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누군가에게나 깨고 싶지 않은 꿈이 한 개씩은 있기 마련이다.
삶이라는 현실에 철저히 박제되어 파괴된 자아가 괴멸되거나 하는 일이 아니고서야, 대개의 사람들은 본능 안에 있는 자아 정체감이란 부수적인 감정을 같이 가지게 된다. 그 중에서 중점을 차지하는 존재가 있는데, 종인에게는 그것이 찬열이었다. 사랑을 곧바로 자각했다기보다는 그의 투박한 손을 잡자마자 무언가가 용솟음처럼 솟구쳐 올랐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이다. 종인이 찬열에게 느끼는 감정은, 날짐승 그대로의 본능이고, 무념無念한 삶에서의 유일한 양지이고, 그리고…
" 가지 마, 종인아…. "
" 안 가요. "
" 혼자는 싫어. "
" 같이 있을게요. "
그러니까, 엄마와 이혼해요. 나랑 살아.
그 말에 찬열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 작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을 표하는 얼굴이 고왔다. 종인이 찬열에게 키스했고, 찬열은 여전히 받아들이기만 할 뿐 답이 없었다. 그러나, 종인은 결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라면 예상보다는 훨씬 약과다. 반항도 하지 않고, 생각만큼 크게 분노하지도 않는다. 우는 얼굴은 기분이 언짢지만, 나쁘지 않다. 종인은 다시 찬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찬열에게서는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 좋아해. "
" ……. "
- 혼자 두지 마.
세뇌하듯 자신에게 말해오는 얼굴은 더 없이 몽롱하기만 하다. 종인이 그 몸을 끌어안았다. 가만히 안겨오는 몸은 다급하게 대답을 재촉한다. 대답해줘, 여태까지 수도 없이 말했는데도 아직 부족한 모양이다. 바라본 두 눈에서는 두렵다는 빛이 가득했다. 찬열은 여전히 현실을 두려워한다. 좋아해, 이전에 했던 말을 다시 말해본다. 예상 외로 고개를 젓는다. 왜? 부족해. 힘이 없는 목소리가 귓가를 잠식한다. 찬열이 제 팔을 종인의 목에 둘렀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의외의 도발적인 요구에 종인의 눈이 조금 커졌다. 하지만, 역시나 곧 평정심을 다시 되찾았다.
" 사랑해. "
대답을 듣자마자 찬열이 종인에게 키스해왔다. 서툴게 얽혀오는 혀를 받으며 종인이 비릿하게 웃었다.
마침내 쟁취했다.
손 안의 잡힐 듯 말듯 하던 한 송이를, 드디어 온전하게 꺾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