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건지. 도대체 뭘 그리 잘못 한건지. 자리에 돌아와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애당초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여사원들은 많았다. 그렇다고 이 정도는 아니다. 그저 부러움과 시기일 뿐이라고 걸레라는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내뱉을 정도로 날 싫어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한중합작팀에 들어가서? 나만 여자라서?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멍 때리기 일쑤였다. 걸레같은게. 그 여사원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붕어" "..." "붕어" "..." "000" "..네?"
앞을 보니 팀장님이 날 바라보고 있다. 겉옷에 가방까지 매고 있는 것을 보니 벌써 퇴근 시간인가 보다. 팀장님의 부름에 대답을 하자 무슨 생각을 하길래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느냐고 물어온다. 또 그 여사원 생각이 났다. 여사원 생각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진다. 내 얼굴이 안 좋아진걸 본 팀장님이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온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뇨." "뭐가 아니야. 얼굴에 써 있구만 걱정 있다고." "...아니에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어디 아프거나 하면 바로 말해. 또 바보처럼 혼자 끙끙대지 말고" "히히 넵"
팀장님과 마주보고 있자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진짜 마성의 남자라니깐. 히히 웃으며 옷과 가방을 챙겨 팀장님 팔에 팔짱을 끼자 씩 웃어보이는 팀장님.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 올라간 눈꼬리가 매력있다. 오늘도 팀장님이 집까지 바래다 준다. 매번 고맙다고는 하지만 팀장님도 많이 피곤하실텐데. 이제는 혼자 가도 된다고 바래다 주지 않아도 되니까 가서 얼른 푹 쉬라고 말했다. 그러자 뒷목을 만지며 괜찮다는 팀장님. 딱 봐도 피곤해 보이는 구만 뭐가 괜찮다는 걸까. 요즘 일이 많아서 안그래도 더 피곤할텐데. 너무 무리하는 듯 싶다.
"아뇨, 저 살 빼려구요." "살?" "네, 요즘 너무 편하게 다녀서 살 찐 것같아요."
살이 찐 것같다고 하자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팀장님. 그러더니 흠, 한다. 뭐야 진짜 살쪘다는거야? 팀장님의 반응에 내가 헐. 하자 큭큭 웃는 팀장님이다. 또 장난친다.
"뭐예요, 저 이제 정말로 걸어다닐거예요." "뭣하러 그래, 내가 데려다 주면 되는데" "살 빼서 더 이뻐질거예요." "더 이뻐져서 뭐하게" "뭐하긴, 다른 남자 꼬셔야지" "뭐?"
눈썹을 꿈틀하며 버럭하는 반응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가끔 놀리는 맛이 쏠쏠하다. 웃으며 팀장님께 손을 흔들었다. 내가 들어가야 팀장님도 출발할것 같아 뒤 돌아 집으로 발걸음을 떼자 뒤에서 팀장님이 날 부른다.
"전화할게" "네!" "얼른 들어가"
다음날 나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어제 그 여사원이 내게 했던 말을 이해할수가 있었다. 이유는 팀장님과 사귄다는 소문이 회사에 퍼져서, 그래서 내게 걸레라고 했던 건가보다. 아침부터 주위사람들의 소근거림과 따가운 눈초리가 조금은 버거웠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팀원들은 그저 평소와 똑같았다. 팀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치대마왕인 백현선배가 있으니 모를리가 없다. 백현선배에게 들으니 어제 팀장님과 파스타집에 갔을때 그 음식점에 우리 회사 여사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팀장님이 워낙 유명인사다 보니까 그 여사원들은 바로 알아봤고 거기서 나와 있던걸 봤다고.
"괜찮겠어?" "네?" "혹시 화장실에서 볼일보다가 물세례라도 맞는거 아니야?" "선배님 이거 팀장님한테 말하면 안돼요." "왜,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은 팀장님인데" "걱정할게 뻔하잖아요. 설마 진짜 물세례라도 맞겠어요."
옆에 앉은 백현선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안그래도 여사원들에게 부러움과 시기를 사고 있는데 사귄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으니 나를 가만 놔둘리가 없다는 백현선배의 말이다. 다른 팀원들 물론 팀장님도 잘 모른다. 내가 여사원들에게 미움받고 있는지, 그저 눈치빠른 백현선배만 알고 있을 뿐이다. 백현선배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알아봤자 좋을것도 없고 크게 신경 쓸 일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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