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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냥 전체글ll조회 1435l
김태형과 나는 음...흔히들 말하는 부랄친구다. 

태어난 병원까지 같은.  

어렸을때부터 선머슴이라 불릴 정도로 씩씩했던 나와는 달리 김태형은 낯도 조금 가리고 그 큰 눈을 깜빡이면서 내 뒤만 졸졸 쫒아다니기에 바빴다. 

어렸을 적 철없던 나는 종종 김태형을 기집애라고 놀려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대책없이 순해빠진 김태형은 특유의 그 네모 웃음을 지으며 헤헤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랬는데. 분명 그랬는데. 

부쩍 자라는 시기인 중학교때 갑자기 훅훅 커지더니 이제는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진 김태형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방글방글 웃어댔다. 

 

아주 어렸을때부터 친구였던터라 우리는 서로를 많이 의지했다.  

손도 잘 잡고 다니고 어께동무도 하고. 

친구들은 그런 우리를 보면서 사귀냐고 물어봤지만 나는 그때마다 고개를 절래절래 내둘렀고 김태형은 헤헤 웃을뿐이었다. 

 

어렸을때부터 곱상한 얼굴이었던 김태형은 고등학생이 되고나서 부쩍 고백을 많이 받았다. 하굣길에 편지를 건네주고 도망치듯 가버리는 여자애들도 몇번 목격한적 있었고 쉬는 시간마다 내려와서 김태형을 보고가는 선배 언니들도 있었다. 한번은 그 언니들이 나한테 막 시비걸면서 무섭게 한적이 있는데 그때 짠 하고 김태형이 나타나서 날 구해줬다. 그때 처음으로 김태형의 잔뜩 굳어진 표정을 봤다.  

그 언니들보다 김태형의 표정이 쪼끔 더 무서웠다. 

아무튼, 그때 이후로 김태형에게 고백이 들어오는 일이 없어졌는데 피해받는게 싫어서 고백하지 말라했단다. 내가, 

 

"왜? 여자친구 막 사귀고 싶고 그렇지 않나?" 

"...아니.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헐? 누구? 나도 아는 아야?" 

"응. 그것도 어엄청."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은 얼굴로 해사하게 웃어보이는 김태형에 처음으로 내 가슴이 콩 하고 뛰었다. 

그땐 그게 그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친구의 말에 놀라 가슴이 뛴거라 치부해버렸었다. 

 

우리 둘 사이엔 매년 행하는 행사가 있었다. 

봄마다 첫 벚꽃구경은 서로와 함께 가는것. 

이번 년도 물론 거르지 않았고 두근거리며 향한 여의도에서 우리는 태형이가 싼 김밥을 먹었다. 

요리 솜씨가 전혀 없는 나와는 달리 어려운 음식도 곧잘 하곤했던 김태형 덕분에 내 배의 튜브가 조금씩 착실하게 불러가고 있었다. 

한강에서 여유롭게 봄바람을 맞고있다가 흘끔 눈을 돌려 김태형을 봤다. 

당연히 먼산을 보고있을 줄 알았는데 김태형은 나를 보고있었다. 

갑자기 마주친 눈에 김태형의 눈이 동그래졌고 나는 훽 하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 뭐. 왜 보고있냐." 

"어? 아, 아니. 그냥...이뻐서." 

 

나직하게 벚꽃과 함께 봄바람을 타고 날아온 그 뜬끔없었던 말에 내 얼굴은 석양빛으로 물들었다. 

 

"내가. 말 했었나." 

"...뭐." 

"내 니 좋아한다." 

"..." 

"옛날부터. 눈치 못챘지. 바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김태형의 고백에 나는 감히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릴 생각도 하지못하고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 어색해하지않아도 된다. 가자 인제." 

 

덤덤하게 내 눈앞으로 내밀어진 손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평온한 얼굴이었지만 손끝은 가늘게 떨리고있었다. 

김태형은 무서워하고 있었다. 

무엇을?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수 없는 것을. 

그럼에도 용기를 내 내게 손을 내민 김태형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았다. 

 

"조금만 시간을 줘. 이건 좀 LTE급이잖아." 

"..." 

"올해 벚꽃은 빨리 지겠다." 

 

괜시리 딴소리를 하며 손을 이끌자 김태형이 곧 푸흐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김태형의 어께에 머리를 기댔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눈을 감고 머리를 부비자 김태형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냥 눈을 감고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정류장에서 내려 둘이 같이 걸어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김태형은 메로나 나는 빠삐코. 

그리고 또 언제나 그랬듯이 나는 익숙하게 김태형이 먹던 메로나를 뺏어먹었다. 

김태형이 길가에 멈춰서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나 싶어 가까이 다가가자 김태형의 두 손이 내 팔뚝을 꾸욱 잡아눌렀다. 

아프다고 말하려 입을 뗀 순간 김태형이 자신의 이마를 내 이마에 가져다대었다. 

갑작스레 훅 들어온 김태형의 얼굴에 나는 놀라서 눈만 꿈뻑거렸다. 

 

"나는 니 좋아한다고." 

"..." 

"그것도. 엄청 많이." 

"..." 

"그러니까 제발 좀 경각심 좀 가져라 이 가시나야" 

"..." 

"...이 여우같은 가시나." 

 

의미심장한 말만 남기고 김태형은 성큼성큼 멀어졌다. 

 

 

김태형의 머리에서 미처 보지 못한 벚꽃잎 한잎이 살랑 하고 바람에 날려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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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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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태형아...ㅠㅠㅠㅠㅠㅠ마지막에 좋아한다는 그 말이 너무 설레요 심장폭행...신알신 했습니다ㅠㅠ 작가님 짱..
9년 전
비회원166.23
여우같은 가시나..
9년 전
독자2
웃을땐 아이같은데 또 어떨때는 여자보다 더 섬세하고 어쩔땐 듬직하고 ㅠㅠㅠㅠ다가졌네 태태ㅠ
9년 전
독자3
허윽ㅠㅠㅠㅠㅠ설레라....ㅠㅠㅠㅠ태형아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아이고ㅠㅠㅠㅡ태태ㅜㅠ
9년 전
비회원41.252
으아...........설레.......
번외가 안나와도 좋아여...!

9년 전
독자5
어ㅏㅜㅜㅜㅜㅜㅜ아ㅜㅜㅜㅜㅜㅜㅜ태태ㅜㅜㅜㅜ와ㅜㅜㅜ내심자유ㅜㅜㅜ박사류ㅠㅠㅜ와ㅠㅜㅜㅜ대바구ㅜㅜㅜ겁나ㅜㅜ좋아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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