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세계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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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엔 진짜 평행세계가 있을까?
아니, 없어.
아니야, 있을 것 같아.
없다니까.
있어. 내가 봤어, 평행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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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똑같은 만남, 똑같은 시간, 똑같은 사람. 택운은 그를 만날 때마다 지루해했다. 없으면 제대로 살지도 못 하면서.
2년이란 길고도 긴, 짧다면 짦은 시간 속에서 택운은 설레임이 아닌 지루함만 느꼈다. 물론, 연애 초반엔 설레임이었겠지.
헤어지자, 헤어지자, 헤어지자. 머릿속에 몇 번을 되뇌었다. 오늘은 꼭 말하자고.
"운아, 여기!"
"학연아."
택운이 무섭게 분위기를 끌어도 그는 무섭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항상 똑같은 사람, 똑같은 만남, 똑같은 시간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다른 눈치를 챘는지 그는 더 밝은 분위기로 인사를 했다. '안녕, 운아!'. 택운은 웃지도, 다른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런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을 뿐이다. 그의 눈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헤어지자."
"..."
기어이 나오는 택운의 말에 그는 눈물을 떨궜다. 흘러나오는 눈물들을 닦고 웃었다. 웃으며 말했다.
'운아, 우리 오늘 뭐 할까? 응?'
그의 물음에 택운은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택운은 처음에도, 또 마지막에도 무표정이었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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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떡해, 응? 나... 어떻게 살지."
택운과 헤어진 그는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을 울었다. 남들이 보는 시선따윈 신경도 안 쓰였다. 오직 헤어졌다는 사실에 슬펐으니까.
감정을 제대로 추스리긴 했을까 그는 그의 대학 후배 재환에게 연락을 해 술집으로 나오라고 전했다.
"형, 내가 좋은 방법 아는데..."
"방법? 이런 거에도 방법이 있어?"
"그게 있잖아, 새벽 두 시에..."
그들은 그렇게 한창을 속닥거렸다. 그의 표정은 점차 밝아졌고, 재환의 표정도 점차 밝아졌다.
재환이 말하는 그 방법이 뭐길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그의 표정이 그렇게 밝아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