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 젖은 들숨을 들어 마신 아이가 마른 땅 위로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아이의 손끝에서 갈라진 땅은 어느새 두 쪽이 되었다. 손가락을 거두고 코 아래를 벅벅 닦는다. 모래 입자들이 코끝을 간질인다. 재채기가 나올까 말까. 콧구멍이 벌름거리고 한껏 침방울을 튀겨 낼 입은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온 몸으로 저를 간질이던 것을 토해낼 의향으로 고개까지 쳐들었는데 글쎄 투박한 손이 아이의 머리통을 내려친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이 쥐새끼 같은 놈이.”
투명한 눈알이 원망스레 손의 주인을 쳐다보았다가, 그의 손가락이 그려낸 땅을 바라보았다. 제 발에 의해 가운데 그인 선이 흐려지고, 평평했던 땅의 모래가 일어 왼쪽으로 치우쳤다. 모래가 덮인 그 곳. 아이의 발이 지르밟은 곳이다.
숲 너머엔 무엇이든 전부 있단다. 그곳에서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 일이 없어. 물론, 우리가 하루하루를 겨우 버틸만한 돈을 쥐어들고 끙끙댈 필요도 없지. 제일 환상적인 것은 그곳으로 가는 숲길이란다. 이 퍽퍽한 땅과 공기가 아닌 정말로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그곳은 환상, 그 자체지.
아이는 절로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언젠가 제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며 실긋 웃었던 그 사람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뱉어낸 말 몇 마디는 잊히지 않았다. 되려 누렇게 뜬 하늘이 눈에 보일 때마다 머릿속에 담겨있던 말은 구름이 되어 피어올랐다. 흰 구름은, 흙색 하늘을 가릴 수 있을까.
“돈을 벌면 그 곳에 갈 수 있지.”
사라진다. 구름은 하늘 위에서 쉽사리 소멸되고 다른 곳으로 불어나간다. 그리고 남겨진 것은 여전한 누런 하늘. 구름을, 숲길을 따라 걸으라 했다. 그 끝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코 주위가 근질거리더니 심심한 재채기가 튀어나온다. 덕에 생각하던 것을 잊었다. 빗자루를 고쳐들고 시멘트 발린 땅을 쓸었다. 말라붙어가는 저금통을 채워야했다. 숲길을 걸으려면, 그 끝에 있는 유토피아에 닿으려면.
이 곳 사람들은 주로 밤에 살아났다. 태양이 떠오를 때면 무엇이 부끄러운지 좁은 집안에 저를 가두곤 부족한 호흡을 내쉬다가 밤이 되면 그 속내를 풀어내 듯 몰려나오는 이들이었다. 사납게 빗자루 질을 하는 아이의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몸에 예의를 갖추지 못한 계집들과 술에 찌든 남성들. 심심치 않게 보이는 지폐종이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 전자는 아이에게 신기한 것이 아니었지만 지폐냄새는 아이의 코를 자극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아이는 제 앞을 지나가는 한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아저씨, 나 데려가요. 나 일 잘해.”
상상만 하기엔 너무 벅차서. 눈으로 딱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은데.
이들에게 차단이란, 쾌락보다 짙었고 취기보다 알알했으며 마약만큼이나 위험했다. 갈라진 두 땅, 그것은 인간이 빚어낸 최고의 망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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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실물로 보면 눈이 한바가지라는거 뭔지 알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