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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베트마 전체글ll조회 1817l 1

댓썰 쓴 거 모아두고 싶어서 글잡으로 가지고 왔어요~~~~

그 때 다 써주기로 했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ㅠㅠㅠㅠㅠㅠ

다 못 써줬었는데......

지금 다시 마저 쓰려니 시간이 너무 흐른 것 같고.. 애매해졌네요...

대신 더 좋은 글...로 보답해 드리려고 노력하지만....

제 글솜씨와 상상력이 그리 좋지 않아서 즐거움을 드리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늘 재미있게 읽어 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합니다!


 

알베르토 - 첫키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차장인 그와 함께 한 이탈리아 본사 출장기간 동안 그와 나 사이의 분위기는 묘하게 변화했다.

낯선 곳에서 통하지 않는 언어와, 길을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이탈리아 남자들의 추파어린 시선에 힘들어 하는 내게 그저 따뜻하고 사람좋은 회사 상사였던 그는 어느새 든든한 보호자였고, 따뜻한 울타리였으며, 나를 설레게 하는 남자였다.


6개월이라는 꽤 긴 시간의 이탈리아 출장의 마지막 밤, 꽤나 길어진 마지막 밤의 송별회에 밤은 깊었고, 분위기에 취해 홀짝홀짝 마셔대었던 칵테일의 여파로 조금씩 올라오는 취기에 6개월을 머물렀던 집으로 찾아갈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때, 그는 나를 집까지 바래다 준다고 했다.

"아.. 저 괜찮은데.."

"이탈리아의 밤은 아름답고, 당신의 눈은 더 아름다워욥. 이탈리아 남자들은 아름다운 것을 지키죠. 그게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욥."

"알차장님..."


그렇게 우리는 황홀한 야경으로 가득한 이탈리아의 거리를 걸으며 나의 집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피렌체. 내가 머물던 곳은 피렌체에서도 야경으로 가장 유명한 미켈란젤로광장 근처에 있었다.
나는 집 앞에 도착해 왔던 길을 돌아보며 반짝이는 불빛들에 시선을 주며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6개월을 매일매일 지나다녔던 곳인데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많이 아쉬워요. 야경 참 예쁘죠?"


그는 대답없이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나의 귀에 꽂아주고는 뒤에 서서 나의 어깨를 조심스레 끌어안았다. 감미로운 음악과 그의 따뜻한 품 속, 그리고 그의 향기에 취해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아벨라. 느껴져요 나의 마음이? 나는 저 반짝이는 불빛보다 당신이 더 반짝이는데.. 출장동안 일에 집중하는게 힘들었어요. 이렇게 집중하지 못했던 건 처음이에욥"

문득, 뭉클한 마음에 그에게로 돌아서서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키스....해 주실래요?"

"아벨라가 원하신다면...얼마든지.."

알베르토는 기다렸다는 듯 정상을 품에 가두고 한참동안 부드러운 키스를 퍼부었다.

 

 

일리야 - 삼각(?)관계

 

 

병원에서 통역사로 일을 하는 그는 휴무일을 제대로 지키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항상 우리의 데이트는 퇴근 후에 잠시 만나 늦은 저녁을 먹고, 집 근처를 배회하다 그가 나를 집에 바래다 주는 것으로 끝이나곤 했다.

하지만 그 날은 조금 달랐다.
그는 아주 오랜만에 그의 시간을 모두 내게 선물하겠다 했고,
나는 몇 시간을 공들여 한껏 치장하고 그를 보러 갔다.

집을 나서자 이미 도착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의 차가 보였고
그는 차에서 내려 내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정상. 옷이 이게 뭐에요?"

"왜요???이..상...해요???"

"네. 엄청 이상해요. 정상 립스틱은 또 왜 이렇게 짙어요. 얼른 닦아요"

"싫어요. 안 닦을거에요. 내 눈에는 예쁘기만 하구만.."

예쁘다고 해 줄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내게 상처를 주는 말만 내뱉었다.
기분이 상했지만, 간만의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기분상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그의 차에 올랐다.

"정상씨 뭐하고 싶어요?"

"글쎄요.. 뭐하지... 아! 일리야 혹시 스키탈 줄 알아요? 음.. 스키장 가기는 시간이 애매한가..."

"그럼 스키말고 스케이트 타러갈까요?"

"우와우와!! 재밌을 것 같아요 얼른가요 얼른얼른!!"

그렇게 도착한 너구리월드의 아이스링크장은 이미 연인들과 가족들로 꽤나 북적이고 있었고,
오랜만에 타는 스케이트에 신난 나는 휘청거리면서도 아이스링크장을 휘젓고 다녔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빙판을 가르며 내 주위를 돌았고,
나를 끌어주기도 하고, 내 허리를 잡고 밀어주기도 하며 내가 빙판에 적응하는 것을 도왔다.

"일리야!! 잠깐만 놔봐요. 저 혼자 타볼래요!!

"정상씨 천천히 가요 그러다 넘어져요!!"

"안 넘어져요!! 일리야 얼른 와요 얼른요!!!"

어느새 빙판에 조금은 익숙해진 나는 긴장을 늦추고 일리야 쪽을 돌아보는 여유까지 부렸지만
그만, 앞에서 속도를 늦춘 사람을 보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으아!! 힝.. 아프다.."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아..괜찮아요.. 감사합니다."

뒤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엉덩이가 너무 아파 신경쓰지 못한 채
내게 내밀어지는 손을 무심코 잡고 일어나 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혼자오셨어요?"

"아... 아뇨.. 남자ㅊ.. 어?? 어디갔지??"

일리야를 찾아 그가 있던 쪽을 돌아보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아름다우시네요. 나이가..어떻게 되세요? 아.. 아니 전화번호좀..."

그 순간, 어느 샌가 내 앞을 막아선 든든한 등이보였다.

"010-1234-XXXX. 제 번홉니다. 이 여자한테 중요한 볼일이 있으면 거시죠. 물론. 없을거라 믿지만."

그의 목소리는 우리가 딛고 선 빙판보다 서늘했다.
그의 말에 당황한 상대가 사라지고, 그는 말 없이 내 손목을 끌고 밖으로 이끌었다.

"천천히 가요!! 팔 아프단 말이에요!!"

"조용히해요. 지금 나 엄청 화났으니까"

그렇게 쉼 없이 주차장으로 도착한 그는 나를 조수석에 밀어넣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 생각도 않은 채 한참을 숨을 고르며 가만히 앉아있었고,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손가락만 꼼지락대었다.

"정상씨. 내가 그 옷 이상하다고 분명히 말했죠? 립스틱은 또 그게 뭡니까!! 후.. 아니.. 소리질러서 미안해요. 우리 그냥 돌아갑시다. 날도 추운데 그냥 집에서 쉬죠"

그는 소리를 지르는가 싶더니 짙은 한숨을 내뱉고 다시 나즈막하게 집으로 가자는 말을 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일리야. 이 옷 진짜 이상해요?"

"이상해요. 이상하니까 모르는 남자가 쉽게 보고 전화번호나 물어보지"

"아까 그 사람이 저한테 말걸어서 화난거에요?"

"................"

"말 좀 해봐요. 그래서 그런거에요??"

"................"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정면만 뚫어지게 응시하는 그의 귀는 이미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질투하는 그의 모습이 좋아 그의 볼에 살며시 입맞추자 그의 얼굴마저 달아올랐다.


 

로빈 - 프랑스의 밤

 

 

늘 꿈꾸었던 로맨틱한 나라 프랑스의 거리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은데,
내 곁에는 사랑하는 그가 함께였다.

프랑스인인 그와 나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지만
기약할 수 없는 다음 만남을 애타게 기다리며
며칠 되지 않는 만남과 이별을 공항이라는 공간에서 반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만 견디면 다음번에는 헤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하게 될테니까.
그래서 이번 여행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특별했다.

그의 피앙세가 되기 위한 첫번째 난관이였던 비자발급이 지지부진 성과가 없어
매일같이 애타게 대사관에 전화를 거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드디어 비자발급 승인이 난 것이다.
기쁜 마음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내게 1년짜리 프랑스 왕복 오픈티켓을 선물해주었다.

그렇게 도착한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 드디어 입국심사를 끝내고 게이트를 나오는 순간,
저만치 꽃다발을 든 그가 보인다.
마치 그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쏘아지는 것만 같다. 정말 저 남자가 내 남자구나..

"정상 기분이 어때여?"

"엄청 설레요!! 로빈!! 나 에펠탑 얼른 보고 싶어요!!"

"정상. 프랑스에는 에펠탑말고도 좋은 곳이 많아여"

"로빈이랑 같이 있으니까 어디라도 좋겠죠! 얼른 가요 얼른 얼른!!"

그렇게 어린 아이처럼 방방뛰며 나는 그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공항을 나섰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몸은 피로했지만 정신은 말똥말똥했고,
그는 나의 바람대로 에펠탑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데려가 주었다.

이미 어스레한 어둠이 깔린 파리의 에펠탑은 내가 그간 모았던 엽서의 한 장면같았고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방해하지 않은 채 그저 바라만 보던 로빈은
점차 쌀쌀해지는 날씨에 걱정이 되었던지 그의 품으로 나를 끌어당겨 안아주었다.

"좋아여??? 춥지 않아여?? 피곤하지는 않고?? 좀 쉬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는 긴긴 비행을 마친 후 짐을 풀기도 전에 찬바람을 맞으며 거리를 쏘다니는 내가 걱정이 되는지
이것저것 물으며 나를 챙겨주었고,
전전긍긍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관광은 다음날로 미루고 그의 걱정을 덜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로빈! 나 지금 추워요!! 이제 얼른 들어가요!! 우리는 너무 오랜만에 만났고.. 그리고 또.. 로빈이랑 하고 싶은 것도 있고..."

"하고 싶은거 뭐여??"

나는 그의 목을 잡아 당겨 살포시 그의 입에 입을 맞추고 덧붙였다.

"당신이랑 키스하고 싶었어요"

"무슨... 프렌치 키스??"

"풋... 로빈 여기는 프랑스잖아요~"

내 말을 듣자마자 로빈은 내 허리를 감싸 안아 들어올리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과,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금빛에펠탑.
그리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은 신경쓰지 않은 채 사진을 찍고, 야경을 감상하고, 산책을 하며
그들 각자의 프랑스를 즐기는 사람들....

나는 그렇게 그와 함께 완벽하게 행복했다.


 

블레어 - 통화

 

 

여느때와 다름없는 하루가 끝나고, 그 날도 역시나 침대에 누워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블레어..지금 뭐해?]

[당신 생각]

[뭐야~ 당신이라니ㅋㅋ 오글거려ㅋㅋ]

[안자?]

[잠이 안와ㅠㅠ]

잠시 후 그에게선 답 문자 대신 전화가 걸려왔다.

"정상 내가 재워줄게"

"어떻게 재워줄건데?"

"글쎄.. 기냥 전화하다보면 졸리겠지"

"아닌데...나 절대 안잘건데~ 블레어 목소리 들으면 설레서 더 못 잘 것 같은데.."

"정상 나 많이 좋아하는구나!"

"기냥..뭐.. 쪼끔?"

"기냥 그거 내거잖아 왜 따라해"

"기냥~ 같이 쓰자"

그와 시덥잖은 대화들을 나누고 있자니 어느새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하품도 나왔다.

안되는데.... 자면 안되는데...진짜 안..ㄷ.....

"정상 지금 자는거야?"

"아...니...안자...말해"

"오늘 하루 어땠어?"

"음..그냥 똑ㄱ..았..지..."

"이제 기냥이라고 안하네?"

"ㄱ...냥 그.ㄱ ㅂㅇ"

"응?? 뭐라고???"

"ㅅ.ㅁ........"

"여보세요? 정상?"

"................"

"ㅎㅎ 자는구나 정상~ 예쁜 꿈 꿔 정상"

잠결에 어렴풋이 블레어의 노랫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그 밤의 꿈은 마치 알프스소녀하이디의 한 장면처럼 푸른초원에서 그와 함께 있는 내 모습이었다.


 

타쿠야 - 백허그

 

 

그를 못 본지도 어느새 일주일....
그가 바쁘다는 것도 알고, 나도 그리 한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불쑥불쑥 찾아드는 그의 생각은 자제한다고 해서 자제가 되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오늘도 역시나 노트북을 켜두고 책상에서 펜을 이리저리 돌려대며 일에 집중하려 애써보지만
머릿 속 가득 그의 얼굴이, 그와 했던 데이트가, 그가 했던 말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에 펜 끝을 앙물고 헤실헤실 웃음짓다 문득 이런 내 모습을 누가 보았을까 주위를 둘레둘레 돌아본다.

"도저히 안되겠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의자에 걸려있던 겉옷을 집어들고 빠르게 길을 나선다.
버스를 기다려보지만,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결국 애타는 마음에 사람들 사이를 뚫고 거리를 달리고 달려 그에게로 향한다.

"내가 가면 좋아하겠지?"

그렇게 그의 집 앞에 도착했지만, 그가 언제 집으로 돌아올 지는 모른다.
연락을 해 볼까 휴대폰을 꺼내보지만 이내 그냥 집어넣고 만다.
그가 보고 싶어 달려오기는 했지만 어쩐지 먼저 전화를 하기는 쑥쓰러운 기분이다.


그렇게 10분... 20분... 시간은 흐르고 새삼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에
손을 소매안으로 밀어넣고 입으로 호호불며 그의 집 앞 골목을 서성거리며
그가 오기를 기다리던 그 때, 연예인답게 벤 한대가 미끄러지듯 멈춰서고,
하얀 니트를 입은 오늘도 변함없이 멋있는 그가 내린다.

벤이 떠나가고 집의 우편함을 확인하는 그의 등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허리를 덥석 껴안아 버렸다.

"타쿠야!!"

많이 놀랐는지 그의 어깨가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내 그는 피식 웃으며
그의 허리를 감싼 내 손을 잡아준다.
그러다 차가운 내 손에 뒤 돌아서 허리를 낮추어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다정히 묻는다.

"정상. 놀랐잖아요. 이렇게 추운데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거에요"

"보고싶어서 왔는데.. 진짜 많이 안기다렸어요!! 진짜로!! 진짠데..."

"보고싶으면 전화해요~ 밖에서 나 기다리면 춥잖아요"

"아니에요 하나도 안 추웠어요!!"

"거짓말~ 이렇게 손이 찬데? 다음부터 추운데 밖에서 나 기다리면 혼나요~"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 마음도 모르고 밖에서 기다린 것에 대한 잔소리만 늘어놓는 그가 어쩐지 서운해 입을 잔뜩 내밀고 신발 앞코로 바닥을 툭툭 차대자 그는 내 코를 손으로 살짝 누른다.

"정상 삐졌어요? 정상이 나 보러와서 엄청 좋은데 삐지지 말고 얼른 들어가요 감기걸리니까"

그가 달래주기만 한다면 언제라도 한없이 단순해지는 나는 좋다는 말에 금세 기분이 풀려 해실해실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장위안 - 간호

 

 

"앗 뜨거!!!!!"

"왜 그래에. 너 무스 일 이써?"

한심하게도, 그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나는 그에게 나라는 일거리만 잔뜩 떠안겨주고 말았다. 덤벙거리며 급한 마음에 달아오른 냄비의 손잡이를 그냥 쥐었다가 화상을 입고 만 것이다.

내 양 손은 붕대로 둘둘 감겨 그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았다.

"정상. 너어. 좀. 괜차나?"

"아... 괜찮아요. 한 두번 데나 뭐.. 헤헤.."

"뭘 잘해서 웃어어."

"난 그냥 아저씨 맛있는거 해줄려고 그런건데....아저씨 나 목말라요!! 물 좀 따라주세요!"

그는 플라스틱 컵에 물을 따라 내게 주었고, 나는 붕대가 감긴 양 손으로 컵을 쥐고 힘겹게 물을 넘기다 그만 사레가 걸려 켁켁거리고 말았다. 그런 내 행동을 보던 그는 미간을 찌푸러 주름을 만들어내었다.

"너어. 잠깐 기다려. 내가 빨대 가져와야지"

"헤헤.. 빨대 필요 없는데.. 아저씨가 먹여주면 될텐데..."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그에게 의미심장하게 웃어주며 나의 입술과 그의 입술을 번갈아 가르켰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 그의 귀에대고

"아저씨가 내 전용빨대잖아요"

내 능청스러운 말에 당황했는지 몇 번 헛기침을 한 그는,

"너어. 그런마알. 어디서 배웠어. 진짜 혼나아."

"에이~ 아저씨 얼굴 빨개졌다.싫지 않은거죠?"

귀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그가 먹을 것을 사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괜히 불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아저씨...나 지금 머리 감고 싶은데....아저씨가 감겨주면 안되요??"

"나주에 해"

"나 손이 이런데... 지금 감고 싶은데.. 아아아 한 번만요 네??네???"

그제야 별 수 없다는 듯 피식 웃고는 나를 욕실로 데려가 그의 품에 안고는 마치 아이의 머리를 감겨주듯 조심조심 나의 머리를 감겨주는 그가 좋았다.

"아저씨!! 나 아프니까 좋은 것 같아 이렇게 아저씨가 머리도 감겨주고"

"그런 마알. 하지마. 나는 시러. 너 아픈거. 너 안아파도 내가 다 해주수 있어."

"진짜!! 진짜죠!! 아저씨 최고!!!"

"눈에 샴푸 드러가. 눈이나 감아."

하지만.... 그를 본다는 핑계로 그의 말을 듣지 않던 내가 결국 눈에 거품이 들어가 따갑다며 한바탕 난리를 피운 후에야 머리감는 일이 끝날 수 있었다.


 

기욤 - 질투

 

 

그는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 없이 많은 여성팬들에게 받아 온 선물을 방 안 가득히 쌓아두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가 왜인지 미웠다.
수 년 전,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로 한참 잘나가던 시절. 그에게 많은 팬이 있었고, 그 후 잊혀졌던 그가 다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건 분명 축하해야야 할 일이다.

하지만 철 없게도, 나는 그의 인기가 싫었다.
그는 나만의 것이었고, 그를 향한 애정표현은 내 것이 유일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 생긴 수 많은 소녀팬들에 아이처럼 설레하고 기뻐했다.

"정상. 이것봐~ 오늘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선물 줬어 헤헤"

"바보같아. 그렇게 웃지마."

내게 선물들을 자랑하는 그에게 퉁명스레 대꾸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이름을 검색했다.

그는 오늘 팬싸인회에 다녀왔는지 여기저기 팬들의 후기와 그들과 다정하게 찍은 기욤의 사진이 보였다. 여러명의 여자들과 다정하게 찍은 그의 사진은 나의 기분을 언짢게 했다. 좋지않은 기분이 폭발한 것은 그가 팬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담긴 후기글을 읽었을 때였다.

[오늘 기욤팬싸인회 갔는데 기욤한테 싸인받으면서 손 잡아달라니까 손도 잘 잡아주고ㅠㅠ나랑 사귈 수도 있을 것 같냐니까 어깨 으쓱하면서 고개 끄덕해줬어ㅠㅠ아 진짜 친절해 기욤 최애 될 것 같아!!!]


"....."

"정상. 표정이 왜 그래? 뭐 안 좋은 일 있었어?"

"절로 가. 니가 제일 안좋은 일이니까"

나도 모르게 나온 조금은 거친 말에 나도 깜짝 놀라 의기소침해졌다.
이런 글 따위에 이런 기분을 느끼며 그에게 막말을 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미안한데 사과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근데 질투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그가 미웠고, 그렇게 온갖생각들이 섞여 나도모르게 눈물만 주룩주룩 흘려보내고 있는데 저만치 누워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 그가 놀란 눈을 하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왜 울어 왜... 왜 그래.."

"흐어어어엉ㅠㅠㅠㅠ 오빠가ㅠㅠㅠㅠ 막 막... 흐어어어엉"

우느라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내가 눈물을 그칠 때 까지 지치지도 않은 채 한참동안 나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는 그의 다정함에 나는 더욱 눈물이 났고, 그렇게 한참을 엉엉 울었다.

"이제 좀 괜찮아? 왜 울었어"

"나 지금 못생겼지... 이 말하면 나 더 못나 보일 것 같아서 말 안하고 싶어"

"아니 지금 정상 엄청 귀여워"

"거짓말"

"진짜야. 예뻐. 왜 울었어. 어떤 무정한 사람이 우리 정상 울렸어?"

"무정한 기욤이"

"응?? 내가?????? 너랑 안 놀고 게임만 해서?"

"아니 그게 아니라...."

아직 가시지 않은 울음의 여운에 훌쩍이며 그에게 그 후기글에 질투를 느꼈다고 설명을 하니 그는 얄밉게도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정상 질투했구나?"

"나하고만 사귈 수 있어야지 다른 여자가 사귈수 있냐는데 그러면 어떡해. 그것뿐만이 아니라 손 잡아 달라면 손 잡아주고, 안아달라고 하면 안아주고.. 오빠는 나하고만 할 수 있는게 뭐야 대체"

"이거"


그는 커다란 손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쥐더니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쪽-'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떨어진 그는 한 번으로는 아쉬웠던지 다시 한 번 내게로 다가왔다.


 

알베르토 - 첫 비행

 

 

공항코드와 항공사 용어를 외우느라 지새웠던 수 없이 많은 밤들, 그리고 개인PT, 그룹 PT, 인터뷰 ,트레이닝, 외국어 테스트 등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까다로운 조건들을 끝마치고, BJ에어라인에 최종합격승인을 받기까지 내 곁에는 늘 다정히 나를 보살펴주는 알베르토가 있었다.


 


베이스시티가 한국이 아니라 그와 자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지원자체를 포기하려했던 내게 그는

 



"포기라니욥. 절대 안되욥. 정상이 하고 싶은 일을 나 때문에 포기하지 말아요"

 



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고, 결국 나는 어린시절부터 꿈꾸었던 승무원이 되어 상공을 날았다.

 



승무원으로 하는 첫 비행.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굉음과 함께 이륙하여, 비행기의 주방인 갤리에서 선배들에게 주눅들어 있기도 하고, 교대로 잠깐씩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10시간이 훨씬 넘는 시간동안 비행기를 걷고 또 걸으며 그렇게 걸어서 그의 나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마르코폴로공항으로의 첫 비행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첫 비행이 그의 나라라는 우연은 마치 운명같았다.

 

 


그렇게 내 생애 첫 레이오버가 끝나던 날. 베네치아에는 폭설이 내렸고, VCE의 모든 비행편은 취소되어 버렸다. 700편이 넘는 비행기가 결항이 되었고, 그 중에는 내가 타고 돌아갈 비행편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었다. 그가 많이 보고 싶은데... 비행기가 뜨질 않으니 방법은 없었고, 나는 충동적으로 그가 자라온 고향집을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알베르토!! 혹시.. 알베르토 부모님 사시는 집 주소가 어떻게 되요?"



 "정상. 오늘 돌아오는거 아니에욥? 주소는 왜요?"



 "베네치아에 눈이 너무 많이 와서ㅠㅠ 오늘 못 가요ㅠㅠ 알베르토가 보고 싶은데 못보니까... 알베르토 낳아주신 부모님이라도 뵈러 가고 싶어서요.."



 "혼자 돌아다니면 정상한테 남자들이 멸치던질거에욥. 저는 정상이 걱정되요"




그는 뜬금없는 내 말에 당황한 듯 보였고, 이탈리아 남자들의 추파를 걱정했지만 내가 졸라대자 금세 집 주소를 찍어 주었고 나는 비행편이 정상화 될 때까지 그의 집에 머물 수 있었다.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도련님은 한국에서 온 아들의 여자친구인 나를 아주아주 좋아해 주셨고,
알베르토의 어렸을 적 사진들을 보여주고, 맛있는 이탈리아 음식들을 해주시며 이탈리아로의 비행이 있으면 불편해하지 말고 오늘처럼 찾아오라며 따스히 맞아주셨다.

 



그렇게 내 첫비행은 새로생긴 이탈리아 가족의 환대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날씨가 개어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출국게이트를 걸어나왔을 때, 내 눈 앞에 그가 있었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 그의 허리를 덥석 껴안아본다.

 



 "알베르토!!!!"


 "정상. 첫 비행 어땠어욥?"


 "엄청 설렜어요. 근데 알베르토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알베르토는요?"



 "저도 정상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 제게 당신이 없는 시간 1분은 1년 같아요"


 "알베르토 그런 말 어디서 배웠는지 저 이제 알겠어요. 아버님도 어머님께 알베르토랑 똑같은 말을 하던데요??"


 "그랬어욥??"



 "알베르토랑 얼른 결혼하고 싶어요. 이탈리아에서 만난 알베르토 가족들이 제 가족 같은걸 보니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어야 할 날이 왔나봐요"


내 말을 들은 알베르토는 나를 번쩍 들어 안았다.

 



 "왜 이래요!! 사람들이 보잖아요!!"



 "제 눈에는 정상밖에 안 보여욥. 아벨라 사랑해욥"


 

다니엘 - 사내연애

 

 

신입사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의 나는 긴장된 마음에 항상 얼어있었고,
나와 함께 입사했지만 이미 여러 회사에서 이런 저런 경력을 쌓은 그는 늘 여유로웠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았고,
젠틀하고 부드러운 그의 성격은 그를 한 순간에 회사 여직원 전체의 워너비 남친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에게는 미안한 이야기 이지만, 나는 혹시라도 업무 중 실수가 있지나 않을까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여직원들처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는 없었다.

"정상씨. 다니엘씨 너무 멋있지 않아??"

"아.. 글쎄요.... 저는 잘......."

"정상씨. 이거 서운한데요? 전 정상씨 멋진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아차.

옆자리 직원 언니의 말에 대답해준 것을 맞은편 자리의 다니엘씨가 듣고 말았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모니터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나를 바라보고 있던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는 미소를 보이며 윙크를 하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결재서류를 들고 자리를 떴다.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얼굴을 식히고 있는데


그가 다가왔고,
나의 책상 위에 캔커피를 슬쩍 내려놓고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날부터 나의 책상에는 사탕이며 초콜릿이며 각종 음료, 어느 날에는 아기자기한 머리핀이나 그가 직접 쓴 것 같은 간단한 포스트 잇들이 올려져 있곤 했다.

그렇게 그와 나는 포스트 잇들을 주고 받으며 비밀스러운 사내연애를 시작하는 듯 했으나
그는 여전히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여직원들도 챙겨주곤 했다.

그 날도 그랬다.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옆자리 언니가 입고 온 옷을 아무렇지 않게 칭찬하는 그에게 빈정이 상해 그가 보낸 인트라넷 쪽지에 답도 하지 않고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와 옥상에서 열을 삭히고 있는데 그가 올라왔다.


"정상씨. 어디 아파요? 오늘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것 같은데.. 나 봐요"

"...."

"왜 그러는데요?"

"몰라서 물어요? 다니엘씨 한테 저는 대체 뭐에요?"

"이거 그 때 말했던 것 같은데.. 멋진 여자라니까요"

"아 그런거 말고요. 왜 나한테 자꾸 쪽지 보내고 선물도 주고 그러는거냐고요. 그래놓고는 다른 여직원들한테도 다 친절하고... 저 그냥 다니엘씨 어장 속 물고기에요?"


그는 내 말에 말 없이 한참을 웃다 내 손목을 당겨 품에 넣더니 귓가에 속삭였다.

"저 정상씨 많이 좋아해요. 우리... 연애할래요?"


 

블레어 - 봉사활동

 

 

 

한 달에 한 번, 유기견 보호 센터에서 봉사활동이 있는 날.
강아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곳에 처음 온 날 만난 요정같은 소년은
나의 발길을 보호센터로 이끌었다.

그 날도 역시나 어느새 조금은 정이 든 여러 강아지들을 돌보느라 정신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오늘 내가 맡은 임무는 강아지들을 목욕시키는 것!

좋았어!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거품을 잔뜩내어 강아지의 털을 정성스레 씻기기 시작했다.

"누나가~ 깨끗이 씻겨줄게~"

하지만,

내 마음 같지 않은 흰둥이 같은 하얀 강아지는 몸을 털어대며 거품을 이리저리 튀게 만들었고
나의 옷에도 얼굴에도 눈에도 거품이 잔뜩 묻어버렸다.

"야아!! 너 진짜 혼날래?? 다 묻었잖아~ 이게 뭐야!! 가만히 있으라구!!"

내 말을 모두 알아들을 리 없지만 얼굴에 튄 거품을 닦아내며 강아지를 혼내는데

어느새 내 뒤에 한 소년이 와 있었던건지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가 돌아보자, 그는 웃었던 것이 멋쩍은 듯 이내 발길을 돌려 강아지들의 사료를 정리했고,

나는 강아지를 혼내는 것도 멈추고 그를 흘깃흘깃 훑어보며 강아지에게 거품을 묻히는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알리 없는 흰둥이는 연거푸 내게 거품을 뿌려대었고

흰둥이의 장난이 귀여워 웃음이 터져버린 나는

"야 너 내가 씻겨주는게 그렇게 싫어?? 자꾸 그러면 누나 섭섭해~" 라며

흰둥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 문득 내 옆에 서 있는 사람의 기운이 느껴져 옆을 돌아보자 나를 빤히 바라보는 소년.

얼굴에 묻었을 거품때문인 것 같아 얼른 손으로 거품을 닦아내보지만

손에 묻은 더 많은 거품때문에 오히려 얼굴이 거품 범벅이 되어버렸다.

"기냥 그 손으로 닦으면 더 묻는거지"

"아....아.. 어떡하지..."

"이리와봐"

"..............."

그는 나를 당겨와 볼에 묻은 거품을 닦아주었다.

"내 이름은 블레어야. 나 너 처음본 거 아닌데... 지금까지 너 보려고 여기 봉사활동 다녔어."


 

블레어 - 추격

 

 

사건의 시작은, 수업시간 옆에 앉은 짝과 나눈 쪽지에서부터였다.

얼마 전, 외국에서 전학 온 블레어에 관해 나눈 대화였는데

다른 친구들은 봐도, 절대. 결단코. 블레어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내용이 가득한 쪽지였다.

그의 잘생긴 외모며, 장난기 가득한 성격이며, 독특한 말투까지 너무 설레지 않느냐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느 짖궂은 남자아이들과 다를바가 없었던 블레어는 앞 자리에 앉은 같은 반 학우 둘의 은밀한 쪽지의 내용이 수업시간 내내 굉장히 궁금했던지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마자 날쌔게 쪽지를 가지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 뭐야!!! 블레어!! 너 거기 안 서!!!! 이리 내놔!!!!"

"싫어~ 기냥 포기해!! 내가 서란다고 서겠냐!!"

"야아~~ 얼른 이리 달라고!!! 야!!!!!"

"계단에서 뛰면 다칠텐데 포기하시지!"

"너나 포기해!! 난 끝까지 쫓아갈거니까!!:

"넌 나한테 안되지~ 야! 너 이런거 할 수 있냐?"


갑자기 그는 계단 옆의 난간을 잡고 미끄럼을 타듯 제일 아래칸까지 미끄러져 내려갔고

그 순간, 윗 쪽에서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거기 둘!! 조용히 하고 나 따라와!!"


맙소사. 학주....


"너 때문이야. 이게 뭐냐고."

"그러게 기냥 포기하라니까...."


학주에게 붙잡혀 교무실 앞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면서도 우리는 입씨름을 멈추지 않았다.

"조용히 해 둘다!! 뭘 잘했다고!! 손 똑바로 안 들어!!!"

학주의 눈치를 보면서도 그는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야! 근데 그 종이 뭐 적은거야?"

"묻지마"

"아 맞다. 종이 나한테 있지~"

쪽지를 읽은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나도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돌렸고
우리둘의 얼굴에는 수줍은 웃음이 번졌다.
이미 뭘 잘했다고 웃느냐는 학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블레어 - 찜질방

 

(브금.....뭐썼는지 기억이 안나요 ㅠㅠ)

 

"블레어 블레어~~ 나 요즘 막막 온 몸이 다 쑤셔!! 그리고 춥기도 추운데.. 우리 따뜻한 곳 가자 따뜻한 곳!!!!"



 "ㅇ...응?? 따뜻. 따뜻한 곳??"



 "어? 수상해? 왜 말을 더듬고 그래!! 이상한 생각했지 방금????!!"



 "아니 안했지 나는 기냥"



 "기냥 뭐. 무슨 생각했는데 말해봐!"



 "기냥 어디로 가야 따뜻할까 그런생각했지"



 "에이~ 거짓말... 아 맞다 그래서 우리 찜질방 가자 찜질방!! 자기 찜질방 가봤어?"



 "찜질방???"



 "거기 가면 맛있는 것도 많고 따뜻하고 무지 재밌을거야 가자!!"


 


그렇게 그와 나는 찜질방으로 향했고, 찜질방이 처음인 그는 조금은 촌스러운 색의 찜질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자꾸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폈다.

 



 "블레어는 뭘 입어도 예뻐!! 찜질복도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까~"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



 "예뻐예뻐!! 머리 좀 숙여봐 얼른"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어 그에게 씌워주려 들고 있던 나는 그의 머리에 손이 닿질 않아 발꿈치를 들고 낑낑거리다 그가 머리를 숙여주자 그제서야 그의 머리에 수건을 씌워 줄 수 있었다.

 


 "ㅋㅋㅋㅋ 아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깔깔거리며 웃는 나를 보며 머리위의 양머리가 어색하다는 듯 만져보던 그도 나의 눈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이제 양머리도 했으니깐!! 계란먹어야지~~ 가위바위보해서 지는 사람이 이거 머리로 깨는거다!!"

 



그렇게 사람이 몇 없는 황토방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와 가위바위보를 하는데,

 



 "아.. 뭐야.. 자꾸 블레어만 이겨..."

 



몇 번이나 가위바위보에 져서 계란과 여러번 박치기를 하는 내가 뾰루퉁해있자

그는 내 손에서 계란을 빼앗아가 자기 머리로 깨더니

 


"이거 흑기사지. 내 소원은 기냥 정상이 뽀뽀 한 번 해주는 거"


 

블레어 - 파블로바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오후 그와 나는 한적한 카페의 창가자리에 앉아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그의 어깨에 기대어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잡지를 뒤적이다 문득 아주 맛있어 보이는 파블로바 사진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맛있겠다. 먹고싶어.."라는 말을 내뱉었다.

"정상! 먹고 싶으면 먹으면 되잖아"

"살찐단 말이야...."

"아 기냥 먹어! 내가 사줄게"

"진짜 살찌는데......"

"정상은 살쪄도 예뻐서 괜찮아"

"진짜?? 진짜 살쪄도 예쁠까??"


물론 살쪄도 예쁘다는 말은 대부분의 남자친구들이 살찔 것을 걱정하는 여자친구한테 해주는 립서비스 같은 거라는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고, 그는 카운터로 가, 딸기 파블로바를 주문해 가지고 왔다.

 

[비정상회담] 댓썰모음 | 인스티즈



 "우와 우와!!! 진짜 맛있겠다!!!!!!!"

"안 사줬으면 어쩔뻔 했어?"


그는 파블로바를 조금 떠서 내 입에 넣어주.....는 듯 하였으나 이내 자기 입으로 넣어버렸다.


"아 뭐야!!! 장난치지말고 얼른 얼른!!"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파블로바를 우물거리며 나를 보는 그가 얄미워 포크를 집으려는 순간,
그는 두 개의 포크를 모두 빼앗아 버렸고,

"이런건, 혼자 먹으면 안되는거지. 내가 먹여줘야 되는거지"하며

내게 파블로바를 먹여주고는 내 이마에 그의 이마를 가져다 대고 도리도리하며 끊임없이 장난을 쳐대었다.

 

 

 

타쿠야 - 놀이공원

 

 

찬바람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나는 칼바람을 피해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가려 했지만 일본으로 스케줄을 떠나 있던 그는 어쩐지 언짢은 눈치였다.

"정상 나는 안보고 싶은가봐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 추우니까..."

"정상 그러지말고 이왕 여행할거면 일본으로 와요~ 내가 좋은 곳 데려가 줄게요~"

"좋은곳 어디요??"

"쉿! 일단와요. 기다릴게요"



그렇게 3시간 후, 나는 계획에도 없던 도쿄행 비행기를 타고 이륙하였고,
오랜만에 만난 그와 반가움을 나눌 사이도 없이 나는 그에 이끌려 도쿄디즈니랜드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와 알콩달콩 길을 걷고, 커다란 커플 머리띠도 하고 열심히 돌아다니자
사람들이 눈길이 비율좋은 그에게 가 닿는것이 느껴졌다.

시선들이 왜인지 조금은 부담스러워 그에게서 조금씩 떨어져 걷자, 그가 내 허리를 낚아채어 바짝 안아왔다.


"정. 자꾸 어디를 도망가려 하는거에요. 여기 딱 붙어있어야지!"


얼굴이 붉어져 시선을 돌리자 저만치 솜사탕을 파는 곳이 보였고,
솜사탕에 정신이 팔린 나를 알았는지 그는 피식 웃으며 내게 솜사탕을 쥐어준다.

그렇게 신나서 벤치에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솜사탕을 뜯어먹고 있는데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쪽-'


나의 볼에 그의 촉촉한 입이 와 닿았다.

벙쪄 있는 내게 그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이렇게 다 묻히고 먹으면 어떡해요~ 너무 귀엽잖아요~"


"나... 이거 말고 다른거 먹을래요"


"다른거 뭐먹고싶ㅇ...."


'쪽-'

그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나는 그의 입술에 살포시 입을 맞추고 나 저 만치 뛰어가 그에게 손짓을 해대었다


"얼른 와요!!! 저거 타러가게!!"


그런 나를 보며 미소짓는 그는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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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이랑 스크랩해가요ㅎㅎ 잘 읽을께요 감사합니다!!! 금손이셔...❤️❤️❤️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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