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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노인은 누구일까요?ㅎㅎ 맞춰보세요! 아마 세종이 될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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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월하노인이라고 세상 모든 혼인을 담은 책과 붉은 실을 가지고 다니며 사람들을 붉은 끈으로 묶어주어 인연을 만들어주는, 그러니까 혼인을 하게 해주는 노인이 있었어. 옛날 중국의 위고라는 사람이 맨 처음 월하노인을 발견했다고 해.
그런데 그거 아니? 요즘엔 월하노인이라고 해서 꼭 노인의 모습도 아니야. 물론 본질적인 성별은 남성이라 변하지 않지만, 어떤 날은 네다섯 살 난 꼬마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건장한 청년의 모습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날은 칠십 먹은 노인의 모습이기도 하고. 위고가 월하노인을 발견했을 때 노인의 모습이었던 거지, 월하노인의 실제 나이나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고 해. 웃기지 않니?
그래서 지금부터 월하노인이 맺어준 한 인연의 이야기를 들려줘 볼까 해. 잘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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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름없이 월하노인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어. 오늘은 어떤 이들이 새로운 부부의 연을 맺게 될까, 혼자 생각하면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지. 지금 월하노인의 모습은 꾀죄죄한 옷을 입은 기껏 해봐야 20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순둥한 모습의 남자였지. 월하노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남자와 여자를 맺어주는 것만은 아니야. 안 그러면 동성애가 어떻게 생겼겠어? 월하노인은 남성이건 여성이건 신경 쓰지 않고 가장 잘 어울리는 둘을 찾아 서로 맺어주는 역할을 했어. 그런데 아무리 포장이 잘 된 길이라고 해도 오래 걸으면 다리가 아프잖아. 월하노인이라고 별수 있겠어? 하는 수 없이 주변을 둘러보다 마침 큰 바위가 보이길래 그나마 평평해 보이는 바위 위에 철푸덕 주저앉아 다리를 주물렀어.
다리도 아프겠다 그냥 그 상태를 좀 더 유지하기로 한 월하노인이 소매 속에 넣어두었던 붉은 실을 꺼내 이리저리 만져댔어. 괜히 실을 풀어서 손에 감아보기도 하고 위로 높이 던졌다 받기를 여러 번 되풀이하던 월하노인이 실이 끊어질까 다시 조심조심 실을 감아 소매 속에 넣고 이번엔 꽤 두꺼운 장부를 꺼냈어. 앞에서부터 펼쳐 차근차근 글씨를 훑던 월하노인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 모두 월하노인이 맺어준 연이었거든.
그렇게 장부를 몇 장 넘기다가 결국 읽기를 포기한 월하노인이 다시 장부를 소매 속에 넣었어. 그동안 자기가 얼마나 많은 연을 맺어줬는지 너무 많아서 읽기도 힘들 정도인 거 있지? 할 일이 없어 심심해진 월하노인이 끙차, 하는 소리를 내며 일어나 다시 여행에 나설 채비를 했어. 그런데 저기서부터 어떤 사내가 하나 급하게 뛰어오는 거야. 저게 뭔가 싶어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가만히 보던 월하노인이 한쪽 눈썹을 살짝 올렸어. 아니 글쎄, 다 큰 사내놈이 헐레벌떡 뛰어와서는 제 앞에서 헉헉대는데 누가 좋아하겠어? 여하튼 아니꼬운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던 월하노인이 남자에게 말을 꺼내려는데, 남자가 한발 빨랐어. 월하노인이 입을 채 열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로 질문을 꺼냈지.
"그쪽이 소문으로만 듣던 월하노인이 맞으십니까?"
"누군데 함부로 월하노인의 이름을 입에 담는가?"
"제 인연을 알 수 있을까 해서 찾아뵈었습니다. 월하노인이 맞으신 지요?"
못 미덥게 고개를 끄덕인 월하노인이 남자의 이름을 물어 듣고는 곧 답을 주었지. 인연을 알고 싶다고 어렵게 어렵게 자신을 찾아왔는데, 함부로 내칠 수는 없지.
"오 가(家)네 집 장남 오세훈이라..."
"...있습니까?"
"김 가(家)네 집 차남이랑 연이 맺어져 있네."
"지금 차남이라 하셨습니까?"
월하노인의 대답을 들은 남자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어.
"해오름달 열나흘이라고 적혀져 있는데. 어디 보자, 종인이구먼!"
"확실합니까?"
남자의 말을 들은 월하노인의 인상이 급격히 찌푸려지기 시작했어.
"지금 월하노인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면 썩 꺼지게나!"
그제야 남자가 손사래를 치며 머쓱하게 웃었어. 그리곤 이내 감사의 표시를 보이며 저 멀리 사라져갔지. 남자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월하노인이 장부로 시선을 돌리더니 붉은 실을 꺼내 허공으로 던졌어.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붉은 실이 어딘가로 홱 날라가더니 저절로 실이 끊긴 거 있지? 월하노인은 그저 허허 웃으며 장부를 확인하고 뿌듯한 얼굴로 다시 길을 나섰어.
월하노인의 장부엔 세훈의 이름과 종인의 이름 사이에 붉은 선이 이어져 있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