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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님 아가야님 아잉뿌잉님 ♡ |
물수건으로 말없이 나의 손을 닦아주는 너의 손길에 흐르지 않는 눈물로 나의 얼굴을 적셨다.
"아저씨, 힘든 일 했으니까 잠시만. 잠시만이라도 이렇게 누워있어요. 너무 오랫동안 누워 있진 말구."
나는 대답이라도 하는 것 마냥 눈꺼풀을 움직였다.
"꼭 일어나서 예전처럼 내 옆에 있어줘요. 아저씨가 나한테 항상 그랬잖아. 무슨일이 있어도 나 지켜준다고."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 떨리는 너의 몸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목각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나쁜놈들은 다 처리했대. 아저씨네 보스가. 다행이지?"
너를 해하려 하던 놈들이다. 내가 죽였어야 할 놈들.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 더 너를 빨리 만났더라면 이렇게 눈물흘리는 날이 없었을텐데.
모든 것이 다 내 잘못으로 느껴졌다.
"아저씨. 얼른 일어나서 같이 밥먹고, 같이 놀고, 같이 자고, 같이..."
결국은 다시 눈물을 흘리는 너였다.
이렇게 나약한 너를 보고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아저씨랑 같이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우리 여행도 같이 가야 하는데.."
잠시 집에 다녀오겠다고 한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르륵-.
"찬열아, 아직도 이러고 있냐. 이제 일어날 때도 됬잖아 자식아."
보조의자에 철푸덕 앉더니 내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파트너 녀석이었다.
"그 아이 진짜 지극정성이더라. 너 깨어나면 잘 해라. 요즘 세상에 저런 여자 없어."
몸만 움직일 수 있으면 녀석의 머리 한 대 쥐어박았을텐데.
"담당의도 어떻게든 손써본댔으니까 너는 따라와주기만 하면 돼. 그렇게 팔팔하던 애가 어쩌다 이렇게 됬냐 휴.."
"어? 언제 오셨어요?"
"좀전에 왔어요. 그건 뭐에요?"
"아.. 제 옷이랑 아저씨한테 읽어줄 책이랑 이것저것 챙겨왔어요."
"옷이요?"
"네. 아저씨 옆에 계속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아아. 전 이만 가볼게요. 찬열아 꼭 일어나라."
"아저씨 심심하지. 내가 책 읽어줄게요. 아저씨가 자주읽던 어린왕자 가지고 왔어."
마음이 복잡할때면 서재로 가 책을 읽었었다. 그중에도 많이 찾던 어린왕자.
그 책을 보면 왜인지 마음이 평온해진다.
" '잠시 말이 없던 어린 왕자는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저씨는 순 엉터리야. 꽃들은 연약하고 순진해. 꽃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거야. 가시를 가지고 있으면 자기들이 무서워 보일 거라 믿고 있는 거라구." ..... "
책을 읽어가던 너의 목소리가 끊겼다.
"이게 뭐지?"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너를 생각하며 페이지마다 숫자 위에 한글자씩 적은 것이 있다.
"내.가.없.어.도.좋.은.사.람.만.나.행.복.해.야.....해............."
네가 그것을 볼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다.
"아저씨 이게 뭐야.. 누가 없어. 아저씨가 왜 없어. 이렇게 내 옆에 있는데.."
누워있는 나의 오른쪽 팔을 잡으며 내게 묻는 너였다.
"아저씨 나 사랑한다고 했잖아. 계속 내 옆에 있어줄거지? 그치?"
어깨의 상처부위가 아파온다.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균이 전이된 이곳저곳이 쿡쿡 쑤셔왔다.
시끄러운 기곗소리가 내 귀를 파고든다.
담당의는 나의 상태를 파악한 후 조치를 취하려 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너와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어지럽게 요동치는 선을 기계에 그리며 다시 안정을 찾았다.
"아저씨.. 눈 떠봐요.. 아까처럼 그렇게.."
울먹이며 나의 손을 잡고 얘기하는 너였다.
"아저씨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 아가.
삐-.
날카로운 기계음이 병실안에 울려퍼졌다.
부디 다음 생애는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자.
너를 만난건 내생애 최고의 순간이었어.
잘 있어. 아가.
아저씨. 집에 갔을때 화장대 서랍을 봤는데 편지가 있더라구요.
홍콩에서 보내준 거.
그거 처음 받았을 때 내가 얼마나 운 지 알아요?
하늘나라에서는 나한테 미안해하지도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내가 곧 갈테니까.
오늘 오전10시경 20대 초반의 한 여성이 성북구 자택에서 거실에서 목을 멘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지나가던 주민에 의해 발견 된 이 여성의 사망원인은 자살로 추정되는 가운데 정확한 원인은 조사중에 있습니다.
이 여성의 한 손에있던 종이는 생전에 연인과 주고받았던 편지로 알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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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재미없지만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