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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가 대충 서류정리를 끝내고 즐거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진짜 신난다. 콧노래까지 부르며 즐거워보이는 표정으로 명수가 사장실을 나오자 당황한듯한 비서가 자리에서 주춤주춤 일어난다. 어디가시려구요? 차대기시켜 모델미팅하러 갈거야. 모델미팅이요?무슨소리신… 아 맞다.그전에 이성열한테 먼저 전화해야겠네. 빨리 나오라고해.30분 안에 안나오면 모가지라고. 명수의 일방적인 말에 비서가 당황한듯 하다 결국엔 전화기를 들어 차를 준비시키는데, 비서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명수를 바라본다.
“뭘그렇게 봐?”
“…이성열씨껜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어디로 나오라고 할까요?”
“내가 그쪽 동네로 갈테니까…아 됐어. 휴대폰 번호나 찍어서 보내.
약속장소 내가 잡을테니까.”
끝까지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말하고 룰루랄라 명수가 회사를 빠져나왔다.정문앞에 서있는 차 운전석을 기분좋게 열고 내가운전하고 갈테니까 나오세요. 웃으며 말하는데 타고있던 기사만 놀란듯 눈을 꿈뻑댄다. 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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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미팅이요?”
[네.]
“…요즘엔 따로 그런것도 보나봐요.”
하도 오랜만에 모델일을 하는 성열이었기에 요즘엔 그런갑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른한 오후, 집에서 혼자 커피를 끓여마시던 성열이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쪽으로 걸어가는데 벌써부터 어떤옷을 입어야하나 걱정되는 성열이었다. 동네로까지 오시다니. 이거 영광인데요. 몇마디 더 상대방과 주고받던 성열이 전화를 끊고 시간을 확인했다. 2시 20분. 3시까지 집앞 커피숍으로? 충분하네 뭘. 동우의 옷장을 열어제낀 성열이 눈으로 옷들을 쭉 스캔했다.…회사원이라서 그런가 무슨 옷장 한가득 정장밖에…불쌍한 놈. 동우의 옷장을 보며 혀를차던 성열이 조용히 다시 옷장문을 닫았다. 니옷 빌려입으려던 내가 병신임.
“어디보자….”
결국 자기방에 들어가(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당분간 쓸방) 캐리어를 여 는 성열. 이번기회에 옷정리좀 해야겠다. 엉망진창인 캐리어 속을 보더니 쩝 입맛을 다신 성열이 옷을 하나,둘 바닥에 펼치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더워보이려나?답답해보일까? 한참을 고민하고,옷을 고르던 성열이 겨우 옷을골라 시간을 확인하는데…헐.벌써 20분이나 지났다니!20분밖에 안남은거야? 마음이 급해진 성열이 이곳저곳 오가며 옷을 벗고,입었다.이러다 늦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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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지각하셨네요.”
성열은 지금 제앞에 앉아있는 사람때문에 멘붕이었다. 이새끼는 분명히…내가 한국 입국하던날 동우랑 같이 있던 놈인데. 갑자기 목이 타는것같은 느낌에 성열이 테이블 위에 있던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데,뭐가 그리 여유로운지 명수는 프로필파일을 한장,한장 넘기며 성열을 훑어보고있었다. 생각보다 경력은 있으시네. 명수가 파일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 의류…쪽에서 일한다는게….”
“ 보다싶이.”
“…이번 컬렉션 담당자라는분이….”
“저죠.”
성열이 한숨을 내쉬었다.이번 런웨이는 포기해야하나.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무대인데.내가 어떻게 거길 들어갔는데. 성열의 생각이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난듯 명수가 턱을괘고 성열을 바라봤다. 내얼굴보니까 생각이 많아지나봐요? 비꼬듯 말하는 명수때문에 성열은 속이 탔다.
“나 동우랑 친구인건 알고있죠?”
“……….”
“대답좀하지?”
“…허.”
이제 대놓고 반말질인 명수가 어이없는듯 쳐다보는 성열. 신경도 안쓴다는듯이 명수가 자세를 바꾸며 다리를 꼬는데 아오…맘같아선 한대 쥐어박고 나오고싶네 진짜. 성열이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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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 너는 김명수품으로 꺼지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