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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말 괜찮다니까요.”

“거절할 필요 없어. 내가 아란엄마 사정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정말 괜찮다니까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딸을 위해 학교로 간 일진 엄마라는 뉴스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지 벌써 5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만든 18살의 여고생 아란은 벌써 대학교 3학년의 여대생이 되었다. 그리고 아란의 엄마 강자가 이혼 도장을 찍은 것도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이혼뿐 아니라 모든 문제가 정신없이 풀리고 파헤쳐지고 세상에 알려졌다. 아란의 아빠와 할머니는 이 모든 일을 끌어안을 수 없다 판단하고 강자와 아란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들과의 이별에 슬퍼할 겨를 없이 아란은 입시를 준비해야 했고, 강자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딸의 미래를 위한 준비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아저씨가 아는 우리 엄마 사정이 뭔데요?”



위자료는 원래 일하던 고기집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열심히 일해서 아란이와 함께 지낼 집을 구해야 한다. -공주가 지원을 해줬으나 공주에게 그런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미안해서 자신의 힘으로 얻어내려 애썼다.- 학교에 보내야 한다 라는 목표로 열심히 달린 결과 조그마한 보금자리를 마련 할 수 있었다.


이젠 두 사람이 세상 한켠에 살아갈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5년 전의 투쟁으로 학교의 엄청난 비리를 밝혀냈던 강자라 할지라도 그녀를 모르는 이들을 ‘이혼녀’라는 타이틀만으로 그녀를 판단하고 함부로 행동했다. 특히나 아란의 심기를 거스른건 그녀들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 중에서 강자를 쉽게 보는 남자들의 치근거림이었다.


조금만 호의를 베풀면 -호의라는 탈을 쓴 알량한 배품이 아란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넘어올거란 저 말도 안 돼는 자신감 하며... 얼굴이 화끈 거리는 경박한 농담을 막 던져도 될 거라는 천박한 사고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저씨 도움 없어도 이 정도 짐은 우리가 나를 수 있으니까 그냥 가던 길 가셨으면 좋겠는데요.”



아란이 어린 시절 강자는 늘 아란에게 무례를 범하는 친구들이나 어른들에게 당당히 맞섰다. 그럴때면 자신을 위해 싸우는 엄마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이 미워 남몰래 눈물을 짓곤 했다. 성인이 된 지금. 강자가 했던 것처럼 아란을 강자에게 무례를 범하는 이들에게 맞선다.


분명 또 뒤에서 본대 배운거 없는 년이라느니 싸가지가 없다느니 드세다느니 하는 소리를 지껄이겠지. 강자는 행여 딸아기가 해코지를 당할까 아란아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는 아란이 가장 싫어하는 말을 꺼낸다.



“엄마가 괜찮다잖아.”



강가의 말에 기가 산 집주인 사내는 기분 나쁜 웃음과 함께 장본 짐이 잔뜩 들린 강자의 손으로 자신의 손을 내민다.



“필요 없대잖아.”



그때. 낯선 목소리가 사내의 손을 잡아 치운다.



“넌 또 누구야?”



틀에 박힌 대사를 내 뱉는 사내의 물음에 답한건, 그의 손을 치운 장본인이 아닌 아란이다.



“고복동...?”

 







“네가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니?”



강자와 아란에 대한 세상에 관심은 빠르게 사라졌지만, 그들을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의 수근 거림은 계속 남아 있어 새로 자리 잡은 보금자리는 굳이 이어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 만한 곳으로 골라잡았다. 복동은... 강자나 아란에게 큰 도움을 준 기특한 놈이지만 강자는 복동의 미래를 위해서 어디로 떠나는지 알리지 않았었다.



“아직 노아 쌤 아니 노아 형이랑 연락하고 있는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몰래 몰래 하고 있잖아 그것도 정기적으로. 알고 있었지. 나 요즘 뭐하고 사는지. 어디에 있는지.

복동의 물음에 강자는 아니.. 뭐 내가 세상 살기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있었어야지. 그동안 뭐하고 지냈는데? 묻는다. 복동은 픽 웃으며 턱 자신이 들고 온 커다란 짐 가방을 강자의 집 거실에 있는 탁자위에 올려놓는다.



“익명의 후원자 님은 개뿔. 이거 고3 생일날 생일 선물로 보낸게 누군지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연락 다 끊고 싶었으면서 이런 후원은 왜 해?


거봐.. 다 알거라니까. 강자가 생일 선물을 고를 때 마다 옆에서 늘 한소리 하던 아란은 혀를 끌끌 찬다. 엄마는 세상 사람들이 다 엄마처럼 순진하다고 생각한다니까. 당황한 강자의 얼굴을 보고 한번 더 혀를 찬다. 아예 선물 보낸 사람 나 맞습니다 광고를 하지 그러세요.



“여긴 왜 온 건데?”



놀란 강자를 대신해 아란이 복동에게 지금 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나? 살라고 왔는데.”

“뭐?!”

“뭐?!”



아란과 강자가 동시에 복동을 바라보며 소리 치고, 복동은 아 더럽게 시끄럽네. 귀를 후비적거리며 얼굴을 찡그린다.



“살다니 무슨 소리야?”

“아니 오아란 너 어차피 개강하면 서울 가서 기숙사 생활해야 되잖아. 그럼 방하나 남는 거 아냐? 그리고 굳이 오아란 방 아니더라도 저 방 비어있는 것 같은데. 가끔 공주 누나 여기서 자고 가는 거 다 알고 왔거든.”



아.. 한공주 그걸 그냥 복동이 한테 어디서 어떻게 까지 말한거야..?



“방도 남아도는데 그냥 두면 아깝잖아 방울토마토. 요즘 돈 독 제대로 올랐다면서. 하숙비 낼게 하숙이나 처라.”



어쭈 이게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엄마가 네 친구냐? 어디서 반말이야? 발끈하는 아란에 비해 강자는 복동의 말을 곱씹으며 이마를 움켜쥔다. 뭐어..? 하..하숙? 말도 안돼. 하숙이라니. 안돼 안돼 절대 안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놀러 왔으면 밥 차려 줄 테니까 먹고 돌아가.”

“싫어. 알지? 나 군대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된거. 그래서 내 수중에 있는 돈은 입대 전에 바싹 일해서 번 돈 밖에 없어. 근데 언제까지 노아형 신세 질순 없잖아. 방울토마토도 집구해 봐서 알겠지만 요즘 내 주제에 방 한 칸 구하기가 쉬워? 계약 제대로 해서 하숙비는 제대로 낼게.”

 







결국 강자는 복동이 너 잠깐 나 좀 보자 라는 말로 복동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너 왜 이러니?”



너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나 혹시나 호오오오옥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너 아직도.. 그게.. 음...


강자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망설인다. 아 씨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민망한데...



“아직도 나한테.. 그런 마음이 있는 거라면.”

“나 대학 가려고.”

“...뭐?”



뜬금없이 전해진 말에 강자는 아까까지의 부끄러움을 싹 치우고 한걸음 성큼 복동에게 다가간다. 나.. 뭐 잘못 들은거 아니지..? 대학? 고복동이 대학...?



“인간처럼 살려고. 언제까지 노아형이나... 공주 누나 후원 받으면서 찌질하게 살수 없잖아. 그래서 여기 온 거야. 방울토마토 공부는 못해도 방울토마토 옆에 있던 오아란은 공부 더럽게 잘하잖아.”



뭔가... 어패가 있는 말이지만, 일단 대학에 가겠다는 다짐을 한 것 만으로 강자는 복동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 그거야 복동아. 목표를 잡고 열심히 살면 돼는 거야. 장하다 자식. 팔을 뻗어 복동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는다.


탁.


복동은 강자의 손을 잡고 밑으로 내린 후 눈을 맞춘다.



“방울토마토.”

“...어...어?”

“나한테 마지막으로 그랬잖아. 한때 지나가는 예쁜 마음일 테니까. 방울토마토 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



기억나지? 내 엄마나 누나인 것처럼 굴면서 했던 말.



“그래서 노력해 봤는데.”



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르겠는데.. 이 손.. 놓고 하면 안... 될까...? 손을 빼내려 하자 복동은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준다.



“난 단순한 놈이라 한번 시작한건 끝장을 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어.”



근데 그대 방울토마토가 도망치는 바람에 끝장을 못 봤잖아.



“그러니까 나 때내고 싶으면 내가 끝장 볼 때 까지 그냥 옆에 두는게 좋을 거야. ”



원래 더럽게 말 안들어쳐 먹는 새끼들이 하지 말라면 더 끈질기게 덤벼들잖아.



“뭐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반응을 보여 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냥 옆에만 둬. 아무 피해 안주고 알아서 정리하고 내 살길 찾으면 가지말래도 떠날테니까.”

 







“그렇게 해.”

“오아란... 너 진심이야?!”



복동이의 진지한 마음과 눈을 보고 차마 거절 할수 없어 알았으니까 결정은 아란이에게 맡기자 라고 말했다. 복동이는 방울토마토랑 내 문제인데 왜 제 3자인 오아란을 끌고 오냐고 펄펄 뛰었지만, 난 아란이 말이 곧 법인 아란이 엄마야 라는 말로 복동이의 입을 막았다. 강자는 당연히 아란이 반대할거라 생각했지만, 아란이는 의외로 복동의 손을 들어준다.



“엄마 나한테 그랬잖아 주말 알바 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알아서 돈이 굴러 들어왔는데 그걸 왜 내쳐. 괜찮아 난.”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강자가 공주와 노아에게 SOS를 보내기 위해 아란과 복동 둘만 남겨놓고 자리를 비운다.



“무슨 생각이냐?”



네가 찬성할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너 예뻐서 그런거 아냐. 엄마.. 때문이지. 아까 봤잖아. 이상한 아저씨가 들이 대는거.”



나 있어도 그러는데 나 없으면 오죽하겠어? 너 집 지키는 강아지라고 생각하고 찬성한 거야 그러니까.



“너 엄마한테 허튼 수작 부리면 죽는다.”

“걱정마. 그럴 생각도 없고 그랬다간 오아란 네 손에 죽기 전에 공주 누나 손에 아작나니까.”



툴툴 대답하고.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소리로 덧붙인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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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 앵그리 맘 입니다 ㅠㅠㅠ

이번 주면 끝나는데요 ㅠㅠ

드라마 속에서 복동이나 너무 귀여워서 

머리도 식힐겸 쓴 이야기 입니다



혹시나 읽어주신분이있다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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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대박ㅠㅠㅜㅠㅠㅠ좋아요ㅠㅜㅜㅠㅜ
9년 전
비회원207.86
대박 문체며 분위기며 정말 마음에 쏙드네요! 계속 이어서 글쓰실꺼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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