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1 2nd mov
(BGM-July-My Soul, bgm은 끄셔도 내용과는 무관합니다.)(작가의 추천 음악일 뿐이에욯ㅎㅎㅎ) W. 두번째손가락 05. " 미친새끼가 돌아왔어. " 연습은 고사하고 내내 연습실을 빙글빙글 돌던 한빈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빙글빙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30분전까지만해도 팀원들에게 연습하라며 고래고래 소리치던 모습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은 한빈은 넋을 잃고 모지리가 되어버렸다.영문을 모르는 팀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멀뚱멀뚱 한빈의 원맨쇼를 구경했다. 한빈은 하다못해 이제 플룻으로 제 머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플룻의 주인인 승훈이 기겁을 하며 말렸으니 망정이지 한빈의 이마에 기다란 막대기 자국은 꽤나 세게 때렸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 김한빈. 정신사나워. " 신경끄고 제 할일에 전념하던 준회가 결국 입을 열자 한빈은 고개를 확 젖혀 준회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흡사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아 준회마저 흠칫 놀랐지만 애써 내색하진 않았다. " 미친새끼가 돌아왔어.. "" 누군데 그게. "" 미친새끼.. " 이름이 김미친새끼세요? 준회가 비꼬았지만 한빈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응. 그 새낀 그걸로 개명해야돼. " 어떡하지? 이.. 민.. 이민.. 이민을.. 가야하나? 어디로 가지? "" 김미친새끼가 누군데. " 한빈은 진심인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통해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있었다. 준회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한빈은 정말 모르냐는듯한 눈빛으로 준회를 돌아보았다.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에서는 한빈에게 흔하지 않은 두려움마저 섞여있었다. 한빈은 입술을 혀로 축이다가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 .. 김지원. "" 아. " 그리고 준회는. 단번에 이해했다. " 그 게이새끼. "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가장 믿었던 친구인 윤형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줄은. 꿈에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진환은 요며칠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동혁과 함께 피아노 연습실을 찾았다. 예상치 못한 윤형의 반응에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연주를 듣는다는 것이, 누군가의 앞에서 연주를 한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다. 아직은 동혁만이 연주를 들어주지만.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경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갑게 대하던 구준회조차 자신의 연주를 듣고 박수쳐 줄지도 모른다.동혁은 그런 진환의 태도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말도 안할 수가 있어요? 김한빈 팀한테 스카웃 당했다고? "" 어..? 내가 말안했나? "" 그냥 스카웃 됐다고만 했잖아요! 김한빈 팀인걸 알았으면 강제로라도 연습실2에 끌고 갔을거에요, 내가. " 흥. 삐진 시늉을 하는 동혁에게 진환은 안절부절 하다가 미안한듯이 웃어보였다. 동혁은 어깨를 으쓱하고 이제는 익숙한 피아노 연습실 바닥에 앉아 진환의 연주를 기다렸다.진환은 조심스럽게 피아노 앞에 앉아 곡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진환의 손가락이 건반위에서 움직이자 동혁은 숨 쉬는것조차 소음으로 느껴질까 소리를 죽였다.진환의 연주가 마치 주변의 소리를 사냥하듯이 동혁의 귀에는 피아노 소리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좋다.연주하는 모습이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하면 진환은 뭐라 생각할까. 남자에게 '아름답다'는 표현이 적절하진 않지만 동혁의 눈에 진환은 어떠한 여성의 무언가보다 아름다웠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리라 동혁은 확신했다. 매번 생각하지만 혼자만 보고 듣기에는 아까운 연주였다. " 후.. " 연주를 끝낸 진환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숨은 쉬면서 하는거에요? 장난스럽게 동혁이 박수를 치며 진환의 등을 두드렸다. " 밥 먹고 다시 해요, 형. 사람이 숨도 쉬고 밥도 먹고 그래봐요. "" 아아.. 맞다. 밥을 안먹었구나. "" 이 형 진짜 낫닝겐인가. "" 낫닝겐..? 그게 뭐야? 난닝구 같은거야...? "" 으휴. 피아노밖에 모르는 사람 같으니. 됐어요. 형은 연애도 할 생각 없죠? " 연애?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진환을 보고 동혁도 덩달아 고개를 저었다. 도리도리. 절레절레. 서로 바보가 됨을 느끼며. " 설마 모태솔로? "" 그게 뭐야? "" 헐.. 연애 한번도 못해봤냐구요. "" 연애는 무슨.. 관심 없어. " 그런 사람이 피아노는 어떻게 그렇게 애절하게 치는거에요? 타고난 진환의 감성에 또 다시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타고났네, 타고났어.피아노 건물을 빠져나와 식당쪽으로 향하는 진환과 동혁은 몇 달전과 달리 꽤나 친한 모양새가 되어있었다. 그 전에는 윤형과 다녔었는데..그렇게 회상하는 진환의 얼굴은 썩 좋지 않았다. 아직도 제게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저 악몽을 꾼 것만 같았다.동혁과 진환의 옆으로 윤형의 무리로 보이는듯한 학생들이 지나가며 진환을 보고 수근거렸다. 윤형과 진환의 경합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간첩 취급 당할정도로 퍼져있었다.덩달아 시선을 받게 되는 동혁이 진환의 눈치를 살폈지만 진환의 표정은 예전에 비해 담담했다. " 형. 괜찮아요? "" 내가 기분이 나쁜건 이제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아니야. "" .. 형. "" 괜찮아. " 뭐먹을래? 웃으며 물어오는 진환은 정말 괜찮은건지, 다 포기한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였다. " 저는 오므라이ㅅ... "" 와우!! 와우!!!! "" ....? "" 와우!!!!!!!!!!!! " 식당에 들어가려는 두 사람 뒤로 엄청난 데시벨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 여기가!!! 한빈이네 학교구나! 와우!!!!!!!!!!! " 껄렁하게 옷을 걸친 남자가 무언가를 이끌고 캠퍼스를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다. 꽤나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와우를 입에서 연달아 뱉는걸 보아하니 낯짝이 꽤나 두껍다.라고 진환과 동혁은 약속이라도 한 듯 벙찐 채 남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보다.. 저 사람 지금 뭘 타고 돌아다니는거야? 손잡이가 달린 기다랗고 바퀴가 두 개..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둔 진환과 동혁이 눈이 마주치자 동시에 말했다. " 퀵보드..? " 퀵보드를 타고 다니는 정신나간 남자가. 와우를 연발했다. 퀵보드로 한참을 캠퍼스 주위로 뱅글뱅글 돌던 지원은 벌써 몇 번이나 귓가에 '김한빈'이란 이름이 스쳤는지 머릿속으로 세어보다가 빡이 쳐서 그만뒀다.처음엔 마냥 해맑기만 했던 얼굴이 '김한빈'이란 이름이 낯선 사람들에게서 들릴때마다 한 단계씩 굳어갔다. 뭘 하길래 이렇게 유명인사가 되셨을까.지원은 자신을 멍청히 바라보는 두 남학생 앞에서 여유롭게 퀵보드를 끌던 발을 멈추었다. " 그쪽들도 김한빈 알아요? "" 에..? 아, 네.. "" 미치겠네. " 큰 손으로 얼굴을 쓸던 손이 퀵보드를 내팽겨쳤다. 힘 없이 바닥으로 추락한 퀵보드는 허공에 바퀴를 돌돌 굴리며 순식간에 고물로 전락했다.지원의 기세에 눌린 남학생들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더니 누구지..? 하며 저들끼리 속삭였다. 그 속삭임을 잡아낸 지원이 눈에 불을 켜고 남자를 쳐다보자 '힉' 하는 소릴 낸 남학생이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지원이 씩 웃어 보였지만 그게 더 소름끼친다는 사실은 지원만 몰랐다. " 한빈이랑 친해요? "" ㅇ.. 아뇨.. "" 근데 어떻게 아는걸까? "" 학생에서 유명한ㄷ... "" 왜? 예뻐서? " 지원의 말에 엥. 하는 표정을 지은 남학생은 아뇨. 그냥 지휘로 유명한건데. 김한빈 남자에요. 라고 했다가 다시 굳은 지원의 표정에 당황했다. " 김한빈이 안예쁘다고? 여기 김한빈이란 사람이 두 명인가? "" 아니, 한 명인.. "" 김한빈이 안예쁘다고? "" ... 예.. 예뻐요.. "" 뭐? 김한빈이 예쁘다고? 너 게이야? 김한빈이랑 친해?! " X발, 어쩌라는거야!! 속으로 부르짖던 남학생은 울상이 되어 자신의 친구를 보며 도움을 청했지만, 그의 친구 또한 속수무책인듯 싶었다.또라이 새끼. 또라이는 아직도 광기어린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 김한빈 어딨어? "" ... 제 2연습실에 있.. 을걸요. 김한빈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연습실이라서.. "" 오. 한빈이가 팀을? "" .. 네.. "" 이쪽으로 가면 되는건가? " 예, 예.. 그만 좀 가보세요. 다시 밝은 표정이 된 지원이 남학생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래서 유명했구나. 역시 우리 허니! 지원은 남학생에게 고맙다고 어깨를 툭툭 치곤 퀵보드를 다시 일으켰다.읏차. 하고 몸을 쭉 편 지원의 얼굴은 쾌변에 성공한 여고생보다 개운했다. 서둘러 발길을 돌리려는 남학생을 지원이 다급하게 잡았다. " ㅇ.. 왜요..!? "" 좋아하는 신체 부위가 어디에요? "" .. 예...? "" 좋아하는 신체 부위. "" ㄱ... 귀? " 음악하니까.. 아무래도.. 중요한.. 지원은 이유를 더듬더듬 덧붙이는 남학생에게 고개를 끄덕이곤 혀로 입술을 훑었다. 좋네, 귀. " 또 봐요, Buddy. "" ...... "" 찬우야, 빨리 가자..! " 친구가 팔을 당기자 남학생은 얼빠진 얼굴로 지원에게서 등을 돌렸다. 진짜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목소리다.끔찍한 상상에 고개를 젓고 서둘러 길을 나서는 남학생과 달리 지원은 호탕하게 웃고는 퀵보드를 끌었다. 흥겹게 손잡이를 툭툭 두드리는 손은 제 2연습실을 향해 방향을 꺾었다. " 김한빈. 지휘과. 1학년. A클래스 탑. " M-FLOW 음악학원. FLOW 재단에 속한 대한민국 최고의 대규모 음악 인재 양성 학원. 대학교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이 곳은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최종적인 목표지만, 엘리트 학원인만큼 엘리트 코스가 따로 있는 법.성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M-FLOW 음악학원 말고도, FLOW 재단은 그와 동시에 FLOW 예술 중,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FLOW 예술 중, 고등학교는 M-FLOW 음악학원과 다른 곳에 위치하여 이사장과 교장까지 모두 달랐지만 진급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비슷했다.FLOW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당연하듯이 M-FLOW로 입학했다. 한빈이 그랬듯이, 준회가 그랬듯이. 그것이 이곳의 엘리트 정석 코스였다.지원은 종합강의동에 도착하자 다시 퀵보드를 미련없이 바닥에 굴려버리곤 로비로 들어섰다. 한빈이 그랬듯이. 준회가 그랬듯이. 대부분은 이곳으로 온다. " 미친 노인네. " 자신도 그랬다면 좋았을텐데. 지원은 종합강의동에 크게 걸린 자신의 아버지 사진을 올려다보며 영혼없이 내뱉었다. 유학은 내 생애 가장 후회되는 짓이다.지원이 영어로 욕을 내뱉은 시선 끝에는 FLOW 회장. 이라는 글씨가 박혀 있었다. " 여기가 연습실2인가. " 한국어를 까먹지 않은게 다행이지. 커다란 연습실2 문 앞에 선 지원이 고개를 까딱했다. 아니, 그보다 내가 더 까먹을까봐 무서웠던게 있었다.지원은 망설임없이 연습실2의 문을 열었다. 스무명 남짓되는 학생들의 시선이 지원에게 집중되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지원은 그 한 사람을 단번에 알아보았다.지원에게 등져있던 그 한 사람은 제 앞의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더니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어..? 하는 소리가 난 것과 지원의 입술이 그 소리의 근원지에 달려든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 게이새끼 왔네. " 한빈아, 내가 제일 무서웠던건. " 김한빈 좆됐네. " 내가 나를. 네가 나를 잊는거였어. Student ID Name : 김한빈(Kim Han Bin) Student ID : A01_0114Grade : 1Major : ConductingClass : A 두번째손가락/암호닉너무너무 늦었네요...ㅠㅠ 죄송합니다! 제 허접한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실줄은..그동안 바빴지만 한동안 또 여유로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쓸게요! 암호닉과 댓요분들 사랑합니다 제가 정말 하트하트 [암호닉] : 늘 받고 있습니다:)!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
(BGM-July-My Soul, bgm은 끄셔도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작가의 추천 음악일 뿐이에욯ㅎㅎㅎ)
W. 두번째손가락
05.
" 미친새끼가 돌아왔어. "
연습은 고사하고 내내 연습실을 빙글빙글 돌던 한빈이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빙글빙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30분전까지만해도 팀원들에게 연습하라며 고래고래 소리치던 모습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은 한빈은 넋을 잃고 모지리가 되어버렸다.
영문을 모르는 팀원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멀뚱멀뚱 한빈의 원맨쇼를 구경했다. 한빈은 하다못해 이제 플룻으로 제 머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플룻의 주인인 승훈이 기겁을 하며 말렸으니 망정이지 한빈의 이마에 기다란 막대기 자국은 꽤나 세게 때렸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 김한빈. 정신사나워. "
신경끄고 제 할일에 전념하던 준회가 결국 입을 열자 한빈은 고개를 확 젖혀 준회를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흡사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아 준회마저 흠칫 놀랐지만 애써 내색하진 않았다.
" 미친새끼가 돌아왔어.. "
" 누군데 그게. "
" 미친새끼.. "
이름이 김미친새끼세요? 준회가 비꼬았지만 한빈은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응. 그 새낀 그걸로 개명해야돼.
" 어떡하지? 이.. 민.. 이민.. 이민을.. 가야하나? 어디로 가지? "
" 김미친새끼가 누군데. "
한빈은 진심인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통해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있었다. 준회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한빈은 정말 모르냐는듯한 눈빛으로 준회를 돌아보았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눈에서는 한빈에게 흔하지 않은 두려움마저 섞여있었다. 한빈은 입술을 혀로 축이다가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 .. 김지원. "
" 아. "
그리고 준회는. 단번에 이해했다.
" 그 게이새끼. "
일주일정도 지났을까. 가장 믿었던 친구인 윤형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줄은. 꿈에서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진환은 요며칠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동혁과 함께 피아노 연습실을 찾았다. 예상치 못한 윤형의 반응에 대응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연주를 듣는다는 것
이, 누군가의 앞에서 연주를 한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다. 아직은 동혁만이 연주를 들어주지만.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경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갑게 대하던 구준회조차 자신의 연주를 듣고 박수쳐 줄지도 모른다.
동혁은 그런 진환의 태도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 말도 안할 수가 있어요? 김한빈 팀한테 스카웃 당했다고? "
" 어..? 내가 말안했나? "
" 그냥 스카웃 됐다고만 했잖아요! 김한빈 팀인걸 알았으면 강제로라도 연습실2에 끌고 갔을거에요, 내가. "
흥. 삐진 시늉을 하는 동혁에게 진환은 안절부절 하다가 미안한듯이 웃어보였다. 동혁은 어깨를 으쓱하고 이제는 익숙한 피아노 연습실 바닥에 앉아 진환의 연주를 기다렸다.
진환은 조심스럽게 피아노 앞에 앉아 곡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진환의 손가락이 건반위에서 움직이자 동혁은 숨 쉬는것조차 소음으로 느껴질까 소리를 죽였다.
진환의 연주가 마치 주변의 소리를 사냥하듯이 동혁의 귀에는 피아노 소리외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좋다.
연주하는 모습이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하면 진환은 뭐라 생각할까. 남자에게 '아름답다'는 표현이 적절하진 않지만 동혁의 눈에 진환은 어떠한 여성의 무언가보다 아
름다웠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리라 동혁은 확신했다. 매번 생각하지만 혼자만 보고 듣기에는 아까운 연주였다.
" 후.. "
연주를 끝낸 진환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숨은 쉬면서 하는거에요? 장난스럽게 동혁이 박수를 치며 진환의 등을 두드렸다.
" 밥 먹고 다시 해요, 형. 사람이 숨도 쉬고 밥도 먹고 그래봐요. "
" 아아.. 맞다. 밥을 안먹었구나. "
" 이 형 진짜 낫닝겐인가. "
" 낫닝겐..? 그게 뭐야? 난닝구 같은거야...? "
" 으휴. 피아노밖에 모르는 사람 같으니. 됐어요. 형은 연애도 할 생각 없죠? "
연애?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진환을 보고 동혁도 덩달아 고개를 저었다. 도리도리. 절레절레. 서로 바보가 됨을 느끼며.
" 설마 모태솔로? "
" 그게 뭐야? "
" 헐.. 연애 한번도 못해봤냐구요. "
" 연애는 무슨.. 관심 없어. "
그런 사람이 피아노는 어떻게 그렇게 애절하게 치는거에요? 타고난 진환의 감성에 또 다시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타고났네, 타고났어.
피아노 건물을 빠져나와 식당쪽으로 향하는 진환과 동혁은 몇 달전과 달리 꽤나 친한 모양새가 되어있었다. 그 전에는 윤형과 다녔었는데..
그렇게 회상하는 진환의 얼굴은 썩 좋지 않았다. 아직도 제게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저 악몽을 꾼 것만 같았다.
동혁과 진환의 옆으로 윤형의 무리로 보이는듯한 학생들이 지나가며 진환을 보고 수근거렸다. 윤형과 진환의 경합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간첩 취급 당할정도로 퍼져있었다.
덩달아 시선을 받게 되는 동혁이 진환의 눈치를 살폈지만 진환의 표정은 예전에 비해 담담했다.
" 형. 괜찮아요? "
" 내가 기분이 나쁜건 이제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아니야. "
" .. 형. "
" 괜찮아. "
뭐먹을래? 웃으며 물어오는 진환은 정말 괜찮은건지, 다 포기한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이였다.
" 저는 오므라이ㅅ... "
" 와우!! 와우!!!! "
" ....? "
" 와우!!!!!!!!!!!! "
식당에 들어가려는 두 사람 뒤로 엄청난 데시벨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 여기가!!! 한빈이네 학교구나! 와우!!!!!!!!!!! "
껄렁하게 옷을 걸친 남자가 무언가를 이끌고 캠퍼스를 이리저리 휘젓고 있었다. 꽤나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와우를 입에서 연달아 뱉는걸 보아하니 낯짝이 꽤나 두껍다.
라고 진환과 동혁은 약속이라도 한 듯 벙찐 채 남자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보다.. 저 사람 지금 뭘 타고 돌아다니는거야?
손잡이가 달린 기다랗고 바퀴가 두 개.. 남자에게서 시선을 거둔 진환과 동혁이 눈이 마주치자 동시에 말했다.
" 퀵보드..? "
퀵보드를 타고 다니는 정신나간 남자가. 와우를 연발했다.
퀵보드로 한참을 캠퍼스 주위로 뱅글뱅글 돌던 지원은 벌써 몇 번이나 귓가에 '김한빈'이란 이름이 스쳤는지 머릿속으로 세어보다가 빡이 쳐서 그만뒀다.
처음엔 마냥 해맑기만 했던 얼굴이 '김한빈'이란 이름이 낯선 사람들에게서 들릴때마다 한 단계씩 굳어갔다. 뭘 하길래 이렇게 유명인사가 되셨을까.
지원은 자신을 멍청히 바라보는 두 남학생 앞에서 여유롭게 퀵보드를 끌던 발을 멈추었다.
" 그쪽들도 김한빈 알아요? "
" 에..? 아, 네.. "
" 미치겠네. "
큰 손으로 얼굴을 쓸던 손이 퀵보드를 내팽겨쳤다. 힘 없이 바닥으로 추락한 퀵보드는 허공에 바퀴를 돌돌 굴리며 순식간에 고물로 전락했다.
지원의 기세에 눌린 남학생들은 겁에 질린 표정을 짓더니 누구지..? 하며 저들끼리 속삭였다.
그 속삭임을 잡아낸 지원이 눈에 불을 켜고 남자를 쳐다보자 '힉' 하는 소릴 낸 남학생이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지원이 씩 웃어 보였지만 그게 더 소름끼친다는 사실은 지원만 몰랐다.
" 한빈이랑 친해요? "
" ㅇ.. 아뇨.. "
" 근데 어떻게 아는걸까? "
" 학생에서 유명한ㄷ... "
" 왜? 예뻐서? "
지원의 말에 엥. 하는 표정을 지은 남학생은 아뇨. 그냥 지휘로 유명한건데. 김한빈 남자에요. 라고 했다가 다시 굳은 지원의 표정에 당황했다.
" 김한빈이 안예쁘다고? 여기 김한빈이란 사람이 두 명인가? "
" 아니, 한 명인.. "
" 김한빈이 안예쁘다고? "
" ... 예.. 예뻐요.. "
" 뭐? 김한빈이 예쁘다고? 너 게이야? 김한빈이랑 친해?! "
X발, 어쩌라는거야!! 속으로 부르짖던 남학생은 울상이 되어 자신의 친구를 보며 도움을 청했지만, 그의 친구 또한 속수무책인듯 싶었다.
또라이 새끼. 또라이는 아직도 광기어린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었다.
" 김한빈 어딨어? "
" ... 제 2연습실에 있.. 을걸요. 김한빈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연습실이라서.. "
" 오. 한빈이가 팀을? "
" .. 네.. "
" 이쪽으로 가면 되는건가? "
예, 예.. 그만 좀 가보세요. 다시 밝은 표정이 된 지원이 남학생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래서 유명했구나. 역시 우리 허니! 지원은 남학생에게 고맙다고 어깨를 툭툭 치곤 퀵보드를 다시 일으켰다.
읏차. 하고 몸을 쭉 편 지원의 얼굴은 쾌변에 성공한 여고생보다 개운했다. 서둘러 발길을 돌리려는 남학생을 지원이 다급하게 잡았다.
" ㅇ.. 왜요..!? "
" 좋아하는 신체 부위가 어디에요? "
" .. 예...? "
" 좋아하는 신체 부위. "
" ㄱ... 귀? "
음악하니까.. 아무래도.. 중요한.. 지원은 이유를 더듬더듬 덧붙이는 남학생에게 고개를 끄덕이곤 혀로 입술을 훑었다. 좋네, 귀.
" 또 봐요, Buddy. "
" ...... "
" 찬우야, 빨리 가자..! "
친구가 팔을 당기자 남학생은 얼빠진 얼굴로 지원에게서 등을 돌렸다. 진짜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목소리다.
끔찍한 상상에 고개를 젓고 서둘러 길을 나서는 남학생과 달리 지원은 호탕하게 웃고는 퀵보드를 끌었다.
흥겹게 손잡이를 툭툭 두드리는 손은 제 2연습실을 향해 방향을 꺾었다.
" 김한빈. 지휘과. 1학년. A클래스 탑. "
M-FLOW 음악학원. FLOW 재단에 속한 대한민국 최고의 대규모 음악 인재 양성 학원.
대학교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이 곳은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에게나 최종적인 목표지만, 엘리트 학원인만큼 엘리트 코스가 따로 있는 법.
성인 중심으로 이루어진 M-FLOW 음악학원 말고도, FLOW 재단은 그와 동시에 FLOW 예술 중,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FLOW 예술 중, 고등학교는 M-FLOW 음악학원과 다른 곳에 위치하여 이사장과 교장까지 모두 달랐지만 진급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FLOW 중,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당연하듯이 M-FLOW로 입학했다. 한빈이 그랬듯이, 준회가 그랬듯이. 그것이 이곳의 엘리트 정석 코스였다.
지원은 종합강의동에 도착하자 다시 퀵보드를 미련없이 바닥에 굴려버리곤 로비로 들어섰다.
한빈이 그랬듯이. 준회가 그랬듯이. 대부분은 이곳으로 온다.
" 미친 노인네. "
자신도 그랬다면 좋았을텐데. 지원은 종합강의동에 크게 걸린 자신의 아버지 사진을 올려다보며 영혼없이 내뱉었다. 유학은 내 생애 가장 후회되는 짓이다.
지원이 영어로 욕을 내뱉은 시선 끝에는 FLOW 회장. 이라는 글씨가 박혀 있었다.
" 여기가 연습실2인가. "
한국어를 까먹지 않은게 다행이지. 커다란 연습실2 문 앞에 선 지원이 고개를 까딱했다. 아니, 그보다 내가 더 까먹을까봐 무서웠던게 있었다.
지원은 망설임없이 연습실2의 문을 열었다. 스무명 남짓되는 학생들의 시선이 지원에게 집중되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지원은 그 한 사람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지원에게 등져있던 그 한 사람은 제 앞의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하더니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
어..? 하는 소리가 난 것과 지원의 입술이 그 소리의 근원지에 달려든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 게이새끼 왔네. "
한빈아, 내가 제일 무서웠던건.
" 김한빈 좆됐네. "
내가 나를. 네가 나를 잊는거였어.
Name : 김한빈(Kim Han Bin)
Student ID : A01_0114
Grade : 1
Major : Conducting
Class : A
너무너무 늦었네요...ㅠㅠ 죄송합니다! 제 허접한 글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계실줄은..
그동안 바빴지만 한동안 또 여유로울 것 같습니다! 열심히 쓸게요! 암호닉과 댓요분들 사랑합니다 제가 정말 하트하트
[암호닉] : 늘 받고 있습니다:)!
김지원, 텐션, 휴지, obs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