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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섭] 우정도 가족도 아닌 관계 01 | 인스티즈

 

[두섭] 우정도 가족도 아닌 관계 01 | 인스티즈

 

 

 

우정도 가족도 아닌 관계 01

 

 

 

 

브라운 관 속 너는 내가 예전에 봐왔던 모습들이 아니다. 화려한말재간 속의 정다움은 아직까지 존재하지만 어느새 사무적이고 형식적으로 변한 말투는 낯설다. 언제까지나 나만의 윤두준일것만 같았던 나는 많은 사람들과 공유가 되어간다. 너와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나에게는 너만이 너에게는 나만이, 그것이 나의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언제까지나의 믿음일줄로만 알았다.


[두준이 오늘 집에 못들어간다더라.]

"…들었어, 두준이한테."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어디 아파?]

"아니, 졸려서, 졸려서 그래."


힘이 없다. 힘 없이 끊긴 휴대폰을 한참동안 손에 쥐고는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오늘 점심 쯤이야 일어난 나는 졸리지도 않았다. 무료한 삶이 질린것도 한순간이었다. 이제는 예전의 고난들이 그저 추억처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진다. 거기에다가 두준과 있던 일마저도 이제는 빛 바랜 추억이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두준 뿐이었다. 가족은 나에게 사치였는지 애초부터 없었다. 하고 싶은것도 하는 일도 없다. 그래도 나는 지금이 좋았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두준은 역시나했던대로 승승장구하는 배우가 되었고, 얼굴 값이라도 하듯이 끝도 없이 빛났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사우나를 돌아다니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던 우리는 어느새 청담동 어느곳에 자리 잡아서 살고있었다. 모든것은 두준의 덕이었고, 모든것은 두준의 노력 덕분이었다. 처음부터 두준은 나에게 언제까지나 다정하고 애정어린 행동으로 일관했다. 난 그것이 좋았고 지금도 좋다.


"난 억울 해. 왜 나야만 했을까하고."

"……"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것만 보고 겪으면서 자랐다면 이렇게는 되지않았을텐데하고 말이야."

"……"

"왜 하필 나일까."


왜 하칠 나아먄 했을까,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이면 나여야했을까. 별반 다르지않은 신세를 한탄하는것도 너 뿐이었고, 그런 나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것도 너였어. 넌 모든 일을 겪을것마냥 나이 치고는 성숙하고 침착했지.


"무슨 생각을 하길래 문 소리도 못 들어?"


갑자기 환해진 공간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들어온 사람을 확인했다. 애초부터 두준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않았지만서도 실망감은 들었다. 두준의 매니저 일을 벌써 3년동안 하고 있는 현승이었다. 몸이 야위고 곱상한 얼굴때문에 처음에는 힘도 없고 일도 제대로 못할것같았다. 매니저는 체력이 생명이니깐. 그렇지만 현승은 조용히 자신의 일을 수월하게 수행하는 편이었다. 두준의 애물단지인 나한테도 전혀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편이었으니깐.


"두준이가 밥 못 먹고있을꺼라고 치킨이라도 사서 가보란다."

"두준이."

"그래, 너의 윤두준. 나는 이런 사랑의 짝대기 따위가 아닌데."


아, 존나 씁쓸하다. 하고 중얼거린 현승은 아까부터 나의 후각을 자극하던 치킨을 탁자에 풀기 시작했다. 분명히 치킨이 주식인 현승은 두준의 먹을 것 좀 사가라는 말에 당연히 먹을 것을 치킨으로 생각하고 사온것일것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 나는 얌전히 앉아서 치킨 하나를 집었다. 현승은 곧바로 비닐봉지에서 짤랑 소리를 내며 맥주캔을 꺼냈다.


"한 잔 하자?"

"……"

"말 좀 해라, 아무리 너의 윤두준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우리 친구 아니냐?"

"…그래."


유일하게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윤두준을 제외하고 장현승 뿐이었다. 나는 깊숙히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현승은 과하게 나를 판단한 듯 싶었다. 나는 현승에게서 맥주를 받아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 곳에서 먹었던것보다는 달고 맛있다.


"…윤두준, 그 놈 요즘 히스테리 쩌는거 알고 있냐?"

"그러니깐 스케줄을 줄여."

"내가 스케줄 잡는거 아니잖아! 회사가 시키는대로 하는거라고."


장현승이 이렇게 술까지 사오면서는 분명히 할 말이 잇는걸로 보였다. 하지만 쉽게 입을 열 생각은 없어보였다. 얼마나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하는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맥주 한잠을 비우고서야 장현승은 목소리를 깔고 말을 해왔다.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걸로 보여. 너도 어느정도는 생각 했을거 아니야."

"뭘."

"두준이 이제 이번 영화만 개봉하면 정말 탑 라인으로 들어설수 있어. 그 와중에도 너에 대한 루머는 계속해서 퍼지고있고. 너가 밝혀지는건 시간 문제야."

"……"


사생들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기자들의 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캔들 하나 없는 두준에게 숨겨놓은 남자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아마도 나일 거라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다. 나에게 하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들이 노출되면서 윤두준은 다정하고 훈훈한 남친의 대명사로 떠올랐고 나 같은 '남자' 를 만난다는것이 퍼지면 그 이미지 역시 추락할것이다. 게다가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 라는건 연예계에서 추방 당할거라는것과 다르지 않았다.


"윤두준은 너를 져버리고싶어하지 않아. 너도 윤두준에게서 버려지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가 이 일을 시작한건."

"……"

"윤두준을 탑스타로 만들기 위함이야. 처음부터, 갈고 닦이지 않은 윤두준을 봤을때부터 나는 믿었어. 윤두준의 스타성을 말이야."

"……"


그런 윤두준의 하나의 흠은 너야. 하고 말하는 듯한 현승의 풀렸지만 명확한 눈빛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나는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영원. 그런 단어 따위는 믿지 않았다. 윤두준을 만나고나서의 행복 역시 영원이 아니었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고난과 시련 역시 영원은 아니었다. 지금 편안하고 기복 없는 무료한 삶을 사는것도 영원이 아닐꺼라고 나는 자신을 채찍질을 하듯이 항상 생각해왔다. 그리고…윤두준과 나 역시 영원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떠나는게 맞는걸까?"

"……"

"내가 윤두준에게 버려지는게 맞는거야?"

"…아니라고는 말 못 해. 난 너가 소중한만큼 윤두준도 소중하니깐. 매니저에게는 당연히 연예인 욕심이 있는거잖아."


두준이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하는 날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해가며 하루 하루 먹고 살것을 걱정하고 이런 일을 언제까지 반복할지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던 날들을 생각하면 지옥같지만 그래도 그때는 나에게는 너만이, 너에게만 나만이 존재했으니깐.


"지금 당장 흔적도 없이 사라져달라는거 아니야. 난 처음부터 걱정했지만 너 역시도 너의 삶을 살아야지.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이면서 살아가는건 아니잖아."

"…지금으로부터 열흘 뒤에 나는 떠날 생각이었어."

"……"

"너가 이렇게 말 안해줘도 나는 윤두준에게 있어서는 안되는 거란거 알았다고. 언제까지 윤두준은 나만의 윤두준이 아니니깐. 처음! 아저씨가 준 명함을 받고 고민하는 두준에게 웃어준게 후회 돼. 이렇게 두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줄 알았다면 그런 웃음따위 두준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꺼야."


두준은 회사를 찾아가기 전, 나에게 말했었다. 이게 우리 미래의 키가 될 수도 있는거라고. 더 이상은 누구에게도 무시 당하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그 날 나도 함께 설레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부질없는 설렘이었다. 결국은 그건 너와 나의 이별을 암시하는것이었으니깐.


"이참에 안했던 공부도 해보고, 하고 싶었던 노래도 공부할꺼야. 이정도는 두준이 나에게 해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할꺼고."

"……"

"두준이는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최고의 자리를 향해 가고있으니깐, 나도 더이상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을꺼야."

 

 

 

 

 

 

 

그냥 싸질러본 글이에요.

본진 글은 잘 안쓰는데, 기분 울적할때 가끔 써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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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연재하실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예요ㅠㅠㅠㅠㅠㅠ 좋아요ㅠㅠㅠㅠ
9년 전
굿럭
우와 댓글이다! 연재는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댓글 고마워요~

9년 전
독자2
신알신 할게용 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연히 들어왔다가 금픽 발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완전 재밌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굿럭
금픽이라니요ㅠㅠㅠㅠㅠㅠ
댓글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헐헐ㅠㅠㅠ 이런픽사랑입니다ㅠㅠㅠ 연재하세요ㅠㅠㅠ 짜 꼬박꼬박볼자신있어요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240.139
분위기쩐다..하흐헠 인물설정부터 진부하지않아서 좋네요ㅜㅠㅠㅠㅠㅠㅠ비록비회원독자이지만 오늘부터잘부탁드려요!!
8년 전
비회원240.139
앗 실례지만 혹시 암호닉신청되나요..?
된다면 얼룩말 로부탁드려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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