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요괴 07
"영문 써져있는 투명 물병 말하는 거야?
그거 식기세척기에다 넣고 돌린 것 같은데?"
왓 더......?
나는 싱크대 옆의 식기세척기를 바라봤다.
이미 한창 바쁘게 작동 중이시다.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저 안에서 동동이 패대기 쳐지고 있는 거야?
나는 당황스러움에 후들거리는 두 무릎을 붙잡았다.
윙 하는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는 식기세척기를
계속 보고 있을 용기가 나지 않아 고개를 돌려버렸다.
머릿속에선, 거센 물살에 이리저리 떠밀려
곳곳에 패대기쳐지는 동동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니지? 아니지?"
"정말. 네 물병도 같이 넣었어."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빡- 힘을 주고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계단 소리인지 심박 소리인지 모르겠다.
내 방 문을 벌컥- 열고 거침없이 들어가서 방 한가운데에 섰다.
나는 의자를 당겨 꺼내어 책상 밑도 살피고
책장의 빈공간도 빠르게 훑었다.
나는 침대에 쓰러지듯 엎드려서 엉엉 울었다.
동동, 너무 미안해 진짜. 내가 너무 미안해.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깟 요괴새끼가 뭐라고.
"허어엉엉허엉- 동동- 흐어엉엉-"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는데,
달각거리는 무언가가 손끝에 걸리적 거렸다.
아까 침대 위에 팽개치고 갔던 마카롱 상자다.
이깟 마카롱은 무슨, 진짜, 뭐가 대수라고.
나는 눈물 콧물을 대충 닦고는 한 손으로 마카롱 상자를 집었다.
그리고 마카롱 상자를 신경질적으로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다 마카롱 때문이야 시발!"
"아악-!!"
외마디 비명 소리가 바닥에서 들려왔다.
나는, 엥? 하는 마음에 울음을 그치고
코를 훌쩍거리며 바닥을 내려다봤다.
동동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대고 있었다.
나는 극적인 반가움에 소리쳤다.
"동동!!! 살아있었어!!?"
"아야야... 또 머리를 맞아버렸잖아."
동동은 내가 던진 마카롱 상자를 또 머리에 맞은 것인지
눈썹을 찡그리곤 이마를 계속 문질러댔다.
나는 새삼 미안함과, 반가움의 감정이 뒤섞였다.
나는 눈물을 닦으면서 동동에게 말했다.
"동동! 보틀이 없어져서 너도 잘못돼버린 줄 알았어."
"아 맞아! 잠깐 노는 사이 보틀이 없어져서 놀랐지 뭐야.
할 수 없이 수수깡 집에 들어가 있었어.
수수깡 집에서도 집주인 손향내가 나는 거 있지?"
"이 호로새끼를 그냥. 난 네가 너무 걱정돼서 대성통곡을 했는데."
"내가 없어진 줄 알고 그렇게 울었던 거야?"
동동은 마냥 순수한 얼굴로 맹- 하니 나를 올려다봤다.
저 천하태평한 요괴새끼를 보니 내가 괜히 감정소모했나 싶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아 마카롱의 안위를 살폈다.
그래, 저 새끼보다 마카롱은 대수지. 아무렴.
유치하지만, 나는 동동에게서 일부러 등을 돌리고 마카롱 상자를 조심스레 열었다.
아...이 피같은 마카롱 부스러기들...
그때, 동동의 발소리가 '토 토 토' 들려왔다.
동동은 내 곁에 가까이 다가와서
내 한쪽 무릎을 두 팔로 꼬옥 끌어안았다.
그리곤 제 머리도 툭 기대곤
두 손을 토닥토닥 거리는 게 아닌가.
동동의 미미한 온기가 무릎에 전해졌다.
"내가 위험에 빠진 줄 알고 걱정했구나.
미안해, 집주인을 울려서. 그러니 울음 뚝 해."
이런 위로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
왜 갑자기 분위기 잡고 난리? 나 네 걱정 안 했거든?
간신히 삼킨 눈물이 다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끅 끅 거리며 울음을 억지로 참았다.
나는 무릎에 붙어있는 동동을 조심스레 떼어
두 손으로 들어 품에 안았다.
"흐끅- 너 걱정돼서 운 거 아니거든?
너 화 풀어주려고 먹을 것도 사왔는데...
그렇게 없어져 버리면 어쩌냔 말이야."
"미안해, 울지마."
동동은 내 손 안에서도 내 손가락을 토닥토닥거렸다.
동동의 손 크기는 너무 조그마해 내 손톱만하지만
희미한 온기의 움직임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엄마가 방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ㅇㅇ아, 괜찮니?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서럽게 울면서 들어가 버리면 어떡하니?"
엄마의 노크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도
나는 동동을 좀 더 오랬동안 끌어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