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서서 어둠을 비춰주는 낡은 가로등 몇개.
가볍게 걸어가는 나를 조용히 따라오는 그림자. 바닥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는 고요함.
낮까지 사납게 비가 내린 이유때문인지 축축히 젖어있는 밤공기.
발밑으로 와닿는 찰방거리는 맑은 소리가 마음에 들어 얕은 웅덩이들을 밟던 나는
내 신발이 물 먹은 솜마냥 푹푹 물에 젖어들어가는 것 같아 곧 물이 없는 쪽으로 걸음을 디뎠다.
맑은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신발이 젖지는 않았다.
편평한 아스팔트길을 걷는 내 발자국 소리에 묻혀 어디선가 간간히 높은 언성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이지만 꽤 떨어진 곳에서 나는 소리는 사나웠다. 화난 듯 빠르게 소리치는 목소리에, 울음기 어린 날카로운 목소리까지.
모든 걸 듣던 나는 발 앞에 나뒹그는 깨진 소주병을 발로 차곤 혀를 끌, 찼다.
나른하게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보던 와중에 유난히 어둠이 짙게 깔린 집이 눈에 들어온다.
무료로 심야영화나 보러갈까.
---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 커피치곤 맛 더럽게 없네요."
"장난하자는게 아니라는 거,"
"……."
"제일 잘 알지 않나."
꼬인 다리가 슬슬 저려왔다. 경련이 일어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다시 커피잔을 들었다. 떨리는 손을 따라 찰랑이는 검은 커피.
사회의 검은 돈 3000억. 그것의 정보를 알아오면, 우리에게 그 중 500억.
직접 찾아 올 필요도, 돈을 따라 뛰어다닐 필요도 없이 그저 이야기만 잠자코 보고 듣고 있으면 신나게 먹고 놀 돈이 주어진다.
터져나오는 웃음이 제어가 안 된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 해진다.
"역시, 전문가들이지."
---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을 앞에 두고도 숟가락 조차 들지 않는다.
호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뭐가 그리도 걱정이 되는 거기에.
기름진 음식을 가득 먹은 것도 아닌데 벌써 속이 느글거리는 기분이다.
모든 것이 틀어지는 것 같다는 호석의 말이 사실인 걸까. 그렇다면, 정말.
약육강식. 범를 넘는 하룻강아지 같은 건 없다. 우린 정부에 놀아나는걸까.
다 그렇지만 인생 정말 더럽게 불공평하다. 이젠 우리가 불만을 토로한다.
---
---
---
COMING SOON
본 예고편의 비밀을 전부 푸시는 선착순 세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