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5월 1일.
꽤 오랜만에 일기를 쓰는 것 같네.
그 때 전정국이 나한테 같이 공부하자고 하고 끝났었나?
나는 전정국한테 처음에 싫다고 했어.
"왜,,,?"
"너처럼 공부할 자신도 없고, 나 같은 사환이 공부해봤자 필요도 없고...공부가 재미없기도 하고.."
"그러다가 너가 사환을 관두고 사회로 나가게 되면?"
"너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안 될 게 뭐 있어?"
"우리가 재단에 진 빚이 얼만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알아"
"근데?"
"나갈 수 있어"
"나 기분 안좋은데 자꾸 헛소리하지마.."
"공부를 하면, 나갈 수 있어"
"....정말이야?"
지금까지 우리 같은 사람들 중에 재단에서 나가서 일반인이 되는 경우는 한 명도 없었어.
근데 전정국이 저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이니까 나만 믿어. 내일부터 같이 공부하자."
뭐 그렇게 해서 공부를 한지 한 1주일 반쯤 됐어.
나는 정말 공부를 안했고, 교칙에 의해 형식적으로 시험만 보는 수준이어서 성적도 관심이 없었어.
근데 전정국은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하고, 나를 가르쳐주는데 모르는게 없어.
진짜 대단했어.
"어떻게 이렇게 다 알아?"
"너가 하나도 몰랐던거라고는 생각 안하는가봐?"
"야!!!!"
"ㅋㅋㅋㅋㅋㅋㅋ다음 페이지 넘겨봐봐. 몇개 틀렸는지 보자"
나는 되게 머리가 나쁜지 엄청 천천히 그것도 계속 반복적으로 배워야 알았고, 근데 전정국은 진짜 처음부터 계속 가르쳐줬어.
처음엔 공부시간을 너무 빼앗는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계속 미안해하지 말라고 해서 이젠 좀 익숙하게 배우고 있어.
뿐만 아니라 아가씨들께 나도 이제 수업 들을거라고 하니까 완전 좋아하면서 잘 생각했다고 오히려 더 알려주시고 그런다?
그래서 요즘은 피곤한데도 생활이 즐거운 거 있지?
"와. 전정국 청소하면서도 공부하네?"
"저 새끼는 왜 공부하냐? 어차피 졸업하면 TH그룹(현재 이 기숙학교의 재단)에서 일하지 않나?"
"그럴걸? 우리 아빠가 그랬는데 보통 그런 애들 운전기사로 고용하거나 그런다는데"
"결혼도 맘대로 못한다면서? 존나 불쌍하네"
"근데 또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은 꼴등이다?"
"엥? 진짜 꼴등이야?"
"어. 내가 애들 성적 선생님 몰래 봤잖아"
"머리도 어지간히 안좋은가보네."
"만년꼴등 전정국. 쟤 덕분에 나 9등급 면하고 있잖아ㅋㅋㅋㅋㅋ"
꼴등...? 전정국이 꼴등이라고...? 내가 물어보는 문제마다 모르는게 없는데..?
나는 두 도련님들이 얘기하는 걸 청소하면서 듣게 됐는데 정말 말도 안됐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던데..일부러 시험만 못보는건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전정국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아! 그 때 그 아가씨 있잖아
그 아가씨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나를 불러서 혼내시더니
결국 아가씨 댁에서 사람을 불러와서 개인 비서로 쓰고 있더라구
그래서 난 며칠밖에 고생하지 않았어..다행히도
암튼 오늘은 전정국에 대한 의혹이 점점 더 싹튼 날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