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고 올게."
매 아침마다 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잘 하고 올게. 그 말에서 내가 무게를 두었던 건 언제나 '잘'이 아니라 '올게'였어. 형사였던 아버지를 열 살 무렵 잃었던 나는 오열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위험한 짓을 하는 사람과는 사랑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런 내가 경호원인 너를 만난 건 어찌보면 내 인생 가장 큰 아이러니가 아니였나 싶다.
재환아, 아버지의 듬직한 등이 필요했던 내게 너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기댈 수 있는 등이었고 때로는 아버지기이기도 했다. 반에서 가장 작았던 나는 반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너로 인해 마음까지는 작지 않게 자랄 수 있었다. 지금 내 키가 너와 엇비슷해진 것도 네가 어릴 때부터 내 숨을 트여줬기 때문일꺼라, 혼자 생각하며 종종 웃곤 한다. 애비없는 자식이 그늘에 숨지 않고 햇살 같은 네 빛을 맞으며 숨을 쉬고, 숨을 쉰 공간만큼 내가 컸으리라고. 그리고 그 공간에 네가 들어온 건 우연이 아닐거라고 이 밤에 나는 또 생각하며 웃는다.
그러고 보면 난 참 웃음이 없던 아이였는데 열 여덟의 여름 이후로 웃음이 많았졌지 싶어. 그 여름은 너와 내게 특별하니까. 이제 엇비슷해진 키를 한 번 재고는 웃으며 말하던 그 날.
'이젠 똑같네, 너랑 나랑.'
눈꼬리를 휘며 말했던 네 눈이랑 웃는 입술 사이로 다 드러나던 고른 치아가 떠오른다. 그럼 이제 안지켜줘도 되겠다, 그냥 사귀면 되겠네. 하고는 내 손을 잡았던 네 손도.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와 다르게 빨개진 네 뾰족한 귀도.
그러고보면 너는 한 번도 내게 오지 않았던 적이 없구나. 우리가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함께 했던 무수한 시간 동안 너는 가만히 있는 내게 와주던 친구였고, 연인이었다. 매일을 나를 기다리던 등교길도, 함께 보내던 수많은 낮과 밤에도. 처음 네가 경호일을 하겠다고 말하던 날, 더 강해져서 나를 지키고 싶다고 했던 날, 그리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은 싫다며 헤어지자던 내 말을 듣고 화가 난 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날.
너는 그 날 마져 내게 돌아왔다. 늦은 새벽, 취한 몸으로. 사랑한다고 수 없이 말하며, 절대 안다치겠다고 나를 안던 너를 내가 어떻게 말렸겠니.
그래서, 그랬던 너라서 지금 네가 돌아오지 않는 현실이 꿈만 같다.
그 때 말렸어야 했던 걸까. 아니면 너를 그때 잘라내고 나는 혼자서 이 세상을 살았어야 했던걸까.
내가 네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아니였다면, 네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니었다면 네가 총에 맞았다는 그런 연락도 받지 않고 살았을테지.
혼자라도, 비록 네가 돌아오지 않는 수 많은 밤이라도 그게 더 견딜만 했을 지 몰라.
매일을 내게 돌아왔던 사람아. 내 재환아. 내 사랑아.
이젠 내가 너를 찾아갈 때 인 것 같다.
2015. 05. 16
자살한 정택운(26)씨의 집에서 발견된 유서.
*독방글옮김
할일을 하다가 하다가 도저히 못하겠어서 글은 찌고 싶고,....
근데 또 해리포터 시리즈는 십오분만에 쓸 엄두가 안나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여기 다시 올립니다ㅠㅠㅠ죄송해요ㅜㅜ꼭 해리포터 육빅스완성할게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