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PISTOLS w. 날개 ep.3 로미오와 줄리엣 01 | ||
성규는 우현이 귀찮았다. 보건 쌤- 보건 쌤, 하던 것이 규 티처로 바뀌었고, 둘 만 있을 땐 대놓고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뭐하는 짓인지. 애초부터 우현의 머릿속에는 성규가 여우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겠지만, 반류도 아닌 원인이 저가 좋다고 따라다니니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원인 중에도 동성애자들이 있다는 것을 듣긴 했지만 그게 하필이면 제 학교에 있는 학생일 줄이야. 우현은 수업 시간 중에도 저한테 좀 만만한 선생님이 들어온다 싶으면 어김없이 보건실에 출석도장을 찍곤 했다. 물론 처음부터 우현을 귀찮아 하진 않았다. 아픈 학생을 최대한 치료하는 것이 보건선생님의 의무였으니까. 눈치 빠른 성규는 얼마 안 가 꾀병임을 알아챘지만 우현은 꾸준히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핑계로 성규를 보러 내려오곤 했다. 무더운 날씨에 지친 성규는 보건실에 있는 간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막 잠이 들었을 때 드르륵, 하고 열리는 보건실 문 소리에 성규는 일어나려했지만 규 티처- 하고 부르는 목소리에 우현임을 알아채고는 다시 무거운 눈꺼풀을 내렸다. 어차피 저 놈은 또 꾀병일테니까. "규 티처, 여기 있어요?.... 자고 있네-" 아이구 우리 규 티처. 자는 모습조차 이쁘기도 하지. 창가를 등지고 앉은 우현의 그림자가 성규의 얼굴에 드리워졌다. 우현은 자고 있는 성규의 앞머리를 넘겨주기도 하고, 간간히 부채질도 해주며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따금씩 아픈 학생들이 찾아오면 성규의 잠을 방해할까 싶어 외출했다는 말도 안되는 구라를 치며 돌려보냈다. 평화롭기만 한 보건실에서 유일하게 우현의 심장만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성규가 뒤척이다가 눈을 뜬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흐릿한 시야에 비춰지는 인영뒤로 언뜻 날개가 보이는 듯 했다. ..응? 날개? 눈을 몇 번 비비고는 팔을 뻗어 간이 탁자 위에 놓았던 안경을 썼다. 창 밖으로는 어느 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세상에, 지금이 몇시야?! 상체를 일으킨 성규가 자신의 왼편에 느껴지는 무게감에 시선을 돌렸다. 우현이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 끄트머리에 엎드려 곤히 자고 있었다. 그럼 그렇지. 잠결에 헛것을 봤음이 틀림없다. 날개라니, 우리나라에서 멸종 된지 오래라고 들었는데. ".. 얌마 남우현- 일어나, 집에 안가냐?" 성규가 살짝 흔들자 잠에 취해서 부스스 일어나는 우현이다. 집에 가야지, 잠결이라서 그런가 성규의 목소리가 다정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우현은 성규를 바라보며 헤헤, 하고 바보처럼 웃었다. "뭐가 좋다고 웃어," "뭐긴요, 당연히 형이죠-" 형이라고 부르지 말라며 가볍게 우현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려 했던 성규가 앓는 소리를 내며 미간을 잔뜩 구기는 우현에 멈칫했다. 엎드려서 잔 탓에 베고 잤던 팔에 쥐가 났나보다. 으으- 우현이 연신 제 팔을 주무르며 '야옹-' 한다. 그런 우현을 바라보는 성규의 표정이 말해준다. 뭐지 이 병신은. "제발 '쥐'나서 야옹하는 거라고만 하지 마. 때릴 것 같으니까" "당연히 쥐나면 야옹- 해야죠, 그래야 쥐 난게 없어지는 거 아닌가" "절대 아니거든" 의도였든, 아니였든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성규였기에 입고 있던 흰 가운을 의자에 걸쳐놓고는 보건실의 불을 끈다. 우현은 진작에 나와 가방까지 챙기고 성규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차 키를 흔들며 걸어가는 모양새가 어딘가 모르게 무기력 해 보이는 성규였다. 우현은 집까지 성규의 차를 얻어 탈 생각으로 쫄래쫄래 쫓아갔다. "형, 아니. 규 티처- 나 집 좀.." "너 밥 안 먹었지" "에?" "먹었을 리가 없지, 옆에서 계속 잤을테니까" 타, 밥이나 먹으러 가자. 운전석에 올라탄 성규가 시동을 걸더니 창문을 내리며 하는 말에 우현은 감동을 받아 눈물까지 흐를 뻔 했다. 애초부터 원인과 반류의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은 현저히 낮았지만 그래도 그 동안의 정성이 갸륵해서 보답이라도 할 요량이였다. 반면에 우현은 당장 차에서 내려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이였다. 세상에. 처음보는 운전하는 김성규의 모습 뿐만 아니라 저녁식사라니! 그것도 단 둘이!! 올레!! 언제나 조용하기만 했던 성규의 차가 우현의 수다로 오랜만에 시끌벅적했고, 성규는 가끔은 이런 소란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안녕하세요 날개입니다!
짧아진 분량 때문에 매우 죄송스러워요 ㅠ
앞으로는 이런식으로 커플간의 에피소드를 짧게 짧게
옴니버스 식으로 쓸 예정이에요!
글루 그대, 삼열이 그대, 감성 그대, 똑똑이폰그대,
찡찡이 그대, 호찔이그대, 핫케익 그대, 피아노 그대, 따블유 그대
미쓰리 그대, 봄봄 그대, 자몽 그대, 스마트폰 그대, 2반 그대
앨리스 그대, 미트볼 그대, 썽여맄 그대 루나틱 그대
잉잉이 그대 꿀꿀이 그대 실괭이 그대 비비 그대
에코 그대 케헹 그대 초 그대 1호 그대
서율 그대 고구마 그대 밤야 그대 이유 그대 양갱 그대
개깜 그대, 설렁탕 그대 노리터 그대
올리비아 그대 여성그대 두루마리 그대 달밤 그대까지!
그리고 덧글을 남겨주시는 비회원 그대도 ㅎㅎ
외에 인피를 사랑해주시는 많은 독자분들 사랑합니다 으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