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꿈은 농구선수였다.
어려서부터 운동 밖에 몰랐고 중학교 땐 당연히 공부를 할 시간에 농구를 했다.
고등학교도 체육중점학교로 갔다.
그 학굔 체육중점반과 일반계열반이 나눠져있었다.
체육중점이다보니 대부분이 남자였고 여자가 있다해도 나에겐 관심 밖이었다.
친구의 부탁으로 여자애에게 농구를 가르쳐 준 적이있다.
그 여자애는 친구와 같은 반 학생이었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나랑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처음엔 가르쳐주기 귀찮았지만
체육대회 농구 여자부분 선수로 뽑혔다고 해서 가르쳐주게 됐다.
매일 매일 1시간 꼴로 그 애와 시간을 보냈다.
여자와 그렇게 가까워 진 것도 처음이었으며
여자에게 호감을 가진 적도 처음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여자라는 존재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 방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학교 때도 여자애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할 말만 하고 대화를 끊는 편이었다.
체육대회 당일 날 난 이온음료를 사서 그 애에게 줬다.
"야, 가볍게 이기고 와. 내가 가르쳐 준 거 까먹지 말고."
"당연하지. 누가 가르쳐 준 건데 까먹겠냐. 고마웠다."
작은 키로 내 어깨를 툭툭치며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혹여나 다치진 않을까, 이 더운날에 농구 한다고 힘들텐데.
경기 내내 그 애만 쳐다봤다.
경기는 당연히 승리였지만 내 기분은 그리 좋지 않았다.
"누가 다쳐가면서 이기래."
발을 쩔뚝거리며 나에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그 애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그래도 이겼잖아."
나름 얼굴을 굳혀가며 말했지만 내 마음을 알아차리진 못했는 지 장난스럽게 넘겨버렸다.
"누나가 맛있는 거 쏠게 이번 주에 데이트나 하자"
너무 쉽게 '데이트'라는 말을 꺼내 당황스러웠지만 좋았다.
그만큼 그 말을 쉽게 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는 거니까.
그렇게 우리 관계는 계속 발전 해 갔고
호감이라는 감정이 좋아한다는 감정으로 변했다.
그 애의 장래희망은 가수였다.
그래서 남자와 연애는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아쉬웠다.
그래, 그 애와 사귀고 싶었다. 그냥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고
다른 남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 여자가 내 거라고. 그러니 관심 가질 생각은 하지 말라고.
"가수랑 연애랑 무슨 상관인데"
"나중에 소문이 안 좋게 변질 될 수도 있고
지금 있어봤자 나한테 방해만 될 거 같아서."
과거의 나를 보는 거 같았다.
그 애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난 '친구'라는 선을 지켰다.
그런데 짝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힘들더라.
농구 연습을 하는 도중에 그 애 생각이 나서 실수도 하고.
감히 상상도 못 할 모습이었다.
나에게 일상생활은 농구였는데 반 이상이 그 애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애는 아니었다.
나는 그냥 같은 학교 친구 중 한 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 돼 보였다.
우린 고3이 됐다.
나는 결심했다. 그 애와 같은 대학교를 가겠노라고.
그 애는 당연히 실용음악학과로 유명한 학교를 목표를 하고 있었다.
나의 장래와는 먼 학교였다.
그걸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 대학교를 가려고했다.
당연히 주위에서 날 말려지만 주위의 말 보단 그 애가 더 크더라.
덕분에 난생 처음 공부라는 것도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그 학교는 체대로도 꽤나 유명했다.
하지만 내가 가려던 학교보단 못했다.
난 당당히 그 애와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하려고 미친듯이 노력한 걸 모르는 그 애는
학교에서 왕따 당할 걱정은 없겠다며 아주 좋아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그 애를 향한 내 마음은 수그러질 기미도 안 보였고
오히려 더 강하게 심장이 반응 할 뿐이었다.
그런 나를 컨트롤 하지 못하고 그 애와 같은 동아리에 들어갔다.
과 친구들은 미친 거 아니냐며 날 또라이 취급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
장래희망이 농구선수라는 사람이 음악 동아리에 지원하다니.
아니, 농구선수라는 꿈을 버린진 오래였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운동만 바라보며 살던 내가 그 애만 바라보며 살고 있었다.
동아리 활동은 꽤나 재밌었다.
항상 농구만 해 와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내내 즐거웠다.
동아리 선배의 가르침으로 작곡과 랩이라는 것에 도전했다.
다행히 내 노래가 동아리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그 애도 내 노래를 좋아해줬다.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그 곡이 너를 생각하며 쓴 곡이란 걸.
오랜 고민 끝에 노래를 하나 더 만들어 그 애에게 선물을 했다.
노래의 내용은 고백이었다.
내가 널 좋아한다.
하지만 넌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네가 연애 생각이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그냥 질러보자는 식이었다.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아줬는지 그 애는 내 고백을 들어줬다.
이 때 까지 내 첫사랑은 성공인 줄 알았다.
우린 다른 커플보다 더 달달하게 연애를 했고
1년을 넘게 사귀면서 서로의 감정이 식거나 그런 건 없었다.
한 가지 식은 게 있다면 운동을 향한 내 간절함이 식었다.
뭐 어떤가, 요즘 시대는 어떤 학과를 나와도 그 학과와 관련 되지 않는 길을 걷는 시댄데.
난 음악에 눈을 떴다.
정확히 말하면 랩과 작곡에 눈을 떴다
틈만 나면 운동을 하던 내가 음악 작업을 했고 수시로 그 애에게 검사를 맡았다.
한 번은 동아리 선배가 버스킹을 해보지 않겠냐고 요청했다.
나에겐 너무 과분한 일이었지만 나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버스킹을 하게 됐다.
대부분의 노래는 내가 만든 노래로 공연을 했다.
그 애가 노래를 부르고 나는 랩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연주를 했다.
예상 외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심지어 캐스팅을 당하기도 했다.
난 너무 기뻐서 그 애에게 자랑을 했다.
당연히 날 축하해줬고 난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기뻤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였는지 그 애의 태도가 달라졌다.
새로 만든 노래를 들어달라고 요구를 하면 항상 흔쾌히 들어줬는데
거절을 하기 시작했다.
난 당연히 바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바쁜 게 아니더라.
음악에 발을 담군지 얼마 되지 않는 나에게 질투심을 느낀 것이었다.
솔직히 그럴 만도 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난 그 애를 위해 캐스팅을 거절했다.
다음에 그 애와 같은 오디션을 봐서 같은 회사에 들어가자고.
그렇게 난 또 내 꿈을 포기했다.
그래, 이까진 괜찮았다.
이까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애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엔 스킨쉽도 잘 받아줬고 나에게 짜증을 내지도 않았다.
한 번도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우린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했고 심지어 매일매일 하던 연락이
몇 일 정도 끊긴 채로 생활하기도 했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무엇 때문에 이러는 걸까.
난 너를 위해서 내 모든 걸 바쳤는데.
내 미래도 버렸는데.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을 꼽으라면 그 때를 꼽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변한 이유를 알아냈다.
"야, 너네 싸웠어?"
"왜"
"아니, 어제 애들이랑 클럽갔는데 클럽에서 네 여자친구 봤어
어떤 남자랑 춤추고 있던데
처음엔 네 여자친구 맞는가 싶어서 계속 봤거든?
근데 아무리 봐도 맞는 거야.
그래서 걔네 미행을 좀 했는데"
"지랄하고 앉아있네. 씨발년아 농담도 좀 정도껏 쳐."
평소에 장난끼가 많던 친구라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럴 애가 아닌 걸 아니까 난 그 애를 믿었다.
그렇게 믿고싶었다.
"너 변했어"
"아닌데"
"변했다고."
"아니라고."
그 애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묻어났다.
이 기세로 계속 대화를 하다가는 싸울 거 같아서 참았다.
마침 그 애의 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남자였다.
그 애는 전화를 급히 거절했고 나와의 자리를 피했다.
"누군데"
"알 필요 없어."
"묻잖아, 누구냐고."
내 말을 가볍게 씹고는 나가버렸다.
쾅하고 닫히는 문만 바라봤다.
저 새끼구나 바람 난 새끼가.
마음 같아선 찾아내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어떤 놈이길래 너를 꼬셨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참았다.
그냥 모르는 척했다.
그런데 척 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일주일 내내 술로 날 달랬다.
심지어는 하면 안 될 짓을 했다.
그 애에게 술에 취해 연락을 하고 화를 냈다.
그리고 또 술에 취해 그 애 집에 찾아가 술주정을 했다.
예상했던 대로 나는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다.
"그만하자 이제."
"뭘 그만해."
"알잖아. 너도 지칠 대로 지쳤고."
"안 지쳤어."
"너 언제까지 모르는 척 할래.
너한테 마음 떠난지 오래야."
그렇게 그 애는 차갑게 내 곁을 떠나갔다.
그 후 나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동아리는 물론 학과 수업까지 빠졌다.
항상 술에 쩔어있는 채로 살아갔다.
난 또 술에 취한 채로 그 애의 집에 찾아가고 연락을 하고
주책없이 그 앨 힘들게했다.
당연히 그 애는 나에게 있던 모든 정을 삭제했다.
날 혐오했다.
내 이름을 듣는 것 조차 싫어했다.
좆같은 이 기분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담배도 피기 시작했고
보다 더 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인생은 피폐해져만 갔다.
어느샌가부터 난 꿈도, 미래도 없는 그런 쓰레기 같은 사람이 됐다.
-그냥 그렇게 살다가 교통사고 당하고 죽었어.
존나 볼품없지
저 깊은 곳에 숨기고만 있었던 기억을 털어내니 한 편으론 편했다.
김탄소는 날 한심하게 보겠지.
뭣도 아닌 여자에게 홀려서 오랫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심지어 버림 받고.
"...민윤기... 많이 힘들었겠네"
김탄소의 눈빛은 동정의 눈빛이었다.
"아무한테도 말 못하고"
듣기 싫었다.
-이 얘긴 이제 그만하자. 시간도 늦었는데, 자자.
"말해줘서 고마워."
아마 궁금한 게 많을 것이다.
그래도 애써 물어보지 않는 모습이 고마웠다.
김탄소는 만져지지도 않는 내 어깨를 쓸어내리며 위로해줬다.
난 김탄소를 재우고 베란다로 가서 밤 공기를 쐤다.
울고싶었다.
눈물이 나오려했지만 참았다.
난 죽어서도 참아야 할 게 많구나.
죽어서도 사람을 슬프고 힘들게 하구나.
난 항상 왜 이럴까.
오히려 잘 죽은 거 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죽었기 때문에 지금의 김탄소, 너를 볼 수 있고
내가 죽었기 때문에 내가 마저 주지 못한 사랑을 그 애가 받았으니까.
----------------------------------------------
BGM
정준일 - 괜찮아
저랑 아련한 분위기는 안 맞는가봐여....
-----------------암호닉----------------
[민슙슙][라 현][들레][군주][진격탄소][민윤기]
[카누][낭자][미융][민슈가][도라에몽][순둥순둥]
[예워아이니][윤민기]
[현지][짱구][뿌야][린슈가][너구리][국화꽃][그리]
[뱅탠덕후냄새나][정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