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 5
"NG-!"
감독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촬영장에 꽥 울려퍼지자 징어는 정말이지 제대로 알 수 있었어. 아오 이거 진짜 최악의 알바였어!하고말이야. 이 쌩쌩부는 강풍 속에서 야외 촬영이란 것만으로도 충분히 앓는 소리가 끙끙 흘러나오는데 이건 뭐, 첫 촬영 시작 시간인 9시부터 지금까지 대략 2시간 가까이 시간이 지났건만 진도는 아-주 더디게만 흘러갔기때문이지.
정말이지 진짜 연기 배우러왔다가 성격만 더러워져서 갈꺼같은 기분으로 징어는 속으로 꿍시렁거렸어.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그것을 배워가자 라는 마음으로 이 알바를 뛰러 왔던 징어였지만 애초에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 실력이 뛰어난가 안뛰어난가를 확인할 생각을 하지 못한 징어의 미련한 실수가 원인이었지. 징어는 스스로 아오, 이 병신하며 머리를 내리쳤어.
"하라씨, 좀 한 번에 쭉 가자, 응-? 오늘따라 왜이렇게 버벅거려."
징어가 자학을 해대고 있는데 감독이 다시 연기 감정을 잡고 있는 듯해보이던 여배우에게 짜증과 격려를 포함한 말을 건네. 그에 여배우가 네하고 웃어보임에도 불구하고 징어의 주위에 있던 다른 여자 엑스트라들은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며 소근거리기 시작해.
"뭐가 오늘따라야? 저 년은 맨날 저러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비웃음 가득한 조롱으로만 가득 찬 말투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닌 것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괜시리 같이 짜증이 난 징어가 인상을 찌푸리는데 그 순간 여배우가 뒤를 확 돌아봤고 이내 징어랑 눈이 마주쳤지. 그에 놀란 징어가 순간적으로 시선을 피하자 여배우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촬영장에 울려퍼졌어.
"죄송합니다만, 감독님! 도저히 연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겠는데요! 뒤에 선 엑스트라들이 대놓고 사람을 너무 욕해대서 말이죠, 아무리 엑스트라라지만 적어도 인성은 제대로 된 사람을 고용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감독님!"
징어를 쳐다보며 말을 하는 여배우의 모습에 징어는 순간적으로 멍해졌어.
아..아니, 내가 당신 욕 한거아닌데요?
하고 반박할 생각도 하지못하고 징어가 멍하니 있자 촬영장에는 썰렁함이 감돌았어. 이윽고 감독이 여배우에게 뭔가 말할려는 듯 하라씨하고 부를려는 순간, 카메라 장비들사이에서 장난끼 섞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에이 하라씨, 아니야. 번지수 잘못 찾았어. 그 쪽이 아니라 저 뒤에 두명이 수근거린거고. 그 여자분은 하라씨 욕 듣고 같이 인상 찌푸려준 고마운 분이시라고."
-
"미안해요, 그냥 뒤에서 들려오길래 뒤돌아서 소리친다는게 엄한 사람을 붙잡았네요."
징어의 손을 꼭 잡고 말하는 여배우, 아니 구하라씨에게 징어는 아니예요 괜찮습니다하고 형식적인 말로 하라에게 괜찮음을 표시했지만 하라는 못내 계속 맘에 걸렸는지 징어의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사과를 이어가고있었어.
"뭘 그리 눈치를 봐? 보는 내가 속탄다. 니 말대로 한낱 엑스트라인데 이 드라마 여주공인 구하라씨가 그리 눈치를 보셔야하나."
아까 갑작스레 등장한 남자가 징어의 편을 들어주자 감독은 잠깐 상황을 둘러보더니 잠깐 쉬어가자 말했어.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하라는 징어의 손을 잡고 천막이 처져있던 임시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오더니 줄 곧 사과만을 해왔고. 갑작스레 등장했던 남자, 그러니깐 이 드라마의 남주인 김종인은 같이 따라들어와서는 지금까지 계속 장난끼어린 말로 하라의 속을 벅벅 긁고있었지. 안그래도 미안해하고 있는 하라인데 거기다가 가장 미안했을 말을 던지면서말이야. 징어가 느끼기에도 우와, 정말 얄밉다싶은 사람이었지.
"아, 오빠!! 나 약올려?!"
그 장난을 꿋꿋이 무시하고 계속 징어에게 사과부터 하던 하라였지만 이제는 한계였는지 하라도 뒤를 쳐다보며 종인에게 소리를 내질렀지.
"뭘 그리 발끈해, 찔리면 디스 안찔리면 농담이야 임마."
키득거리며 말하는 종인의 말은 직접 듣는 당사자도 아닌 징어가 생각해도 열받기엔 충분했어. 저 남자랑 친해지면 저렇게 장난질을 당하겠구나 싶어서 친해지고 싶다고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친해질 기회가 생기더라도 친해지진 않아야지하고 징어가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데 하라를 놀리며 계속 웃어대던 종인이 갑작스레 징어를 휙 쳐다봤어.
"싸인해줄까?"
"네?"
"하라말 듣고 그래도 자존심상했을거같아서 말야. 보통 이런 알바하는 이유는 연예인보고싶어서기도 하잖아? 나나 하라 볼려고온거면 싸인이라도 해줄게. 그냥 한마디로 말하자면 화내서 꽁한 상태로 집가진 말라고."
아무 생각없이 그저 하라를 놀리는 재미만 느끼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런 말을 하는거보고 징어는 문득 생각했어. 아, 저사람. 되게 속으론 사람을 걱정하는구나. 속은 깊은 사람이구나하고 말이야. 문득 팬이예요!를 외치고싶게만드는 종인의 따스한 느낌에 징어는 네 싸인해주세요!를 외칠까 하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어보였어.
"아니예요, 연예인볼려고 온거아니에요. 그래도 이렇게 애기하는거 들어보면요. 두 분 팬 될꺼같긴해요. 두분 다 너무 좋은 분들 같아서."
"어? 종인오빠 팬 아니었어? 난 보통 엑스트라알바로 오는 여학생들은 그러길래.. 종인오빠 싸인하나 받아내서 그거 들고 또 사과할 참이었는데."
"아니예요, 그러실 필요없어요."
"그럼 뭔 이유로? 무슨 이유로 이런 알바하러왔어? 일당은 그닥 안좋은 편인데."
"그...연기..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들을 직접 보고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하는건지 제대로 배우고 가고싶어서요."
당일 바로 입금이 되서요하고 대충 둘러댈까하던 징어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두 명의 시선에 이내 그냥 둘러대는 거 없이 솔직히 털어놓았어. 어쩌면 너무나 구차해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긴 했으나 이렇게 속 시원히 털어놓는 것도 나쁠건 없다고생각하고말이야.
"연기가 좋아?"
"아니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냥 한 번 엑스트라를 하게 됬는데 카메라 앵글을 못 쳐다보게 하더라고요. 그 때 그냥 절실히 바랬어요. 저 앵글을 제대로 쳐다보고싶다고.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온거고."
엉성한 답변이었지만 징어로서는 제법 성심성의껏 대답한건데 뭔가 징어를 멍히 쳐다보는 하라와는 다르게 종인은 뭔가 맘에 안 든다는듯 인상을 찌푸린 채 징어를 쳐다봤어.
"이상해요, 이유?"
"아니, 계기는 다들 사소롭게 시작하는 법이니깐. 일단 뭐 좀 물어보자면. 너 누구랑 연애해본 적 있어? 친한 사람들 중 하나가 갑작스레 병에 걸리거나 사고 당한 적있어? 이런 저런 사소한 거에서부터 큰 거까지 일 겪어본 거 그닥 없지? 그냥 평범하게 집 학교루트 생활 반복해서 근데 거기다데고 남이 연기하는거 어깨 너머로 배워서 대충 하면 그럴 듯해보여도 뭔가 진짜 이상한..되게 묘한 연기가 된단말이야."
"어..."
생각치도 못한 폭탄 발언을 들은 징어는 어떻게 대처해야한단 생각도 안 들어 그냥 종인을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어. 그런 징어를 바라본 종인은 제법 진지했던 얼굴을 풀고 한 번 씩 웃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곤 징어에게로 주먹을 쥔 두 손을 내밀더니 손을 피고는 웃으며 애기했어.
"한개는 선물, 한개는 찍으라는 메세지."
펴진 종인의 손 안에는 사탕 한개랑 종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폰이 놓여있었고 선물이란 것이 사탕, 찍으라는 메세지가 폰을 의미한다고 생각한 징어는 사탕은 그대로 내입으로 직행시키면 된다 치고 폰을 찍으라는건데 내 번호를 찍으라는건가하고 의문에 휩싸였지. 종인이 자신의 번호를 탐낼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거든.
"뭐해."
"왜 찍어요?"
"응? 헐, 너 김칫국 마신거아니지? 너한테 관심있는게 아니라 배울만한 연기자분들 드라마 엑스트라자리생기면 꼽아줄려고 그러는거다. 하라 저건 연기 잘 하는 편은 못돼요. 맘 바뀌기 전에 후딱 입력해. 사탕도 안 먹으면 내가 먹는다."
올-종인오빠 파격 혜택인데 하고 감탄하던 하라는 자신을 비꼬는 종인의 말에 욱하는듯 싶었지만 연습할꺼야!하고 대꾸하는 걸로 마음을 진정시켰어. 그리고 그런 하라의 목소리를 들은 징어는 곧장 종인의 손에 있는 폰을 들고 자신의 번호를 입력시켰지.
아니, 이게 웬 떡이래! 싶은 심정으로말이야.
-
"세훈아."
"엉, 왜, 종인이형?"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된 당일 촬영을 끝내고 징어와 하라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들한테 인사를 하고 다음 스케쥴 장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자는 듯 아무런 소리도 안내고 가만히 있던 종인은 문득 운전을 하던 매니저, 세훈의 이름을 불렀어.
"왜 저번에 네 친구중 하나가 배우들 좀 전문적으로 키울 기획사세운다고, 우리 회사 배우 지망생 몇 명 실력자들 소개시켜달라고했다면서 나한테 괜찮은 애들 추천 좀 부탁했었잖아, 니가."
"어?어 그렇지."
" 그 친구 번호 좀 주라."
"뭐야, 형 기획사 옮길 생각은 아니지."
"헐, 아니니깐 번호 좀 주세요-"
슬쩍 말꼬리를 늘리며 말하는 종인의 말에 세훈은 알았어, 존댓말쓰지마 소름돋아. 하며 웃어댔어. 그에 알았다, 망할놈아 하고 외친 종인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혼자 조용히 씩 웃어봐.
내가 그랬잖아요, 나 하루살이라고.. |
전체적인 스토리만 잡아놓고 세부적인건 하루에 하나씩 쓰고 하루에 하나씩올립니다. 겁나 하루살이야. ..내가. 6분남겨놓고 마감이네요, 씐난다. ★내가 이김.. 은 늦었으니 각설하고 잡시다 다들 굳밤되여, 잘자여. 징어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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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