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사장의 권한으로 일찍 레스토랑을 나온 크리스는 오랜만에 타오와 퇴근길을 함께 하는 중이였다. 요즘에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 함께 하지 못해 기분이 다운되있던 크리스는, 간만에 얼굴에 한가득 웃음꽃을 피었다. 그건 타오도 마찬가지인듯 크리스의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고개를 까딱거렸다. 타오의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핸들을 꺾던 크리스는 아직 널널한 시간을 확인하곤 좋은생각이 났는지 타오에게 말을 걸었다. “타오, 오늘 바빠?” “응? 아니여.” “그럼 우리집 갈래?” “크리스집??” “응, 우리집.” “응, 갈래!”
밝게 외치는 타오의 대답이 마음에 들은 건지, 한 손으로 타오의 머리를 쓰다듬던 크리스가 방향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타오에게 상을 줄까, 생각하는 크리스는 음흉함을 한가득 품고 있었다.
곧이어 한적한 곳에 위치한 크리스가 사는 단독주택에 도착하고,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세단이 매끄럽게 주차되었다. 서둘러 차에서 내린 타오는 마당까지 있는 커다란 집에 우와,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타오에 크리스가 좋아? 하며 묻자, 고개를 끄덕인 타오가 먼저 들어가는 크리스를 쪼르르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늘색 지붕의 커다란 하얀색 집은 한 면이 모두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 밖의 풍경을 관찰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쁘다….”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반짝거리는 불빛들을 구경하는 타오를 보며 웃은 크리스가 자켓을 벗어 걸쳐두고는 소파에 편히 앉았다. 아, 배고프다. 타오, 배 안 고파? 그 말에 타오가 고개를 돌려 초롱초롱한 눈으로 크리스에게 물었다. 크리스, 배고파요?
“내가 파스타 해줄게요!” “어, 진짜?” “응, 경수한테 배웠어, 내가 해줄게요!”
자신있게 말하며 부엌으로 향하는 타오에 크리스의 기대감이 터질듯이 상승했다. 냉장고에서 재료를 둘러보던 타오가 이것저것을 꺼내더니 손을 깨끗이 씻었다. 궁금해진 크리스가 부엌으로 와서는 재료를 확인하고 물었다. 까르보나라 만들게? 벌써부터 집중하느라 대답할 시간도 없는건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 타오가 베이컨을 자르기 시작했다. 물론 타오도 실력 좋은 셰프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칼에 베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생각 때문에 크리스가 타오의 주변을 맴돌았다.
“크리스, 앉아 있어요.” “그래도 불안해. 칼 조심해.” “알았으니까 앉아요. 정신 사나워.”
평소 주방에서 경수가 찬열에게 자주 써먹는 정신 사납다는 말을 사용한 타오가 계속 서있겠다는 크리스를 억지로 자리에 앉혔다. 그에 평소의 상남자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삐진 크리스는 가만히 앉아 타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정신 사납다니… 그건 박찬열, 변백현, 김종대 같은 애들한테만 쓰는 건데…. 은근히 비글 삼형제를 까는 크리스였다.
“짠! 먹어요!”
턱을 괴며 구경하던 크리스가 해맑게 웃으며 음식이 담긴 접시를 가져오는 타오에 따라서 웃어보였다. 오, 맛있겠는데? 먹음직스럽게 담긴 파스타에 감탄을 하자, 타오가 부끄러운듯 웃어보였다. 크리스가 한 입 먹자 타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얼굴에 나 긴장되요, 라는 생각을 하는게 다 드러났다. 먹지도 않고 자신의 맛평가만 기다리고 있는 타오에 크리스가 소리내어 웃었다.
“음, 타오.” “에, 에?” “진짜 맛있어.”
더 놀려줄까 생각하다가 말을 기다리는 타오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서 사실대로 말해버렸다. 타오는 맛있다는 말이 그렇게 좋은건지 해맑게 웃고는 그제서야 자신도 포크를 들곤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흘리며 먹는 타오에 칠칠이라고 놀린 크리스가 휴지로 흘린것을 일일이 닦아주었다. 나 칠칠이 아니에요! 삐진듯 소리치는 타오에 바람이 새듯 웃은 크리스가 더 삐지기전에 타오를 맞춰주었다. 그래, 칠칠이 아니야.
“설거지는 내가 할게.” “아니야, 내가 할게요.” “괜찮아, 이렇게 맛있는 음식 해줬는데 이건 당연히 내가 해야지. 집구경 하고 있어.”
음, 알았어요 그럼. 미련 없이 부엌을 떠나는 타오에 크리스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옆에 있어주지, 가란다고 진짜 가냐….
한 편, 크리스의 말대로 집 구석구석을 구경하던 타오가 하얀색 문을 열곤 방으로 들어갔다. 하얀색의 벽지와 깔끔한 가구들에 바로 크리스의 방임을 알아챈 타오가 책이 한가득 꽂혀져있는 책장으로 다가갔다. 이게 뭐지? 리더가 되기 위한 5가지 방법… 권력자… 권력의 힘…. 크리스는 이런 책을 좋아하나보다. 권력이 뭔진 모르겠으나 크리스의 생일날 권력이란 글자가 들어간 책을 사주기로 마음먹은 타오가 맨 위쪽에 자리잡은 꽤 두꺼운 넓이의 큰 책을 집어들었다.
“어, 앨범이네?”
책이 아니라 다름 아닌 크리스의 옛모습이 가득 담긴 앨범이였다. 마치 야동을 발견한듯이 타오의 눈이 반짝거리며 빛났다. 크리스의 어린시절 사진을 보며 귀여운듯 웃던 타오가 학창시절 사진을 발견하곤 표정을 굳혔다. 크리스도 처음부터 잘생긴건 아니였구나….
“어??”
혼자 찍은 사진이나 남자인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 밖에 없는 앨범에 만족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여자랑 찍은 사진을 딱 한장 발견했다. 이게 누구지, 여자 친구? 타오가 그 사진을 손에 든 채로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입을 쭉 내밀었다. 예쁘장한 여자에 샘이 났다. 나 좋다면서, 여자친구 있는거야? 괜히 나는 심통에 앨범과 사진을 아무렇게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방을 빠져나왔다.
“뭐해?”
크리스는 지금 답답해 죽을 지경이였다. 설거지를 끝내고 기분 좋게 타오에게 물어보자 돌아오는건 소파에 앉아서 시선을 TV에 고정한 채로 대충 대답하는 차가운 타오의 말 뿐이였다. 이런 적은 처음이기에 당황한 크리스가 뭔일이 있었나, 하며 방에 들어가 보았지만 책상위에 올려진 앨범과 성전환 수술을 한 자신의 친구와 찍은 사진밖에 발견하지 못해 그냥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을 빠져나왔다.
“타오, 영화 볼래?” “맘대로 해여.”
여전히 TV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말하는 타오에 크리스가 결국엔 타오에게 이유를 물었다. 타오, 대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지은 타오가 무릎을 끌어안은 채로 말없이 TV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크리스가 아무말이 없다는걸 알아채곤 힐끗힐끗, 곁눈질로 크리스를 지켜보았다. 화 많이 났나? 속으로 안절부절 못하다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사진속 여자에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걸었다.
“크리스, 그 여자 누구에요?” “무슨 여자?” “그 여자요, 긴 머리.” “어?”
크리스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답답해진 타오가 크리스의 방으로 들어가더니 책상위에 던져놓은 사진 한 장을 들고 거실로 나왔다. 그러곤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는 크리스의 눈 앞에 당당히 그 사진을 내밀었다. 이 여자! 화가 난듯이 소리치는 타오에 사진을 받아들은 크리스가 사진을 보곤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거 때문이야? 그런 크리스의 반응에 더 화가 난 타오가 누구에요! 하며 사진을 빼앗듯 가져갔다.
“이거 남자야.” “응?” “성전환 수술한 친군데, 그 기념으로 같이 찍은거야.” “성전환?” “음, 그러니까 남자가 여자가 되는 수술.” “…….”
헐, 망했다. 타오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듯했다. 여전히 자신을 보며 웃는 크리스에 타오가 안절부절 못하다가 잔뜩 빨개는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그, 그래도 여자 잖아여! 내가 처, 처음이라고 그래 놓고…어, 아니, 이게 아닌데…. 크리스는 그런 타오의 모습이 더 귀여운건지 얼굴 가득 아빠미소를 지었다.
“우리 타오, 질투했어?” “아, 아니에여!!!”
여전히 얼굴이 새빨간채로 소리치는 타오에 크리스가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아, 너무 귀엽다.” “아, 아니에요! 타오 멋져….” “앞으로도 계속 질투해줘.”
질투 아, 아니라니까여!! 자신의 손을 피하며 말하는 타오에 크리스가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그러니까 자고 가. 뭔가 이상한 앞 뒤가 안맞는 말이였지만, 계속 된 질투 공격에 정신이 없어진 타오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알겠다며 수락을 해버렸다. 어, 진짜지? 그런 타오에 크리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때는 한가로운 주말, 항상 주말에는 페인 처럼 집에만 있는 백현이 오랜만에 따사로운 햇빛을 받기 위해 집을 빠져나왔다. 음, 이 오랜만에 하는 광합성이란. 혼자 헛소리를 하며 길을 천천히 걷다 동네에 있는 큰 도서관에 도착했다. 예쁜 문학소녀를 보기 위해? 그냥 지식남인척 하기 위해? 다름이 아니라 오랜만에 찾을 책이 생겨서다. 주변 사람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변백현이 찾을 책이 다 있어? 하며 비웃을 법한 일이였다.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뀐 도서관을 신기한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베스트 소설 칸으로 다가가 제목을 쭉 살펴보았다. 여기 어딘가에 있을텐데…. 한참을 소설칸에만 왔다갔다 거리던 백현은 찾는 책을 발견했는지 환하게 웃고는 높은곳에 올려져있는 책을 꺼내들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한시 반이였다. 뭔가 중요한걸 까먹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대수롭게 넘기고 도서관 에티켓을 지키기 위해 전원까지 깔끔하게 껐다. 하, 역시 매너남 변백현. 그런데 이상하게 두 장 정도를 읽자마자 몰려오는 잠에 백현이 느리게 눈을 꿈뻑거렸다. 이건 절대 책을 봐서 졸린게 아니다. 어제 청소당번을 하느라 늦게 잠들어서 그런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 합리화를 시키던 백현이 자꾸만 감기는 무거운 눈꺼풀에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10분만 이러고 있자, 10분만……. “뭐야, 왜 안오지….”
한 번도 약속에 늦은 적이 없는 백현인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동글동글한 머리가 한참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두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혹시나 해서 어제 나눈 대화를 살펴보아도 약속시간은 두시가 확실했다. 벌써 30분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간에 찬열이 인상을 찡그렸다. 문자와 카톡은 진작에 해봤고, 전화 까지 해봤지만 꺼져 있는 핸드폰에 점점 더 불안함이 커져 갔다. 결국엔 백현의 동네에 있는 공원에 앉아 있던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백현의 집으로 향했다.
“백현아!! 변백현!!”
한참동안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봐도 답이 없는 안에 결국 비밀번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가보았지만, 집 안에는 아무도 없이 휑하기만했다. 그에 더 당황한 찬열이 빠르게 집을 빠져나왔다. 진짜 무슨일이 생긴건가…. 다급해지는 마음에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떠오른 경수에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경수야! 너 백현이랑 있어?” -어? 나 지금 종인이랑 있는데. 백현인 왜? “하, 변백현이 연락이 안 돼.” -뭐? 기다려봐. 나 여기 백현이 집 근처니까 한 번 찾아볼게! “어, 고맙다.”
뭐야, 도경수랑 있는 것도 아니고…. 전화를 끊은 찬열이 그래도 같이 찾아준다는 경수의 말에 그나마 안정을 찾은 뒤, 다시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런적은 처음이라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미 한 바퀴를 다 돌았는데도 보이지 않는 백현에 안되겠는제 이번엔 이씽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형, 혹시 백현이랑 있어?” -백현이? 아니, 주말마다 너랑 있잖아. “형, 지금 백현이가 사라졌어… 연락이 전혀 안 돼.” -거짓말 아니고? 잠깐만! 그 쪽으로 갈게!
그렇게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세시경. 11명의 변백현 찾기 대형 프로젝트가 실시되었다. 그 중 이 프로젝트의 주도자 찬열은 다시 처음에 만나기로 했던 공원으로 열 명을 끌어모았다. 그 곳엔 데이트 하는 중이던 종인과 경수를 비롯해, 찬열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나온 이데알레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두시에 만나기로 했다구? 백현이는 시간 늦는애 아닌데….” “그러니까.. 우선 우리도 돌아다니면서 찾아볼게.”
백현이 사라졌다는 찬열의 말에 급하게 나온 맏형 민석과, 장난을 자주 치지만 동생이라면 끔찍히 아끼는 루한 역시 방금 일어난건지 약간은 초췌한 얼굴로 공원에 나타났다. 그렇게 적극적인 둘과는 달리 잔뜩 귀찮은 표정을 짓는 크리스에 타오가 뭐라 핀잔을 주더니 백현을 찾는다며 사라져버렸다. 진지할날이 없는 종대도 오랜만에 굳은 얼굴로 백현을 찾기 바빴다.
“아니, 이 형은 무슨 주말에도 일을 벌여요?” “세훈아, 빨리 찾자.” “저 어제 잠 못잔거 알면서 그러기에요…?” “적극적으로 찾으면 내일 영화.” “당장 찾으러 가죠.”
한참을 투덜거리던 세훈은 준면의 한마디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백현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백현이 형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나? 오글 거리는 말투는 덤으로 말이다.
이데알레 사람들이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아직까지도 잠을 자고 있는 백현은 피자를 한가득 만들어주는 찬열이 나오는 꿈에 헤실헤실, 자는 와중에도 미소지었다. 정말 근 한달동안 가장 행복해보이는 미소였다. “그냥 나혼자 찾아 볼게. 진짜 미안해, 다들. 내가 찾으면 연락 줄게.”
시간은 벌써 7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여전히 꺼져있는 핸드폰에 찬열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대체 몇시간 짼지, 전부 지친 모습에 찬열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괜찮다며 백현이 애도 아니고 금방 찾을거라는 말을 한마디씩 한 열명이 각자 집을 가기위해 흩어지려는 그 때 였다.
“헐, 잠깐만!” “왜?”
나.. 나 변백 어디있는지 알거 같은데… 하하…. 종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찬열을 바라보았다. 뭐? 나머지 사람들이 그 말에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둘에게로 다가왔다. 그래도 다행이라며 안심을 한 찬열이 종대에게 앞장을 서라 말했다. 그들이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곳은 백현의 집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이였다.
“아씨, 얘가 너하고 만나기전에 여기 들렸다 간다고 했거든.” “…….” “여기에서 읽을 책 있다고 했는데….”
뭐? 벙쪄있는 멤버들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빠르게 도서관 안으로 들어간 찬열은 구석에서 자고 있는 백현을 발견하곤 하, 바람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갔다. 백현은 뭐가 그리 좋은지 미소까지 지으며 자고 있었다. 어이가 땅을 치면서도 다행스러운 마음에 찬열이 백현의 머리에 가볍게 꿀밤을 먹이고는 도서관 밖으로 나가 자신을 기다릴 이데알레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백현이 안에 있어?” “응, 찾았어… 다들 미안하고, 나중에 내가 밥 한 번 살게. 진짜 고마워.” “괜찮아, 찾았으면 된거지! 이만 가볼게!”
고맙다며 계속 인사를 하던 찬열은 열명을 모두 돌려보내고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와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 백현의 옆에 소리나지않게 앉았다. 참나, 무슨 책을 보길래 이렇게 잠을 자. 백현의 팔 밑에 깔려 있는 두꺼운 책을 조심스럽게 꺼낸 찬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찬열이 읽고 싶어 하던 책이였다. 그러고보니… 문득 찬열의 머리로 백현과 나눴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몇 일전, 찬열이 사촌동생에게 동화책을 선물해준다며 퇴근하는 도중 백현을 끌고 서점에 들린 적이 있었다. 그림이 아기자기한 동화책을 고른 후, 책을 좋아하는 찬열이기에 베스트 소설 코너를 돌고 있었는데 마침 마음에 드는 책을 딱 발견했었다. 한참동안 그 책에 정신이 팔려있자 백현이 와서 의아한 얼굴로 찬열을 바라보았다. 이거 읽어보고 싶어.
“아~ 이거? 나 이거 읽어봤어.” “니가 책도 읽어?” “야, 나를 뭘로 보고….” “뭔 내용인데?” “…어? 지, 지금 늦었으니까 주말에 만나면 알려줄게! 좀 내용이 길어서….”
어쩐지, 그렇게 말하기 좋아하는 변백현이 웬일로 그냥 넘어가나 했다. 찬열이 미소지으며 백현의 앞머리를 정리했다. 하여간… 그나저나 자신을 만나기 전부터 자고 있던거라면 벌써 5시간 이상을 자고 있다는건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생각을 도통 하지않는 백현에 찬열이 고민을 하다 결국 백현을 등에 업고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민폐네, 민폐. 새근새근 잘도 자는 백현에 한숨을 내쉰 찬열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에 백현을 안전하게 눕힌 찬열이 이불을 꼼꼼히 덮어준 후, 서랍에서 노란 포스트잇을 꺼내 무언가를 또박또박 적은 후 만족스럽게 웃었다. 잘 자, 마지막으로 인사를 마친 찬열이 백현의 집을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두시간 후, 백현은 일어나자 마자 보이는 방에 놀라 눈을 번쩍 떴다. 나 분명 도서관이였는데???? 이게 뭔 일이지?? 아직 꺼져있는 핸드폰이 생각나 얼른 전원을 킨 백현이 수십통의 부재중 통화와 백여통이 넘는 이데알레 사람들에게서 온 카톡이며 문자에 그제서야 찬열과의 약속이 생각나 어떡하지…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10시가 되어가는 시간을 보고 경악을 했다. 대체 몇 시간을 잔거야… 내가 미쳤지 정말. 너무 오래 자서인지 밀려오는 두통에 누워있는 채로 손을 들어 머리를 부여잡자, 이마에 이상한게 잡혔다. 이게 뭐지? 이마에 붙어있는 노란색 종이 쪼가리를 떼어낸 백현이 거기에 적힌 문구를 발견하곤 천천히 읽었다.
[백현아, 구라 즐이고 잘자^^]
???????…?????????? 구라 즐이고 잘 자…? 서, 설마… 박찬열이 도서관에서 나 발견하고 집까지 데려다 준건가?? 그러면 그 책 봤을 텐데…설마 이 구라라는게….
“시발, 쪽팔려!!!!!!!!!!!!!”
백현은 벌떡 일어나 앉아 오랫동안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어서 그런지 발개진 이마를 발견하지 못한채로 집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정말, 설마가 사람 잡는 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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