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Black! 02 |
경수는 눈을 꿈벅거렸다. 눈 앞에 있는게 정말 김종인 오세훈인가? 무언가 미심쩍은 기분에 경수가 고개를 휙 돌려 앉아있을 루한을 응시했다. 루한의 입가가 떡 벌어져 있었다. 경수와 자신의 눈이 마주치자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잡지를 확 들어올렸다. 거꾸로 들었어, 병신아. 하기도 전에 눈 앞의 종인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경수는 어벙하게 종인을 쳐다보다 '어, 안녕.'하고 대답했다. 그러고보니 종인의 주위에 사생들이 없었다. 경수의 휴대폰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경수는 감히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김종인이, 일미터 앞에 있다. "기,기기기기기,김종인?" 경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종인의 뒤에 있던 세훈이 경수의 말을 장난치듯 흉내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검지 손가락을 들어 종인이형, 저는 세훈이요. 하고 샐쭉 웃어보이는게 항상 멀리서 지켜보던 그 얼굴들이 맞았다. 경수는 개거품을 물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씨발, 항상 가까운듯 먼 곳에서 보던 얼굴들이 경수의 앞에서 생글생글 웃어보이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세상이 빙글빙글 돌 지경이었다. "저기 버블티 나왔어요." 옆의 아르바이트 생이 하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 경수가 패닉상태로 입만 벌리고 서 있자 앞에 서 있던 종인이 의아하게 경수를 쳐다보고는 자신이 대신 들어 경수에게 버블티 두 잔을 내밀었다. 받아요. 종인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경수가 버블티를 들어 서둘러 루한의 앞에 가져다 놓고 카메라를 들고 왔다. 뒤이어 버블티를 받은 종인과 세훈이 자신들을 불러 세우는 경수의 말에 자리에 멈춰서 경수를 응시했다. "사진 한 번만 찍어줘. 이번엔 공식 스케줄 따라다니는 팬이 아니라 진짜 순수한 의도로 길거리에서 만난 팬이라고 생각하고. 사실 그게 맞잖아. 응? 같이 사진 한번만 찍어줘." 경수의 간절한 소리에 뒤에서 루한이 목에 불나라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과 세훈이 곤란한 표정이 되더니 이내 간절하게 자신들을 쳐다보는 경수를 보고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경수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씨발, 신이시여. 아아, 예수이시여. 하늘에서 천사들이 나팔을 불며 경수의 머리 위로 안착했다. 종인이랑 찍은 사진은 인화 한 다음 영원히 집안 가보로 물려주리. 종인과 세훈이 포즈를 잡고 있는 그 사이에 경수가 끼어들었다. 씨익 웃으며 양 손을 브이자로 그리는 경수의 표정이 못내 그 나잇대의 짖궂은 남자성인 같았다. 종인은 꾸물대다 불편한지 한 손을 경수의 어깨위로 올렸다. 루한의 표정이 곧 썩어들어 갈 것 같았다. 루한의 표정을 보고서 경수는 졸도하기 직전이었다. 지금 자신 어깨에 걸쳐져 있는 것은 분명 곰새끼의 손이 아니라 김종인의, 크고 아름다운 손일 것임이 틀림 없었다. 아, 내 민석님. 루한은 경수의 사진을 찍어주며 중얼거렸다. 여기에 김종인이 아니라 민석이가 왔었어야 하는데. 루한의 표정이 울상으로 물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경수는 버블티 가게 밖으로 나서는 세훈과 종인을 보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다.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정말 나는 성공한 덕후야…. 경수가 카메라에 찍힌 종인이와 자신, 그리고 세훈의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Mr. Black! 02 作. Droplet * * "김종인." "형이라고 부르랬지." "형." "어." "평소엔 귀찮다고 거절하고 정색하고 거절하더니 오늘은 왜 사진 찍어줬대?" "귀엽잖아." 종인의 말에 세훈의 입이 벌어졌다. 평소에 장난도 많고 짖궂은 편이긴 하지만 남자한테 귀엽다는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여자한테야 귀엽다, 예쁘다 라는 말을 자주 쓰지만 그것마저도 종인에게서는 예외였다. 종인에게는 '귀엽다.'나, '예쁘다.'의 개념이 없는 것 같았다. 미쳤구나, 미쳤어. 세훈이 혀를 끌끌 차자 종인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미스터 블랙 홈마 귀엽잖아." 여자들이랑 별로 차이도 안 나는 덩치 가지고 사진 찍겠다고 걸걸한 욕소리를 내뱉는거 보면. 그 덕분인지 미스터 블랙 홈마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있기가 드물었다. 엑소 자체 대포들이 험악하기로 유명했는데 유난히 대포 홈마들이 두려워 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게 바로 도경수였다. 험악할 뿐더러 남자인 덕분인지 다른 여자들보다 힘도 셌기 때문에 경수의 반경 일미터 내에는 항상 사람이 없었다. 맨 앞자리에서 사진기를 들고 한참동안 종인을 쳐다보며 종인아 웃어줘. 하고 입모양으로 언질을 보냈다가, 종인이 못 본 척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울상을 짓는 경수가 얼마나 귀엽던지. 덕분에 종인의 요즘 화젯거리는 미스터 블랙의 홈마스터였다. 지나가다가 들은 적이 있다. 홈마스터의 이름이 도경수라고.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였다. 행사가 시작하기 전 천막에 있는데, 슬쩍 열린 천막 사이로 카메라를 든 남자 둘이 총총총 걸어가기에 쳐다봤더니 거기에 경수가 있었다. 오늘 경수와 같이 버블티 가게에 왔던 남자가 경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도경수. 오늘은 어디서 찍을 거야?'하고 물었던 것을 들었을 뿐이었다. 도경수. 이름도 꼭 어울렸다. 종인 뿐만 아니였다. 팬은 있어도 남자 홈마스터는 없는게 대부분이기 때문에 종인과 민석을 포함한 다른 멤버들도 경수와 루한으로 말이 많았다. 아마 신기하기 때문이겠지. 종인은 들고 있던 버블티를 한 번 쭉 빨았다. 안에 있던 버블이 쑥 밀려올라왔다. "몽글몽글하네." 도경수처럼. 종인이 경수의 어깨를 감싸안았던 왼손을 폈다. 아 기분 졸라 이상해. 종인의 중얼거림에 세훈이 소름돋는다는듯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더니 앞서 걸었다. 아, 김종인이 미쳤어요! * * 루한이 코를 틀어막았다. 아까부터 풍겨져나오는 풀내에 질식 할 것만 같았다. 풀내하면 자신도 만만치 않았는데, 시크한 척 욕이란 욕을 다 하는 경수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종인과 세훈과 사진을 찍자마자 사진관에 가서 이거 액자에 넣을 건데 가족사진 있잖아요, 그 크기로 인화 해 주세요! 하더니 곧바로 가까운 소품점에 가 그 크기에 맞는 액자를 사 온 것이 아닌가? 그 사진을 인화받은 경수가 하루종일 그것을 붙잡고서 사진에 연신 뽀뽀를 하고 있었다. 루한이 입을 틀어막았다. "토할 것 같아…." 진심으로. 경수는 뿌듯한듯 거실에 커다란 액자를 걸어놓고 하루종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엔 붉은 홍조까지 띄고서. 경수는 아, 하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익숙한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다. [경수야 종인이랑 세훈이 없어ㅠㅠㅠ] [나갔는데 어디갔는지 모르겠대ㅠㅠ] [애들 나온다] 둥의 실없는 이야기였지만, 유난히 눈이 가는 것은 '종인이랑 세훈이 나갔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대' 하는 내용. 경수는 다시 힐끔 액자로 시선을 가져갔다. 종인이랑 세훈이는 나랑 사진 찍었지롱. 이 얘기는 묻어두기로 하고 경수는 다시 휴대폰 화면을 껐다. 어차피 문자를 씹었대도 곧 연락이 올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경수는 카메라를 들어 맥북에 연결시켰다. 휴대폰에 있는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긴 후, 내일을 또 다시 대비해야 했다. 루한은 자리에 앉더니 혼자 다짐하고 있었다. 내일은 꼭 민석이 얼굴에 내 얼굴을 찜꽁빵꽁 박아넣으리! 경수는 컴퓨터로 옮긴 종인이와 제 사진을 바탕화면으로 지정해 놓았다.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은 루한이 고개를 젓곤 켜놓은 tv로 시선을 돌렸다. "어 음악방송 한다!" 요새 보는 낙이라곤 음악방송이 유일했다. 엑소가 나올 때는 진짜 신나게 봤었는데, 엑소가 들어가고 난 이후로 컴백 소식이 없다 보니 이제는 음악방송에 대한 흥미도도 점점 바닥을 치는 중이었다. 그래도 루한은 한국 문화가 신기하다며 열심히 음악방송을 보곤 했다. 경수는 인터넷을 써치하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팬들한테 미스터블랙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려나. 대체로 사진이 예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였다. 경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그렇지. 내가 어떻게 사진을 찍는데. 거실에 앉은 루한은 tv에 나오는 아이돌들을 보며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역시 한국 아이돌이 제일 예쁘다니까. 서양인들은 생긴게 너무 부담스럽고 일본인들은 좀 그래. 경수는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당연하지. 음악적으로 보나 얼굴로 보나 동아시아에선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한참 앞 서 있으니까.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어떤 신인들이 얼마나 더 나왔나 볼까. 경수가 어기적어기적 기어오자 루한이 옆으로 엉덩이를 비켰다. 경수는 루한의 옆자리에 앉아 tv를 응시했다. 그래도 엑소만큼은 아니네. 경수의 중얼거림에 루한이 맞응수했다. 그렇지?! 어휴 누가 엑소 찍덕들 아니랄까봐 정말 풀내난다. "뭐 챙기지?" 가방에 짐을 차곡차곡 쌓아넣는 경수를 보며 루한이 얼굴을 불쑥 내밀었다. 경수는 짜증스럽다는 목소리로, 평소에 하던거 넣어 병신아. 하고 툭 쏘았다. 경수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루한이 어휴, 저 히스테리한 새끼는 영원히 종인이 시선 못 받을거야. 하고 중얼거렸다. 루한의 말을 들은 경수가 무심코 얼굴을 들어 액자로 시선을 돌렸다. 종인이 활짝 웃고 있다. 옆에 세훈도 있었지만 그보다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종인이었다. 종인, 종인이! 아 내 종인님! 참지 못하고 액자로 다가가 액자를 슬슬 쓸어보이는 경수의 행동에 루한이 혀를 찼다. 미친놈. 루한의 말 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아마 민석이랑 사진을 찍지 못해 저런 걸 테다. 루한은 민석과 사진을 찍는다면 자신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고 생각하며 경수는 듣는둥 마는둥 서둘러 장비들을 가방에 챙겨넣었다. 내일 조금이라도 늦으면 좋은 자리 뺏긴다! 아마 내일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헬게이트 일 테다. 같은 헬게이트라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앞자리에서 헬게이트를 맛보는 것이 낫지 않은가? 게다가 소수의 찍덕들만 오는 곳도 아니고 경수의 소문을 모르는 엑소팬들, 혹은 일반인들도 많이 오는 곳이기 때문에 경수의 욕은 통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경수야~ 우리 영화 한 편 보자!" "처 자." 루한이 옆 방에서 DVD를 들고 오자 경수가 혀를 차며 이야기했다. 얼굴 잘 생기고 돈만많지 하는 짓은 어린애보다 못하다. 몇 달째 한국에 체류해 있으면서 그렇게 한국문화가 신기할까. 내일이 무슨 날인지 잘 알면서 팔랑팔랑 웃으며 뛰어오는 루한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 경수가 루한을 방문 바깥으로 밀어냈다. 루한의 표정이 순식간에 울상으로 물들었다. "개새끼야." "반사, 자동반사, 무지개반사. 내일 공항가는거 알면 좀 자." 경수의 말에 루한은 할 말이 없었다. 루한은 거친 경수의 말을 말빨로 이길 수가 없었다. 한국 말에 서툴거니와 한국 사람들 자체가 거친 말을 쓰기 좋아하는 종족(..)이었기 때문에 욕으로는 더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안 것은 욕에 대한 정의를 알았을 때였다. 처음 경수를 만났을 때, 기대도 하지 않고 왔는데 의외로 남덕이라는 경수의 얼굴이 귀엽고 동글동글한데서 한 번 놀랐다. 당시 경수는 까만 뿔테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뿔테안경인 덕분이었는지 경수가 스물 두 살 이라는 말에 더 놀랐다. 물론 빠른 년생이기는 했지만. 경수는 안경을 벗고도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커버가 될 정도로 어린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루한 자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순수한 얼굴로 미친새끼. 라 중얼거리는 경수 덕분에 루한은 며칠동안 미친새끼가 좋은 뜻인줄 알았다. 두번째 놀란 것은, 미친새끼의 뜻을 알고나서였다. 경수는 자주 미친놈, 미친새끼, 개새끼, 소새끼, 씨발놈. 등의 말들을 쓰곤 했는데 어감이 강해서 그런지 처음에 거부감이 들던 루한도 순수한 얼굴의 경수가 자주 쓰니까 좋은 뜻인줄 알고 썼던 것이 심각할 정도의 욕이란 것을 알고는 졸도할 정도로 게거품을 물었었다. 경수와 욕에는 상당한 괴리감과 거리감이 존재했다. 그것을 안 루한은 며칠동안 경수가 낯설어서 제대로 대하지도 못했다. 경수는 그걸 눈치챈 듯 했지만 경수의 행동거지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루에 백마디를 한다면 경수는 팔십마디 정도에 욕을 붙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야 나와, 꺼져. 대포로 대가리 찍어버린다. 그 덕분인지 루한은 경수에게 차차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살았던 23년보다 경수와 살고 있는 지금 몇 달이 더 익숙할 정도면 말 다했다. 한국의 욕은 다양하고 신기해서 배워두면 쓸모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작게나마 경수의 말투를 흉내내던 것이 이제는 욕이 입에 완전히 달라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중국 친구들이 한국 가면 먼저 배우는게 욕이라더니,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러다가 중국 돌아가서도 욕을 쓰면 어떡하나. 하고 작은 걱정이 밀려들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향후 몇년은 한국에 있을 계획인데. 루한은 침대 위로 엎어졌다. 가방 한가득 든 짐을 생각하며 뿌듯하게 미소지었다. 오늘은 민석이를 보지 못했지만 내일은 민석이를 보리! "일어나, 잠만보새끼야." 아침을 깨우는 경쾌한 경수의 목소리! 경수는 발로 루한의 얼굴을 몇번이고 내리깠다. 그럼에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루한도 어지간히 징했다. 경수는 차츰 불이나기 시작하는 휴대폰에 위험을 느끼고 루한의 X구멍에 X침을 시도했다. X구멍을 몇번 쑤시고 나서야 루한이 치질걸리겠다고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수는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 제 손을 씻어냈다. 아, 졸라 구린냄새 나. 경수는 준비까지 마친 뒤였고, 제가 나갈 시간을 루한이 지체시킨다면 망설임없이 집에 버려두고 공항까지 차를 밟을 의향이 있었다. 내심 그러기를 기도했지만 루한은 여보라는듯 빨리, 말끔하게 씻고 나와 경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경수랑 같이 생활하면서 는 것은 경수의 욕을 의연하게 넘기는 것과, 일찍 일어나서 어떻게 하면 빨리 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을 두고 가겠다는 경수의 엄포에 설마 두고 가겠어? 했던게 씻고 나오니 경수가 자리에 없던게 정말로 루한을 두고 간 것이었다. 그 이후로 루한은 경수의 엄포에 잠은 자고 빨리 일을 진행 시킬 수 있을 방법을 모색하다 경수가 얄미워 할 만큼 얌체스럽게 행동했다. 그런 루한을 보고 경수가 중얼거렸다. 졸라 얌체새끼. "달려! 더 밟아, 더!" 차가 막혔다. 씨발. 똥줄이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이러다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떡해. 이게 다 루한때문이다. 그런 경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속도로부터 쭉 밟기 시작하는 경수의 행동에 신이 났는지 루한이 소리질렀다. 원래 시간보다 일찍 나가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일찍 나오려고 했는데 그 놈의 루한덕에 좋은 자리는 개뿔, 공항에 입성하는 것도 찍지 못하게 생겼다. 짜증이 밀려온 덕분에 경수는 오른손을 들어 루한의 머리를 후려쳤다. 루한은 제 머리를 붙잡고 조용히 식었다. 이제야 좀 집중이 되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것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아 속시원해. 한 대만 더 때리면 확 가라앉을 것만 같았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공항에서 경수는 허망한 표정으로 공항안을 응시했다. 헬게이트가 따로 없다. 기자들 뿐만 아니라 사생들, 일반팬, 그리고 누가 왔나 싶어 구경하는 일반인들까지 모여서 공항 안은 말 그대로 혼비백산이었다. 경수는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루한이 어딘가에서 경수의 카메라장비까지 들곤 손짓했다. "경수야, 여기여기!" 루한의 손짓에 경수가 루한의 옆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평소 경수와 연락을 주고받던 사생 몇이 어, 왔네?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고 있었다. 경수는 땡큐. 하고는 카메라를 집어들었다. 이제 막 들어오던 참인지 엑소들이 하나 둘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경수는 카메라를 들었다. 동시에, 아직 가까이 오지도 않았는데 하나 둘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종인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경수는 침을 삼키며 플래시를 눌렀다. "종인아!!!" 순간 뒤에서 절규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수의 어깨를 세게 치고 나온 여자는 경수의 앞에 선 종인의 팔목을 잡아챘다. 그 악력에 밀린 종인이 바닥으로 넘어졌다. 순간 시끄럽던 주위가 조용해졌다. 아, 씨발. 카메라가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닥쪽을 응시하던 경수의 입에서 작게 욕지기가 터져나왔다. 왼쪽 어깨가 쳐졌기에 떨어지려는 카메라를 오른손으로 잡아 망정이지 오른쪽 어깨를 쳤으면 백퍼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을거다. 루한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경수가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곧 주위가 조용해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김종인이, 넘어져있다. 경수의 고개가 삐뚜름하게 돌려졌다. 자리에 서 있던 여자애가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더니 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주위에 있던 엑소 멤버들이 몰려들었다. 걔들 중, 민석이가 루한에게 다가와 말했다. "괜찮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 주세요." 루한이 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불길이 치솟은 경수는 루한의 목에 제 카메라를 걸어주곤 냅다 여자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야, 너 미쳤냐?" "미쳤냐고." 주위가 크게 술렁였다. 평소같으면 말렸을 사람들이 제 허리를 잡으며 절뚝이는 종인을 보자 그럴 마음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하기사, 말렸다고 해도 주위 사람들의 말은 절대 안 들었을 거였다. 공항에서 연예인들이 위태위태한 일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런 장면을 눈 앞에서, 자신의 최애가 넘어져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걸 직접 봤으니 경수성격에 절대로 참지 못하는건 당연했다. "저기, 흥분하지 않아도 돼요!" 경수의 목이 돌아갔다. 종인을 부축하는 사람들 중 유난히 작고 둥근 얼굴이 눈에 띄었다. 민석이다. 경수가 입술을 질근질근 씹었다. "종인이 괜찮대요, 흥분하지 말라고 전해달래요." 차분히 이야기하는 민석의 모습에 입을 꾹 다물었다. 주위 분위기를 보던 여자가 경수가 자리에서 미동도 않자 이 때가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도망갔다. 경수는 여자의 뒷모습만 볼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던 종인이 고개를 틀어 경수를 응시했다. 종인이 미소지었다. 괜찮아요. 하고 입모양으로 말하는 종인의 모습이 사진을 찍어 남긴 그 어떤 모습보다 더 경수의 뇌리에 크게 박혔다. "저기, 경수야." 루한이 슬쩍 다가와 경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경수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루한을 응시했다. 루한이 멋쩍은 표정으로 경수를 쳐다보다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경수가 받아들었다.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누구번혼데? 경수의 물음에 루한이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민석이 번호." 경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민석이 번호를 내가 몰라? 경수의 물음에 루한이 아니, 그게 아니라. 하고 우물쭈물 이야기했다.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보통 홈마스터를 뛰는 사람들은 대체로 엑소의 번호를 다 알고 있었다. 귀찮게 전화를 한다거나 하지 않을 뿐이지 홈마스터를 하게 되면 에스엠 관계자도 알게 됐고, 어쩌다가 사생들에게서도 인맥이 생기기 때문에 엑소의 전화번호가 수중에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머리로는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자신들이 남들보다 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알 수 있다면 괜찮겠지.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실 사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기도 했고. "걱정되면 전화 달래서. 종인이 번호 바꾼지 얼마 안 돼서 다 못외웠다고 급하게 자기 번호 주는 거라고 그러더라." 경수가 곱게 접어진 쪽지를 받아들었다. 차마 전화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종인의 앞에서 그런 추태를 부렸으니! 종인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뜬금없이 그 번호를 준 민석에게도 궁금증이 올랐다. 보통 연예인들은 자신의 번호를 주지 않는다. 그 이유가 어떤 것에서든 홈마스터라면 더 그랬다. 경수는 차마 민석에게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질 않아 정갈한 쪽지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암호닉 |
배경님 사과님 앙팡님 버블티님 경수네님 도화님 사탕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헐 대박 왜이렇게 암호닉이 많아요? 슈슈님 됴됴됴님 비글님 개지님 빠오슈님 됴르르르님 부농이님 용용이님 가디건님 꽁이님 손톱님 수수사탕님 샤이보이님 빨강님 됴색크레파스님 스누피님 올리브님 민트님 오르골님 딱지님 꼿감님(아낰ㅋㅋㅋㅋㅋㅋㅋ뿜었엌ㅋㅋㅋㅋㅋㅋㅋ) 벨님 됴뺘님 페이퍼님 슛슈밍님 뽀뽀뽀님 연재중이었어요?님 민경미님 밍슈기님 감사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써주신 여러분들 너무너무 감사해요 저 이렇게 댓글 관심 받아 본 적 처음이라능.. 감동이라능 흑흑 꼭 이벤트로 보답을 하겠다능!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눙무ㅜㅜㅜㅜㅜㅜㅜ루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완전 눙무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 너무너무 감사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