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전등을 끄는 시간,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종합병원의 외과병동인데요, 이번에는 하루에도 수백명이 오가는 대형종합병원, 그 곳에서도 외과병동의 72시간을 담아보았습니다.
"선생님! 응급실로 내려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 외과에 베드 없으니까 소아과로 돌리라고 하세요, 아니요! 소아병동 레지던트쌤도 연결해드릴게요, 바로 보내드리면 되는거예요?"
전화기를 붙든 간호사선생님의 손이 분주해집니다. 급기야 대여섯개의 수화기를 한번에 연결시키기까지하는데요, 병동의 의료진들이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닙니다. 촬영팀이 끼어들어 질문을 할 수 조차 없는 긴박함에 눈에 띄는 한 분을 정해 무작정 따라가보았습니다.
"너, 타이연습 많이 했지? 내려가서 간단한 봉합하고 있어, 나는 처치실에 있을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응?"
하얀 가운을 차려입은 의사선생님이 엘레베이터를 탈 새도 없이 계단을 빠르게 뛰어내려가며 옆의 인턴선생님께 이것저것 할 일을 정해줍니다. 응급실 상황은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훤히 꿰고 있는 모양입니다.
응급실에서의 일은 일사분란하게 처리됩니다. 응급실 가득 들어왔던 환자는 어느 새 자리를 잡고 하나 둘 처치가 되어나갑니다. 아까 보았던 그 인턴선생님인데요, 레지던트 선생님 말씀대로 열심히 봉합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마에 땀방울까지 맺혔습니다.
"이런 일이 많은가요? 병동에서 응급실로 내려오는 일이?"
"..어, 저희 찍으시는 거예요?"
"네, 방금 촬영을 시작했는데 다들 많이 바쁘셔서.."
"그냥, 한달에 몇번은 이러는 것 같아요. 원체 응급실 인원이 적어서요."
"이제 익숙해지신 것 같아요."
"어..저는 들어온지 세달밖에 안되어서, 아직 익숙하진 않아요."
그러고보니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의사선생님들 틈에서 이 인턴선생님은 한 분만 졸졸 따라다니곤 했습니다.
어, 그런데 큰일이 났습니다. 혼자 봉합을 능숙하게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중간에 끙끙거리기 시작합니다. 몇 번을 손을 튕기다 결국 레지던트 선생님을 찾아 나섭니다.
"저, 선배님.."
아까, 이 인턴선생님을 데리고 다니던 그 분입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까 보았던 깨끗한 가운은 붉게 얼룩져있었습니다.
"마지막 타이가, 자꾸 안돼서..'
인턴선생님이 풀죽은 목소리로 이실직고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레지던트 선생님이 헛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바로 환자를 찾아나섭니다. 아까 인턴선생님이 도중에 멈춘 그대로 있는 봉합상태를 보더니 익숙하게 앉아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너, 이따 보자. 올라가서 옷 갈아 입고 기다리고 있어."
레지던트선생님이 짐짓 엄한 표정을 짓지만 화가 난 것 같진 않습니다. 그것관 상관 없이 인턴 선생님의 어깨는 축 쳐져있는데요, 아무래도 아까 마무리의 실수가 걸리나봅니다.
"원래 봉합은 마무리가 힘든 건가봐요?"
"아니요, 아닌데..제가 손이 둔해서 유독 못해요, 타이만드는 걸."
"아까 레지던트선생님이 말씀하신 타이요?"
"네, 밤새워서 연습했는데 저 환자 경우에는 조금 꼬여있어서.."
"많이 피곤해보이세요."
"괜찮아요."
괜찮다고는 하지만 얼굴에는 이미 피곤이 내려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턴선생님을 따라가다 엘레베이터 앞에서 아까 그 레지던트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피로 흥건히 물든 가운을 벗어 손에 쥔 모습입니다. 하지만 가운만이 문제가 아닌데요,
"선생님, 얼굴에 피 묻으셨어요."
결국 촬영팀의 막내가 의사선생님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일러줍니다.
"아, 감사합니다."
카메라 렌즈에 대뜸 얼굴을 들이밀어 핏자국을 확인한 선생님이 가운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냅니다. 귀여운 곰돌이 손수건이네요.
"저희 병동 찍을거 없는데, 어디가시게요?"
"선생님 따라가야죠."
무작정 따라다니기만하는 촬영팀에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방금까지 피튀기는 사투를 벌이고 온 분이라곤 생각치도 못할 얼굴입니다. 가운을 세탁실에 넣어둔 선생님이 새 가운을 꺼내 입습니다. 응급실에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겠네요.
"일은 언제 끝나세요?"
"저는 끝났어요, 일이 좀 길어져서."
"아, 그럼 지금 어디가시는 거예요?"
"병동이요. 나이트 얼굴 좀 보고 가게요."
피곤해보이시는데, 새벽에 일하는 분들을 보러 가시나봅니다. 병동 데스크에 아까보다는 꽤 많은 분들이 모여있습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조심하래도 자꾸 그러세요?"
"졸다보니까..죄송해요."
"저한테 죄송한게 아니구요!"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어, 웃어요? 웃어? 우스워요?"
간호사실 안쪽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어, 아까 보았던 인턴선생님이네요. 손에는 작은 밴드가 귀엽게 붙어있습니다. 손에 묻은 피를 물수건으로 살짝 닦아내는 간호사선생님의 미간이 작게 좁혀져있습니다.
"다치셨나봐요?"
"어, 누구.."
갑작스런 카메라의 등장에 간호사선생님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이 간호사선생님은 입사한지 일년이 채 되지않은 신규 간호사 선생님 입니다. 카메라를 본 인턴선생님이 머쓱하게 웃습니다.
"병동 촬영한대요. 선생님 화내는 거 방송 다 타겠네."
장난스런 인턴선생님의 말에 신규간호사선생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릅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신가보네요.
"왜 다치신거예요?"
"타이연습하다가 실에 베였대요, 일주일 전에도 이랬어요."
아까 연습한다고 올라가더니 그 사이 다쳤나봅니다. 작은 밴드를 검지손가락에 붙인 인턴선생님이 뒷목을 긁적이며 일어납니다. 작은 대화소리가 끊이지 않는 데스크로 나가보니 아까보았던 레지던트 선생님이 보입니다.
"일은 다 끝나신 거예요?"
"네, 피디님은 새벽에도 촬영하세요?"
"곧 다른 분이 오실거예요, 퇴근은 아직이세요?"
"조금 있으면 우리 병동 제일 미인이신 간호사쌤 오셔요, 피디님도 보실래요?"
넉살좋은 레지던트 선생님의 말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의료진들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피튀기는 외과병동이라도 평화로울 때가 있긴 합니다.
"어, 저희 병원에서 제일 예쁜 간호사선생님 출근하셨네요!"
"어,어? 뭐야? 뭐예요?"
"뭐긴 뭐예요? 김간 예쁘다는 소리 듣고 촬영나온거죠."
드디어 제일 예쁘다는 그 분이 도착을 했습니다. 촬영팀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미인이시네요.
"어, 화장 아직 안했는데. 편집 해주셔야해요?"
수수한 민낯의 얼굴이 쑥쓰러운지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탈의실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밤과 새벽의 병동을 책임지는 나이트 업무가 시작됩니다. 이브닝과 나이트의 간격을 메우느라 잠시 복잡스러웠던 스테이션도 곧 조용해집니다. 비교적 인력이 적은 나이트의 시작을 4년차 간호사 선생님이 맡습니다.
출근할 때와 사뭇 다른 간호사선생님이 한쪽에 차트를 끼고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들어섭니다. 잠에 빠져든 환자들을 방해라도 할까 싶어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살짝 손전등을 켜 이것저것 확인하던 간호사 선생님이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어, "
"왜 그러세요?"
"주치의쌤이누구지..변백현,"
"아까 그 레지던트선생님이요?"
"네, 아까 잔다고 들어갔죠?"
빨간 펜을 꺼내들고 뭐라 표시를 하더니 다시 빠른 걸음으로 나머지 병실을 돕니다. 데스크로 돌아온 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가 싶더니 받지 않는 듯 수화기를 올려놓습니다.
결국 직접 당직실로 찾아나섭니다. 의사의 오더 없이 투약상태를 변경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렇게 찾아가는 일도 흔하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흔한가요? 퇴근한 뒤에도 불려가는 경우가?"
"레지던트때는 그냥 병원에서 생활하는 수준이에요. 지금 부르러 가는 선생님도 일주일은 집에 못들어가셨을걸요."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어 당직실에 도착했습니다. 곤히 자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이네요.
"쌤, 투약하신거 다시 좀 봐주세요."
"으음.."
"왜 세통을 넣으셨어요, 안 그래도 항생제때문에 두통있는 환자한테."
간호사 선생님이 살짝 어깨를 흔들어 깨웁니다. 조금의 잠투정 끝에 일어난 레지던트 선생님이 가운을 집어 입습니다. 눈에 잠이 한가득입니다.
병동에 도착한 선생님이 바로 투약상태를 체크합니다. 조금의 정적 끝에 잠긴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명을 합니다.
"아아, 이 환자 오늘 급하게 수술 잡힌 것 때문에 항생제 더 넣은건데."
"아, 맞다.."
"그쵸? 내일 수술 전에 필요하면 진정제 조금 투여해요, 오늘 수술 잡히고 불안해하세요."
간호사선생님의 실수였나봅니다. 미안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간호사 선생님에게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는 레지던트 선생님입니다. 둘 사이의 기류가 평범하진 않습니다. 바로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였던 것입니다.
ㅡ
날이 밝았습니다. 고된 새벽일을 마친 나이트 근무조가 인계준비를 합니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지요. 밤 사이 있었던 일을 모두 다음 근무조에게 넘겨준 뒤에야 일이 진행될 수 있을 테니까요.
"퇴근 시간을 한참 넘겼어요."
"퇴근 시간을 지키기는 힘들어요."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죠, 집에 가서 자고 또 나와야해요."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오늘 이브닝근무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아침에 퇴근해서 오후에 다시 출근하는 격이네요.
"의사 선생님은 안 보고 가시는거예요?"
"변백현쌤이요?"
"네."
"어차피 출근하면 봐요, 오늘 근무시간이 겹쳐서."
따로 데이트가 필요 없는 커플입니다. 이르다면 이른, 늦다면 늦은 잠을 청하러 간호사선생님은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ㅡ
"푹 주무셨어요?"
"잠만 자다가 왔어요, 항상 이래요."
4년차 간호사선생님이 출근을 하십니다. 반가운 얼굴에 촬영팀이 아는 척을 했더니 밝은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피곤함이 조금은 가신 얼굴이네요. 출근시간을 한시간정도 앞둔 시각, 미리 도착한 선생님이 느릿한 걸음으로 탈의실로 들어갑니다. 병동에서는 찾기 힘든 느린 걸음입니다.
"잠은, 좀 잤어?"
"네, 네? 네! "
병동 스테이션으로 돌아오자마자 신규 간호사선생님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아직은 모든 게 얼떨떨한 신규 선생님이 씩씩한 대답을 하고서야 이브닝의 업무가 시작됩니다.
"선배님, 이알에서 콜.."
"콜? 뭐라는데?"
"저, 그게 잘.."
어제 인턴선생님도 그러더니, 신규 간호사 선생님도 아직 미숙한 것이 많은가 봅니다. 단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지 다급하게 직속 선배를 부릅니다.
"네, 외과 전달받았습니다."
한 손에 차트더미를 잔뜩 짊어진 간호사선생님이 뛰어가 수화기를 건네받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를 내려놓은 선생님이 다급하게 스테이션 안쪽으로 들어가 바구니에 이것 저것 챙겨담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나요?"
"응급사고가 크게 났나봐요, 이틀 간격으로 아주.."
"또 외과에서 내려가시는 거예요?"
"아무래도 응급사고는 외과가 맡아야하니까요."
응급사고는 대부분 외과의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에 항상 응급실과 외과가 바쁘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외과 병동의 의료진 절반이 응급실로 빠져나갑니다. 외과병동에 남아있는 의료진들도 곧 닥쳐올라올 환자를 받을 준비를 하느라 눈코뜰새없이 바빠집니다.
촬영진은 응급실에서 외과로 환자들이 올라오는 과정을 담기위해 같이 내려가보았습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당황할 상황에서도 의료진들은 익숙한 듯 자신의 일을 찾아 빠르게 움직입니다.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의식을 잃은 환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옵니다.
"환자분, 여기가 어디예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4년차답게 간호사선생님이 여기저기를 누비며 빠른 응급처치를 해나갑니다. 정신없이 달려가는 응급실에 반가운 얼굴이 한 분 더 보입니다. 빠르게 걸어오며 가운을 끼워입는 변백현 선생님입니다. 오늘은 연인이 반갑게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습니다. 뒤에 인턴선생님을 달고 온 변백현 선생님은 들어오자마자 환자에게 달려가 처치를 거듭니다.
"이거 좀 빨리 믹스해줄래요? 오십 오십으로 세개정도 준비해주세요."
어제 보았던 신규 간호사선생님에 변백현 선생님이 빠른 속도로 주문을 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신규 선생님이 커다란 바구니에 조그마한 앰플 통을 가득 담아옵니다.
"뭐야, 그거 믹스하래?"
김ㅇㅇ간호사선생님이네요, 아직도 신규 선생님이 혼자 하는 일에는 걱정이 많이 되나봅니다. 약물 통을 받아든 선생님이 신규선생님에게 다른 지시를 합니다. 정신없이 일한 탓인지 간호사 선생님의 머리는 많이 헝클어져있습니다.
"약물을 하나하나 따야해요?"
"네, 진통제는 원래 소량 포장이라.."
익숙한 듯 앰플을 톡톡 따나가는 선생님입니다. 손길에서도 4년의 경력이 보이는 듯 합니다. 앰플통이 절반정도 해치워져 갈 무렵, 변백현 선생님이 응급실 스테이션으로 들어옵니다. 아직 간호사선생님은 발견하지 못한 듯 하네요.
"손 조..앰플 그렇게 따지 말라니까."
앰플따는 모습을 본 선생님이 슬쩍 지나가나 싶었는데 열심히 움직이던 손을 저지하고 하나를 톡 땁니다. 훨씬 가벼워보이는 손놀림입니다. 하지만 길게 대화할 시간은 없는 듯 주의만 주곤 다시 뛰어나가버립니다.
"두 분 모두 약물 따는 손이 굉장히 익숙하세요."
"제가 원래 이렇게 따면 안되는건데, 손이 아파서 자꾸 이렇게 되는바람에.."
"날카로워 보여요, 손 조심하셔야겠는데.."
앗, 손이 빗나갔습니다. 순식간에 피가 뚝뚝 떨어집니다. 그 와중에도 약물에 피가 떨어질까 싶어 바로 옷 끝자락으로 감싸맵니다. 촬영팀이 방해가 된 것 같아 얼른 휴지를 쥐어드렸습니다. 괜찮다며 휴지로 대충 손을 감싼 뒤 조금 남은 앰플을 딴 뒤 믹스를 시작합니다.
"어.."
생각보다 피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모두가 바쁜 응급실에서는 한명의 의료진이 빠지는 순간 더욱 바빠진다고 합니다. 결국 거즈로 대충 손가락을 둘러싼 뒤 반창고로 꽁꽁 동여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피가 많이 나는데.."
"괜찮아요. 쉿, 비밀이에요."
비밀이라고 말을 끝내기 무섭게 들켜버렸습니다.
"믹스 다 됐..손가락 왜이래?"
"아니야, 가서 일 봐."
변백현 선생님에게 딱 들켜버린 것입니다. 선생님이 거즈를 빠르게 풀어냅니다. 멎었던 것 같은 손가락에서 피가 다시 흘러내립니다.
"..여기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
"아니, 거즈로 붙여 놓으면.."
간호사선생님의 기죽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변백현 선생님은 앰플이 모두 들어간 수액팩을 믹스하며 환자를 보러 갑니다. 어느 새 응급실이 많이 한산해졌습니다.
"생각보다 환자들이 금방 빠지네요."
"원래 응급실은 처음 한시간 정도만 바빠요. 다른 병원으로 돌려지는 환자도 많구요."
"손은 괜찮으세요?"
"찢어졌어요. 혼날 것 같아요."
또 다시 거즈로 상처를 막은 뒤 혼잡한 스테이션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응급환자들이 휩쓸고 간 응급실은 폭탄을 맞은 것 같습니다.
"계속 움직이셔도 괜찮아요?"
"안 괜찮죠~"
"조금 쉬시는게.."
"빨리 정리해야 환자도 빨리 정리가 돼요."
결국 그 큰 스테이션을 깔끔하게도 정리를 했습니다. 신음소리 가득하던 응급실도 많이 조용해졌습니다.
"여기 환자 한 분 더 계셨어요?"
응급의학과 김준면 선생님입니다. 올해로 레지던트 2년차라고 합니다. 간호사 선생님과는 대학 선후배 사이라고 하네요. 간호사 선생님의 손을 확인하더니 비어있는 처치실로 데려갑니다. 환자가 가득하던 처치실도 어느 새 텅텅 비어있습니다.
"또 앰플 따다가?"
"네."
"마취 할거야?"
"당연한 소릴 해요."
"마취만 하고 백현이 불러줄게."
피를 대충 닦아낸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마취약을 천천히 넣습니다.
"못 살겠다, 진짜.."
마취약이 채 들어가기도 전에 처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변백현 선생님이네요.
"소독 대충하고 마취 끝내놨어."
김준면 선생님이 마취약을 모두 넣은 뒤 자리를 뜹니다. 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얌전히 있는 간호사 선생님 앞에 변백현 선생님이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화가 난 걸까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봉합용 바늘은 보통 바늘보다도 작고 미세합니다. 핀셋으로 바늘을 집어든 선생님이 천천히 봉합을 시작합니다. 예쁘게 꿰매어져야할텐데요.
"아파?"
침묵의 봉합시간 속에 변백현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마취했는데 아프면 어떡해요, 쌤?"
애교가 없는 줄 알았던 간호사 선생님이 살짝 애교를 부려봅니다. 통할까요?
"허.."
통했습니다. 입가에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이 흐르네요.
"다음부턴 정말 화낼거야."
"응."
"일부러 신규한테 시켜놨더니 그걸 왜 또 가져가서 하고 있어?"
답답한 듯 말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 치료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사심이 가득 들어가보이는 봉합이 끝났습니다. 마무리까지 반창고로 깔끔하게 끝낸 선생님이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는 듯 한숨을 내쉽니다. 전쟁같은 병원에서 함께 일한다는 것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입니다. 그러나 충분히 행복해보이는 이 연인들에게 병원에서의 행복은 무엇일까요?
"제가 처음으로 수술 어시스트를 했던 적이 있었어요. 처음 어시를 하는 날에 하필이면 수술이 길어져서 긴장을 많이 했거든요, 식은 땀이 흐를 정도로. 그 때 옆에서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는데, 그게 그렇게 설렜어요."
"저는..아플 때 주사 놔주는 거..? 주사 놔 줄 때가 가장 의사같아요,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작은 행복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관계를 지속하는 가장 큰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 결혼하는 거 아직 모르시는 분들 많은데, 방송 나가면 몰매 맞겠어요."
결혼을 이야기하는 의사선생님의 표정에서는 피곤함을 찾아볼 수가 없네요. 아까까지만 해도 천하무적이 일을 해치우던 간호사선생님도 수줍은 예비신부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희 다음 달 초에 결혼해요, 김간 피부 생각해서 나이트 좀 봐주세요-."
방송이 나갈 때는 이미 부부 사이가 되어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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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편에 담편도 다큐로 와달라는 분들 계셔서 가져와봤어용! 이게 은근 기빨리는...!!!! (그래서 암호닉 정리도 아직 모태쑴 찰싹찰싹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