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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장오로 미스테리부서 출신 장과 호그와트 학생 민이 4 | 인스티즈


분명 헛것을 본거라고 유현은 생각했다. 어제 밤부터 꿈자리가 사나웠다. 이제는 정말로 기억조차 희미해진 과거에 대한 꿈. 아직 호그와트가 학교라고 불릴 시절 학생신분인 자신의 꿈. 학창시절 유현은 수수하지도 그렇게 튀지도 않는 학생이었다. 좋은 명문가의 자제. 가만히 내버려 두면 흠집 하나 없는 인생길을 저절로 걷게 될 터였다. 

오현민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어딜 가나 튀는 녀석은 있기 마련이라고. 그 튀는 녀석이 수석을 달고 전교 1등자리까지 노려오며 치고 올라 왔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현민이 온갖 국제마법협회에서 쏟아지는 편지공세에 시달릴 무렵 유현이 딛고 있던 세계는 무너져 버렸다. 집안에서부터 압박은 가해졌다. 그깟 근본도 없는 놈을 이기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유현은 길길이 날뛰는 가족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현민은 오현민이었고 김유현은 김유현이었다. 어딜 가나 모나지 않게, 그렇다고 존재감 없지는 않게 살아 왔다. 슬리데린 기숙사에서 유현의 말을 거역할 수 있는 학생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분명히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가족들이 집착하는 온갖 광휘를 둘러 싼 존재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미묘하게 시작 된 신경전은 끝끝내 유현을 뿌리 채 흔들어 놓고 말았다. 손톱에 파고드는 가시처럼 유현은 기어코 현민의 그림자 아래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눌어붙은 열등감과 열패감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졸업 후 유현은 망설임 없이 손목에 데스이터의 표식을 새겼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후회는 없었다. 어차피 가족들 때문이라도 유현은 데스이터로써의 길을 걷게 될 터였다. 그리고 현재 판세를 쥐고 있는 건 데스이터쪽이었다. 이제 와서 선택에 대해 후회 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호그와트가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유현은 아무렇지 않았다. 현민은 지금쯤 졸업 할 나이가 되었을 터였다. 학교 어딘가에서 그 잘난 마법으로 끝끝내 저항하다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그 빛나는 재능이라는 것도 결국 시대가 필요로 할 때에나 쓸모가 있는 것이었다. 


그 재능을 알아 줄 사람도, 키워 줄 사람도 없는 지금, 재능은 쓸모 없고 거추장스러워 자주 입기 힘든 옷장 속 옷 같은 존재였다. 세월이 지나면 아무도 현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그런 공평함을 가져다 준다는데 있어서 유현은 뒤집힌 지금 세상이 마음에 들었다. 

그 날의 거리는 유독 눈이 부셨다. 현민의 얼굴도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을 무렵,  유현은 우연히 현민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아니, 마주쳤다기 보다는 유현의 일방적인 목격에 불과했다. 문을 열고 집을 나서는 순간 현민이 바로 유현의 앞을 스쳐지나 가고 있었으니까. 현민은 뒤를 돌아봤고, 유현은 재빨리 문 뒤에 숨어 그런 현민을 어둠 속에서 가만히 지켜봤다. 틀림없는 현민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왜. 오현민이. 지금 대낮에 녹턴앨리를 활보하고 있는 걸까. 

호그와트 습격에서 기어이 살아서 도망쳐 나온 걸까? 이 곳엔 무엇 때문에 온 걸까? 만날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수많은 물음이 떠오르며 잊고 지냈던 현민에 대한 감정들이 모두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은신마법을 걸고, 유현은 재빨리 현민의 뒤를 밟았다. 현민은 주위를 두리번대더니 어떤 허름한 판자집 안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현민은 다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회의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유현은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 방금 전 스치듯이 봤던 현민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정말로 오현민이 맞다면 이 곳을 어슬렁거릴 이유가 없었다. 습격 이후 호그와트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 숨거나, 데스이터가 되었으니까. 그 오현민이 성격 상 데스이터가 된다는 것은 상상이 가질 않았다. 무엇보다 데스이터가 되었으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모습을 숨기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데스이터가 판치는 이 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질 않았다. 유현은 현민이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긴 로브를 뒤집어 쓴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며칠 전에 습격했다던 오러 집 주소, 이 근처라고 하지 않았나요? 

테이블에 앉아 회의에 집중하고 있던 준석은 말 없이 주소가 쓰여진 노트를 유현의 앞으로 밀었다. 어쩐지 낯익은 주소였다. 남은 것은 직접 유현의 두 눈으로 확인해 보는 일뿐이었다. 

-

오러의 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꼴을 하고 있었다. 유현은 여기저기 널려있는 부서진 가구들과 집기조각을 피해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응접실이 특히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누가 봐도 치열한 마법결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심하군.

이래서야 아무런 정보도, 단서도 찾을 수 없다. 애당초 몇 명이나 이 집에 머물렀는지, 얼마나 오랜시간동안 사람들이 머무르다 갔는지 전혀 알 수 없을 만큼 집 안은 엉망이었다. 유현은 혀를 차며 면밀히 응접실을 관찰했다. 혹시라도 단서가 훼손될 까봐 섣불리 집을 치울 수도 없었다. 너무 더워서 헛것을 봤나. 어쩌면 현민은 습격소식을 듣고 우연히 친인척 관계였던 오러 집을 확인 차 들렸을 수도 있었다. 

때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현민이 설령 오러를 만나려고 했다 한들 유현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 유현은 단지 며칠 전 습격 당한 오러의 집을 호그와트 학생이 방문 해, 확인 차 이 집에 와 있는 것일 뿐이었다. 스스로에게 되뇌며 유현은 이 집을 돌아 볼 동안 증거를 찾지 못하면 오늘 이 거리에서 현민을 목격한 일도, 지난 기억들도 다시 묻어 두기로 결심했다. 

응접실을 한 바퀴 돌아 나가려던 유현의 시선이 벽난로에 머물렀다. 한 여름에 벽난로라니. 유현은 천천히 벽난로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잿더미 속에는 타다 남은 불씨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벽난로는 따뜻했다. 방금 불이 꺼지기라도 한 것처럼. 

-

정말 괜찮겠어요? 제가 형 방을 써도 되는데.

난 내 방 아니면 잠이 안 와.

돌려 말한 것을 동민은 딱 잘라 거절했다. 세 사람과의 끈질긴 줄다리기 끝에 동민은 임시로나마 사람들이 자기 집에 머무는 것을 허락했다. 어디까지나 임시라고 강조했지만 모두 안심한 눈치였다. 여자들에게 안방을 내준 동민은 그 다음으로 콘 손님방을 연승과 현민에게 주고 정작 본인은 가장 좁은 자기 방에서 자겠다고 우겼다. 얹혀 지내야 할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본인이 본인 방에서 자겠다는데 말리는 것도 이상했다. 거실에서는 남자들이 매일 한 명씩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말이 좋아 불침번이지 딱딱한 거실 쇼파에서 웅크려 자는 것을 뜻했다. 

오늘은 내가 거실에 있을 테니까, 그럼 니가 내 방에서 자던가. 최연승더러 손님방 쓰라고 하고.

그런 얘기 아닌 거 알잖아요, 형. 

그럼 무슨 얘긴데. 

말해야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았다. 현민은 체념한 듯 포기하고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동민과 마주보고 앉았다. 좁은 방이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방이었다. 현민은 수수한 가구들을 눈으로 훑으며 이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을 동민에 대해 상상했다. 

형이 학생 때 쓰던 방이에요? 

쓸데없는 질문은 됐고, 수업이나 하자. 

동민은 테이블을 옆으로 밀어 치우며 지팡이를 꺼냈다. 저도 모르게 긴장한 현민은 딱딱하게 굳어 어색하게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 난 동민은 안전하게 주변의 가구들을 모두 치운 뒤 현민과 지팡이를 들고 마주섰다. 어쩐지 오래 전 이런 자세로 동민에게 무언주문을 배웠던 기억이 나 현민은 속으로 웃음이 났다. 동민은 결코 처음부터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선생은 아니었다. 

동민은 테이블 위에 놓여진 탁상등을 켰다. 어두운 방 안은 이제 어슴푸레한 빛으로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졌다. 

레질리먼시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 봐. 

저도 잘은 모르지만 상대의 생각을 읽는 것 아닌가요?

글쎄. 그것보다는 좀 복잡해. 레질리먼시는 상대의 기억과 감정을 빼앗는 능력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상대의 기억과 감정을 읽어 대조해 볼 수 있는 능력이지.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마법은 세상에 없어. 하지만 고도의 레질리먼시 능력자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순간 즉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지.

복잡하네요.

그래. 처음엔 이해하기 좀 어려울 거야.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은. 한 가지 다행인건 내가 마법사들 중에서는 상당히 고도의 레질리먼시를 구사할 줄 안다는 거야. 

그거 자랑이에요? 

농담을 던졌지만 동민은 웃지 않았다. 

자 지금부터 기회를 주겠다. 레질리먼시를 이용해서 내 기억을 읽어보도록 해봐.

레질리멘스!

이번에도 동민이 지팡이를 휘둘러 주문을 튕겨낼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동민은 침착히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현민은 지팡이를 들고 집중하며 동민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동민의 어떤 기억을 읽어야 할지 몰라 현민은 망설였다. 하지만 레질리먼시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상대의 기억을 읽는 능력이라면, 현민의 기억과 겹치면서도 읽기 쉬운 기억에 먼저 접근하는 편이 해답이 될지도 몰랐다. 

어두운 방 안이 사라지고 현민은 순식간에 호그와트 연회장에 와 있었다. 진호가 동민의 곁에 앉아 무어라 속삭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너머에는 유현과 현민이 한참 마법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진호로부터 고개를 돌린 동민은 현민을 바라봤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현민은 동민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튕겨져 나오듯 현민은 어두운 방 안으로 되돌아왔다. 방금 봤던 동민의 기억 속 자신의 모습이 눈 앞을 어른거렸다. 그 모습은 동민이 기억하는 현민의 모습이었다.

처음치곤 잘했네. 그래, 뭘 봤지? 

호그와트 연회장에서 형은 홍교수님과 얘기하고 있었어요. 바로 앞에서는 제가 유현이형과 마법결투를 벌이고 있었구요.

그래. 나와 겹치는 기억을 택한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보다 쉽게 내 기억을 읽을 수 있고,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도 읽기 편할 테니까. 그때 난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방금 결투를 마친 것처럼 현민은 숨을 헐떡였다. 레질리먼시는 상당히 많은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주문이었다. 숨을 고르며 현민은 머릿속으로 동민의 기억을 되돌려 보며 그때 동민이 느꼈던 감정에 대해 기억 해 보려고 애를 썼다. 

그때 난 짜증이 났었어. 진호가 대타로 교수 뛴 수업비를 늦게 입금 해 주겠다고 했거든. 눈 앞에서는 학생들의 지루한 마법 결투가 펼쳐지고, 너와 눈이 마주 쳤을 때도 빨리 돈이나 받고 집에나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지. 

거짓말 아니에요? 

글쎄. 그걸 알아내는 게 니가 할 일이지. 

순간 부아가 치밀어 올라 현민은 레질리먼시 주문을 외우며 지팡이를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민의 기억에 접근은커녕 그 언저리에도 다가설 수 없었다. 지팡이를 붙들고 아무리 집중을 해 봐도 캄캄한 어둠 속을 더듬는 것 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나는 오클러먼시를 사용해서 너의 레질리먼시 주문을 방어했다. 오클러먼시는 레질리먼시로 부터 나를 방어 할 수 있는 주문이야. 이렇게 되면 나는 상대가 레질리먼시를 이용해 내 기억을 읽으려고 해도 원하는 기억과 감정을 상대로부터 차단시킬 수 있지. 내가 거짓말을 해도 상대는 알 수 없게 되는 거지. 

만약, 데스이터가 레질리먼시를 사용 해 방금 니가 봤던 기억을 읽었다면 너와 내가 호그와트에서 이미 한번은 만난 사이라는걸 알 수 있었겠지. 하지만 오클러먼시를 이용해 내가 그 기억을 차단시키면 난 너를 방금 만났다고 해도 데스이터는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거야. 

어렵네요.

그래. 원래 처음엔 다 그래. 그럼 이번엔 오클러먼시를 배워 볼까? 마음을 비우고 내가 니 기억을 읽으려고 하는 걸 방어해봐. 날 공격하거나, 지팡이를 뺏어도 좋으니까. 

숨을 고르며 현민은 지팡이를 꽉 움켜쥐었다. 단순히 막기만 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동민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자신 있나 본데? 어디 한번 막아봐. 난 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기억에 접근할 거니까.

동민이 무어라 속삭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방 안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희미하게 방 안을 밝히고 있던 탁상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방어주문을 외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현민은 순간 숨을 들이켰다. 


안개가 자욱 한 숲 속에서 현민은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두건을 쓴 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러 개의 주문이 나무 사이로 쏘아져 나와 붉고 푸른 섬광이 여기저기서 번쩍였다. 살기 위해서 현민도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아무 주문이나 날려야 했다. 데스이터가 쏘아 보낸 주문이 아슬아슬하게 나무 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어깨 위로 떨어져 심각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여기서 쉴 수는 없었다. 왼쪽 팔은 이미 감각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조금만 더 가면 금지된 숲을 벗어 나 순간이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학교 안은 얼마나 참담할지 상상 조차되지 않았다. 그나마 살아보겠다고 숲으로 도망친 애들은 희망이라도 있었다. 현민은 머리속에서 그려지는 최악의 상황을 애써 밀어내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때, 누군가가 덤불 속에서 튀어나와 현민을 옆으로 밀치며 쓰러졌다. 

피해! 

덤불 속에서 따라 나온 데스이터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눈 부신 초록색 섬광이 번쩍 일었다. 방금 전까지 현민의 곁에 쓰러져 있던 학생은 이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비명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현민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넘어진 턱에 지팡이는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두건을 쓴 데스이터는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초록색 섬광이 다시 한번 번쩍이는 순간 현민은 저도 모르게 몸을 굴려 주문이 날아오는 것을 피했다. 당장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현민은 지팡이를 휘둘러 데스이터에게 주문을 날려 보낸 뒤 다시 달렸다. 무슨 주문을 쏘아 보낸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팔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고 땀에 젖은 옷은 자꾸만 온 몸에 달라붙어 화끈거렸다. 숨이 턱까지 차 올라 폐가 찢어질 듯 아픈데도 현민은 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달리는 것을 멈추는 순간 현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으로 잠겨버릴 것만 같았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와 살려달라는 아우성소리가 들렸다. 끔찍했다. 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말라버린 눈에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더 달렸을까. 발 밑에 채이는 땅이 더 이상 부드러운 흙이 아닌 단단한 돌인데도 현민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금지된 숲과 이어진 어느 마을 골목길 어귀에 서서 현민은 간신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희뿌연 안개 사이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때서야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자기를 구해주기 위해 몸을 내던진 학생도 이 사람들처럼 먹고 마시고 움직이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었을 사람이 주문 한마디에 싸늘한 시체로 변해 버린 것이다. 

긴장이 풀리자 현민은 오열하며 주저 앉았다.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부드럽고 따뜻한 손이 현민의 손을 잡고 끌어 올렸다. 현민은 어느새 다시 동민의 방으로 돌아 와 있었다. 그때의 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동민은 말없이 현민을 끌어 안았다. 

현민아.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그 목소리가 너무나 따스해서 현민은 흐느껴 울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해주길 바래왔는지도 몰랐다. 현민이 소리 내어 우는 내내 동민은 애써 달래려고 들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비참하고 괴로운 기억이었다. 어딘가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기 실력을 인정받아야 할 녀석이 지금 더러운 마룻바닥에서 괴로운 기억에 몸부림치며 울고 있었다. 동민은 현민의 어깨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할 수만 있다면 더 이상 괴로운 일은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현민은 너무나 여렸고, 그 세계는 너무나 쉽게 흔들렸다. 자신이 손을 잡아 주지 않으면 현민은 금새 무너져 내릴지도 몰랐다. 


-

그래 원하던 건 찾았어?

예에 뭐 대충은.

준석의 물음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유현은 테이블에 기대 창 밖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넓은 응접실에서 유현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저녁 내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좀 전까지 마법부에 알아 볼 일이 있다더니 유현은 그새 원하던 궁금증을 해결 한 것인지 준석에게 별 다른 말이 없었다. 준석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는 대신 아예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았다.

뭐가 문젠데? 

준석은 견과류가 담긴 그릇을 앞으로 끌어당겨 먹기 시작했다. 조용한 방 안에 준석의 부스럭대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왔다. 손에 담은 견과류를 입에 털어 넣으며 준석은 유현이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저희 학교에 그런 얘기가 있어요. 뭐 대부분 떠도는 뜬 소문들 중 하나겠지만. 예전에 학교에 오러를 꿈꾸던 훌륭한 실력자가 있었대요. 마법실력도 아주 뛰어나서 누구나 다 그 사람이 오러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사람은 오러 시험까지 다 쳐놓고서는 마지막에 가서 시험을 포기해버렸어요. 오라는 곳은 많았지만 그가 택한 곳은 마법부의 아주 한직이었죠. 

유현은 먼지 낀 창틀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무가 흔들릴 때 마다 잎사귀들이 만들어 낸 그림자가 유리창 위를 스쳤다. 검은 잎사귀들이 만들어 내는 무언의 춤을 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불안이 흔들렸다. 한 여름에 벽난로를 켜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그 곳을 우연히 방문했던 여자가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켜지 않았다면 유현은 영영 이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법 교통부에서 벽난로를 통해 읽어낸 영상에는 분명 현민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민과 함께 있는 다른 이름 모를 사람들 보다 유현의 시선을 잡아 끈 것은 동민이었다. 그때 딱 한번 연회장에서 마주친 것이 전부였지만 유현은 직감적으로 동민이 어쩌면 호그와트에 떠돌아다니는 그 뜬소문의 주인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 후 그의 행방은 확실히 묘연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습격당한 오러의 집에 그것도 현민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사람 9층간거 아냐? 

준석은 항상 미스테리 부서를 9층이라고 불렀다. 엄밀히 말하면 지하건물인 마법부의 부서를 언급할 때 지하라는 말을 떼고 언급하는 것도 준석뿐이었다. 

미스테리 부서요? 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준석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 정도의 실력자가 단지 마법부의 한직으로 만족했다는 쪽이 더 이상했다. 동민이 정말 미스테리부서 사람이라면 유현의 불길한 짐작은 단순한 짐작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미스테리부서 사람이 습격 당한 오러의 집에 나타났다는 것은 현재 판세에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 사람은 왜 오러시험을 포기한 걸까요. 

글쎄, 그 사람 마법부에 커넥션 없지? 

아마 그럴 거에요.

준석은 견과류가 든 그릇에 손을 집어 넣고 잠시 생각하다 말을 이었다. 

한때, 오러사무국이 마법부의 얼굴마담 노릇을 한 적이 있었어. 당시 마법부를 쥐고 있던 장관의 인기가 한참 떨어지고 있을 때였지. 사방팔방에서 나타나는 데스이터들에게 대항하는 대 테러조직을 새로 꾸리겠다고 했었나. 당시 내건 슬로건이 검증 받은 자들만 오러로 뽑아 엘리트 조직을 만든다는 거였지. 그때만큼 마법부에 인사와 청탁이 난무하던 시절이 없었을 거야. 비단 오러사무국 뿐만 아니라 마법부의 중요한 요직은 모두 있는 집 가문들의 자식들이 꿰찼지. 그 사람이 커넥션도 없고 순수혈통도 아니라면, 시험을 포기 했을 수도 있어. 어차피 쳐도 안될 거니까.

그렇다면 왜 그 사람이 미스테리 부서에 간 거 아니냐고 말한 거죠? 

미스테리 부서는.. 알겠지만 사정이 좀 달라. 거기는 좋은 혈통이나 훌륭한 가문인게 필요 없는 곳이니까. 오히려 좋은 가문 출신일 수록 미스테리 부서에 가는 걸 꺼려하겠지. 자기 신분을 노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활약 한다고 해서 누가 인정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유현은 고개를 돌려 준석을 마주봤다. 준석은 다리를 꼬고 편한 자세로 의자에 기대 앉아 견과류를 입 안으로 털어 넣고 있었다. 얼핏 보면 긴장을 풀고 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눈매만큼은 날이 서 있었다. 유현은 지금 자신의 질문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준석이 눈치 챘을 것이라 직감했다. 

미스테리 부서에서는 정확이 어떤 일들을 하죠?

글쎄 그건 나도 정확히는 몰라. 고대마법이나 우리가 알 수 없는 마법의 불가사의한 여러 현상들을 연구한다고만 알고 있어. 그 부서에 있는 사람들도 담당하는 파트가 각각 달라서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걸. 그게 바로 그들이 서로를 말할 수 없는 자들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지.

준석은 탁 소리를 내며 손에 붙은 견과류 껍질들을 털어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그들이 연구하는 그 불가사의한 마법 중에는 분명히 어둠의 마법도 포함된다는 거야. 마법이라는 게 원래 완전히 어둠의 마법을 분리해 놓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거거든. 미스테리 부서 사람이라면 확실히 오러와 데스이터 사이를 거리낌 없이 오고 갈 수 있겠지.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우리는 그럼 그자들에 대해서는 쫓지 않는 건가요? 

글쎄. 미스터리 부서는 이쪽에서도 확실히 골치야. 마법부를 점령했다 한들 미스테리 부서에 누가 있는지 정확히 다 알 수는 없는 노릇이거든. 그들이 점 조직으로 움직인다는 점도 문제야. 몇몇은 데스이터로 넘어 와 신원파악이 되지만 나머지는. 아마 어딘가 잘 숨어 있겠지. 오러들을 은밀히 돕거나. 한때, 그 부서에 있는 사람이 데스이터로 전향하는 자기 동료들을 오러 사무국에 폭로한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이제는 오러 사무국이 없어지면서 그도 흐지부지 되고. 그 사람들은 워낙 자기가 맡은 임무들만 수행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모이거나 힘을 합치기가 힘들어. 서로가 서로를 모르거든. 괜히 오러 사무국이 마법부의 드러내 놓은 칼이면 미스터리 부서가 숨겨진 칼이라고 하겠어? 

잘 아시네요. 역시 마법 법률 강제 집행부 출신이라 그런지.

준석은 어깨를 으쓱 올렸다. 

결과적으로 미스테리 부서도 마법부 산하 부서야. 그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이 뭐가 되었든 현재 마법부가 펼치고 있는 헤게모니에 도움이 되는 쪽을 더 밀어줄 수 밖에 없어. 예외가 있다면 그건 모순이지. 그리고 모순은. 

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목에 찬 시계를 어루만졌다. 준석만큼 자신의 감정을 내보이지 않으면서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도 드물었다. 유현은 바싹 마른 입술을 적시며 준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야. 

어둠 속에서 준석의 눈이 번뜩였다. 잠시였지만 유현은 준석의 목소리에서 얼음장같이 차가운 한기를 느꼈다.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유현도 무언가에 눌린 듯 꼼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금방 다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 온 준석은 앉아있던 의자를 정리하며 무심히 말했다. 

뭘 봤는지는 모르겠는데 원하는 타겟이 있으면 직접 노리지 말고 옆을 노려. 9층에 근무하는 인간들은 숨는 게 특화 된 사람들이야. 

만약.. 그게 호그와트 학생이라면요?

그럼 훨씬 찾기 쉽겠지. 이름이랑 얼굴 알아? 나라면.. 현상금을 두둑이 먹여서 학생들만 전문으로 팔아 넘기는 놈들한테 전단을 뿌릴 거야. 

자리를 다 정리 한 준석은 미련 없이 방을 떠나기 위해 문가로 걸어갔다. 나가려는 준석의 등 뒤에 대고 유현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미스테리 부서에 안 가신 거죠? 

거기 가면 드러내 놓고 활동을 못하잖아. 박봉이고. 

밖으로 나가려던 준석이 걸음을 멈추었다. 

게다가 나는 어둠의 마법을 긍정하는 쪽이거든. 

홀로 남겨진 방 안에서 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모순은 드러나기 마련이라는 준석의 말이 유독 귓가에 남아 울렸다. 


-


장오는 레알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결국 유현이까지 나왔다! 이제 비축분 다 떨어졌는데 어떻게하짘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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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헐!!!!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와줘서 고마워~!!!! 둘이 서로의 기억을 읽는 부분에서 두근두근했어♡ 담편도 열심히 기다리고 있을게~ 쓰니 사랑해!!!
8년 전
갓2
진짜 대박이야ㅠㅠㅠ 기억 읽혀서 힘들어하는 현민이 무릎이 땅에 닿기 전에 끌어당겨주는 장 부분에서 현실 설렘ㅠㅠ
8년 전
갓3
진짜 완전 금손이다ㅠㅠ 기달렸어ㅠ 장오가 레알!! 현민이가 울고있을때 장이 위로해주는거 완전 발려ㅠ
8년 전
갓4
ㅠㅠㅠㅠㅠㅠㅠㅠㅠ현민이 막 무서워서 하는장면에 장이 토닥토닥ㅠㅠㅠㅠㅠ설렌다
8년 전
갓5
장한테 점점 설레기 시작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짱조아
8년 전
갓6
ㅠㅠㅠㅠ장... 멋진남자... 설레잖아ㅠㅠㅠㅠㅠㅠ 근데 폴짝이 견과류 먹는 걸 상상하니 다람쥐같아서 귀엽고.. 다람쥐를 상상하니 쥐과 애니마구스이면 재밌을 것 같고.. 쥐 애니마구스 상상하니 쥐로 변해서 장오 있는 곳 몰래 숨어들어가면 재밌을 것 같고... 뭐 그르타 생각보다 재미가 없네(긁적)
8년 전
갓7
아 해리포터 원래도 좋아하는데 장오로 보니까 더좋음ㅠㅠㅠ퓨ㅠㅠ 글올라올때마다 심쿵사... ㅇ-<-< 올려줘서 고마워 더 써줘!!!!!♡
8년 전
갓8
우와 드디어 왔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장오 호그와트 썰은 사랑입니다... 이제 장이 현민이를 지켜주겠다는 마음이 든건가ㅠㅠㅠㅠ설렌다..데스이터 쪽도 등장하고 흥미진진하다..ㅜㅜ 늘 잘 보고 있어 ㅠㅠㅠ!!
8년 전
갓10
장오ㅠㅠㅠ 잘봤어 쓰니야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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