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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RelaX 7 

 

 

 

 

 

 

 

 

 

 

고작 양파 몇 개를 사러 갔던 마트에서 JB를 만난 이후로 나는 거의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졌다. 그 날 마크의 집에서도 줄곧 멍하던 나를 보고 잭슨이 무어라 짜증을 냈지만, 사실 잘 기억은 안 났다. 잭슨과 마크에게 미안한 일이었지만, 더이상 그 자리에 앉아 있다간 미쳐버릴 것만 같아서 마크에게 사과하곤 곧장 집으로 와 버렸다.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마크의 호의를 거절하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도 갖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게 다 JB 탓이었다. 내겐 JB가 남긴 몇 문장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에선 거의 매일 같이 꾼 악몽이 반복됐고, 나는 그 와중에도 내 꿈속에 갇힌 영원한 소년의 행복을 바랬다. 

 

집 앞에 도착해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렸을 때 나는 적잖게 당황했다. 우리 집 대문 앞을 차지하고 앉은 것은 꽤 덩치 큰 남자의 인영이었다. 나는 그가 JB이길 하고 잠깐이나마 희망했지만, 이내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요." 

 

 

내 목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몸은 딱히 그렇지 않았지만, 눈매나 눈망울 등은 모두 소년의 그것이었다. 그 남자가 내 꿈 속의 소년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에는 몇 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그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억지로 입을 열었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세요?" 

"Jr을 찾으러 왔어요……." 

 

 

소년은 우물거리며 말했지만, Jr은 확실하게 나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 Jr은 저죠? 내가 소년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JB가 시킨 거겠네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는 그는 꽤 지쳐 보였다. 

 

 

"일단 우리 집으로 들어갈래요?" 

"왜 저를 데리고 가요?" 

"그건……." 

 

 

내가 영원한 당신의 행복을 바래서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어서, 나는 다리를 끌어안고 앉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집에 나 말곤 아무도 없거든요. 소년이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밖에 앉아 있은지 꽤 오래된 듯 했다. 어쩌면 JB와 내가 만났을 무렵부터, 혹은 그 전부터 나를 기다렸을 지도 몰랐다. 

 

 

"따뜻한 거 마실래요?" 

"네……." 

"이름이 뭐에요?" 

"김유겸이요." 

 

 

소파에 앉은 그에게 유자차를 가져다 주자 그가 조심히 컵을 받아 들었다. JB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내 물음에 유겸이 잠시 뜸들이다 입을 열었다. 유겸은 홍콩에 이민을 갔었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서 부모님을 잃었고, 그 후에 만난 게 JB였다고 했다. JB는 유겸에게 좋은 형이었고, 유겸은 JB를 잘 따랐다고 했다. 

 

그러던 중 JB가 한국에 들릴 일이 생겨서 유겸을 함께 데려왔으며, 그 일련의 과정 중 하나가 JB 대신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이라고 했다. 유겸은 유순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았다. JB의 계획에 차질 비슷한 게 생겨 나와 JB가 먼저 만나게 된 것을 언급하는 유겸의 말투가 조곤조곤하단 게 그 예였다. 

 

 

"JB가 다시 만나러 온 거에요." 

"저를요?" 

"네." 

 

 

유겸의 말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해가 안 가는 건, 나를 쫓고 있다던 소년은 어째서 JB와 함께였으며, 내게 친절하게 구냐는 것이었다. JB 혹은 유겸이 거짓이라는 게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둘을 모두 믿고 싶었다. 

 

 

"JB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그리고요?" 

"제가 갈 데가 없는데," 

"재워 줄게요." 

 

 

내 말에 유겸이 활짝 웃었다. 문득 그가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천사 같아서, 그의 행복을 기도하던 내 바람이 통한 것 같아서 기뻤다. 꼭 비가 그쳐 고인 물 위에 비쳐진 햇살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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