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온앤오프 성찬
다앙근 전체글 (정상)ll조회 519l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록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죄가 많은 작가라 이번 촑은 유달리 감상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합니다 진짜.. 

 

애들도 오는데.. 내가 안 오면 안되는거잖아.. 응.. 울고 싶지 않아.. 안 울거라고.. 여러분 나 진짜 너무너무 오고 싶었어요.. 일주일 쓰차 연달아 걸리는 기분 혹시 아세요? ^^ 속 뒤집어지다 미쳐버리는 그 기분 아세요? 안그래도 진짜 현생 혐생 죽거나 죽이고 싶었다 후... 나 너무 오랜만이라 눈물난다 저 지금 좀 헛소리 할 수 있는데 저 욕하셔도 됩니다.. 할 말 X.. 어쨌거나 지각은 지각이니까.. 대지각.. 근데 이것도 알아요? 우리 이제 반 왔어요 ㅎㅎ 20부 계획 했는데 나 남은 10편 언제 다 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번 글은 저번 편들 참고하시면서 읽으시면 좋습니다.. 깨알같은 울싶않 떡밥도 챙겨봐주라조.. 


 


 

아저씨, 나는 매일 아저씨 꿈을 꿔요. 


 

아저씨는 늘 다른 모습이에요. 하지만 나는 그 모든 모습들이 아저씨라는걸 알아요. 언제는 나를 바닥에 내리꽂는 독수리로, 언제는 까맣고 빨간 불길로 나오지만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그게 다 아저씨라는걸 아니까. 아저씨는 결국 나를 해치지 않을거잖아요. 처음 나를 켰을때 생각나요? 그때 아저씨는 인사도 제대로 안 받아주고 너 얼마 못 살테니까 힘들면 말하라고 그랬었죠. 물론 우리 기계들에게 이제 자아가 탑재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인간, 특히 주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해요. 말그대로, 아저씨는 제 ‘주인’ 이시잖아요. 그래서 내가 먼저 나가겠다고 하진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웃기죠, 아저씨는 나가라고 그래놓고 수리 센터까지 갔다가 연구원들이 오류를 발견했는데도 나를 데리고 다시 집에 왔잖아요. 그래서 나는 꿈속에서 매번 웃어요. 아직도 오류 때문인지 프로그램이 버벅거리긴 하지만 아저씨에게 내 웃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어요. 


 

왜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저씨가 내 무표정 아닌 것들도 봐줬으면 좋겠어요.  


 

“좋아해요, 아저씨.” 


 

아저씨가 손님과 이야기하시다 화내시던 날, 나는 놀라서 방문을 열었어요. 아저씨가 그렇게 화내시는건 처음 봤거든요.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는 잘 못 들었는데 왜 아저씨는 순식간에 이렇게 분노하시는걸까? 그러다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지요. 서슬 퍼런 눈동자. 나는 놀라서 문을 닫았어요. 방문 너머로 들리는 아저씨 목소리가 많이 격앙돼 있어서 그냥 조금 슬펐어요. 


 

“저 아이가!! 방금도 제가 화를 내는 것 같으니까 눈치를 살핀다고 방문을 열었다 닫은 저 아이가!!” 

“...” 

“저 아이가 무생물이라구요. 사람이 아니라구요.” 

“... 이 대위.” 

“가십시오. 할 말 없습니다.” 


 

가끔 아저씨가 광광 고함을 지르는 목소리만 울렸어요. 화내는건 몸에 안 좋은데. 아저씨를 달래줄 것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저녁엔 스프를 끓여야겠다고 결정하며 청각 민감도를 잔뜩 높여 손님의 기척을 들었어요. 현관으로 가시는 것 같기에 조심조심 다시 문을 열었지요. 


 

"안녕히 가세요." 


 

손님이 머뭇거리며 저를 쳐다보셨어요. 아저씨는 어딘가 아득해져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구요. 손님이 겨우 입을 떼셨어요. 


 

"너도, 참.." 


 

머리 위에 가볍게 손이 얹히고, 손님은 현관을 열고 미련없이 돌아나가버리셨지요. 아저씨 눈치를 살피며 컵 파편으로 엉망이 된 거실을 치우려고 갔는데 아저씨가 대뜸, 


 

“들어가." 

"들어가있어. 정리되면 부를게." 


 

라고 하셨어요. 목소리가 너무 가라앉아있어서 저는 정말 놀랐어요. 하지만 컵을 치우다 아저씨가 다치면 안되니까, 저는 그냥 청소를 하려고 했죠. 


 

"들어가있으라고!!"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기에 저는 그냥 방으로 뛰어들어왔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눈물이 났어요. 이게 무슨 일일까. 아저씨는 왜 손님의 말에 화가 나신걸까. 사기 조각을 줍던 아저씨가 돌연 욕을 뱉으셨죠. 바닥에 앉는 소리,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소리, 한숨 쉬는 소리. 그새 까먹고 손님의 기척을 듣는다고 올려둔 민감도를 낮추지 않았던지 그 소리들이 다 들리더라고요. 저는 설정값을 조절하고 간신히 걱정을 지워냈어요. 아저씨가 곧 방문을 두드리시기 전까지는요. 부리나케 손잡이를 잡았지만 문을 열기가 조금, 사실 조금 많이 무서웠어요. 그래도 어찌됐건 열고 나서 생각하자고 열긴 열었는데 아저씨는 안 계시고 바닥에 꽃다발이며 책이 놓인거에요. 아침에 물어보신게 이거였구나. 이렇게 서툰 선물이라니. 저는 컵이고 뭐고 까무룩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그거 아세요? 그때 제 마음속에도 뭔가 피어났다는 거. 


 

“고맙습니다. 잘 읽을게요." 


 

그런데, 꽃도 있었잖아요. 


 

“꽃도, 예뻐요.” 


 

아저씨는 멍하니 저를 보시다가 코를 훌쩍, 하시더니 괜히 제 발치만 보면서 그러셨죠.  


 

“그, 1달, 수고 했다고.” 

“월급은 안 주셔도 되는데.” 


 

이젠 그래도 제법 자연스러워진 프로그램으로 입꼬리를 들어올렸어요. 아저씨가 보시기엔 아직도 어색했겠지만요. 저는 부끄러워 방에 들어와버리고 말았어요. 곧 아저씨도 방에 들어가셨죠. 저는 그때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이 에러같은 ‘것’이 뭔지 규정되지 않은 상태였거든요. 이 ‘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무엇인지도 몰랐구요. 뭐, 여전히 모르긴 하지만 그땐 정말 이런게 있다는 것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요. 네트워크를 아무리 돌려봐도 명명백백한 사전적 정의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알 수 없는 것이 생기다니. 저는 조금 우울해졌어요. 우울한건 몸에 안 좋은데. 오늘은 아저씨도 나도 몸에 안 좋은걸 하는 날이구나. 


 

그 날 저녁은 아주 진한 콘스프였죠, 아마? 


 

- 


 

“알고리즘, 그런거 아니에요." 


 

아뇨, 다시 생각해보니 그 날 아저씨는 저녁을 드시지 않았어요. 일찍 주무시는 것 같았는데. 저는 혼자 콘 스프를 끓여놓고 아저씨가 나오길 발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밤을 새웠다죠. 일찍 주무셨으니 일찍 일어나실거야. 저는 조금 이르게 앞치마를 둘렀어요. 어젠 아저씨도 화를 내시고 힘드셨을테니까, 좀 더 밝게 깨워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목소리를 좀 올렸어요. 


 

“일어나세요, 아저씨!” 


 

정신없이 프라이를 4개째 굽는 중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저는 타이밍 좋게 접시를 옮겼죠. 이상하죠. 그냥, 배싯. 웃음이 나왔어요. 아저씨를 보니까 그냥 그러던걸요. 


 

“베이컨 구웠어요. 프라이랑 같이 드세요.” 


 

간질거리는 손가락으로 포크며 나이프를 쥐고 아저씨 맞은편에 앉았어요. 아저씨의 얼굴은 미묘했어요. 기분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알 수 없어서 저는 갑자기 목이 메었어요. 눈꼬리, 입매, 굳은 뺨, 식은 눈빛. 아, 알았다. 기분 나쁘신거다. 입맛에 안 맞으시냐고 물어도 대답도 안 하시고 부루퉁하게 접시를 내려만보시다 


 

“우욱-,” 


 

갑자기 싱크대로 달려가 토악질하셨죠. 아직 생생해요. 제가 그때 얼마나 놀랐는데요. 제가 아저씨 도와드리려고 하니까 아저씨가 손사래 치면서 그러셨죠. 


 

“신경 쓰지마.” 

“괜찮으세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것도 하지마.” 


 

개수대에 접시 처박기. 아. 입속으로 짧게 신음했어요. 갑자기 아저씨 기분이 왜 나빠지신걸까. 어제 화내신거 때문인가. 왜 나한테 그러시지. 아저씨가 곧 외투를 걸쳐들고 집 밖을 나서자 슬슬 버퍼링 걸린 근육들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제 접시를 정리하려고 테이블쪽으로 다가섰죠. 그리고, 


 

톡. 


 

아직 치우지 못한 그 위로 물방울이 떨어졌어요. 비가 새나? 천장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누가 볼을 가르듯 헤엄쳤죠. 바깥은 허무맹랑하리만치 맑았어요. 풀색 천장에 햇빛이 일렁거리는 무늬를 좀 보고 있는데, 그냥 좀, 생판 처음 보는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시작했어요. 눈가에서 엔진이 갑자기 격하게 돌고 정수리에 숨겨진 팬이 넘실거리기 시작했죠. 뺨 위에서 헤엄치던 것들은 송사리, 잉어, 연어, 아니, 이젠 고래 정도 되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줄 따라 흘러내리는 것. 정의를 찾아보았어요. 


 

“그냥, 좋아해요.” 


 

속상하다. 이 증상은 속상한거구나. 그렇다면 나는 지금 속상해. 왜지? 그건 검색해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왤까. 아저씨도 아시다시피, 전 이 세상이 처음이잖아요. 말만 할 줄 알지 사실 제가 온전히 할 줄 아는게 뭐가 있겠어요. 다 뒤져내서 알아보는거지. 그래서 인터넷에서도 나오지 않는 것들을 알아내려면 저는 아저씨가 필요하단 말이에요. 아저씨가 없으니까, 우울해지기 시작했어요. 

아저씨가 들어오시지 않은 점심 무렵엔 저 혼자 그 많은 콘스프를 해치웠다죠. 


 

- 


 

“그게 다예요." 


 

그래도 오후 3시, 4시, 5시가 되도록 코빼기도 안 비추시는건 너무했어요. 저 혼자 집안일 해치우고, 꽃다발 정리해서 그늘에 널어두고, 읽었던 책을 읽고, 다시 읽고, 또 읽다가 지루해져버렸잖아요. 아저씨가 언제 들어오실지도 모르니 지금 당장 저녁을 해놔봤자 아저씨가 제때 안 들어오시면 말짱 도루묵이고. 따분해서 기지개를 32번 정도 켰나 싶은데, 하늘빛이 아까랑 달라지더라고요. 앞마당에 쏜살같이 튀어나가 고개를 올려다보니 붉은 먼지바람이랑은 또 다르게 하늘이 먹먹해져오고 있었어요. 우산통에 꽂힌 우산은 갯수가 줄지 않았더라구요. 


 

“.. 비 맞으시려나.” 


 

그래도 좀, 금방 들어오실 것도 아니면서 이야기도 안 하고 집을 나서신게 계속 뾰로통해서 저는 그냥 집에 들어와버렸어요. 아저씨가 선물해주신 책은 일부러 방 저 구석 가장 깊은 곳에 꽂아두었죠. 너무하시잖아. 낮에 정리한 제비꽃다발도 괜히 한번 밉살스럽게 올려다보다 커튼을 쳐버렸어요. 집안은 캄캄해졌죠. 안 해. 파업이야. 이렇게 걱정이나 시키시고. 제 방에 콩 들어와 네트워크를 연결해 원우를 불렀어요. 


 

>>::W//웬일이야? 

>>::Me//그냥, 좀. 

>>::W//파업이야? 크크. 

>>::Me//어떻게 알았어? 

>>::W//낮에 지나가는 길에 보니까 고등학교 운동장에 계시던데, 네 주인님. 

>>::Me//거기서 뭐하고 계셨는데? 

>>::W//다른 분이랑 대화하시는거 같던데. 

>>::Me//낮 몇 시쯤? 아직 안 들어오셔서. 

>>::W//내가 봤을때는 3시 27분경. 곧 비올거 같은데 들어오시겠지. 

>>::Me//속상해. 

>>::W//뭐 때문에? 


 

갑자기 대화가 끊겼어요. 그러게. 뭐 때문에? 멈칫멈칫거리고 있는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 원우가 불쑥 말헸어요. 


 

>>::W//조심해. 

>>::W//뭐, 예전에도 한번 말한거 같지만. 

>>::W//조심은 아무리 많이 해도 나쁘지 않아. 

>>::W//그러니까 조심해. 

>>::W//그 무엇이든. 


 

원우도 잠깐 멈칫거리다 이윽고 네트워크를 그냥 끊어버렸어요. 저는 아침에 맛보았던 알고리즘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다는걸 알았죠. 손에 잡히는대로 이불이며 베개를 끌어안았어요. 코와 입이 다 묻히도록 그것들을 꽉 끌어안고 오래도록 숨을 쉬었죠. 호오, 하아, 호오, 하아. 왜 속상한걸까? 자꾸 그 질문에서 발걸음이 멈췄어요. 더 우울해졌죠. 


 

문득 배가 고프다는걸 느끼고 얼굴을 들었을땐 알고리즘 때문에 베개가 축축했어요. 이 물기. 검색하면 너무 쉽게 나오는 단어이지만, 저는 그냥 인터넷을 꺼버렸어요. 알고싶지 않았거든요. 원우가 말하는건 무엇일까? 원우도 나랑 똑같은 홈봇인데 왜 나는 원우보다 모르는게 이렇게 많을까. 나를 만들었을 연구원들이 조금 야속해졌어요. 그리고 저 혼자서라도 장을 보려고 일어났을 그때였죠. 


 

“그러니까 제발,"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더니 머릿속에서 사이렌이 울렸어요. 점멸하는 빨간 화면은 주인님의 위험 상황. 머리가 순식간에 새하얘졌어요. 본능적으로 GPS가 켜지고 저는 아저씨 계신 곳을 찾기 시작했죠. 우산이고 나발이고 터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당장 집을 뛰쳐나왔어요. 아저씨. 아저씨. 안돼, 아저씨. 위험해지면 안돼. 엔진이고 팬이고 CPU 나발이고 모두가 다 타들어가는 기분. 저는 아저씨의 절뚝이는 걸음걸이를 찾아보려고 시야를 극한으로 확장했어요. 왜 뛰는 것 같은데 속도가 나지 않을까. 아는 그 길 맞아? 왜 이렇게 낯설어. 다시 뺨에 무언가 흐르려고 할때 어금니를 터질듯 깨물었어요. 울고 싶지 않아. 지금 울면 아저씨 못 볼지도 몰라. 귓가에 이명이 맹렬하게 울었어요. 팔이 무언가 조립과 해체를 반복하는 것 같았어요. 푸른 전기 불빛이 시야를 스쳐가요. 비가 슬슬 뿌리기 시작했어요. 팔뚝을 따라 미세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해 따끔거리지만 그런거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었겠어요. 


 

평소에 쓰지도 않던 부스터까지 켜고 GPS를 따라 미친듯이 뛴게 몇분일까. 아니, 거의 날았다고 해야 하나요. 화면은 여전히 새빨갛게 깜빡거리고, 쓰러져 엎드린 듯한 사람이 보였어요. 주변에는 근처 고등학교 교복들. 아저씨의 체구, 체형과 대조를 시작하고, 일치 사인이 울리자마자 저는 마지막 남은 전력을 폭발시켜 정말, ‘날아’ 갔어요. 먼지투성이가 된 아저씨의 옷, 고등학생들의 심상찮은 발짓, 표정, 태도. 결국, 경련을 일으키는 다리까지 보고 말았을때, 그렇게 아저씨의 실루엣을 줌인시켜 상황이 인식됐을때, 


 

저는 툭, 무엇인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어요. 

팔이 마지막으로 파지직, 떨었어요. 


 

- 


 

“저 버리지 마세요." 


 

- 


 

“불 좀.” 


 

민규는 지포를 패스했다. 준휘가 날렵하게 받아채 담배에 불을 당겼다. 둘은 베란다에 나란히 서 똑같이 숨을 들이킨다. 


 

“너도 참,” 

“?” 

“어쩌다 여기 발이 묶여서.” 

“닥쳐, 새끼야.” 


 

실실거리며 준휘가 담배를 빙글, 돌렸다. 민규가 힐끔 쳐다보다 똑같이 실소를 터트렸다. 


 

“직업 군인은 하늘이 내리는 거랬어. 네가 뭔데 날 안쓰러워 해, 동병상련 주제에.” 

“개새끼가, 걱정해줘도 지랄이야.” 


 

짧게 키들거리다 이내 웃음이 사그라든다. 둘은 묵묵히 두개째를 피운다. 


 

“가족들은.” 

“늘 보고싶지.” 

“.. 병신. 눈치 보고 타이밍 딱, 어? 잘 좀 튀지.” 


 

준휘가 문득 민규를 돌아보고 담뱃재를 튕긴다. 


 

“아이씨, 뭐야!” 

“닥치라고, 좀.” 

“야, 넌 그렇다고 맨살에 담뱃재를 그렇게 막,” 

“어차피 너 까매서 티도 안 나. 괜찮아.” 

“미친 놈.” 


 

병력을 모집할때 나란히 신청해 룸메이트로 들어온게 벌써 몇 달짼지. 극비리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라서 아직 상부에서 정식으로 출동 명령을 내리거나 한 적은 없다지만 둘은 직감으로 안다. 마지막이다. 나라의 마지막인지, 우리의 마지막인지, 서로의 마지막인지, 그건 몰라도 하여튼 이건 종점이다. 


 

“너 이종사촌이랬나, 그 왜 그, 고딩 애 있잖아.” 

“찬이?” 

“아, 응. 걔는 요즘 어때.” 

“약국인지 나발인지 알바 열심히 하는 거 같더라. 공부나 하지, 시키는건 드럽게 안해요.” 


 

준휘가 말을 끝내자마자 두번째 개피를 밟아 비벼 끈다. 민규는 세번째 개피를 건넨다. 꽁초에서 고개를 든 준휘가 의아하게 쳐다본다. 


 

“웬일이냐, 담배를 다 베풀어주시고.” 

“줄때 펴, 그냥.” 

“죽을때가 다 됐나, 사람이 미쳐가나봐.” 


 

가볍게 개피를 받아들어 물고 민규의 고개를 잡아돌린다. 민규가 여태 다 피우지 못한 첫번째 개피와 새 담배의 끝을 맞추어 꼭 누른다. 발갛게 연기가 피어오르다 이내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눈이 마주친다. 민규의 까만 눈동자와 준휘의 갈색 눈동자. 준휘가 실없이 웃으며 고개를 팽친다. 


 

“뭘 봐, 새끼야.” 

“지가 먼저 봤으면서 나한테 지랄이지.” 

“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나 잘생긴거 아는데,” 

“저 새끼 또 시작이다, 아오.” 

“크크, 팩트잖아.” 


 

민규는 경악스럽다는듯 담배를 밟아 끄고 준휘에게 연기를 내뿜는다. 잔기침을 하던 준휘가 민규에게 달려들어 헤드락을 건다. 민규와 준휘의 웃음소리가 자욱해진다. 베란다 바깥 하늘은 먼지로 뒤덮여 핏빛이다. 둘이 함께 쓰는 기숙사는 SVT 테크닉스의 사원용 숙소다. 거대한 건물 위로 흐드러지는 노을이 손아귀를 잡아벌린다. 


 

둘은, 

마지막을 직감하고 있다.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6년 전
다앙근
저 진짜 그리웠거든요.. 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다 가셨넹 ㅎ
6년 전
독자2
작가님ㅠㅁㅠ 영겁의 시간이 드디어 끝났네요!!! 보고싶었어요... 제가 쪼금 늦었죠!?! 지난화에 그렇게 막 사람 심장 떨어지게 끝내놓고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다니요..! 그치만 여전히 작가님 필력은 대단하시고 전 그저 감탄만 하겠습니다.. 오늘은 순영이 시점으로 다시 되돌아보니까 더더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에요ㅠㅠㅠ 아직 반밖에 안왔다니 조금 즐거워지지만요ㅎㅎ 전 언제나 기다리고 있으니까 편하실때 올려주시와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참 떡밥ㅋㅋㅋㅋ 자까님 너무 귀여우신것ㅠㅜ♥♥
6년 전
다앙근
ㅠㅠㅠㅠㅠㅠ 진짜진짜진짜 보고싶었어요 독자님 ㅠㅠㅠㅠㅠㅠ 처음엔 간 쫄깃을 좀 더 끌어보자해서 끌었다가 졸지에 억겁의 시간.. 저 진짜 하우스 트랩 이쪽 장르 좋아해서 듣고 비명 질렀거든요.. 떡밥 너무 쓰고 싶었다구요 맙소사 ㅜㅜㅜ 노래만 듣고도 울었는데 가사 진짜 너무 좋아요..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생각나서 쥬니가 진짜 섬세하게 가사를 썼구나하고 느꼈답니다.. 크흡 저는 계속 앞으로 남은 10화 전개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게 힘을 주세요! ㅠㅠㅠ
6년 전
독자3
자까님... 한달이 지나버렸네여.... 보고싶어여...ㅠㅁㅠ
6년 전
다앙근
돌아왔습니다.. 11화.. 졸지에 2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 퓨후0:01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 퓨후 0:01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 05.01 21:30
나…17 1억 05.01 02:08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전체 인기글 l 안내
5/5 18:46 ~ 5/5 18:4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