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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지니어스) 장오로 미스테리부서 출신 장과 호그와트 학생 민이 5 | 인스티즈


그 후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본디 혼자 싸우기 보다 무언가를 지키는데 더 익숙한 동민이었다. 현민을 비롯 해 동민의 곁에 모여 든 사람들은 미스테리부서에서 근무하는 동안 오랫동안 잊고 지내오던 집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일깨워줬다. 불침번을 서고 난 다음 날이면 동민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밖으로 나갔다. 오러와 데스이터 사이에서 이어져오는 지지부진한 싸움은 그 지난한 싸움만큼이나 판세를 읽기가 어려웠다.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는 장소 근처에서 동민은 가끔씩 만나는 오러들에게서 지엽적으로 정보를 얻어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끔은 데스이터와 오러들 간의 싸움에 휘말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동민은 목숨을 구하는 척 아슬아슬하게 싸움에 동참해 오러들을 도왔다. 이런 위험한 줄다리기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동민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게 보내고 돌아오는 날이면 집에는 동민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따뜻한 풍경. 먼지만 가득했던 거실이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진 그 모습은 동민을 안심시켰다. 돌아올 곳이 있기 때문에 동민은 전력을 다해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아이러니한 말이라는 건 알지만 동민은 무언가를 지킬 때 더 힘을 발휘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정을 주고 믿음을 주면 나중에 힘들어질 것을 알면서도 동민은 그것을 놓을 수도, 뿌리 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현민이 있었다. 모두가 즐거운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동민은 어느 날 데스이터가 이 집에 들이닥쳐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해 생각했다. 최선은 나를 버리고 모두를 살린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단 한 명만 살려야 한다면 현민을 살린다. 동민은 연승과 장난을 치며 행복해하는 현민을 바라본다. 그게 동민이 현민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이었다.


-

먼지 낀 창문 너머로 동민은 마당에서 마법연습중인 현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민이 지팡이를 흔들며 무어라 중얼이는가 싶더니 지팡이 끝에서 불이 확 뿜어져 나왔다. 불길은 무성한 풀숲으로 옮겨 붙어 곧 삽시간에 타올랐다. 현민은 이번엔 지팡이를 휘둘러 한번에 불길을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바닥이 타 들어가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을 때 까지 현민은 몇 번이나 이 주문들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연승은 현민을 보고 있는 동민을 보고 있었다. 동민이 현민을 보고 있을 때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어떨 때는 정말 사랑하는 제자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낼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연승이 놀랄 만큼 냉정히 현민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 연승은 별 다른 참견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처럼 동민이 무언가에 깊이 빠져 든 것처럼 현민을 보고 있을 때 연승은 위험을 느꼈다. 그것은 비단 동민이 현민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의 깊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잘하네요 현민이. 

연승은 동민의 곁에 다가가 함께 현민을 내려다 봤다. 

현민이를 보고 있으면 제 학창시절 생각이 나요. 혼자 리키콜드런에 있는 형을 찾아왔다고 했나요? 지금 이 상황에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저도 그렇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던 시절이 있었는데..

가만히 현민을 보고 있던 동민이 고개를 돌려 연승을 본다. 여전히 표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도전적인 그 시선에 연승은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은 왜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연승은 대꾸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내가 현민이를 꺾으려고 하는 건 내가 건재하다는 자기 증명이 필요해서가 아니야. 



-

다 때려 부숴라, 부숴!

동민은 빨갛게 자국이 난 팔을 문질렀다. 꽤 아픈지 인상을 쓰고 연신 팔을 만지던 동민은 서랍을 열어 연고가 들어있는 통을 꺼냈다. 지팡이를 휘둘러 부서진 물건들을 대강 정리한 동민은 팔을 걷어붙이고 연고를 바르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현민은 레질리먼시에 소질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이걸 가르치느니 차라리 다른걸 가르치는 편이 훨씬 더 시간을 아끼는 편이었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날 공격하지 않고 방어하려고 해봐. 정신을 집중 해서 오클러먼시 만으로 내가 니 기억에 다가가는걸 방어 해 보라구. 

현민은 간신히 벽에 서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말로는 쉬웠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정신력을 이용한 마법이라는 게 그렇지만 딱히 이렇다 할 시범을 보여달라고 조를 수도 없어 더 답답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어찌나 동민이 교묘하게 그 틈새를 파고드는지 방어하기가 어려워도 너무 어려웠다. 본디 사람의 심리 읽기에 탁월한 동민을 상대로 오클러먼시만을 써서 기억을 방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동민이 한번 기억을 헤집어 놓고 나면 현민은 정신적으로 굉장한 압박감과 피곤을 느꼈다. 이제 현민의 트라우마는 질릴 정도로 많이 봐서 동민은 닥치는 대로 현민의 아무 기억이나 읽기 시작했다. 세 살짜리 어린 아이일 때 불에 데일 뻔 했던 기억부터 호그와트 학창시절 이빨 달린 책에 물릴 뻔 했던 기억까지. 이제 동민은 현민이 그리핀도르 기숙사 방 침대에 몰래 붙여놓은 마녀 아이돌 사진까지 들먹이며 놀려댔다. 동민이 그럴 수록 현민은 아무 주문이나 닥치는 대로 쏴 대며 동민을 방어하기 바빴다. 그럴 때 마다 동민의 방에 있는 물건들은 남아나질 않았고, 동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언제부턴가 동민은 아얘 구급통을 갖고 와서 보란 듯이 책상에 올려 놓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럴 때 마다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기억을 읽히기 보다는 동민을 공격해서 방어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니가 그렇게 나오면 데스이터와 실전에서 싸울 때 절대 이길 수 없어. 항상 말했지, 정신을 집중하라고. 레질리먼시도 마찬가지야.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를 노리라고. 

현민은 고개를 홱 들고 원망스럽게 동민을 쏘아봤다. 동민은 현민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지팡이를 내려 놓고 팔 안쪽까지 꼼꼼히 연고를 바르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순간, 이때다 싶어 현민은 큰 소리로 외쳤다. 

레질리멘스!

이번에 현민은 눈 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복도 한 가운데에 와 있었다. 눈 앞에는 호그와트 망토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한 눈에 현민은 그가 동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젊은 시절 동민은 지금보다 좀 더 어려 보일 뿐이지 인상이 더러운 건 여전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동민은 눈빛이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틈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동민만 봐 오다 이렇게 그리핀도르 교복을 입은 동민의 모습을 보니 새로웠다. 돌아가면 실컷 놀려줄 요령으로 현민은 젊은 동민의 모습을 꼼꼼히 눈에 담았다. 



동민은 복도 끝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현민은 동민을 놓칠세라 따라갔다. 오러사무국이라고 쓰여있는 문 안을 들어 선 동민은 그 안에서도 깊숙이 위치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갖가지 지도와 사진들이 복잡하게 얽혀 벽에 붙어 있었고, 핀으로 집어 놓은 거점들은 붉은 빛으로 깜빡이며 시시때때로 움직이고 있었다. 방 안에 빼곡히 들어찬 여러 책들과 신기한 물건들을 구경하기도 바쁜데 동민은 오직 책상에 앉은 단 한 사람만을 보고 있었다. 안경을 끼고 깐깐한 인상에 마른 남자가 동민의 눈 앞에 앉아 있었다. 현민은 오래 전 신문에서 본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오러사무국 전 국장. 현민은 지금 오러사무국 국장실에 와 있었다.

추천서는? 

남자는 로 만든 긴 책상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동민을 상대하는 한 편으로 남자는 책상 위에 올려진 서류에 서명을 하느냐고 바빴다. 책상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기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안 가져 왔습니다.

추천서 없이는 시험에 통과시켜 줄 수 없어. 

그것도 알고 왔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동민을 마주본다. 동민 역시 한치도 물러설 마음이 없다는 듯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팽팽한 기 싸움에 현민은 즐거웠던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동민이 난다 긴다 해도 지금의 동민은 어렸다. 눈앞에 있는 이 산전수전은 다 겪었을 오러사무국장은 동민의 치기 어린 행동이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도대체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찾아와서 추천서를 못 주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가? 

동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대신 고개를 숙여 최소한의 예의를 표한 뒤 몸을 그대로 돌려 나가려 했다. 

그대로 나가면 두 번 다시 오러가 될 생각은 하지 마. 

동민은 걸음을 멈췄다. 잠깐이었지만 현민은 동민이 주먹을 움켜쥐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추천서가 있어야 시험을 통과시켜주는 그딴게 오러라면 전 오러 같은거 안 하렵니다. 

동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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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현민은 바닥에 내팽개친 채였다. 벽과 맞닿은 등이 욱신거렸다. 동민의 기억을 읽다 황급히 튕겨져 나오며 그 반동으로 벽에 가 부딪친 모양이었다. 동민은 팔을 문지르며 현민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다.

내가 방심할 때 공격하라고 했지 지팡이를 놓고 있을 때 공격하라는 말은 한 적 없는 것 같은데. 

지팡이를 내려 놓은 게 곧 방심 아닌가요?

까분다 또. 그래 이번엔 뭘 봤지? 

마법부 오러사무국에 있는 형이요. 

동민은 인상을 쓰고 입술을 가만히 깨물었다. 현민이 본 기억이 무엇인지 유추해 보려는 것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동민은 곧 무슨 기억인지 알아 냈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형 그때 왜 추천서 안냈던거에요? 오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알고 싶어?

네. 

현민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민은 자기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현민이 과거에 대해 물어도 묘한 표정으로 웃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대답은 해 주지 않았다. 현민은 동민이 그럴 때 마다 답답함을 느꼈다. 기억을 읽히는 것도 모자라 동민의 앞에 가면 모든 게 파악되는 기분이 드는 한편 동민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으니 답답했던 것이다. 

알고 싶으면 나를 한번만이라도 이겨 봐. 그럼 알려줄게.

-




그 뒤로 현민은 시도때도 없이 동민에게 덤벼들었다. 밥을 먹고 있을 때나 동민이 아침에 일어나 방을 나오는 그 순간에도 현민은 닥치는 대로 공격마법을 걸었다. 물론 동민은 그 모든 주문들을 가볍게 튕겨내거나 피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현민이 거의 일방적으로 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두 사람의 신경전은 동민이 현민에게 마법을 가르칠 때도 이어져 평범한 수업이 결투로 이어지는 때가 많았다. 현민이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팡이를 마구 휘둘러 정원에 있는 모든 나무와 풀들을 태워버릴 뻔 했던 날 동민은 단 한번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으로 불을 모두 꺼 버리고 박장대소를 하며 쓰러졌다. 

이 집까지 다 불을 싸질러버릴려고? 아주 그냥 눈에 보이는 게 없지 오현민.

왜 조절이 안됐을까요? 

마음만 급하니까 그렇지. 마법이라는 것도 결국 정신력이랑 연결되어 있는 거야.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라도 조절을 할 줄 알아야 그 진가를 발휘하는 거라고. 

동민은 이제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현민을 보고 있었다. 장난기가 많은 동민이었지만 수업에 임할 때만큼은 한 없이 진지했다. 물어보지 않아도 현민은 동민이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 번 동민에게 마법을 배우는 날 까지 현민은 힘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익혀야 했다. 

-


연승이 위험을 느끼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동민은 철저히 자기 시선으로 현민을 보고 있었다. 동민이 얼마나 깊은 층위를 가진 인간인지는 굳이 그 안을 들여다보려 노력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직 어린 현민은 동민의 시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문제는 동민이었다. 현민을 위해서 동민은 그 어떤 극단적인 행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현민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민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한 신념과도 같은 문제였다. 그리고 동민의 그런 행동을 현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연승이 보기에 지나치게 가까운 두 사람의 관계는 그만큼 불안하고 위험해 보였다. 동민에게 끌려가듯 이끌어지는 현민의 세계가 과연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그리고 연승의 이런 걱정은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되었다. 현민이 어느 정도 동민이 요구하는 수준을 따라오기 시작하자 동민은 현민을 데리고 현장으로 나갔다. 현민은 확실히 배우는 것이 빨랐다. 동민이 판단하기에 위험한 곳은 거르고 다니는 거였지만 순간순간 상황 판단능력이나 대처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현민이 파훼법을 찾거나 해답을 내놓는 것들은 수준급이었다. 동민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현민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두려움을 느꼈다. 언제가 현민이 싫어도 맞닥뜨리게 될 현실세계를 동민은 가능한 늦게 보여주고 싶었다.


동민이 생각하기에 현민은 아직 어렸다. 아직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도 왕성할 나이였다. 현민의 그런 어린 패기까지 자기가 다스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동민의 패착이라면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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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민과 외출하는 날이 많아지면 많아 질 수록 현민은 점점 그 날을 기다리게 되었다. 이제 집에서만 하는 수업은 지루했다. 여전히 동민은 현민에게 말하지 않고 나가는 날이 많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취급은 하지 않았다. 현민은 기본적으로 동민이 세운 원칙을 믿고 따랐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욕심이 생겼다. 완벽한 오러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민의 곁에 서서 인정을 받고, 한 사람의 몫을 다 하고 싶었다.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현민은 조금이라도 동민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현민은 동민이 외출하기 전 연승에게는 어디를 간다고 대강이라도 언급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동민이 방심한 사이 몰래 장소를 알아 낸 현민은 현장에 숨어 들었다. 마침 동민은 데스이터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가만히 보기만 하려던 게 원래의 계획이었지만 데스이터 중 한 명이 동민의 등을 노리고 달려들자 현민은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였다. 상황을 정리 한 동민은 현민이 숨어있던 커튼을 홱 열어 젖혔다. 화를 내거나 나무랄 줄 알았던 동민은 몰래 따라온 현민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내려다 보기만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동민은 현민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현민은 처음 연승과 아영, 그리고 연주를 집으로 끌어들였을 때가 떠올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동민은 현민을 따로 부르지도, 상황에 대해 설명 해 주지도 않았다. 다음날부터 동민은 집을 비우는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 현민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일도 없었다. 동민에게 다가가 이유라도 묻고 싶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동민의 말을 따르기로 했던 그 약속을 떠올리면 쉽사리 말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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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민이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동민은 스스로를 한계 끝까지 밀어 붙이고 있었다. 상황은 점점 나쁘게만 흘러갔고 이대로 하루아침에 세상이 뒤집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들었다. 동민은 연승과 현민에게 맡겨두던 불침번도 꼬박 거르지 않고 참여했다. 동민이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모습으로 기어들어 올 때 마다 현민은 꼭 먼 발치에 서서 울 것 같은 얼굴로 동민을 바라봤다. 동민은 부러 그런 현민을 외면했다. 어린 학생이 끼어들기에 이 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고 무서운 것인지 스스로 깨닫게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동민도 사람이었고 휴식이 필요한 육신을 가지고 있었다. 날을 거듭하며 무리해온 탓에 동민의 몸은 이곳 저곳에서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었다. 결국 동민은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나다 휘청거리며 다시 주저앉아야 했다. 연승을 부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그냥 잠이나 자면 낫겠지 라는 생각에 아주 오랜만에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자마자 동민은 금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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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이 집에 남아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현민은 답답함을 느꼈다. 집에서 연주와 아영이를 지키고 가끔 부상자를 치료해주는 연승과는 달리 현민은 집 안에 있으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었다. 벌써 동민의 방 안에 있는 책들은 다 본지 오래였다. 진짜 좋은 책들은 동민이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있다고 했다. 식량을 구하러 마을로 내려가겠다는 연승을 말리며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대로 동민이 자기를 모른 척 한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 해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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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현민은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했다. 자꾸만 숲 속을 달려야 했던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두려움이 엄습해 왔지만 현민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려고 애를 썼다. 두려움에 숨이 막힐 때 마다 정신력을 이용 해 기억을 읽는 것을 막아보라던 동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리는 것 같았다. 방심 했다면 방심 했다고 할 수도 있었다. 연승이 먹을 것을 얻어오는 가게에서 늘 봐 오던 사람 좋은 주인이 설마 정보를 팔아 넘겼을 줄 누가 알았을까. 현민이 미행을 따라 붙은 것을 알아 챈 것은 숲 중반에 이르러서였다. 항상 사람을 함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동민이 그렇게 말했는데 실수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민은 내심 인정하기가 싫었다.

현민이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상대는 거침없이 공격을 갈겨왔다. 더 이상 속임수 같은 것은 통하지 않았다. 현민은 공격을 피해 달리며 죽어라고 방어 주문을 쏘아댔다. 하지만 상대는 적어도 이런 일을 많이 겪은 수준급 마법사인 것 같았다. 현민의 방어 마법을 우습다는 듯 튕겨낸 상대가 쉿쉿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현민은 왼 팔이 둘로 쪼개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현민은 두려워서 차마 팔을 쳐다 볼 수도 없었다. 뜨거운 피가 철철 넘쳐흐르는 것이 감각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학교 다니는 내내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들어왔지만 어둠의 마법을 이렇게 정통으로 맞은 것은 현민도 처음이었다. 


순간 오금이 저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떼어 내 현민은 무작정 집으로 달렸다. 마음 속으로 동민의 이름을 외쳐 부르며 한참을 달리던 현민은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팔이 땅에 닿으며 정신이 나갈 정도로 고통이 느껴졌다. 그 순간에도 현민은 살기 위해 악착같이 기어가 지팡이를 잡았다. 뒤따라오던 상대는 점점 뒤로 물러나는 현민을 보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다. 순간 현민은 이 숲 속에 자기는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동민은 지금 당장 여기에 올 수 없었다. 


현민 같은 어린 학생이 데스이터를 만나면 죽기 딱 좋다고 늘상 말해오던 동민의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현민은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만큼 힘의 낙차가 컸고 또 압도적이었다. 상대가 손을 들어올리자 팔목에 찍힌 검은 데스이터의 표식이 선명히 드러났다. 현민은 악몽과도 같은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차갑게 식어가던 친구, 그리고 죄 없는 어린 학생들의 눈. 곧 현민도 싸늘한 시체가 되어 이 숲 한가운데 나무토막처럼 누여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얼음 조각을 삼킨 것처럼 가슴에 통증이 일었다. 그때, 현민은 동민을 돕기 위해 저도 모르게 지팡이를 휘둘러 마법을 쏘아 보냈던 것을 기억했다. 더 이상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싫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민을 찾아갔던 게 아니던가. 지금은 오래 전 금지된 숲에서처럼 현민을 대신 해 죽어 줄 사람도 현민을 구해 줄 사람도 없었다. 현민은 지팡이를 움켜 쥐었다. 여기서 살아 나갈 방법은 딱 한가지 방법뿐이었다. 


나무 밑에 깔린 데스이터의 손이 벌벌 떨리는가 싶더니 필사적으로 바닥을 긁었다. 현민은 지팡이를 겨눈 채 데스이터의 손톱에 진흙이 끼는 것을 지켜봤다. 최후의 순간 상대의 눈에서 산 사람의 온기가 사라지는 것만큼은 볼 수가 없어 현민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정신으로 몸을 움직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현민은 집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

동민은 헐떡이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지독한 악몽을 꿈 것처럼 온 몸이 땀에 젖어있었다. 순식간에 한기가 돌며 몸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동민은 기어코 자리에서 일어 났다. 확인 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이 공간을 침입해 들어 왔다는 사실을. 동민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사실도 잊은 채 급히 계단을 내려가 1층으로 향했다. 연승이 엉망인 동민의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거실에서 따라 나온다. 


현관문을 잡고 열어 젖힌 동민은 그 자리에 굳은 듯 서고 말았다. 현민이었다. 팔부터 시작해 온 몸에 새카맣게 피를 뒤집어 쓴 현민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비를 맞은 것인지 현민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젖어있었다. 집으로 한 발짝 들어 온 현민은 마룻바닥에 주저 앉았다. 빗물과 핏물이 섞인 검붉은 액체가 오래 된 나무바닥을 적셨다. 숨을 헐떡이던 현민이 벌벌 떨며 더듬더듬 말했다. 

형, 내가..사람을.. 사람을 죽였어요. 


-

너무 오랫만에 와서 레알 너무 민망하다 ㅠ_ㅠ..혹시라도 기다려준 갓들..있을까..? 

유혀니의 덫이 빛을 발하는 순간☆ 휴 경훈이 언제 나오지. 빨리 경훈이랑 룰이 등판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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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허얼 너갓 오랜만이야...!! 기다렸어!!
8년 전
갓2
헐 ㅠㅠㅠㅠㅠㅠㅠ내가얼마나기다렸는데!!!!!!!!ㅠㅠㅠㅠㅠㅠ고마워 ㅠㅠㅠㅠㅠ
8년 전
갓3
헉 진짜 오랜만이다 하면서 왔는데 나같은 갓들이 많았군...
8년 전
갓4
ㅇ오오오랜만ㅠㅠㅠㅠㅠㅠ 아이고 현민이 죽다 살았네ㅠㅠㅠㅠㅠㅠ
8년 전
갓5
와 오늘따라 이거 보고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쓰니랑 나랑 통했다!!! 현민이 불쌍해서 어째ㅠㅠㅠㅠ 같은 경험을 두번이나하다니ㅠㅠㅠ 동민이도 아픈데 이러다가 데스이터들한테 은신처 걸릴까봐 진짜 걱정된다ㅠㅠㅠ 글 오랜만에 잘 봤어~~~

8년 전
갓6
헉 진짜 오랜만이잖아 ㅠㅠㅠㅠㅠㅠ 넘 반갑다 ㅠㅠㅠㅠㅠ 엉엉엉 ㅠㅠㅠㅠㅠ 내용상 장오의 관계랑 실제 지니어스에서의 관계가 오버랩되는거 같아. 이 긴장감 넘치는 느낌 >ㅂ< 현민이 역시 충격이 크려나. 잘 이겨내겠지? ㅠㅠ
8년 전
갓7
너갓 ㅠㅠㅠㅠ 내가 기다리고 있었어ㅠㅠㅠ우리 현민이 죽다 살아났네ㅠㅠㅠㅠㅠ 막 나쁜 사람들이 현민이 따라와서 은신처 걸리면 어떻게해ㅠㅠㅠㅠㅠ
8년 전
갓8
나정주행하고왔어 ㅠㅠ너무좋다 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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