고개를 뒤로 빼 종인과 살짝 떨어졌다. 곰인형 주제에 스킨십 좋아하기는. 손에 닿는 말랑말랑한 감촉에 경수가 속으로 작게 웃었다.
"난 건강하니까 괜찮아. 저번에 본 영화 있잖아, 그…."
영화? 무슨 영화? 자주 종인과 영화를 보기 때문에-수단과 방법은 상당히 모순적이지만-경수도 종인이 말하는 영화를 곰곰이 생각했다. 영화표 값을 아끼기 위해 늘 큰 백팩에 종인을 숨겨서 영화관에 들어가던 모습이 떠오르자 왠지 모르게 찔려오는 양심에 되려 머리만 긁적였지만.
"아, 생각났어. 아이언맨."
"…아이언맨?"
"응, 그 남자처럼 강하니까 괜찮아. 뽀뽀해도 되지?"
니가 무슨 아이언맨이야, 패딩맨이구만. 종인의 배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경수가 웃었다. 제게 귀엽다고 말하며 베개까지 부여잡고 웃는 모습에 종인이 다시금 사람으로 변해 경수를 품에 안았다. 도경수는 이래서 문제야, 누가 누구 보고 귀엽다는 건데? 경수의 코를 아프지 않게 잡고 흔드는 종인에 경수가 인상을 썼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 아직 다 못 즐겼는데!
"솔직해져봐, 경수야. 너도 지금 내가 훨씬 더 좋으면서."
말 끝나기 무섭게 입을 맞춰오는 종인에 경수의 대답은 그저 입 안에서만 멤돌았다.
*
D.O.DDY BEAR
오늘은 반드시 결판을 내고 말테다, 마트를 나선 찬열이 비장하게 장바구니를 고쳐잡고 백현의 뒤를 따랐다. 백현의 발걸음은 당연하게 마트 옆의 카페로 향했다. 백현아, 잠깐만 기다려봐. 제 부름에 발걸음을 멈추고 바로 뒤돌아보는 백현이 예뻐 미소 짓는 찬열의 표정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아까의 심각했던 분위기는 어디 갔는지 백현에게 나긋하게 말한다.
"백현아, 미안한데 나 커피 좀 주문해줘."
"커피? 너 커피 안마시잖아."
"그냥 오늘따라 마시고 싶어서."
"알았어, 카페라떼?"
응? 아, 응. 그걸로. 사실 찬열은 백현이 골라준 거라면 옷이든 신발이든 커피든 음식이든 다 좋았다. 카페로 들어서자 찬열에게 장바구니를 건네곤 커피를 주문하러 백현이 카운터로 향했다. 자리를 잡고 백현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찬열이 고개를 돌려 바쁘게 누군가를 찾았다. 개새끼 어디 있냐, 어디 숨었어. 살벌한 눈빛으로 카페 내부를 훑어보던 찬열의 시선이 한 쪽에 꽂혔다. 작디 작은 레고라 디테일이 조금 떨어지는 비주얼을 가진 한 장난감이 눈에 띄었다. 데이비드, 안녕? 오랜만이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레고가 세워진 벽 쪽으로 다가간 찬열이 낮게 인사를 건넸다.
"뭐야, 박찬열?"
"어, 나야."
"백현이는?"
"알아서 뭐하게. 나 혼자 왔어."
제 등너머로 행여 백현의 모습이 보일까 자세를 고쳐잡으며 찬열이 데이비드를 내려다보았다. 넌 너무 허접해서 백현이한테 안돼. 찬열의 말에 발끈한 데이비드가 씩씩 대며 찬열에게 쏘아붙였다. 간간히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백현의 이름에 기분이 확 상했다. 인상을 쓰던 찬열이 이내 씩 웃으며 표정을 풀었다.
"야, 데이비듬."
"비듬이 아니라 비, 드! 이 멍청한 놈아."
"비듬 너 이새끼, 넌 날 너무 좋게 본다니까."
"뭐 인마?"
"하긴 내 인상이 좀 좋냐. 이해해줄게."
"너 뭐하는, 야, 야!! 뭐하는 거야!!!"
백현이한테 수작 걸지말라고, 엄지왕자 새끼야. 찬열이 손가락을 이용해 데이비드를 집어 벽 쪽을 보도록 그를 돌려 세워버렸다. 움직이지 못하는 데이비드에게 이런 상황은 엄청난 고문이었다. 잔뜩 화가 난 음성으로 찬열에게 소리를 지르던 데이비드는 얼마 못가 체념하고 찬열에게 부탁했다. 부탁이야, 나 좀 원래대로…, 귀찮게 내가 왜? 카페 사장이 청소할 때쯤 되면 알아서 돌려주겠지. 미련 없이 뒤돌아선 찬열은 행여 데이비드의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백현이 들을까 급하게 백현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섰다.
"커피 사느라 데이비드를 못 봤네. 찬열이 너 혹시 봤어?"
"아니. 안보이던데? 어디 숨었나보지."
그래? 고개를 갸웃거리는 백현이 찬열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코 끝에 닿는 커피향이 달콤했다. 백현아, 나도. 제게 커피를 건네는 백현의 손을 내리고 찬열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깜짝 놀라 멍하니 찬열을 올려다보는 백현의 머리를 헝클이며 찬열이 웃었다.
"맛있다, 커피."
사실 오늘 안오려고 했어요.. |
바보같지만 두 번이나 날려가지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디오 전원 뽑는다는 걸 컴퓨터 플러그를 뽑아서 한번 날리고 다시 한 번 맘 다 잡고 5편 마무리했는데 메모장 오류 뜨면서 세이굿바이..^^.. 아 정말ㅋㅋㅋㅋ울고 싶었는데 뭐 어쩌겠습니까.. 독자님들 댓글 정독하면서 화이팅 했죠ㅠ_ㅠ 설 음식 너무 마시쪙...ㅋㅋㅋ독자님들 모두모두 즐거운 설 보내세요! 암호닉 받아요 항상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사랑합니다 정말ㅎㅎ |
암호닉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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