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 호랑이가 누구야 01
CHEEZE - Madeleine Love
* 내 나이 : 스물넷 * 연애 경험 : 다수 * 특이사항 “ 미안해, 내가 사정이 좀 생겨서 금방 갚을게 “ 돈 빌려 갔다가 잠적해버린 놈 “ 탄소야, 우리 돈 모아서 해외여행 갈까? “ 데이트 통장 만들어 놓고 돈 다 빼가버린 놈 “ 동생도 한 번 보고 싶다.. 언제 한 번 시간 되려나? “ 나랑 사귀면서 내 동생한테 허튼짓하려던 놈 등등... 제대로 된 인간을 만나본 적 없음. 내가 호구인 건 또 어떻게 알고 어디서 이렇게 쓰레기 같은 놈들만 꼬이는지, 그놈들 눈엔 내가 이렇게 막 반짝반짝 빛이 나나보다. 저런 이상한 놈들이 꼬일때마다 나는 매번 좋은게 좋은거라고 ‘ 그래 세상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좋은 사람이 있으면 저런 놈들도 있는 거지 ‘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그런데 문제는 네 번째였나 다섯 번째였나.. 그래 생각났다. 나 자고 있을 때 내 지갑 들고 도망간 다섯 번째 놈. 그놈이 사라지고 난 후에 나한테 자꾸 이상한 일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는 거다. 예를 들면 아무 문제없이 잘 나가는 차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브레이크가 들어먹질 않아서 차 사고가 난다던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날이었는데도 내 앞에 간판이 떨어진다던가 하는... 이건 뭔가 단순히 여길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이 확실히 왔다. 그래서 24년 무교 인생 나 김탄소 예약해버렸다. 그 용하다는 신사 점집 * 입소문도 꽤 많이 타고 유명한 곳이라 규모가 클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외진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점집이었다. ‘ 똑똑 ‘ 괜스레 긴장되는 마음에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선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 점집은 꽤 무서운 분위기일 거라 생각한 내가 민망할 정도로 점집의 내부는 평범했고, 심지어는 은은한 연꽃잎 조명들로 이루어진 점집의 내부가 예뻐 보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아.. 저기 저 두시에 예약한 사람인데요 “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점사를 봐주는 듯한 책상에 앉아있던 한복 차림의 남자가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야 앉아도 되는 거겠지.. “ 아.. 여쭤보려면 생년월일하고 태어난 시간 필요한 거 맞죠.. “ “ ...... “ “ 제가 적어왔거든요 잠시만요 “ “ 너 그 남자들한테 고마워해야 돼 “
“ 네?? “ “ 네 돈 들고 도망가고 잠수타고, 허튼짓하려 했던 그놈들 말이야 “
“ 그걸 어떻게.. 아니 근데 제가 왜 고마워해야 돼요 그 자식들한테 “ “ 그나마 그놈들이 네 액운받이 역할을 해서 지금까지 살았지. 안 그랬으면 벌써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하고도 남았어 “ “ 액운이요..? “ “ 그래. 쉽게 풀어 말하면 안 좋은 기운 “ “ 아마 그놈들도 의도치 않았겠지만 네 옆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네 액운받이를 하고 있었을 거야. 그러다 네 액운이 자길 먹어오는 게 느껴질 때가 됐을 때 그때서 다들 부리나케 도망갔겠지 “
“ 그럼 그 자식들한테는 제 액운이 보인다는 말씀이세요? “ “ 그런게 다 보이면 무당이게. 보통 이런 건 조상들이 가만히 안 놔둬. 자기 후손이 네 액운에 잡아먹혀 들어가는 거 설마 그거 보고만 있을까 “ “ 최대한 너한테서 멀리멀리 떨어트려 놓으려 했을거야 네가 다신 찾지 않도록. 아마도 그게 지금 네가 그놈들을 경멸하는 이유들의 원인이겠지 “ “ ...그럼 저는.. 저는 어떡해요? 이러다 저 그냥 죽어요? “ “ 이대로 놔두면 그렇게 될 확률이 높지 “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살면서 저지른 잘못이라고 해봐야 무단횡단.. 아님 뭐 약속날 귀찮아서 아프다고 뻥친거..? 아 이것도 있네.. 술 마시고 전 남친들 욕 조금 한 거... 아니 근데 그게 이렇게 죽을 죄냐고
“ 안 돼요. 저 아직 못 해본 게 얼마나 많은데 저 저 아직 클럽도 못 가보고 흐어엉 결혼도 못 해봤고 유럽여행도 아직 못 가봤고 또.. 여튼 아직은 못 죽어요 아니 안 죽어요 저.. “ “ 방법이 있긴 있어 “ “ 있어요?!!! 정말요??!! “ “ 이게 좀 옛날 방식이라 그렇지 효과는 직빵이거든. 한 번 해볼래? “ “ 제가 지금 가리게 생겼어요? 뭐든 해봐야죠.. “ “ 그래 그럼. 방법을 알려줄게 “ “ 곧 네 주변에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날 거야 “
“ 호랑이요??!!!!!!!!! 왜요!?!!! 호랑이가 저 잡아먹어서 이제 저 죽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 “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게 아니라, 남자가 나타날 거라고, 이 모든 것으로부터 널 지켜 줄 수 있는 고마운 호랑이 “ “ 제 주변에요..? 전혀 그럴만한 사람이 없는데.. “ “ 걱정마, 이제 곧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옮겨질거니까. 자 그렇게 되면 이제 어떻게 하냐. 딱 그 호랑이를 만났다! 그러면 “ “ 그러면.. “ 어지간히도 살고 싶었는지 아저씨의 대답을 기다리는 내 눈빛은 꽤 애절했다. “ 한 번만 자 “ “ 잠이요..? 그.. 그 ㅈ.. 제가 생각하는 잠이요..?“ “ 응 네가 생각하는 그 잠. 기한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 * 그 점집에 다녀온 지 딱 이틀이 지난날 발령이 났다. 원래 이렇게 갑자기 발령이 나는 경우는 꽤 드물다고, 거의 몇 년에 한 명꼴로 이렇게 갑작스레 발령을 통보받는단다. 진짜 그 점집 용하긴 한 가봐 2년 남짓 일한 곳을 떠나려니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야 있나 내 호랑아 거기 있는 거지? 딱 기다려 금방 간다.
‘ 후하후하 ‘ 그래도 막상 새로운 곳으로 출근하려니 괜히 옛날 반 배정받고 첫 등교할 때처럼 떨린다. “ 안녕하세요오.. “
“ 어?? 오늘 오신다는 바이져님?! “ “ 아 네!! 안녕하세요 “
” 반가워요!! “
” 11시 출근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
” 그러게 일찍오셨네요!! 지민아 태형이랑 매니저님이랑 저기 앉아서 인사하고 안내 좀 해드리고 있어줄래. 나 지금 이거 마무리해야 해서. 마무리 하고 금방 갈게 “
“ 이쪽으로 오세요 바이져님! “ “ 네..!! “
( 어떡해 여기 못생긴 사람은 못 들어 오는 곳인가 봐.. 나.. 나 잘 못 들어와도 한참을 잘 못 들어온 것 같은데 ) .... 아니 근데 잠깐만 저기 아저씨 이렇게 많다고는 왜 말 안해줬어요. 도대체 누가 내 호랑인데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안녕하세요 여러분! 정국이 글이 아니라 많이 놀라셨죠! 사실.. 이 글은 처음부터 정국이 글이랑 같이 연재하려고 했었던 작품이었는데 도저히 같이 연재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미루다 미루다 새해도 된 겸!! 큰마음 먹고 가져 와봤습니다.. 글이 어떠신지요😊 재미있으실런지 잘 모르겠네요..!! 앞으로 같이 잘 연재해나가 볼게요! 여러분 해피뉴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