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려고 어떻게 손을 내리고 무릎을 굽히려는데 태형이가 내 뒷목을 잡아당기더니 입을 맞춰왔다.
정국이 때문에 취하고 싶었던 그날과는 다르게 달큰한 와인향이 났다.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빨아 당기는데 얼굴이 더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술기운인지 태형이 때문이지 몸이 뜨거워서 미치겠는 거다.
얼른 눈을 떠서 두 손으로 태형이 가슴팍을 밀었다. 촉하고 태형이 입술이 내 일술에서 멀어졌고 태형이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하-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곤 화끈 거리는 얼굴에 계속해서 부채질을 했다.
"후-후-"
얼굴이 타들어갈꺼 같아...뺨에 손을 대보니까 후끈후끈 엄청 뜨겁더라고.
"아미야"
부채질을 해대는데 태형이가 천천히 내 턱을 들어 올리더니 자기랑 눈을 마주 보게 했다.
"나 ㄴ..."
'너는 내게 최고~'
언제 끊겼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내 벨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때다 싶어서 바닥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들고 얼른 내 방으로 들어왔다.
후-후- 숨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나]
!?!?! 아 깜짝이야! 당연히 호석일 줄 알았는데 정국이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정국이가 왜 전화했지? 것도 하필 이때... 너랑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왜 태형이랑 키스한 게 미안하고 죄지은 것 같은지...
[누나!]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까 정국이가 날 다시 불렀다.
"어! 어.. 정국아..."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무슨 일 없어! 내가 무슨 일은!! 아... 너는? 왜 전화한 거야?"
[에이 섭섭하네. 내가 무슨 일 있어야지 누나랑 전화할 수 있는 거예요?]
"아니... 그건 아닌데..."
[누나 내일 뭐 해요?]
"나? 내일? 집순이...."
[그럼 나랑 놀래요?]
!?!?!?!????!?!?!? 뭐라고!!!! 지금 저거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거지!?!?!? 아닌가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건가.. 그냥 노는 건데? 그거 데이트 맞는데!!!
꺄아ㅠㅠㅠㅠ 나 버려준 호석아 고맙다ㅠㅠ 하긴 내일 너랑 약속 있었어도 정국이랑 만났겠지만...
[싫어요?]
"아니!!! 응응! 좋아!"
[그럼 내가 내일 데리러 갈게요]
"오늘 집 안 와...?"
[친구 집에서 잘게요. 내일 누나 예쁘게 하고 나와야 되는데 내가 벌써 봐버리면 재미없잖아]
아니 무슨 저런 말을....와... 뭐 인터넷에서 찾아보나...? 어쨌든 집에 안 들어온다는 건데, 엄청 설레게 돌려서 말하네....
[그럼 내일 봐요]
딸각-하고 전화가 끊겼다......내일....정국이랑....
꺄아!!!!!!! 아아아아~~~!!!! 아이고 좋아라~~~~!!! 침대 위로 폴짝 뛰어서 데굴데굴 굴렀다! 아~ 너무 좋다~~ 드디어ㅠㅠ 정국이가ㅠㅠ
아... 잠깐만... 근데 밖에 지금 태형이는 어쩌지... 쟤가 아까 나한테 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무슨 말 하려는 거지...몰라 그건 그거고.....악!!! 또!! 해버렸어!!
내가 진짜 앞으로 술을 입에 대면 김아미가 아니라 민아미다!!!! 나갈 수도 없고 안 나갈 수도 없고.. 이걸 뭐 어떻게 해야돼...하....
쟤는 왜 자꾸 키스를 하고 난리야ㅠㅠ 내가 뭘 잘못했다고....ㅠㅠ 거부 안 하고 다 받아준 나는 또 뭐냐고ㅠㅠ 태형이가 뭐라고 생각하겠어....하...
진짜 이 집에서 이제 나갈 때가 된건가...ㅠㅠ 그럼 나 3학년 땐 어쩌고... 그때는 알아서 되려나? 아 몰라ㅠㅠ 호석이! 호석이한테 전화해야지...
"호석아...받아라 얼른...."
[여보세]
"호석아!!"
[야!! 왜 전화를 안 받아! 갑자기 왜 끊는 건데? 어! 야 뭔데!"
"호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말을 해, 말을!]
"어디야?ㅠㅠㅠㅠㅠㅠㅠ"
[집 가는 중이다 왜]
"가지마ㅠㅠㅠ 나랑 만나자ㅠㅠㅠ"
[뭔 징그러운 소리야]
"내가 니네 집 앞으로 간다?"
[뭐야! 너 술은!]
"다 깼어..."
[으이그....니네 집 근처 카페다! 글로 와]
"응...."
집 가는 중이라면서ㅠㅠㅠ 역시 호석이야ㅠㅠㅠㅠ 나 걱정돼서 왔나 보네...호석이 보러 갈거야ㅠㅠㅠㅠㅠㅠ 침대에서 일어나 대충 옷을 껴입었다. 그때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리는 거다. 태형이다....
'아미야'
"....."
으... 아무 말도 못하겠어ㅠㅠ
'나와봐. 나 할말 있어'
뭔 말ㅠㅠㅠ 무슨 말 하려고ㅠㅠㅠ 나 도망갈거야ㅠㅠㅠㅠㅠ
지갑도 챙겼고.. 옷도 다 입었고. 핸드폰! 핸드폰도 챙겼고... 태연한 척.... 태연하게... 후....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문을 열었다.
"나 잠깐 호석이 좀 보고 올게"
"잠깐만. 그전에 내 말 좀"
"미안!!!"
태형이를 지나쳐 가려는데 내 손목을 잡길래 두 눈 질끈 감고 미안하다고 소리를 꽥 지르고 얼른 뛰쳐나왔다..ㅠㅠ 미안해 태형아ㅠㅠ 내가 나쁜 년이야... 자꾸 니가... 그 말을 뱉을 것 같아서...들을 수가 없었어...
....
도망치듯 뛰다가 집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주위를 휙휙 둘러봤다. 호석이 어딨냐ㅠㅠ
"여기다"
내가 못 찾고 두리번거리니까 호석이가 소리쳤다. 호석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른 호석이가 앞으로 가서 앉았다. 하... 내가 오늘...ㅠㅠ
내가 앉으니까 호석이가 내 쪽으로 고개를 당기더니 킁킁 냄새를 맡는 거다.
"응? 술냄새는 그렇게 안 나는데. 뭐야, 왜 그러는데"
"와인 마셨어..."
"너 와인 금방 취하잖아?"
"그러니까...하..."
"김태형은?"
"몰라...흐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이이잉-
테이블 위에 있던 진동벨이 울렸다. 호석이 뭐 시켰나...하...
난 또 그 소리에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지ㅠㅠ
"기다려봐. 가져올 테니까 와서 하나하나 다 말해! 쯧쯔..."
응응ㅠㅠㅠㅠㅠ호석이한테는 비밀이 없어서 다 말하니까.... 정국이...좋아하는 것도 말하고.. 하긴 그건 그날 술집에서 호석이가 들어서 안거였지. 그전에 자기한테 말 안 해줬다고 얼마나 타박을 주던지...
그래도 그거 빼고는 우리 오빠보다 니가 날 더 잘 알거든?
호석이가 자기 먹을 에이드랑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 모카를 가져왔다. 역시 너라니까ㅠㅠㅠㅠ
호석이가 시켜준 화이트 모카를 쪽쪽 빨면서 한숨을 쉬었다.
"자, 이제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해봐"
에이드를 먹다가 테이블에 내려놓고 팔짱을 딱 끼는 거다... 그래... 이제 말해야지..
"그게..."
"어어어어"
"오늘...."
"응응응응응"
"좀 얌전히 들으면 안 되냐?"
"따질래!?"
"미안... 그... 오늘 또..."
"또? 설마? 이번엔 전정국이었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차라리 정국이었으면... 아무 문제없었지...
"뭐!! 한 번에 정리해서 말하란말야!"
"나...태형이랑 또 키"
"잠깐, 아니야 말하지마. 안 들을래"
"왜ㅠㅠㅠㅠㅠㅠㅠ"
"이 년이 미쳤어,미쳤어, 아주 미쳤네!"
"흐앙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하는 짓이다. 너 이제 술 먹을 거면 나한테 오빠라고 불러라"
"그럴 거야..."
"아니, 내내 안 그러다가 요즘 들어 왜 그렇게 취하냐?"
"내가 어찌 알리오..."
"올리오"
저 미친놈이.... 지금 드립이나 칠 땐가... 또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지 혼자 숨이 넘어가라 웃는 거다. 때리고 싶다, 진짜...
먹다가 입에 휘핑크림이 묻어서 휴지로 닦는데... 아까 태형이가 내 입술....하... 그게 또 생각이 났다...
"야, 웃기면 너도 크게 웃어! 참느라 얼굴까지 빨개지고"
"어?"
"너 얼굴 빨간데?"
헐....그 생각에 얼굴이 빨개졌나 보다. 호석이가 배를 잡고 웃다가 진정이 되었는지 나를 보고는 말했다.
호석이 말에 진정시키려고 앞에 놓여있던 에이드를 가져와서 쪼옥 빨아들였다.
"야! 그거 내꺼야, 이 도둑놈아!!"
"년이야"
그래도 좀 부족한 거 같아서 뚜껑을 열어서 얼음까지 오도독 씹어먹었다.
"근데, 걔. 김태형. 너 좋아하는 거 아니냐?"
호석이가 내가 내려놓은 에이드를 들더니 한번 빨고는 없다는 걸 알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씹던 얼음 뱉을 뻔했네....아니야... 아닐 거야... 그걸 왜 니 입으로 말하는건데ㅠㅠㅠ 애써 부정하고 있었구만ㅠㅠㅠㅠㅠ
"아니야...아! 그보다. 아까 정국이가, 내일 만나자고 연락 왔다?"
"진짜?"
그냥 넘겨버리려고 다른 말을 던졌다. 넘어가자... 나도 걱정이니까.. 이따 집엔 또 어떻게 들어가야 되는지... 오늘 정국이도 안 들어온다는데..
최대한 늦게 들어가야지....
"너 오늘 몇 시까지 들어가야 되냐?"
"갑자기 뭔 소리야. 내일 만나자고 했다며!"
"아 맞다... 응. 만나자고..."
"너 별로 안 좋아하는데?"
아닌데... 나 엄청 기뻤는데... 갑자기 태형이 생각이 나서 그렇지.. 나 엄청 기뻐...!
"아냐! 나 엄청 기쁜데!"
"근데 디게 웃긴다. 한집에서 같이 나가는 거 아니야ㅋㅋㅋㅋㅋㅋ"
"아니.. 정국이 오늘 집에 안 들어온데"
"뭐? 야! 때려쳐! 넌 무슨 그런 애를 좋아하냐? 차라리 김태형이 낫지!"
왜 또 김태형이 나오는 건데ㅠㅠㅠㅠㅠㅠㅠㅠ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데, 야 생각을 해봐라? 너 집에 혼자 있어?"
"태형이랑 있지..."
"그치? 나 같으면 걱정돼서라도 들어간다!"
그런가.... 아니 그건.. 내가 태형이랑 단둘이 집에 있어도 이제껏 한 번도 무슨 일 일어난 적 없었으니까... 요즘 들어 자꾸 뭔 일이 일어나는 것 같긴 하지만...
"몰라..."
"그래도 넌 전정국이 좋냐?"
"어..."
"어휴... 저 답도 없는 것..."
응... 나도 그런 것 같다... 내가 태형이를 좋아했으면 아무 문제 없...아아아 뭐라냐...그냥 내일 정국이랑 만나는 것만 생각하자!
아 그전에 나 집에 어떻게 들어가냐고ㅠㅠ
"호석아"
"왜"
"오늘 나 니네 집에서 자면 안되냐"
"..... 그냥 막 살기로 작정한 거?"
"왜. 너 나한테 감정 있냐. 잠만 잘 건데 뭐가 문제야"
"저,저 아무것도 모르는 것 좀 보소. 난 남자도 아니냐?"
호석이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남자들은 친구 사이에도 둘만 있으면 그런 감정(?)이 생기고 하는 구나.... 근데.. 그럼 정국이나 태형이는 남자가 아닌가? 뭐 이런 모순적인 경우가 다 있어..
"이제 그 집 나올 때도 되지 않았냐"
호석이 말을 곰곰이 곱씹으면서 모카를 쪽쪽거리는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얼굴에 장난기도 웃음기도 하나 없이 정말 진지하게 호석이가 말했다.
"맨날 장난 식으로 말하긴 했는데. 내가 그랬잖아. 누구 하나 서로에게 감정 생기면 더 이상 그 집에 있지 말라고"
저건 또 왜 갑자기 진지를 빨고 난리래. 무섭게....
늘 말하긴 했었다. 태형이를 정국이로 착각한 그다음 날에도 그랬었다. 애초에 널 그 집에 들어가게 놔두는 게 아니었다고.
"보니까 이제 둘 다 너한테 흑심이 생긴 것 같은데 얼른 짐 싸 들고 나와, 이것아. 겁도 없어, 하여간."
다시 돌아왔네... 눈썹을 움찔거리다가 이내 평소의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앞으로 다신 진지해지지마..무섭다고...ㅠㅠ
"애초에 남자들이랑 같이 산다는 게 말이 돼? 다 큰 처자가 말야. 것도 쌩판 모르던 사람들이랑. 어휴... 남자를 몰라도 저렇게 몰라요. 내가 그동안 아무 일도 없이 잘 넘어간다고 했어. 근데 뭐? 뭘 해? 참나! 당장 짐 싸서 나와!"
이젠 또 흥분해서 저러네... 그리고 당장 나오라니 자기 집에도 못 가게 하면서 나는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거야 뭐야...
"한 놈은 카사노바에 한 놈은... 좀 이상하고.... 큼큼. 그땐 당장 너 대전 내려가는 거 막으려고 그냥 들어가서 살라고 했는데, 이건 뭐! 너도 그래! 그런 낌새가 보이면 당장 나오던가 해야 될 거 아니야!"
"진정, 진정..."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더니..."
"그야 니가 좋아하니까! 정작 너는 괜찮아 보이는데 내가 뭘 어떡하냐?"
"근데 왜 갑자기 그러는데"
"이젠 진짜 큰일이니까 그런다, 왜!"
큰일....이긴 하지. 나는 호석이가 날 저렇게 걱정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근데 저렇게 말하니까 나 디게 생각 없는 애 같잖아...
더 얘기하다가는 나만 바보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앞에서 저렇게 쫑알쫑알 거리니까 내 생각도 못하겠고.....ㅠㅠ
"하하... 호석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너 알바 때문에 힘들지? 얼른 집에 가자..."
오늘은 호석이 파티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내용도 없으면서 스크롤만 짧아가지구....하하하...진짜 내용도 하나 없으면서...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냥 호석이의 짧막한 박력을 보도록 하죠....하하하하하.....
그그그..... 다들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ㅜㅠㅜ 부족한 저를ㅠㅜㅠㅜㅠㅜㅠㅜㅠ핫ㅠㅜㅠㅜ 진짜 이런 부족한 글을ㅠㅜㅠㅜㅠ감사드려서ㅠㅜㅠㅜ 전 어째야 할까요ㅠㅜㅠㅜㅠㅜ 감사합니다ㅠㅜㅠㅜㅠㅜㅠㅠㅜㅜ히히히히힝ㅠㅠㅜㅜㅠㅜㅠㅜㅠㅠㅜㅜㅠㅜㅠ 다들 굿밤! 되시고! 저는 무한 감사드리면서 물러갈게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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