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DDY BEAR
Episode 00
"끄앙, 경수야아-! 나 리본 묶어줘!"
"아씨, 또? 아까 묶어줬잖아."
"아씨? 씨? 도경수 너 지금 나한테 씨라고 했어?"
"…이리 와, 묶어줄게."
"내 잘못 아니야, 찬열이가-박찬열이 자꾸 장난쳐서 그래."
과제도 맘 편히 못하네, 저를 올려다보며 쉴 새 없이 종알거리는 입이 미워지려하던 찰나 손끝에 닿는 복슬복슬한 감촉에 어느 새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경수였다. 백현아, 다 됐어. 제일 예쁘게 묶였다. 제 말에 기분 좋은지 몸을 부르르 떨다가 고마워! 하고 새침하게 거실로 쪼르르 달려나가는 뒤통수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았다.
곰인형, 아니 곰인형의 모습을 한 사람, 그것도 셋이나. 경수는 수상하고 또 매우 사랑스러운 그들과 동거 중이다.
*
D.O.DDY BEAR
"아, 목 뻐근해."
백현이 나간 후 한 시간동안 아무런 미동도 없이 과제에 열중하던 경수가 기지개를 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간히 들리는 재잘거리는 소리가 거슬릴 법도 했지만 그마저도 귀엽게 느껴진 경수에게 그 소음은 오히려 비타민 같은 효과를 내주었다. 이제 좀 있으면 밥 먹을 시간이네, 오늘은 뭘 해주지. 흡사 주부 20년 경력의 어머니들의 표정을 한 경수가 거실로 나갔다. 거실로 들어서기 정확하게 3보 전, 경수는 종종 고개만 살짝 내밀어 그들을 훔쳐보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랑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살풋 걸치고 거실에 있는 그들을 보기 위해 경수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변백현 그만해."
"왜, 싫어!!"
"그만하라니까, 리본 풀어버린다?"
"너 또 풀면 죽어, 진짜 죽어 박찬열! 아, 하지마!"
또, 또. 사이도 좋으면서 맨날 싸움질이야. 말하는 곰인형, 심지어 일어나서 걸어다니고 서로 퉁퉁 치고 박기도 하는 꽤나 기이한 장면이지만 경수는 익숙하다는 듯 그들의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파란 리본을 멘 하얀 곰인형은 저를 퍽이나 잘 따르는 백현이었고 그런 백현을 괴롭히는 갈색 곰인형은 찬열이었다. 분명 경수 자신이 묶어준 리본을 찬열에게 자랑하며 약올렸을 백현의 모습이 안봐도 뻔했다.
"너 이 리본이 그렇게 좋아?"
"응, 당연하지. 예쁘잖아."
"너랑 안어울려."
"…어쩌라고, 신경 꺼!"
"난 백현이 목에 아무 것도 없는 게 더 예쁜데?"
하여튼, 곰인형 주제에 낯 간지러운 말은 졸라게 잘해요.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소름이 오소소 돋는 느낌에 경수가 고개를 도리질쳤다. 이쯤이면 보여야 할 모습이 하나 더 있다. 경수는 그를 찾기 위해 다시 거실 안을 둘러보았다. 아, 저기. 하얀 벽지의 집안과 대조되게 검정색의 소파 위에 있어 잘보이지 않던 그를 발견한 경수가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 보호색도 아니고, 없어진 줄 알았네. 죽은 듯 아무런 미동 없이 소파에 엎드린 채로 누워있는 검은색 곰인형은 종인이다.
"종인아, 너 또 이러고 자지. 제대로 자."
"……."
소파에 앉은 경수가 손을 뻗어 동그랗고 보드라운 뒤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제 목소리를 듣자 몸 곳곳을 움찔거리며 깨어났음을 알리는 그 모습이 귀여워 경수가 웃었다. 아기가 기어가듯 꾸물대며 종인이 경수의 허벅지에 올라왔다. 배고파, 경수야. 비몽사몽한 상태로 고개도 못 들고 제게 웅얼거리는 종인을 안고 되물었다. 배고파? 뭐 먹고 싶어?
"경수."
"아! 무거워, 빨리 내려와."
니가 위에 있는데 갑자기 변하면 어떻게 해? 인형에서 사람으로 변한 종인 밑에 그대로 눌린 경수가 인상 쓰며 그의 팔을 찰싹찰싹 때렸다. 아파, 내려가면 되잖아. 종인이 한 쪽 눈만 겨우 뜨고 경수가 때린 팔을 문지르며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경수를 안아 제 위에 앉혔다. 이제 됐지. 금방이라도 내려갈 경수를 알고 팔로 허리를 꼭 붙들어 메고 다시금 종인이 경수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경수야, 이거."
"어? 리본 안할거야?"
끄덕끄덕, 총총총 제게 걸어와 곱게 접힌 리본을 건네주고 백현이 다시 찬열에게 걸어갔다. 손에 쥐어진 리본과 백현의 뒷모습을 번갈아보는데 문득,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덜거리며 백현에게 리본을 묶어주던 제 모습이 떠오르자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어 경수가 뒷목을 긁적였다. 그런 경수의 손을 덥석 잡은 종인이 깍지를 꼈다.
"…왜."
"왜."
"손, 왜 잡아."
"너도 나 만지는 거 좋아하잖아."
"야, 그건 니가 인형이니까-…."
"인형일 때나 사람일 때나, 느끼는 건 똑같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인형이 더 예민하다고 몇 번이나 말해. 제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종인에 경수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와! 도경수 어깨 더 좁아졌다. 뒤에서 깐족대는 찬열의 말에 발끈하기도 전에 다시금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에 경수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너 때문에 흥분할 뻔 했어."
아이...이런 똥글을...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트. 오늘은 맛보기라 조금 짧아요. 재미 없어서 봐주실 독자분들이 몇 분이나 계시겠냐만은...ㅎㅎ 경수와 경수의 야한 곰인형 종인이, 이웃 커플 찬백까지 모두모두 행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