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찬종] Company people 07
w. 김민석(1,만두)
멍청해, 멍청해, 멍청해! 출근을 위해 양치를 하던 백현이 불현듯 칫솔을 바닥에 내리꽂으며 저의 머리를 세게 뜯었다. 잔뜩 밀려오는 고통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건, 경수에게 아주 큰 무언가를, 그러니까 저도 모르게 뽀뽀, 중국어로는 친친(亲一亲), 영어로는 베이비 키스 또는 chuㅡ 를 해버린 것에 대한 절망과 후회였다. 도무지 경수를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화장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끙끙 앓던 백현이 어쨌든 출근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문득 들어 자신이 내쳤던 칫솔을 주워 깨끗이 벅벅 헹군 뒤 다시 입에 물었다.
" 으으으그그... "
분노의 양치질을 해대는 백현의 입에서 치약과 섞여 선분홍빛을 나타내는 발간 피가 매끈한 턱을 타고 천천히 흘렀다.
" 뽀뽀했대요~ 뽀뽀했대요~ "
팀장실을 들어서자마자 저를 덮치는 폭죽에 백현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 그러나 찬열과 종인은 그저 바보 같은, 비웃음이 가득 담긴 미소를 연신 지어대며 다량으로 가져온 케이크 폭죽과 함께 백현을 놀려댈 뿐이었다. 경수에게 모든 것을 설명 들은 것인지 백현과 경수만의 상황을 알고선 저들끼리 입 맞추는 시늉을 해가며 백현의 심기를 살살 긁어대는 컾퀴벌레 한 쌍에 '참을 인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 는 속담을 잊은 채 결국 폭발해 백현이 버럭 윽박을 질렀다. 당장 나가, 파리채로 처맞을 새끼들아.
찬열과 종인이 나간 팀장실은 조용했다. 테이블에 시선을 둔 채 연신 생각하는 백현의 앞에 경수의 형상이 조금씩 떠올랐다. 살짝 미소 짓고 있는 경수가 저에게 속삭이는 듯한 환청이 들려왔다. 으이구 병신. 뽀뽀는 왜 하고 지랄이야? 나 사표 낼래!
" 아니야, 아냐. 이런 생각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해댄다, 변백현. "
스스로에게 말을 걸며 애써 참아내던 백현에게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이 기분 대로라면 경수가 와도 아무렇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경수야, 나의 도경수. 얼른 와. 널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
" 난 준비성이 철저한 남자니까. 이참에 그냥 시집올래 경수야? 넌 몸만 와, 내가 다... "
" ...네? "
" ... "
넋을 놓고 중얼거리던 백현은 차마 팀장실의 문이 열린 것을 보지 못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형상이 얼빠진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경수라는 것을 경수의 목소리가 들릴 즈음에야 깨달았다는 것도. 다행히도 경수는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백현의 말을 듣진 못했으나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던 백현은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저를 질책할 뿐이었다. 씨발, 변백현 이미지 어쩔 거야.
" ... "
" ... "
" ...일찍... 왔네요. "
" ...네... "
어색한 침묵이 도는 팀장실에 헛기침을 하던 경수가 눈을 떼구르르 굴리며 애꿎은 천장만을 바라봤다. 백현은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엔 그때의 잔상이 무척이나 생생하게 떠올랐고, 고백을 해버리기엔 개미 똥구멍만큼 남아있는 자존심과 경수의 거절에 따를 두려움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이도 저도 못하는 갈등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백현을 빤히 쳐다보던 경수가 침을 꼴깍, 삼키고선 찬찬히 입을 열었다.
" ...티, 팀장님... 저... "
" ... "
" 살면서 고백... 딱 한 번도, 아니아니, 고등학생 때 딱 한 번 해봤는데... "
" ... "
" 팀장님이 두, 두 번째... 아, 그니까...! "
저랑 연애해요, 팀장님. 잔뜩 붉어진 얼굴로 눈을 꼭 감고 말하는 경수에 백현의 작은 움직임까지도 멈춰버렸다. 백현은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시방 이게 꿈이여 생시여. 생각해 보아라. 평소엔 거부 아닌 거부를 하다 귀까지 붉혀가며 수줍게 고백하는 소녀, 아니, 소년의 형상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이게 꿈이 아니라면...
" 힉, 티, 팀장님! 뭐하시는 거예요! "
" 아, 아프다. "
꿈이 아니네. 테이블에 놓인 볼펜으로 있는 힘껏 저의 손을 내리 찌르는 백현에 경수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으나 다행히도 두꺼운 볼펜은 살짝 스쳐 미미한 피가 흘러나올 뿐이었다. 하마터면 저의 살가죽을 뚫어버릴 뻔한 주제에 무엇이 즐거운지 배시시 미소 짓는 백현에 경수가 벌어진 입을 채 다물지 못하고 가만히 백현을 쳐다봤다. 이내 불현듯 표정을 홱 굳혀버리던 백현이 경수에게 슬금슬금 다가와 잔뜩 깔린 음성으로 말했다. 도경수 씨, 원래 고백은...
" 남자가 하는 겁니다. "
" ... "
" 저랑 오늘부터 연애합시다, 도경수 씨. "
온갖 똥폼을 잡아대며 진지하게 고백하는 백현에 경수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을 작게 읊조렸다. 저도 고추 달린 남자인데요,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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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pany people 에는 항상 브금이 깔려 있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백도는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우울한 분위기를 더 선호하는 저지만 컴퍼니 피플은 역시 달달한 게 체고시다.
근데 그냥 컴퍼니 피플은 내일 올릴 것을 그랬나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