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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정의 5 

 

 

 

 

 

 

 

 

 

 

성적표가 나왔다. 솔직히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었다. 다른 걸 생각해 보기도 애매한 등급부터 조하영과 형의 동거 발언까지, 나를 돕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형한테 뭔갈 바랄 수 있는 입장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모든 게 완벽하게 붕괴돼가는 시점이었다. 정신이 빠져 있는 건 박진영도 마찬가지였다. 

 

학교건 집이건 얼 빠진 사람처럼 다니는 나를 배려한 건지 뭔지 형은 며칠째 내 몸에 손도 안 대고 있었다. 불길하면서도 기분 좋은 이상한 느낌. 박진영은 조하영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고,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 보는 거 말곤 내가 할 일은 없었다. 딱히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기분에 미적지근한 날씨였다. 움직이기 귀찮았다. 

 

형보다는 일단 성적이 문제여서 집에 오는 길에 김유겸 것까지 문제집을 시켰다. 계산은 내일 하면 되니까 김유겸에겐 대충 손을 휘저어 보이곤 집에 들어서는데, 영 낯익은 신발 두 짝이 보였다. 누구 거지? 생각하면서 현관에 발을 들였을 때 조하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야말로 씨발스러웠다. 

 

집에서 나갈까 그냥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까 고민하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나가봤자 처량하게 동네 놀이터 같은 데밖에 더 갈까 싶어서였다. 최소한의 소음만을 동반하며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방까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조하영이 의아한ㅡ혹은 쟤는 왜 여기 있냐는 의미의ㅡ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오빠, 동생 왔어." 

"신경 쓰지 마." 

"그래도. 동생인데 내가 맛있는 거 해 줄래." 

"너 다쳐, 하지 마. 그냥 앉아 있어." 

 

 

내가 다쳤달 땐 신경도 안 쓰더니 조하영을 걱정하는 꼴이라니. 헛웃음조차도 나오질 않았다. 미안한 눈치는 전혀 없었다. 오빠 그럼 나 음료수 먹고 싶은데, 사 오면 안 돼? 어, 앉아 있어. 영재랑 얘기하고 있던가. 조하영의 애교 섞인 배웅 인사와 함께 형이 밖으로 나갔다. 나는 조용히 방에 앉아 책을 폈다. 괜히 조하영과 마주치기 싫어서였다. 

 

방문이 열리고 당연하게도 조하영이 들어왔다. 어색한 기류가 흘러서 나는 문제집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척했다. 공부하고 있었니?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착한 척하는 마녀 같았다. 헨젤과 그레텔에게 얘기하는 과자집 주인 마녀. 

 

 

"아, 네……." 

"열심히 하고 있어?" 

"네, 그냥……." 

"너 지금 나랑 장난치니?" 

"네?" 

"내가 모를 줄 알았니? 너 임재범이랑 무슨 짓했어." 

 

 

말해. 퍽도 아니고 짝도 아니고 찰싹. 처량한 마찰음과 함께 뺨이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조하영이 분한 얼굴을 하고 나를 노려봤다. 찢어진 눈 위로 덧그린 화장이 무서우리만치 진했다. 고개를 숙이자 조하영이 신난 듯 입을 놀렸다. 

 

 

"네가 그러고도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이 씨발아?" 

 

 

조하영의 독한 시선이 온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눈물이 뭉쳐 눈에 가득 고였다. 난 씨발 세상에서 너 같은 애들이 제일 싫어, 알아? 조하영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맞은 뺨만 부여잡았다. 머리가 아찔했다. 저 말에 대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시선을 데구르르 굴렸는데 현관문이 열렸다. 형이었다. 

 

 

"야, 너희 뭐해?" 

"됐고 오빠 나랑 얘기 좀 해. 오빠 쟤랑 잤어?"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묻는 조하영의 손목이 형에게 잡혔다. 방으로 들어가면서 형이 나를 노려봤다. 꼭 죽일 듯이. 왜 항상 악역은 내 담당일까? 나는 조금 의아했다. 그러면서도 점점 이 상황에 초연해진 내가 싫었다. 

 

조하영과 얘기를 마치고 나온 형이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한 대 맞으려나? 생각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 더이상 형에게 뭔갈 기대하는 게 힘들만큼 나는 지쳐 있었다. 형의 큰 손이 내 뺨을 내리쳤다. 정확히는 후려갈겼다. 

 

 

"최영재 너 또 사람 병신 만들지, 어?" 

 

 

그 이후론 형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를 엿 먹이는데 혈안이 된 조하영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형이 병신 같았다. 혹시 형이야말로 날 병신 만들고 싶은 게 아닐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뺨이 얼얼했다. 형은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거실로 나갔다. 조하영과 형이 떠드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하영이 어떻게 나랑 형이 잔 걸 알았지? 확실한 건 형도 나도 조하영의 앞에서 의심 받을 만한 짓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조하영의 앞에서의 형은 나를 병신 취급했다. 그 태도에 화를 내야 할 건 나였는데 어째서 조하영이 이러는 걸까? 내가 뭘 잘못했지? 이미 성립된 관계에 끼어든 건 조하영인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이 내 입장을 억울하게 몰아갔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면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뺨 맞을 짓도 안 한 거니까. 

 

순간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내렸다. 맞은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이 마치 거미처럼 떨어졌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병신 같은 현실을 자책하는데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형이었다. 

 

 

"저녁 안 먹냐?" 

"안 먹어요, 나가요." 

"너 울어?" 

 

 

누가 봐도 울 법한 상황이었다. 억울하게 뺨을 두 대나 얻어맞고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는 장면이라면 당연히 우는 거겠지.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닦자 형이 의자에 앉았다. 산 지 좀 된 의자라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조금 진정하고 나서 형이 물었다. 

 

 

"네가 왜 울어?" 

"……." 

"잘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이유 좀 말해봐." 

"형 나랑 지금 장난하자는 거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실컷 사람 괴롭혀 놓고 왜 우냐는 질문이 말이 되는 건가 싶었다. 너 말이 왜 그러냐? 형이 또 한껏 짜증난 목소리를 냈다. 

 

 

"지금 형이 나한테 와서 이러는 것도 저는 전혀 이해가 안 돼요. 그 잘난 여자친구 말만 들을 거면서 묻긴 왜 묻는지 모르겠는데요." 

"나 지금 너랑 장난할 기분 아니다, 최영재." 

"전 형이랑 장난하자고 이런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 

"형은 언제 나한테 신경이라도 썼어요? 내가 눈 뜬 장님이에요? 형이 여자친구 사귈 때 내가 뭐라고 했어요? 형이 좋아서 사귄 거면 형이 책임을 져야지 왜 내가 뺨을 맞아야 해요? 난 모르겠어요." 

 

 

고개를 들고 형을 매섭게 노려보며 할 말을 다 한 후에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형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나가요. 더 할 말이 없어서 그랬더니 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 지금 고작 한 대 맞은 것 갖고 이래?" 

"……." 

"하영이랑 너랑 같아?" 

"……." 

"다신 이런 얘기 꺼내지 마라. 저녁은 알아서 먹어." 

 

 

이 씨발스러운 세상. 형이 문을 닫고 나갔다. 방금 형에게서 절대 듣고 싶지 않던 말을 들었다. 조하영이랑 나랑 같냐고? 형에게 나는 첫번째가 돼야만 했다. 형의 일순위는 나였다고. 조하영이 아니라, 나. 

 

 

 

 

 

눈이 부어서 학교엘 갔더니 김유겸이 나를 하루종일 놀렸다. 안 그래도 단춧구멍만 하던 눈이 더 우스꽝스러워졌다느니 하면서 옆에서 깐족대는 게 얄미워 입술을 한 대 쳤더니 눈이 쭉 찢어져선 날 노려봤다. 박진영은 나를 걱정했다. 조하영이 우리집에 온 걸 이미 알았는지 먼저 등을 토닥이며 말을 걸어왔다. 

 

 

"누나 성질 진짜 더러운데." 

"응." 

"한 대 맞았지?" 

"응." 

"기어이 한 판 하고 왔구나." 

"응." 

 

 

내가 넋을 놓은 사람처럼 고개만 끄덕이자 박진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형은 아침으로 샌드위치 두 개와 초코우유만 달랑 사 놓고 먼저 나가버렸다. 아침부터 조하영을 만나진 않았을 거고, 아마 수업이 있는 것 같았다. 

 

 

"넌 누나랑 깨졌어?" 

"엉. 어쩔 수 없지 뭐." 

"누나가 먼저 깨지재?" 

"엉. 나보고 자긴 어린 애보단 성숙한 남잘 만나고 싶다고 그러더라. 애초에 만나질 말던가." 

"그러게." 

 

 

박진영이 머리를 꾹 짚다 이내 내게 초코우유 하날 내밀었다. 뭐야? 너 좋아하는 거 같길래. 안 그렇게 생겨선 꽤 세심한 면에 놀라며 초코우유에 빨대를 꽂는데 문득 형이 생각났다. 집에 가기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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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3.23
아 작가님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ㅜㅜ 진영이가 조하영에게 말한걸까요 ㅜㅜ 오늘도 글 감사합니다 잘읽구 가요 항상! (댓글 처음 달아보는 건 비밀...)
9년 전
독자1
너무해...... 진짜재미있어요!!! 아근데진짜영재한테왜이러는걸까 너무해요 ㅠㅠ 윽
9년 전
비회원83.177
진영이가 말한건가요.....진짜 재범인 왜저러고 조하영씨는 우리 영재한테 왜이래요....불쌍한 영재ㅠㅠㅜㅠ
9년 전
비회원45.167
진영이랑 영재랑 뭐있을꺼같아서 설레는데 재범이 정신좀차려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소중한 뺨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야진짜ㅠㅠㅠㅠ재범이 이 나쁜노뮤ㅠㅠㅠㅠㅠ 빨리 영재가 행복했을 좋겠네요ㅠㅠ 잘읽고있어요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45.167
ㅜㅜ언제오실진 모르겠지만 아직두 기다리고있어요 자까님!! 관계의정의 너무 보고싶어유ㅠㅠ
9년 전
독자3
아오 재범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답답하다ㅠㅠㅠㅠㅠㅠㅠ 최영재 더ㄱ럽게 착하네요 나였으면 가서 조하영인가 뭐시긴ㄴ가 뺨을 한 세대는 때렸을텐데 어휴.......ㅠㅠㅠㅠㅠㅠㅠㅠ 재범아 그러지마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영재야!!!!! 왜 맞고사니ㅠㅠㅠㅠㅠㅠㅠ 재범인 왜 여자말만 듣는거야ㅠㅠㅠㅠㅠㅠ 아우 속상해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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