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지금 궁을 나오셨다 하옵니다."
"... ... 전했는가."
"예, 아직... 기침하지 않으셨다 전하라 했사옵니다."
"... 그래."
한참을 햇살이 내리쬐고 있는 창가에 뒷짐을 쥐고 서 있는 한빈에게 진환은 눈치를 보았다. 그의 표정은 슬퍼보이지도, 그렇다고 행복해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그의 검은 눈동자가 오늘따라 깊어보이는 듯 했다. 한빈은 살짝 한숨을 쉬는가 싶더니, 곧 상의 서랍을 열어보였다. 그 안에는 오래되어보이는 편지 하나가 놓여있었다. 한빈은 그것을 조심스레 들어 펼쳤다. '오늘은,' 으로 시작하는 편지는 원이 쓴 것으로 보였다.
오늘은 저자에 다녀왔어.
참 볼 것이 많던데, 그동안 안 가봤다며.
시간 있을 때 가 보도록 해. 정말 재미있는 곳이니.
저자에서 서책방에 들렀는데,
그 곳에서 참 귀여운 아이를 보았어.
그 아이가, 너는 모를 한 서책을 찾아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못했네.
너가 할 수 있다면, 뭐 그러지도 않겠지만.
인사를 해주었음 해.
고맙다고 말야.
- 이 원 -
너는 모를 한 서책.
한빈은 어제 쓰러진 이후로 아주 기나긴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선 자신이 무언가를 아주 기쁜 표정으로 써내려가는 것이 보였다. 그 책 안엔 사랑에 대한 모든 감정들을 읽기 쉽도록 간결하고도 깔끔하게 적혀있었다. 그러다가도 책 중간중간에 유난히 강조하듯 한 글자를 조금 큰 크기로 쓰는데, 그 글자들을 모아 뜻을 살피니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라는 하나의 문장이 되었다. 5년 전의 한빈은 그것을 보며 미소를 짓곤 옆에 있던 내관에게 말했다.
'왜 내가 이 글자들을 강조하였는지 아느냐.'
'... 모르겠사옵니다.'
'... 궐에만 갇혀살던 사람에게 조선이란 그저 삭막하고 메마른 곳일 뿐이다. 왕위만 계승하면 그 뿐이요, 이 나라에 바랄 것이 없단 말이다.'
'... ...'
한빈은 그 말을 하다 피식, 웃어보이며 고개를 젓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근데, 달라졌다.'
'... 그 아이를 본 후로, 이 조선이 어떤 그 무엇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아니겠더냐.'
'이 나라에 별빛이 쏟아지는듯, 이 나라의 만물이 반짝여보였다.'
'그 아이에게 고백하고 싶었다. 너가 내게 온 후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을 마치고 화원을 생각하며 미소지어보이던 한빈은 그 때의 자신의 내관에게 그 책을 그 아이에게 전해달라 말하며 싱긋 웃어보였다. 그것이 한빈이 기억하지 못했던 5년 전, 자신의 모습이였다.
너는 모를 한 서책, 그 서책. 바로 5년 전 자신이 화원에게 주려 써내려갔던 서책.
"...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한빈은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세자빈과 스치듯 만났던 것에 한빈은 슬며시 눈을 떴다.
"... ... 김내관."
"... 예, 저하."
"이제 모든 것이 기억나네. 내가 잃어버렸던 기억이, 이제서야... 돌아왔어."
"... 저, 저하."
"지금 당장 아바마마를 뵈러 갈 것이다. ...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빈궁을 다시 이 곳에 데려 올 것이야."
"... 약조하였다. 이 곳에서 나가고 싶어도 못나가게 할 것이라, 내 그리 말했다."
"... ...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한빈의 말에 잠잠히 듣던 진환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 당장 채비토록 하겠사옵니다."
한빈의 발걸음이, 강녕전으로 재빨리 향하고 있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 날이 좋구나."
웬만하면 비 좀 내려줄 것이지. 쫓겨난 것이 뭐 그리 좋은 일이라고 날씨마저 이리 화창한 것인지. 집으로 가는 길은 오늘따라 그 길이 매우 먼 듯 느껴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궐로 돌아간다면 한달음에 갈 수 있을텐데. 한달음에 달려가 한빈을 안을텐데. 다, 이젠 끝이 났구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 침묵을 지키며 묵묵히, 집으로 향할 뿐이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 은은했던 모란향도 점점 지고 있었다. 그 은은했던, 모란향. 한빈의 향. 그의 향이, 점점 ... 지고 있었다.
천천히 가고 있던 가마가 어느 순간 멈춰섰다. 앞에 사람이 있는 건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창을 두드리던 가마꾼이 내게 청해왔다.
"빈궁마마, 잠시 쉬시는 것이 어떻겠사옵니까."
"그러자꾸나. ... 일찍가서, 좋은 것은 없을 테니."
그래, 일찍 가나, 지금 가나. 오라버니와 어머니를 볼 낯이 없는 건 마찬가지 일테니. 그러자 하며 가마를 내리게 했다. 아직 날은 그리 많이 덥지 않았다. 여름은, 조금씩 천천히 흘러들어오는 듯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들리는 가마에 놀라 창을 열어보니 생판 모르는 가마꾼이 가마를 드는 것이 보였다. 곧바로 그 가마꾼에 물었다.
"자네는 누군데 이 가마를 드는 것인가."
"... 세자빈마마를 모시러 왔사옵니다."
"나는 이제 이 나라의 세자빈이 아닐세. 지금 사가로 가는 길인데, 어찌...!!"
"전하께서, 세자빈마마를 모시라는 어명을 내리셨사옵니다."
"... ... 전, 전하께서?"
"예, 지금 전하를 알현하시러 가시는 것입니다."
당혹스러웠다. 아니 갑자기 왜...? 거의 본가에 다다랐는데, 이제와서 나를 다시 뵙고 싶어하시는 연유가 무엇인지. 다시 들린 가마는 그렇게 궐로 향하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에 그저 가마 안에서 멍하니 있는데,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마 옆 쪽으로와 천천히 걸음하는게 느껴졌다. 다시 창을 열어 슬쩍 보자, 백색의 말이 내 옆을 거닐고 있었다. 백색의 말. 임금 혹은 세자의 말이였다. 그럼, 누구...
"... 창을 더 열고, 얼굴을 내시지요."
들려오는 목소리는 순간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다. 그 목소리는, 내가 보고싶던 안기고 싶던 그 목소리는.
"... 저하."
바로, 세자. 한빈의 목소리였다.
그는 날 보며 피식 웃더니 예쁘게 씩 웃어보였다. 그를 보고 잠시 놀란 듯 하다가도 하, 숨이 트이며 나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점점 기쁨의 눈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눈물을 보이는 나를 보던 한빈은 갑자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큰일났습니다, 빈궁은."
"... ... 왜, 그러십니까?"
"내가 일 년에 한번 흘릴까 말까 한 눈물을, 그대는 매번 보이지 않습니까."
"... 뭐, ... 제가 울고싶어 우는 것입니까?"
내 대답에 잠시 진지해지던 그는, 다시 앞을 보며 흘리듯 말을 이었다.
"... 앞으로 더 흘리게 할 것입니다."
"... 예?"
"... 안좋은 일로 흘리는 눈물이 아닌, ... 기뻐서. 너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 되도록,"
"내 그리 만들 것입니다."
궐로 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다가오는 여름바람에 따스히 살랑거리고 있었다.
궐에 다다를 때 까지 세자빈은 계속 창을 열고 한빈과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밥은 먹었는지, 오늘 날씨가 좋다던지. 일상적인 대화들로 이뤄진 그 속엔 원도, 화원도 없었다. 오로지 한빈과 세자빈. 단 둘의 대화였다. 강녕전 앞에서 멈춘 가마에서 내린 세자빈은 긴장되는듯 두 손을 꼭 쥐었다. 그 손 위로, 한빈의 손이 감싸왔다.
"... 내가 곁에 있을테니, 걱정마세요."
"... ..."
고개를 끄덕이던 세자빈은 곧 한빈과 함께 강녕전 안으로 들어섰다. 한빈의 손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떨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듯 했다. 문 앞에 다다른 세자와 세자빈을 본 상선이 임금에게 아뢰려하자, 한빈이 잠시 그것을 멈추게 했다. 세자빈은, 극도로 떨고 있는 듯 했다. 한빈이 조심스레 세자빈에게 물었다.
"... 괜찮겠습니까. 조금 있다 와도 괜찮습니다."
"... ... 아닙니다. ... 괜찮습니다."
세자빈의 말에 한숨을 살짝 짓다 고개를 돌려 상선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상선은 다시 임금에게 아뢰기 시작했다.
"전하, 세자저하와 세자빈마마 드셨사옵니다."
'들라,'
임금의 말에 천천히 문이 열렸고, 가운데에 앉아 한빈과 세자빈을 바라보는 임금이 보였다. 한빈은 여전히, 세자빈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 왔느냐."
"... 예, 아바마마."
그 말을 끝으로 세 사람 사이엔 정적이 일었다. 임금은 세자빈을 도로 들이는 것에 꽤 심각하게 고민을 한 듯 보였다.
한빈은 몇 시간 전 임금에게 찾아와 아뢰었다. 세자빈을, 다시 궁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그녀는 죄가 없음을 한빈은 애절하게 자신의 직함까지 내놓을 작정으로 애원했다. 임금 앞에 무릎을 꿇으며 한빈은, 죄를 받을 사람은 그 죗값을 받는 것이 마땅하나, 아무 죄없는 세자빈은 왜 폐출이 되어야 하느냐며 호소했다. 한빈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임금은 한참을 고려하다 결국 세자빈을 재입궐 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런 임금의 눈 앞에 보인 세자빈이란 가문의 전쟁에 휘말린 안타까운 며느리, 그 가문은 죽일듯이 밉지만 너무나도 안타까운. 그런 며느리였다. 임금은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 빈궁."
"... ... 예, 전하."
"내가 왜 다시 불렀는지, 그 연유를 아느냐."
"..."
"... 고마워서, 내 고마워서 다시 너를 부른 것이다."
"세자가 다시 누군가를 연모하는 눈빛을 내게 보여준 것이,"
"... ... 5년 전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구나."
"고맙구나, ... 세자에게, 한빈이에게. 다시 그런 모습을 보게 해주어서 말이다."
그 말을 듣던 한빈과 세자빈은 그저 침묵을 지켰다. 5년 전 이후로 처음이라는 말. 그 끔찍했던 5년 전 일에도 불구하고 한빈은 다시 제자리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옆엔, 지금의 그를 만들어낸 세자빈이 있었다. 현재의 연인이 이길 수 없는 상대는 바로 과거의 연인이다. 한빈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존재였던 그 과거의 연인은 현재의 연인, 세자빈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무뎌지고 있었다. 임금은 그것을 고마워했다. 한빈이 더는 그리움에 사무쳐 아파하지 않고 오로지 세자빈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었다. 임금은 그 둘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원래의 인자한 미소를 띄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 둘에게 명했다.
"그런 의미로, 오늘 세자와 세자빈에게 합방을 하도록 명할 것이다."
... 예?
한참 진지했던 분위기는 임금의 명 하나로 깨지고 말았다. 합방, 합방. 한빈이 세자빈을 꺼려하는 것을 알기에 그 동안 내리지 않았던 명 중 하나가 바로 합방이었다. 그래서 전에 한빈이 합방 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도 기뻐하던 사람 중 한명이, 바로 임금이였다. 세자빈이 다시 돌아온 지금, 임금은 드디어 합방 명을 내리고 있었다. 한참 당황스러워 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임금만을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씩 저었다.
"어명이다. 오늘이 지난 내일 새벽이 날이 참 좋다 하더구나."
"... 아, 아바마마!"
"말하지 않았더냐. 내 숨이 다하기 전에, 세손을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그, 그것이.."
"다시 한번 말하지만,"
"... 어명이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한빈과 내 사이엔 정적만이 흘러넘쳤다. 이렇게 궐에 돌아오자마자 합방을 치루게 될 줄은, ... 꿈에도 몰랐는데. 자꾸 술잔만 기울이던 한빈은 곧 자리에 일어서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나 또한 못마시는 술을 계속 홀짝이기만 했다. 그러다 한빈이 멈춰서서는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마도, 떨고 있는 듯 했다.
"... 화, 화원에 가시겠습니까."
"... ... 화원이요?"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 밤공기도 쐴 겸."
"그, 그러지요."
어색한 대화에 온 몸이 떨려왔다. 그가 먼저 방을 나섰고, 그를 뒤따라 나 또한 천천히 걸었다. 큰 화원에 다다르자 나인들이며 내관이며 모두 화원 밖에 섰다. 화원 안으로는, 한빈과 나. 단 둘만이 그곳에 들어섰다. 지금쯤이면 자시를 훨씬 넘겼을거늘.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새벽이 이렇게 오는구나. 밤이라 자태를 숨겨버린 꽃들을 보고 있다 은은히 비춰지는 불빛에 한빈을 슬쩍 바라보았다. 한빈은 아까부터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시선이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슥 피해버렸다. 뭔가, 부끄러웠다.
"왜 피하십니까?"
"... 아, 아닙니다. 피한 것."
"지금 피하셨지 않습니까."
"아니라니까요.."
"고개를 돌려 저를 좀 보시지 그러십니까?"
".. 싫습니다."
"왜요, 제 얼굴 보는 것이 싫으십니까?"
"아, 그건 아니고..."
"그럼 저를 보십시오. 고개를 돌려 저를 보시라니까요."
"싫, 싫습니다."
"보시라니까요?"
"싫다니까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한빈이 보는 것을 피하다, 몸을 돌려 그를 등져버렸다. 야밤에, 단 둘 밖에 없는 화원에서 은은하게 비춰진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은 왠지 부끄러웠다. 좋은데, 한빈이 좋은데. 차마 지금은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내 행동에 한빈은 허, 하고 한숨을 짓다 피식 웃더니 내게 가까이 다가와 뒤에서 나를 안았다.
"앞모습을 보던, 뒷모습을 보던."
"이런 말하기 참 낯간지럽습니다만,"
"... 그대가 참 좋습니다."
그 말에 긴장하던 마음이 싹 사라지는 듯 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야 말았다. 몸을 돌려 그의 얼굴을 더 가까이 보며 나 또한 답했다. 은은하게 비춰진 그의 얼굴은, 다른 때 보다 나를 더 설레게 만들었다.
"... 저도 참 낯간지럽습니다만,"
"... 저도 저하가 참 좋습니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한빈은 싱긋 웃어보이다 내 허리를 감싸 제게 더 밀착시키더니 슬며시 입을 맞춰왔다. 어쩌면, 그와의 진정한 첫 입맞춤이였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나누는 그런 첫 입맞춤. 한참을 그러다, 입술을 떼곤 한빈은 곧 나를 번쩍 안아올렸다. 순간 그의 팔에 들린 것에 그의 목을 감싸며 그를 바라보니, 한빈이 씩 웃는다.
"... 아바마마 말씀이 맞는 듯 합니다."
"오늘 새벽이, 참 좋은 날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마치고 내 이마에 살짝 입맞추던 한빈은 다시 말을 이었다.
"어명이니, 받들어야지요."
"나머지는, 처소에서 나누도록 해야겠습니다. ... 새벽이, 참 길 것 같은데."
그 말에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라 한빈의 어깨를 툭툭 치자, 피식 웃던 한빈이 그대로 나를 안은 채로 화원을 나섰다. 그의 품 안에 안기자마자 풍겨지는 모란향은 그렇게 밤을 넘어 새벽까지 쉴 틈없이 내게로 전해졌다. 정말로, ... 쉴 틈 없이.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3년 후
"전하,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 어, 어 그래."
강녕전의 문이 열리자마자 풍겨지는 은은한 모란향에 중전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방 안으로 발을 디딛자마자, 어마마마! 하며 아장아장 뛰어오는 어린 세자에 더욱 함박웃음을 보인다.
2년 전, 한빈의 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 자리를 이어 받은 한빈이 임금의 자리에 올랐고, 세자빈 또한 중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사실 3년 전 합방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엔 아이가 하나 태어났는데, 그 아이의 이름을 한빈과 세자빈은 '原(원)' 이라 지었다. 한빈의 또 다른 인격이였던, 원. 그의 이름을 아이에게 그대로 쓴 것이었다. 원의 따뜻함을 본받아 그 아이 또한 그렇게 자라나길, 한빈과 세자빈은 간절히 바랬다.
"어마마마!"
"우리 세자, 아바마마와 계셨던 것입니까. 잠은 잘 주무셨고요."
자신에게 다가오는 아이를 안으며 활짝 웃는 중전의 모습에 한빈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중전, 나는 안보이십니까?"
"... 아, 아. 세자가 이리 반기는 바람에... 밤 중에 강녕하셨습니까."
"강녕치 못했습니다."
"... 예, 예?"
"내 분명 중전에게 어젯밤 찾아오시라 일렀거늘. 어찌 찾지 않으신 것입니까. 김내관 말로는 세자와 함께 계셨다던데."
"아... 그것이."
"식으셨습니다."
"... 예? 무, 무엇이..."
"제게도 관심을 좀 주시란 말입니다. 세자 말고, 제게. 제게!!!"
애도 아니고 떼를 쓰는 것에 중전은 헛웃음을 쳤다. 옆에 앉아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세자는 뭘 알고 웃는 것인지 까르르 웃어보였다.
"전하, 세자가 웃지 않습니까."
"세자도 나중에 가례를 올리고 자신의 빈을 맞이하고나면 다 알게 될텐데요 뭘."
"전 식지 않았는데, 어찌 그리 생각하신단 말입니까."
"모릅니다. 오늘따라 중전이 참 밉습니다."
그 말에 중전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어보이다 조상궁을 불러 세자를 데려가게 하고선 한빈의 옆에 천천히 다가가 앉는다. 한빈과 눈을 맞춰보이려 고개를 숙이고 바라보니 고개를 슥, 피해버린다.
"안보실 것입니까?"
"안볼 것입니다."
"정말요?"
"정말요."
"진짜요?"
"진짜요."
그 말에 한빈을 힐끗 보며 입술을 삐죽이던 중전은 다시 고개를 돌려 한빈의 손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내칠 법도 한데, 싫지는 않은 듯 그대로 있는 한빈이다. 중전은 한빈에게 물었다.
"이래도요?"
"예. 이래도요."
"음..."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씩 미소짓던 중전은 이번엔 뒤로 가선 한빈을 꼭 안아왔다. 한빈은 말은 싫다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을 보아 여전히 싫지는 않은 듯 보였다.
"정말 이래도요?"
"... 예."
"... 흐음..."
이번엔 안되겠다는 듯 다시 옆으로 가서 한빈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는 중전이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정말 이래도... 절 보지 않으실 것입니까?"
그 말에 결국엔 안되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중전을 바라보던 한빈이 곧 허리를 감싸 안곤 자리에 눕혀 얼굴을 가까이 맞대었다. 그의 행동이 싫지는 않은 듯 피식 웃어보이는 중전이다.
"매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무엇을요?"
"그대가 내 사람이라는 것을요."
한빈은 그러다 중전에 입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대는 나의 비입니다. 내가 아닌, 그 누구의 비도 아닙니다."
*비: 임금의 아내 (빈과 헷갈리실까봐 넣었습니다)
"... 아시겠습니까."
언젠가 한빈이 제게 말했던 그 질문을, 중전이 된 세자빈에게 다시 되묻고 있었다. 중전이 된 세자빈은, 그 때보다 한층 더 사랑스러워진 눈빛으로 그에게 답했다.
"항상 전하 곁에 있었습니다."
"항상... 전하 곁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누구의 비도,"
"... 아닌, 전하의 비입니다."
스치면 인연, 그 자리에 스며들면 사랑.
그 오래 전 스쳐가던 인연은, 어느 순간 만나 그렇게 스며들어 사랑이 되었다. 그 스며든 자리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와 그녀의 모란향만이 은은히 퍼지게 되었다.
칠흑같이 어둡던 조선 밤하늘에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별빛이 내리고 있었다.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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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52 입니다! 드. 디. 어 !!!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본편이 완결이 났습니다 (환호) (눈물) 한빈이는 왕이되었고, 우리의 세자빈은 중전이 되었죠! 둘 사이에 글쎄 애까지 생겼네요. ㅋㅋㅋㅋㅋ 워후! 완결은 이렇게 거의 일주일이 지나서야 내게 되었어요 ㅠㅠ 금방 온다했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죠 ㅠㅠ (역시 3월 첫째주는 바빠도 너무 바쁘네요. 이번 주만 해도 스트레스 받아서 죽는 줄 알았어요. 화병 나 죽는 줄!!!)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정도는 아니였는데 이런 저런 일에 너무 바쁘다 보니 이제야 내게 됐습니다. 우리 독자님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ㅠㅠ (흐그극) 그래도 어떻게 또 완결을 냈네요. 그동안 하나 하나 쓰고 올릴 때 마다 심장이 터지는 것만 같았어요. 한 편, 한 편, 제겐 떨리는 순간의 연속이였던 것 같아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제겐 그랬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많아요. 그런 말들은 메일링 공지와 함께 다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21편 까지는 본편이였구요! 외전 2~3 편 정도가 남았는데, 이것도 따로 공지를 통해 알려드릴게요. 지금 열심히 BGM 2차 소개와 메일링 공지 준비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동안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다음 외전에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오늘도, 감사합니다 ♡ 초! 록! 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사랑 독자님들, 내 예쁜 독자님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오열) 사랑해요! 엄청 엄청 어마어마하게ㅠㅠ 암호닉!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거에요. 외전에도 꼭꼭 넣을게요) 초록프글 님 ♡뀰지난 님 ♡달빛 님 ♡몰랑이 님 ♡별 님 ♡초코 님 ♡김밥빈 님 ♡부릉부릉 님 ♡설렘 님 ♡022 님 ♡0618 님 ♡ 설렁 님 ♡으앜 님 ♡자몽에이드 님 ♡구사이다 님 ♡beeeye 님 ♡올라프 님 ♡마그마 님 ♡한빈이이겨라 님 ♡괴물 님 ♡꾸주네 님 ♡뿌요를 개로피자 님 ♡핫초코 님♡5959 님 ♡징징이 님 ♡박하사탕 님 ♡뽀로로 님 ♡부끄럼 님 ♡룰레룰레룰 님 ♡구치명 님 ♡YG의 공주 님 ♡파랑짹짹이 님 ♡맘빈이 님 ♡샴페인 님 ♡피카츄 님 ♡한빈세자 님 ♡리리 님 ♡초코송이 님 ♡꽃반지 님 ♡한빈쨔응 님 ♡깜냥 님 ♡침침 님 ♡하프하프 님 ♡끼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