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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야요 전체글ll조회 575l

[블락비/이민혁] 그대에게 잠식되었다면 | 인스티즈






내가 그리도

당신에게 가벼운 존재였단 말입니까.

어찌 그리 매정히 가신단 말입니까.

어딜 그리 급히 가. 아직 말 안끝났어.






여인의 가벼운 몸을 보았으니 떠나야 옳지요.

양반도 아닌 기생에게 그리 목숨을 파셔서야 되겠사옵니까.







훗날 왕좌에 오르실 세자저하 아니십니까. 







[블락비/이민혁] 그대에게 잠식되었다면 | 인스티즈








" 죽기가 두렵다 하였지. "



" 그렇다면 내 친히 너를 살려주마. "



" 허나, 내 옆에서 평생을 함께하거라. "








기생이라고 알려주듯 화려한 치맛단에 그 남자들은 얼마나 목을 매었나. 너에 돈을 탕진한 남자들은 몇이나 되었냐.

그딴것도 이제는 필요가 없다. 너의 미모에선 아름다움이 출중하다못해 흘러넘쳤고, 잔에 넘친 술을 아까워하며 그들은 햝아 마셨더래지.

술에 독이 얼마나 쓸지도 모르고.






허니 향아. 궁으로 들어와 나와 침소를 같이 지내자꾸나.

네 신분이 천하디 천해빠져 세자빈으로는 간택하지 못하겠나니. 내가 왕이 되면 후첩으로 들이겠나이다.






어서 빌어보거라 향아.





" 네 치맛단에 목매여 죽은 이들이 몇이나 되었느냐. "






어서 나에게 빌붙어보란말이다, 향아.










.

.

.

.










" 세자저하께서 공부는 마다하시고 기생방을 드나든다는 소문이 돕니다. "



" .. 세자가 말인가. "


" 찾아가보니, 향이라는 여자와 눈이 맞았다하온데... "







그런데? 그래서, 그 처자는 창기더냐?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술잔을 기울이다가 들이켜버리는 충신을 보며 왕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도대체 향이라는 그년이 무엇이길래 세자가 이리도 안달이란 말인가.

창기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였다. 자신의 핏줄이 한낱 몸을 파는 여자에게 붙어

창창한 앞날을 더럽힌다는 것은 아니지않나.






애초에 왕의 피가 흐르는 자가 어찌 기생집을 들락날락한단 말인가.

분칠을 진하고 또 진하게 하여 그 더러운 용모로 세자를 어찌 꼬셨단 말인가.

세자빈 간택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 그 아이를 좀 더 지켜보심이 좋겠습니다. "



" 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루라도 어서 목숨을 끊어버려야

세자도 왕위를 물려받는데 더 심혈을 기울이실것입니다! "







술잔이 또 한번 기울고, 물보다는 깨끗하지 못하나 투명한 술이 파도처럼 얕게 퍼졌다.

왕후의 충신은 한모금을 또 들이키고, 술에 젖은 입술을 혀로 축인 뒤 입을 열었다.








" 그 아이는.. 본디 기생이 아닙니다. "





신기가 있는 아이라 하였다.

원래는 신을 보살펴야 하는 아이라고 하였다.

팔자가 꼬여 이런 천한 삶을 사는것이라고. 원래라면 큰 대신을 모셔야 했을 아이라고.





이 발언들은 위험하니 필시 새어나가지 못해야 할 것입니다.




다 , 세자를 위한 길이심을 아시지 않습니까?






[블락비/이민혁] 그대에게 잠식되었다면 | 인스티즈










" 저고리를 하나 새로 샀습니다. "



" ... 예쁘구나. "



" 괜찮습니까 ? 다행입니다. "





살며시 눈가가 접힌다. 웃음이 흘러나오는 붉은 입을 찬찬히 보던 민혁은 얼굴이 붉어진다. 내 이러니 꼭 너를 볼때마다 사랑에 빠지는것만같구나.

예? 어찌 저를 보실때마다 사랑에 빠지신단말입니까. 호선을 그리는 입가가 조그마하다. 웃음을 짓다가, 머리장식을 만지던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숙인다.

저도 기생신분이 아니였더라면 평범한 여인이였겠지요.






양반집 여식이었더라면 세자빈에 올랐을 수도 있겠지요? 조심스레 말하는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를 바라보던 눈이 찬찬히 그녀를 또 담아낸다 .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심스레 그녀를 담아낸다. 떨리는 손을 덥석 잡고 입을 맞춘다.







" 제가 연모하는 것은 당신이 아닙니까. "






어떤 일이던 지켜내어주겠다고.












애초에 향이는 기생이 아니였다.

그녀가 바라던대로 그녀는 양반집 여식이였다. 아비는 벼슬자리를 높이 받았고, 어미는 외모가 유명하고 성품이 깊기로 자자했다. 오빠도 있었다.

오라비는 어린나이임에도 무술에 뛰어나고 학문또한 출중했다. 그런 집안에 태어난 딸자식을 가족은 몹시 사랑했다.






새근새근 잘 자던 아이가 열병에 오른것은 너무나도 갑작스런 일이였다. 엉엉 울어재끼는 오빠를 보며 창백해진 얼굴로 파르르 떨며 색도 사라져버린 입술로

오물조물, 오라버니 저는 괜찮습니다. 울지마세요, 라며 아이답지 않던 말을 뱉는 아이를 보며 어미도 눈물을 흘렸다.

체라도 한 모양이다. 괜찮을 것이다. 그들을 다독이던 아버지는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승의라도 불러야 하는것인가. 어의,어의를 찾아야한다.







때마침 그 길을 지나던 스님이 계셔서, 아버지는 스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제발 딸아이 좀 구해달라고.

스님은 의학을 열심히 공부해있던 상태라, 당연히 가야지요.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리나케 달려간 그 곳에 누워있던 아이는 병에 걸려있었다.








" ... 신병입니다. "







신을 모셔야할 그릇이라 하였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쓰러져버렸고 이미 울다 지쳐버린 오라버니는 신병이 뭐냐며, 위험한 것이냐며 힘없이 아버지의 팔을 잡았다.

아버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좋은것만 맥이고 좋은것만 입혔는데. 이런 귀한 딸아이가 어찌 신을 모신단 말입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고개를 젓던 아버지는 급기야 스님을 붙잡고 애원했다. 딸아이는 신을 모실 수 없습니다.








" 신을 모시지 못한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겝니다. "




" ... 죽음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찾아오지요. 허나 딸아이는 십년 뒤 명을 다할것입니다. "








아버지는 딸아이가 신을 모시는것은 절대 허락 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딸을 죽은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그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명이 일찍 끝나더라도, 네 하고 싶은 것을 살거라 아가.

안타깝게도 양반집은 불타올라 일가족이 다 죽어버렸고, 아버지가 죽은듯 만들어 놓았던 딸아이는 길거리를 방황하다 기생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분칠을 하던 기생이 아이에게 그랬다. 넌 이제부터 향이라고.

길거리를 나돌아댕기던 년들이 몸을 팔기는 쉽상이라고. 너는 창기는 되지 않을것이라고.






아이는 신기가 탁월했다. 아버지가 부인하던 신기가 너무나도 출중해서, 아이는 저주를 품고 다녔다.

그래서 일가족이 말살한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랬다. 그녀가 저주한 사람들은 이미 명이 끊어진지 오래였다.

아이는 자신이 양반집에서 자랐던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기생집에서 분칠을 한 여자들에게 뺨을 맞은 날, 울며 아이는 가슴을 쳤다.

자신을 낳았던 가족이 원망스러웠다. 그 다음 날 시끌벅적한 기생집에서, " 그 딸 먼저 보낸 김씨 있잖아. 가족 모두 죽어버렸대. " 라는 소리를 듣고도

아이는 자신의 집인지도 모르고 그저 노래를 불렀다.








[블락비/이민혁] 그대에게 잠식되었다면 | 인스티즈







" 네 년이 향이라는 아이로구나. "






이리와 앉거라.






왠지 모르게 살기가 느껴졌다. 향이는 등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눈을 잠시 굴리다가 남자의 옆에 가 다소곳이 앉았다. 

남자의 술잔에 술을 따르다가, 그가 하는 말을 얌전히 들었다.








" 내가 모시는 사람이 그리도 아들을 사랑한다는구나. "




" 그것을 아느냐, 본래 신기는 사람을 망치는데 있다. "




" 사람을 살리는것이 아니다. 흑주술을 부려 궁에서 쫓겨난 년들이 몇이나 되는줄 아느냐. "






쯧, 술을 거하게 마시던 그를 향이는 바라봤다. 궁에서 일하는 분이로구나.

모시는 분이 아들을 사랑한다고. 혹시 왕후가 아닐까, 세자저하의 어머니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빈 술잔을 채우던 향이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커억! 컥,허억- "






무언가 자신을 찔렀고, 술병에 피가 흘렀다. 곱게 펴졌던 노오란 저고리에 피가 묻혀졌다.

뚝,뚝... 입에서 흐르고, 배에서는 콸콸콸 넘쳤다.

기생에게 무엇이 그리도 원망스러워 죽이신단 말입니까. 그 말도 못한채, 원망스레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렇지 않은듯 술잔을 한번 더 들이켰다.

그리고 죽어가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 웃어보였다.






" 세자저하를 끔찍히도 아끼시는 왕후가 네년을 죽이라 하였다. "




" 커허,어윽...아...."




" 본래 네년은 양반집 여식이였어. 그런데 몹쓸 신이란게, 니년을 택해....허윽,컥! "








허억,헉...자신의 목을 붙잡고 남자는 피를 토했다. 향이는 눈물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칼에 찔린것은 자신인데, 남자가 괴롭게도 피를 토하다 향이를 바라보더니 니,니년이.....하며 말끝을 흐렸다.

말도 채 다하지 못하고 남자가 쓰러졌다.





남자의 죽음을 바라보던 향인,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더럽게도 빨리 못죽는구나, 나는. 천하디 천한년은 죽을때도 편히 못가는구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민혁을 잡고싶었다. 향이는 환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세자저하께 나를 떠나라 악질렀을때, 내 주변인들은 모두 죽어버린다며 엉엉 울때.




" 네 치맛단에 목매여 죽은 이들이 몇이나 되었느냐. "




울면서 그는 나를 안았다. 나는 네가 기생이던, 나를 죽이던 상관이없단말이다. 나와 함께 살자.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마음을 아프게 했던 그의 말이었지만, 본래 뜻은 그런 뜻이 아니였다.

자신을 떠나라는 내가 원망스러우나 나를 연모한다고.







" ... 커억,컥... 허억..."






끈질긴 명은 그제서야 눈을 감을 수 있었다.









본래 아이는 신기가 너무 독하고 커서 원망스러운 이를 모두 죽여버렸다.

나라가 술렁였다. 백성들에게 소문이 돌았다.

세자가 연모하던 여인을 죽이려던 왕후와 그의 충신이 저주를 받아 죽어버렸다고.

여인은 안타깝게도 충신의 칼에 찔려 죽어버렸고,

세자는 미쳐돌아 끝내 자결을 택했다고.






궁에서는 왕의 울음이 밤마다 끊이질 못한다고.





그 여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 세자가 잠식되어버린거라며.





그대에게 잠식되었다면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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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글 분위기 겁나 취저에요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짱짱ㅠㅠㅠㅠ
8년 전
벌이야요
감사합니다:-) 취저라니 다행이예요♥
8년 전
비회원142.86
아련... 해요... ㅠㅠㅠㅠ 여주도 너무 불쌍하고 민혁이도 불쌍하고 ㅠㅠ 다음 생에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잘 읽었어요!!
8년 전
벌이야요
다음생에는 행벅하게..★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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