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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가 나가고 태형은 아미 방 문 앞에 몇 분이고 계속 서 있었다. 할 말.... 있는데... 꼭 지금 하고 싶은데...
몇 분을 그렇게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잔에 남은 와인을 입에 다 털어 넣고 아미와 함께 꾸민 트리를 바라봤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태형은 괜히 반짝반짝 예쁘게 빛나고 있는 트리를 툭 쳐서 넘어뜨렸다.
내 말도 안 듣고 나가버린 아미에게 서운했고, 한편으론 너무 성급하게 행동만 먼저 나간 것 같아서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어쩌면 자신 때문에 아미가 오늘 집에 안 들어올 수도 있다고 판단한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와인병과 잔을 치웠다.
꺼져 있던 불을 켜고 거실을 둘러보니 자신이 넘어뜨린 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떡하지 잠깐 고민을 하다가 심술이 나서 버리자 싶어 문 앞쪽에 세워두고 다시 불을 끄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침대에 누워 팔을 베고 천장을 바라봤다. 예전에 한번. 고백할 타이밍을 놓쳐 좋아했던 사람을 친구에게 빼았긴 적이 있었다. 문득 그게 생각이 난 태형은 인상을 마구 구겼다.
또 그런 일이 반복되긴 싫어. 그래서 아미가 정국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그렇게 행동을 한 듯싶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면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닌자가 돼 다시 돌아왔지'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저건 별로 기분이 상큼하진 않을 전화라고. 안 받는 게 더 나을 전화라고.
계속 울리는 벨소리를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가 혹시나 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정국이었다. 왠지 내 예상이 맞을 것 같은 기분.
[우리 할 말 있잖아요]
"어?"
[누나가 말 안 해요?]
"무슨 말"
[형 지금 어디에요]
"집"
[누나는요]
"잠깐 나갔어. 무슨 말"
[나, 계약 깼어요]
날도 어쩜 이렇게 엿 같은 지. 정국의 말에 태형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너 설마"
[네. 이제 그만 하려구요]
"....."
[누나한테 내일 만나자고 했어요. 누나도 그러자고 했고"
"하나만 묻자"
[네]
"오래 안 갈 거란 건 생각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야"
[봐 버렸거든]
"뭘"
설마 싶었다. 태형은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둘이 키스한 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국이 보든 말든 상관없었다. 아니, 보는 게 더 다행이라고.
태형이 화난 이유는
"단지 아미를 나한테 뺏기는 기분 때문에 아미한테 그러는 거라면"
[그런 거 아닌데]
"그럼 뭐야"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요? 내가 왜, 이 집이 뭐라고]
"....."
[형이 알려준 거예요, 내 감정이 어떤지. 갑자기? 내가 지금까지 왜 형 말대로 한 줄 알아요? 나 같은 쓰레기 새끼 만나는 거, 누나한테 못할 짓인 거 아니까. 나도 알거든요. 나 쓰레기라는 거.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근데, 내가 바뀌면 되니까. 나도 할 수 있어요, 아미 누나만 보는 거. 그깟 계약 때문에 참고 있었던 게 아니라고]
'쿠당탕-'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고 태형은 핸드폰을 귀에서 살짝 떼고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곧, 나갈 거예요. 아미 누나랑 같이]
"아미 온 것 같아. 이따가"
태형은 전화를 끊고 문을 열었다.
"아미야? 왜, 괜찮아?"
깜깜했지만 보였다. 아미라는 게.
태형은 얼른 달려가서 불을 켜고 아미의 옆에 앉았다.
....
아미가 있는 곳에서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일단 태형은 집 밖으로 나왔다.
아미랑 내가 키스하는 걸 봤다니, 그때 분명 문이 열리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하긴 가까이서 아미의 벨소리가 크게 울리고 있었으니 못 들었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쌀쌀한 바람에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주머니에 깊게 찔러 넣고 태형은 계속 걸었다.
정국이 우리 집에 들어와 살게 된 건 지민의 부탁 때문이었다. 자기가 무척 아끼는 동생인데 당장 지낼 곳이 없다고. 남자를 집에 들여놓다니 아미가 걱정이었다. 나? 나는 예외다. 그냥 예외야.
안된다고 단칼에 거절했는데 지민이 난리 난리 생난리를 치길래 어쩔 수 없이 나와 계약했을 때 아미처럼 아미는 절대 건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집으로 들였다.
근데 알고 보니 여자가 수시로 바뀌는 바람둥이었고 지민은 태형에게 매장 당했다고 한다. 는 뭐, 과장한 거고. 그것도 몰랐냐고 지민을 타박하는 태형에 지민은 그냥 인기가 좋은 줄 알았다고 울먹거렸었다.
그 뒤로 태형이 말한 '건들지 말라'는 의미는 조금 바뀌었다. 정말 건들지 마. 좋아하지도 말고. 찝쩍거리지도 말고. 말도 걸지 마. 에이, 어떻게 말을 안 걸어요. 대답해. 만약 어기면 넌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지만 정국의 몸에 배어있는 매너는 어쩔 수 없었다. 그쯤 되면 정국이 바람둥이인 건 주위에서 만들어서가 아닌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다. 꼭 꼬신것도 아닌데 자기들이 착각해서 좋다고 난리.
그리고 그걸로 아미가 정국을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미가 많이 취한 날 내게 하는 소릴 듣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더랬다.
그래도 정국은 아니니까. 건들지 않는다고 했으니까. 약간은 안심했었다. 근데.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라고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벌써 태형은 동네를 한 바퀴나 돌았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누나는요]
"집에 있어. 난 지금 밖이고"
연결음이 얼마 나지 않고 정국은 전화를 바로 받았다. 정국과 통화를 하면서 태형은 공원으로 가서 그날 아미를 앉혔던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언제 나갈 건데"
[곧이요. 아까 내 말, 안 들었죠]
"또 무슨 말"
[누나도 데리고 나간다고]
"...뭐..?"
태형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 알아요. 누나가 나 좋아하는 거]
오늘 뒤통수 여러 번 맞는구나.
"어디서 그딴 소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 지금 불안해하잖아]
"....."
[어쨌든, 그거 말하려고 전화한 거예요. 이사하는 날 봐요. 못 보면 더 좋고]
"못 보자"
..
말을 끝으로 태형은 전화를 끊었고 정국은 뚜-뚜- 소리만 흘러나오는 핸드폰을 아직 쥐고서 작게 말했다.
[누나나, 형이나 모르는 게 있어. 누난 날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지. 근데 그걸 말해줘서 나한테 좋을게 없잖아]
어떻게 보면 내가 맨날 훔쳐보는 거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냥 보인거다. 그날, 아미 누나가 많이 취한 것 같았다.
'화나니까!'
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길래 혹시나 싶어 정국은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갔고 의도치 않게, 원하지 않는 걸 봐버렸다.
물론 누나가 날 좋아한다는 건 참 좋은 소식이었지만. 아니, 그 반대일지도.
태형과 아미가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정국은 주먹을 꽉 쥐었다. 참았다. 그때는, 참았다. 내가 나란 놈을 잘 아니까.
근데 두 번째. 터져버린 거다.
..
"하..."
정국과 통화를 끝내고 태형은 한숨을 푹 쉬었다. 머리가 찌잉- 깨질 듯이 아팠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인상을 썼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미가 정말 정국을 따라서 나가버리면 어떡하지. 같이 산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아미가 없는 집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걷고 또 걷고. 머릿속으로 아미, 아미, 아미만 그리면서 동네를 몇 바퀴나 돌았다.
그러다가 아미 생각도 흐릿해질 만큼 머리가 아파오길래 발길을 돌려서 아미가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
아구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벌써 3시네ㅠㅠㅠㅠ 올리고 언능 자야지ㅠㅠㅠㅠㅠ
음 이번편은 아미는 모르는 이야기! 이구요~ 정국이 마음을 훌쩍ㅠ 알 수 있는ㅠㅠㅠㅠㅠㅠ 대충 어떻게 된 건지 잡히시려나...ㅠㅠㅠ 제가 잘 표현 해놨는지 모르겠네여...하하하하하.... 오늘 왠지 기분이 붕붕 떠 있어서 실은 지금 제정신이지도 모르겠어여.....
이거 올리고 또... 저는 한동안 못....핫..ㅠㅠㅠ 못들어올것 같습니다ㅠㅠㅠㅠ 또 무슨 멘붕이나 뭐 이런건 아니고 장기 프로젝트가 뭐 하나 생겨가지고....하하...
근데 또 이렇게 올리고 생각보다 금방 올지도 몰라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 저도 고민 중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투표!! 해주셨으면 하는게 있습니다!! 태형이랑 빨리 행쇼해서 둘이 꽁냥거리는걸 빨리 볼까요 아님 좀 답답하고 길게 돌아서 삼각관계를 발전 시킬까요? 둘 중에 참.... 저도 결정을 못하겠어서ㅋㅋㅋㅋ 저는 둘다 좋거든요~헤헤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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