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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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A
"핸드폰 좀 바꿔, 제발. 그게 뭐냐? 완전 골동품이네."
"네가 사줄 거 아니면 입 다물어."
"나도 너랑 카톡이란 걸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넌 대한민국 고딩이 돼서 페북 계정 하나 없고, 대체 뭔 낙으로 사는 거냐."
"엄마한테 효도할 생각으로 산다, 왜."
"으이구, 이 엄마바보……."
방학식은 교장 선생의 지루한 연설을 뺀다면 나름 기분이 좋은 행사였다. 오전에 이렇게 한가롭게 친구와 시내를 걸을 수도 있고.
대수능을 일 년 앞둔 수험생의 입장에서 시험 성적이나 각종 고민 걱정들을 훌훌 털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열 여덟에 맞는 마지막 방학식이었다. 아무 의미 없이 보내기엔 왜인지 아까운 느낌이었고, 우리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모든 유흥을 정리하고 공부에 매진하자고 서로에게 약속했다. 정찬우는 내 가벼운 타박에 잠시 웃었다. 별로 의미가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목도리로 한껏 얼굴을 감쌌는데도 잇닿는 바람이 찼다. 아까 골목을 돌 때 정찬우가 잔뜩 생색을 내며 손에 쥐어준 호떡은 기름이 너무 많았다. 생각하며, 나는 어느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여기야. 정찬우가 느린 눈으로 건물 외벽을 확인했다.
알고 지낸 건 자그마치 팔 년이었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우리는 쉽게 말하자면 소꿉친구 정도로 정의가 가능한 그런 사이였다. 정찬우는 또래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정찬우는 여느 남고생들처럼 취미로 게임을 하지도 않았고 축구를 즐기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험한 욕을 입에 달고 살지도 않았다. 그런 면에서 정찬우는 특이했다. 남들 다 하는 걸 하지 않았고 항상 착실한 편이었다. 물론 나랑은 가끔 투닥거리지만. 친해서 그런다는 걸 알아서 그게 심각한 말 싸움으로 이어진 적은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늘 속 좁게 토라지는 건 내 쪽이었고 어른스럽게 두 손을 들고 항복을 외쳐주는 건 정찬우였다. 우리를 두고 사람들은 간혹 이런 말을 한다. 너희 이러다가 대학까지 같이 가는 거 아냐? 동반 입대라면 몰라도 대학은 좀 무리다. 왜냐면 정찬우는 공부를 잘하니까.
건물은 총 이 층이었다. 일 층이 동물병원, 그리고 그 위가 헌 책들을 모아 파는 중고 서점이었다. 나는 건물에 들어서기 전, 대뜸 정찬우를 붙잡고 물었다.
"나 지금 어때? 괜찮아?"
"뭐가?"
"뭐긴, 얼굴 말이야. 괜찮냐고."
"평소랑 똑같아."
"예쁘다는 거네. 좋았어, 오늘은 기필코,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착각은 자유니까."
정찬우가 어깰 으쓱였고 난 그런 그의 등판을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평균 이상의 키는 기장이 긴 코트 때문에 더 커 보였다. 이 옆에 있으면 항상 난쟁이가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찬우는 과장스럽게 꾀병을 부리면서 아야, 아야, 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몸통으로 유리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딸랑거리는 종 소리가 울렸다. 아직 정오를 지나지 않은 동물병원 안은 한산했다. 미세한 소독 약 냄새가 났다.
"어, 학생. 또 오셨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원장님 지금 안 계시는데. 잠깐 출장 가셨거든요."
"아…. 그래요? 안 계시는구나……."
"네. 어떡해요, 학생. 서운하겠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원래 바쁘신 거 알고 있으니까……."
"이따 오시면 꼭 말씀드릴게요. 학생 왔었다고."
친절한 미소가 인상적인 여자는 이 곳의 간호사였다. 간호사가 말을 마치고 싱겁게 웃었다. 나는 어색한 미소 끝에 꾸벅 고개를 숙였고 옆으로 팔을 뻗었다. 그렇게 정찬우에게 이만 나가자는 신호를 보내려고 했는데, 잡히는 게 없었다. 뭐야, 얘 어디 갔어.
"진짜 귀엽다. 어떡해. 이름이 뭐야?"
물어본다고 대답해줄 것 같냐. 정찬우는 어느 틈엔가 동물병원 로비에서 하얀 치와와를 붙잡고 대화를 시도 중이었다. 간호사가 그걸 보며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
"남자친구에요? 둘이 잘 어울려요."
"아, 아, 아니에요! 그냥 친구에요."
"그거, 목도리, 서로 맞춘 거 아니에요?"
"아, 이건…. 그냥, 어렸을 때……."
거짓말이 아니었는데 간호사는 내 말을 변명 쯤으로 듣고 있는 듯했다. 간호사는 무턱대고 나와 정찬우의 사이를 단정짓고 있었다. 이런 착각은 익숙해서 괜찮았지만 왜인지 불길했다. 만일 이 오해가 그대로 아저씨한테 닿는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 이상은 여지를 남겨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간호사가 더 많은 상상을 하기 전 빨리 이 곳을 떠나야 했다. 나는 아직도 치와와한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정찬우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가자. 정찬우는 내 말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지 이번엔 치와와에게 우르르 까꿍을 시전하고 있었다. 이 새끼가 진짜. 다시 한 번 찔러봐도 정찬우는 어쩜 이리 예쁘게 생겼냐면서 이상한 작업 멘트를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짙은 푸른 색 목도리 사이로 목덜미를 꽉 꼬집을 때까지 정찬우는 치와와와 정말로 입이라도 맞출 기세였다. 정찬우는 내 손에 이끌려 동물병원을 나왔다. 그는 한동안 아쉬운 눈을 지우지 못했다.
"네가 짝사랑하는 그 분은?"
"아까 못 들었어? 출장 가셨다니까 나중에 다시 오자."
"아깝네. 남자는 남자의 눈으로 봐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데."
"네가 평가할 필요 없어. 아저씬 객관적으로 잘생겼거든. 너보다 훨씬!"
"야, 우리 영화 보기 전에 잠깐 안과 좀 가자. 사거리에 새로 생긴 데 있다던데."
"안과는 갑자기 왜."
"나보다 잘생긴 사람이 있다잖아. 그게 말이나 돼? 너 이번에 시력 검사 좀 받자."
이 새끼가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힘껏 정강이를 차자 정찬우가 휘청였다. 정찬우의 까불까불한 입이 고통으로 다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영화관이 있는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는 영화관은 근방에서 가장 컸다. 어렸을 때, 엄마한테 혼나거나 다른 우울한 일들이 있을 때 정찬우와 손 잡고 가곤 하던 그런 곳이었다. 기름 범벅인 호떡을 몇 번 씹어 삼키고 우리는 조용히 걷기만 했다. 언제 처음 하게 됐는지 모를 푸른 목도리로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들에게서 연인이라는 오해를 샀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친구가 아주 예쁘게 생겼네, 남자친구가 여기서 돈 좀 써야겠는데. 거리에서 각종 악세사리를 파는 아주머니가 소리쳤다. 정찬우는 별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영화관 앞 시계탑은 변함이 없었다. 그저 어렸을 땐 하늘에 닿을 것처럼 거대하던 게, 지금은 그보다 아주 약간 작게 보일 뿐이었다. 고등학교에 와서 정찬우와 영화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아주 개인적이고 사사한 이유로 바빴고, 서로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정찬우는 예전과 다를 게 없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아주 낯선 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찬우는 미묘하게 변했다. 물론 키가 크면서 살이 빠졌다거나 옷 입는 스타일이 달라졌다거나, 하는 외적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편의점 좀 갈래? 아직 영화 시간 많이 남았는데. 가서 군것질이라도 좀 하다가 들어가자."
"…아, 그래. 그러자."
이 눈에 관한 것이었다. 정찬우의 눈은 전과는 다르게 사근스러워졌고 따뜻해졌고 부드러워졌고, 아무튼 변해 있었다. 날 바라보는 눈이 그랬다. 나는 정찬우의 말에 순순히 고갤 끄덕이면서 걸음을 틀었다. 바람은 여전히 추웠고, 몇 가닥 올이 풀린 목도리가 그 힘에 못 이겨 나부끼기 시작했다.
편의점은 컸다. 사람이 많았지만 그렇게 복잡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늘 먹던 초코 빵을 골랐고 정찬우는 시시하게 막대 사탕 하나를 집었다. 사실 영화도 정찬우가 보여주는 거라서 이런 건 내가 내려고 했는데 패딩 주머니 사이로 지갑을 찾는 사이에 그는 이미 입 안 볼록하게 사탕을 굴리고 있었다. 내 또래로 보이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정찬우에게 잔돈을 건네며 살짝 고개만 숙였다.
"웬 일이야, 돈을 아주 펑펑 쓰시네."
"이게 무슨 펑펑이야."
"그래도. 감사합니다, 찬우 오빠!"
"징그러."
정찬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입은 즐거워 보였다. 나는 초코 빵의 포장을 뜯었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 그 때부터였다. 그렇지 않아도 첫 인상이 별로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았다. 어떤 남자의, 어딘가가 불편한 듯한, 그런 뒷모습이 보였다.
"…저는 팔 천원을 받아야 하는데요."
"드렸다니까요."
"죄송한데 제가 받은 건 사 천원이에요."
"저기, 앞 못 보시는 손님. 사 천원이 아니라 오 천원 한 장, 천원 세 장, 그렇게 해서 총 팔 천원 맞아요. 귀찮게 하지 마시고 그냥 가세요."
"…아닌데요. 이거, 분명 천원 네 장인데……."
"손님이 떨어뜨리셨나 보죠. 계산 밀렸으니까 가세요, 그냥."
곳곳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역시 첫 인상만큼이나, 혹은 생긴 것만큼이나 싸가지가 없었다. 괜한 오지랖이 발동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남자의 곁으로 다가가 그가 쥐고 있는 지폐를 확인했다. 파란 지폐 네 장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괘씸한 마음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저는 떨어뜨리지 않았어요."
"아, 장님 새끼가 진짜……."
그리고 그 중얼거림을 들었을 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정의감에 불탄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소리쳤다.
"저기요, 말이 좀 심하시네요."
"네?"
놀라 되묻는 게 아닌 비웃으며 뱉는 말이었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옆에서 정찬우가 참으라며 타이르는 소리가 들렸다. 넌 좀 닥쳐. 내 한 마디에 그는 정말로 입을 닥쳤다.
"손님이 무슨 상관이세요?"
"…상관 많다, 씨발아. 내 남자친군데 상관이 없겠냐?"
얼떨결에 내 애인이 되어버린 남자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사람들의 눈이 이 곳으로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아르바이트생은 나한테서 대놓고 욕을 들은 게 분한지 잠시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까 넌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야겠다. 어른한테 이게 무슨 짓이야. 이거 범죄야! 너 내가 여기서 신고하면 바로 경찰서 가, 알겠어?"
"씨발. 진짜. 별 좆 같은 게. 야. 말 다 했냐? 손님이면 다야? 그냥 가던 길 가라고."
"아니, 다 안 했는데? 그리고 내가 왜 좆 같냐, 지금 좆 같은 건 넌데."
"……."
"거스름돈 제대로 드리고 사과도 제대로 해."
"싫다면 어쩔 건데."
"뭘 어째, 점장 불러. 병신아."
남자는 지폐 네 장을 꾹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르바이트생은 벙찐 표정이었다. 정찬우가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보였다.
귀를 열었다. 요즘 고등학생 무섭다며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당신들이 더 무서운데. 쏘아주려다가 못 살겠단 표정으로 웃고 있는 정찬우를 봐서 참았다. 아르바이트생은 정규적이지 않은 제 신변에 불안을 느꼈는지 결국엔 어물어물 사과와 함께 사 천원을 더 건넸다. 남자는 꼭 외딴 곳에 홀로 사는 병약한 소년 같은 모습을 연상시켰다. 남자는 정말로 눈을 감고 있었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내 쪽을 향해 꾸벅 고갤 숙였다. 저만큼 완벽하고 지독한 무표정은 없으리라고 나는 찰나에 생각했다.
"어, 내 여자친구,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자가 마치 고백하는 것처럼 감사 인사를 전하며 느리게 편의점을 나갔다. 남자는 유아들의 덜 떨어진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자는 캔 커피를 꼬옥 쥐고 있었다. 자칫 잘못 넘어지기라도 하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 다칠 것 같았지만, 남자는 어디에도 몸을 부닥치지 않고 걷고 있었다. 나는 이만 희미해지는 남자로부터 관심을 접었다.
공장에서 대대적으로 찍어냈을 인스턴트 초코 빵은 지나치게 달았다. 재수 없는 편의점을 나서며 문득 옆에 있는 정찬우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 그의 입술 밖으로 뻗은 흰 사탕 막대는 꼭 태우다 만 담뱃대 같았다. 나는 멍청하게 생각하다가 고갤 저었다. 정찬우는 담배 연기를 싫어했다.
"여자애가 겁도 없이. 그러다가 진짜 싸움이라도 났으면 어떡해."
"그럼 그걸 보고만 있냐?"
"왜 나서서 도와주고 그래, 우리랑 아는 사이도 아니었잖아."
"이젠 아는 사이잖아."
"말을 말아야지."
따박따박 대꾸하자 정찬우는 보통 때처럼 먼저 물러서주었다. 우리는 늘 이런 식이었다. 말하는 나와, 그걸 듣는 정찬우, 떼 쓰는 나와, 웃어주는 정찬우, 혼날 짓을 하는 나와, 혼내지 않는 정찬우였다.
우리는 비로소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관은 복합 상가 가장 위에 있었다. 정찬우가 예매했다는 영화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 같았다. 영화 포스터 아래에 나열된 이름 중 알고 있는 배우가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얻어 보는 입장이라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정찬우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 오겠다면서 손을 흔들었고, 나는 고갤 끄덕였다. 주말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한산한 영화관 안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가장 최근에 정찬우랑 영화를 봤던 날, 그러니까 여기에 마지막으로 왔던 게 언제였더라. 나는 넓은 영화관에 홀로 서서 생각했다.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게, 그러니까……. 정말로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냥 그 때와 달라진 게 많아졌단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영화관 안엔 보지 못했던 자판기가 여럿 들어와 있었고 우리가 어려서부터 즐겨 하던 인형 뽑기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있었다. 갑자기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나와 정찬우의 어릴 적 추억을 송두리째 빼앗긴 듯한, 아주 억울하고 분한 기분이 들었다. 이유를 몰랐다. 영화가 시작되기 십 분 전이었다.
눈물이 나올 듯한 기분을 떨치고 애써 고개를 들었을 땐 옆에 정찬우가 있었다. 푸른 색 목도리가 내 옆에서 언제나처럼 찰랑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검은 코트를 살짝 잡아서 당겼다. 정찬우는 똑똑했고 아는 게 많았으므로, 이 납득할 수 없는 기분을 내게 잘 설명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찬우, 있지, 우리 어렸을 때 여기서 인형 뽑기도 하고 그랬었잖아……. 근데 내가…."
그리고 마주친 건 정찬우가 아니었다. 정찬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람이 나를 물끄러미 내려 보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혹은 정찬우와 똑같은, 파란 빛깔의 목도리를 하고 있는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사람을 착각했단 생각에 얼굴이 금방 화끈해졌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고 있는 사이, 어느 여자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준회야, 뭐야, 이 키 작은 애? 사촌 동생이야?"
여자가 나를 훑어보며 그에게 물었다. 확 기분이 상했다. 여자는 바로 옆 동네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듯했다. 시내에 나가서 몇 번 본 적이 있는 익숙한 교복이었다. 그의 코트 속에서도 그 교복이 보였다.
성인용 향수 냄새에 머리가 아팠다. 거기에 곁들인 진한 화장은 누구도 그런 여자를 학생으로 인식할 수 없게끔 했다. 나는 사람을 잘못 봤다는 사과를 건네려던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아무 말 않고 있자 여자는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중얼거렸다. 준회야, 네 사촌 너랑은 되게 안 닮았다.
"사촌 아니야. 그냥 아는 애야."
"……."
그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내가 무어라고 되물을 틈도 없이 여자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야."
"……."
"너 거기서 뭐 해."
나른하게 안심이 되는 음성이었다. 정말로 내가 찾고 있던 푸른 목도리가 보였다. 정찬우가 내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곳을 향해 한참 고개를 틀고 있다가 이내 다시 나를 쳐다봤다. 언뜻 보이는, 닮은 뒷모습에, 대충 상황을 알았는지 정찬우가 바람 빠진 소리로 웃었다.
"넌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냐."
"……미안."
"미안하면 이제부터 알면 돼."
"……."
"나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정찬우가 웃었다.
another B
"사람을 쐈나요?"
"……."
"아까부터 피 냄새가 나서요."
진환이 곧바로 변명하듯, 그러나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검은 차체의 창문 밖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노을로 뒤바뀌고 있었다. 익숙하게 주차를 하고, 잠시 뒷자석으로 시선을 돌리던 윤형은 그의 감긴 눈을 보고 차 키를 뽑았다. 덜덜거리던 시동이 꺼지고 주변은 고요 그 자체였다. 꼭 아무도 살지 않는, 혹은 그런 적 없는 사막의 오아시스 바닥을 찾아온 느낌이었다. 윤형은 그가 볼 수 없게끔 환하게 웃었다.
"도련님, 한국에서 총기 소지는 불법이에요."
"…아버진 그런 걸 좋아하잖아요."
"그렇긴 하죠."
윤형은 간단하게 대꾸했다. 유난히 발달된 청각은 그가 짤랑거리는 차 키를 주머니에 넣고 차 문을 열고, 닫고, 하는 것을 가만 듣고 있었다. 진환은 곧 그가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승합차 뒤편에서 허리를 숙이고 진환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있었다. 그건 아주 잠깐 동안 이뤄졌지만 훅 끼치는 피 냄새는 불쾌했고 역겨웠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진환이 미간을 좁혔다. 윤형이 별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차 문을 닫았다. 그의 발자국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환은 홀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윤형이 다시 차 문을 열어준 것은 몇 분 후였다. 아까보다 더 심해진 피 비린내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진환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기 위해 혓바닥을 잘근 씹고 있었다.
"…트렁크에서 짐을 좀 빼느라. 이제 갈까요?"
"……피 냄새가 나요."
"실은 코피가 났어요. 그게 셔츠에 살짝 묻은 모양이에요."
말투는 적당히 신사적이었다. 윤형의 목소리는 조근조근했고 다른 남자들보다 충분히 부드러웠지만 그래서 태평하게 거짓말을 하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었다. 코피 따위로는 이런 짙은 피 냄새가 나지 않는다.
"걱정 마세요. 아까 도련님이 사오신 커피 있으니까, 그거 마시면 이젠 코피 같은 거 안 쏟아도 될 거에요."
"…다시 한 번 묻고 싶어요. 아버지가 시키는 일이 많이 힘든 거죠?"
"아니요."
진환이 손을 더듬었다. 그 손을 윤형이 잡았고, 몸을 일으켜주면서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일은 힘들지 않았다. 더러울 뿐이었다. 진환은 그의 손을 잡고 마침내 차체에서 빠져나왔다. 여전한 피 냄새, 그리고 익숙한 집 내음이 느껴졌다. 오늘 아침 지팡이가 부러지지만 않았더라면 윤형이 손을 잡아주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 진환은 그가 손을 잡아주고 부축해주는 게 영 어색해서 자꾸만 혀로 입술을 축였다.
외진 곳에 세워진 저택은 진환이 볼 수 없을 만큼 컸다. 긴 현관 앞에서 제이의 부하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그의 아들, 그러니까 제이의 하나뿐인 자식 진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윤형이 말한 짐은 물론 시체였다. 하반신이 잘린 시체는 몸 곳곳이 피 딱지로 가득했다. 윤형은 그걸 정말로 짐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깨로 짊어지고 걷고 있었다. 어느 부하 하나와 눈짓을 주고 받았고, 현관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진환도 그를 따라 조심조심 움직이던 다리를 멈췄다. 진환은 그동안의 외출로 몇 발자국을 걸어야만 집에 도착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진환이 마음 속으로 숫자를 가늠했다. 그의 셈이 끝나는 순간 바로 앞에 방과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럼, 들어가서 쉬세요."
윤형이 속삭였고 진환은 고갤 끄덕였다. 그는 이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태연하게 계단을 밟아 길고 긴 저택의 복도 모퉁이로 사라졌다. 진환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윤형은 서서히 입에 걸치고 있던 미소를 지워냈다. 부하 여럿이 달라붙어 윤형의 어깨에 있는 시체를 확인했다. 목표물이었다. 좌안에 정확히 명중이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수고하셨습니다, 를 연발하면서 윤형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썼다. 윤형은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총을 쏘는 일에 재능이 있었고 그래서 그걸 직업으로 삼은 것뿐이었다. 윤형은 자신이 방아쇠를 당기기 전까지, 죽도록 맞아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중년의 애원하는 눈을 기억해냈다. 어린 딸이 있다며 계속해서 빌던 그 왼쪽 눈에 망설이지 않고 총알을 박아넣은 건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다. 그런데도 왜인지 믿기가 힘들었다.
"그런데요, 형님. 이 새끼 다리는 다 어디 갔습니까?"
"휠체어에 앉아 있길래, 그래서 그냥 잘라서 버렸어. 가져오기 귀찮아서."
윤형과 가장 친밀하게 지내는 동생 민우가 수긍하며 고갤 끄덕였다. 윤형은 부하들이 반만 남은 시체를 소각하기 전까지 저택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잠시 몸 곳곳을 확인했다. 피가 튀긴 곳은 없었다. 다시 한 번 확인했지만 조금이라도 혈흔이 묻은 곳은 없었다. 윤형이 유난히 지쳐 보이는 뒷모습의 민우를 잠시 불렀다.
"민우야. 도련님 말이야, 아직도……."
"예?"
"아니, 아니다."
"에이, 싱겁게 뭡니까. 형님."
"…지금 나한테서 피 냄새가, 많이 심한가? 확 싫을 만큼?"
"예?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
윤형이 알았다는 의미로 손짓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가니 시간은 저녁 때를 훨씬 지나 있었다. 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그토록 빨리 지나갔다는 것은 좀 신기했다. 그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서 손가락 하나하나로 얼굴을 덮었다. 금방이라도 잠에 들 듯 무거운 눈꺼풀에 신경질이 났다. 총을 쏘는 건 적성이었지만 쏴서 사람을 죽이는 건 자신과 맞지 않는 일이었다. 윤형은 살아야 했고, 그래서 시작한 일이 언제부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콩처럼 작은 총알들이 고작 속도를 얻었다고 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게 끔찍했다.
몇 명을 죽였을까. 헤아릴 수 없었다. 기억할 수 없었다. 윤형은 그게 괴로웠다.
조직의 기밀을 브로커들에게 넘기고 새 인생을 출발하려던 그는 제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제이는 그의 다리를 무너뜨리고, 조직의 탈퇴를 인정해줬지만 어느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심심할 때마다 녀석을 죽일 거라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윤형은 그 노래 소리를 듣는 게 그닥 불쾌하지 않았다. 제이는 윤형을 신뢰하며 총알 몇 발을 넘겨주었고, 윤형은 그에게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어린 딸이 있다는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작은 월셋방 구석, 커튼으로 몸을 숨긴 채 벌벌 떨고 있는 작은 그림자를 보았으니까. 윤형은 소음기를 장착한 총을 잠시 커튼 뒤로 겨누었다가, 중년의 왼쪽 눈으로 틀었다가를 반복하면서 고뇌했다. 누구를 죽일지 선택하는 게 아니었다. 누굴 먼저 죽일지, 선택하던 중이었다.
윤형은 저택 안에서도 몇 번 얼굴을 마주친 적 있는 중년이 제 다리를 붙잡고 애원할 때 이상한 동정심을 느꼈다. 그러나 작은 감정 같은 것이 임무를 방해할 순 없었다. 근본적으로 윤형은 시간을 아껴야 했다. 차에서 진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해야만 했다. 제이가 아끼는 자식은 저도 맘을 다해 아껴야 했다. 윤형은 중년의 눈에 총알 한 발을 쓰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커튼이 물결치고 있었다. 윤형은 한참 고민하다가 총알을 더 장전하지 않았다. 목격자는 죽이라는 명령이 없었으니 굳이 총알을 더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뿐이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대로 방을 빠져나와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그 사이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들고 돌아온 진환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어쩌면 진환이 느끼는 피 냄새는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진환은 감긴 눈으로 윤형보다 많은 해를 살아왔다.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결핍된 시력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는 취미로 그림을 그렸다. 점자로 된 책을 읽지 않았고, 그저 책장을 넘기는 일을 좋아했다. 그 행동이 궁금해 언젠가 물어봤을 땐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좋다,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윤형은 진환과 그리 친하지 않았다. 서로의 이름만 대강 기억하고 있는 게 다였다. 제이는 늘 피를 묻히고 살면서 결벽증이 심했고, 한겨울에 임박했다는 걸 이유로 저택에서 대청소를 강요했다. 친하지도 않은 둘이 종일 같은 차를 타고 서울을 활보한 것은 그 탓이었다. 진환의 방은 깨끗했지만 청소 대상에서 제외되진 못했다. 제이는 제 아들이 또 공원에서 물감을 붙잡고 있는 것보단 윤형의 차 뒷자석에서 바깥 바람을 쐬는 게 좀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택은 조직의 일원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일이 많은 제이는 아주 가끔씩 저택을 찾을 뿐이었다. 그의 눈이 먼 아들은 저택의 가장 꼭대기에서 조용히 틀어박혀 지냈다. 어쩌면 그 맹인의 존재를 아는 타인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제이는 단 한 번도 아들과 함께 밖으로 어딘가를 다녀온 적이 없었다. 적어도 윤형이 기억하기에는 그랬다. 제이는 진환이 다른 사람 눈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윤형은 간혹 진환이 정신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거의 평생을 한 공간에서 숨만 쉬며 지내온 사람이었다. 미치지 않는 게 이상했지만 진환은 어쨌든 눈을 볼 수 없었으므로 굳이 미쳐야만 하는 이유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무언가를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곧 잃을 것이 없을 터였다. 때문에 어떤 절망 같은 것도 느끼지 않을 것이었다. 만일 진환에게 허락된 절망이 있었더라면 그는 한참 전에 미쳐서 제이의 속을 썩였으리라.
윤형의 가물가물하던 예상과는 다르게 진환은 훨씬 정상적이었다. 그런 생각을 했던 게 미안할 정도였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눈으로 터득하지 못한 모국어가 약간 어눌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진환이 쓰는 한국어는 묘하게 뒤틀려 있었고 어떤 배려도 없이 그대로 번역된 타지의 방언처럼 들렸다. 진환의 눈은 언제나 굳게 감겨 있었지만, 자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바짝 눈꺼풀을 들어올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진환은 차분했고 윤형에게 복종하라고 명령하지 않았다. 제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오늘 진환의 행동엔 거만이 없었다. 어떤 넘치는 자부심도 없었다. 마치 가정 교육을 잘 받은 듯 보였다. 피 비린내 나는 집에서 그런 게 가능할 것 같진 않았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무작정 집으로 들이닥쳐 휠체어 앞에서 소리를 제거한 총구를 꺼내들고 있을 동안 진환은 편의점에 있었다. 그리고 이걸 윤형은 모든 걸 끝내고 승합차 앞으로 돌아왔을 때에서야 깨달았다. 진환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손에 캔 커피를 들고, 잔돈을 무스탕 주머니에 담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 디뎌봤을 낯선 땅에서 편의점을 찾아낸 그가, 거기서 캔 커피를 고른 그가, 당신을 위한 거라던 말을 하는 그가 윤형은 사뭇 이해할 수 없었다. 진환은 뜨뜻한 캔 커피를 앞으로 내밀었고 윤형이 그것을 가져가기 전까지 가만히 그대로 서 있었다. 아버지 때문에 항상 힘든 일을 하잖아요. 진환이 캔 커피를 건네는 이유를 설명했다. 윤형은 작게 잘 마실게요, 할 뿐이었다.
언제까지 이 일을 붙잡고 있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이었다. 한 번은 경찰에게 덜미가 잡혀 평생 교도소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그런 여생을 생각해본 적 있었다. 어디까지나 상상이었다. 제이는 철저한 사람이었고, 일에 단 한 번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며 그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돈은 쉽게 만질 수 있었다. 조직이 커지는 동안 경찰과 대면해본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윤형은 그 생각에서 순간적으로 웃었다. 벗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비명이 들린 건 선잠에 들었을 때였다.
윤형은 눈이 뜨임과 동시에 본능적으로 총을 가슴팍에 숨겼다. 문을 열고 복도를 나가서, 다시 계단 몇 개를 밟아 상황을 확인했다. 코는 짐승적인 감각으로 불길한 냄새를 맡았다. 안면 있는 얼굴들이 경악에 물들어져 찌그러져 있었다. 윤형은 모두가 시선을 모으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것이 괴상한 소릴 내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것은 꼭 사람 같기도 하면서, 사람 같지 않은 게 이상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저택의 로비는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누군가가 그것의 목덜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피가 튀기고, 그것은 여전히 괴상한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괴물이었다. 괴물도, 아픈 걸 느끼는 걸까. 아프다고 느끼는 걸까. 잠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윤형은 꼼짝하지 않는 다리가 원망스러워 잠시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보다 험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떨고 있었다.
그것은 곧 사람의 목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another C
그려낸 듯 어색한 가족 사진을 준회는 빤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림은 엉망진창이었다. 화목해 보이지 않았고 탁한 느낌만 가득했다.
그대로 핸드폰을 챙겨 나서려던 준회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식탁 위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이면지였다. 정정하자면 복수였고 그러므로 이면지들이었다. 학교에서 발행한 가정통신문 위에 쓰인 숫자들이 빼곡했다. 그 주변에 연필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고, 대신에 흔적을 닦아낼 지우개는 없었다. 준회가 천천히 그것들 중 한 장을 확인했다. 일정한 크기의 숫자와 또박또박한 공식들은 분명 동혁의 것이 맞았다. 동혁이 남긴 것이었다. 준회는 이를 아득 물었다. 씨발 새끼, 풀지 말라니까.
처음으로 깨닫게 된 건 이게 분노라는 것이었다. 동혁이 쓰는 아라비아 숫자는 이상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언제나 그랬다. 준회는 아주 필수적이고 기초적인 가구만 존재하는 넓은 집 안을 성큼성큼 걸었다. 그리고 그 폭력적인 걸음은 어느 방 앞에 당도하고 멈췄다. 큰 일이 아니면 결코 들어가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었다.
안엔 아무도 없었다. 그 사이 책장 하나가 늘어나 있었다. 새 것으로 보이는 책엔 늘 잘 정리된 숫자들로 계산을 마친 풀이들이 있었다. 준회가 미간을 좁히고 입술을 깨물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연이 생각났지만 멈출 수 없었다. 동혁의 방 벽에 무늬처럼 그려져 있는 숫자들이 보였다. 씨발, 씨발, 하고 준회는 간혹 중얼거릴 뿐이었다. 사방이 숫자로 둘러싸인 이 방에서 매번 잠이 들 동혁의 얼굴을 떠올렸다. 기분이 나빴다.
뺨이라도 때리면 답답한 느낌이 좀 나아질 것 같았지만 방엔 정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 흐트러지지 않은 침대가 깨끗했다. 어디에도 가방은 보이질 않았다.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준회는 화가 나는 표정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 상태로 현관을 나섰고, 집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수연은 무슨 일 있냐며 물었다. 준회는 고갤 저었고 목도리 안으로 더운 숨을 내뱉을 뿐이었다.
"향수 바꿨네."
"응. 바꾼 게 낫지?"
"아니."
단호한 대답에 수연이 꺄르륵 웃었다. 딱히 웃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수연의 미소는 얼굴에서 사라질 줄을 몰랐다. 계속 걸으면서 수연은 말이 많았다. 어제 저녁에 본 드라마 얘기를 했고 끝에는 항상 모텔에 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준회는 생각 없이 고갤 끄덕였다.
"준회야."
"응."
"근데 우리 사귀는 거야?"
"아니."
수연은 이번에 웃지 않았다.
담배는 사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든다. 고 준회는 남 모르게 생각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아이들은 하나 같이 담배를 물고 무료한 눈을 하고 있었다. 말로는 방학식 기념이었지만 하교 후 모여 담배를 손에 드는 일은 매일 일어나던, 마치 일과 중 빠져선 안 될 것만 같던 그런 취미 생활 중 하나였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자주 모이곤 하던 시내의 으슥한 골목 길에서 준회는 아이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친구라고 하기엔 좀 먼 감이 있는 아이들은 준회를 좋아했다. 준회의 잘생긴 얼굴을 좋아했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돌 때면 항상 준회를 데리고 갔다. 준회는 어디서나 먹히는 얼굴이었고 그 가치는 돈을 아껴주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수술의 부작용인 건지 눈 밑이 잘게 떨리던 아르바이트생들은 준회가 있는 테이블엔 술값을 덜 받거나 안주를 더 내어주는 식으로 한낱 남고생들에게 아양을 떨었다. 아이들은 그걸 좋아했으므로, 준회의 얼굴을 자랑처럼 여길 뿐이었다.
"어, 저 병신 새끼. 책가방 바꿨네."
"그런 것도 기억하냐."
"그럼, 당연하지. 누구 멍멍인데."
동준이 어딘가를 손짓하면서 중얼거리자 아이들의 눈은 일제히 그 곳을 향했다. 거기엔 동혁이 있었다. 누구보다 단정히 교복을 입고 홀로 하교 중인 그는 골목의 소음에 귀를 기울일 틈 없이 빠르게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준회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다가, 공중에서 흩어지는 하얀 담배 연기를 본 후엔 다시 원래의 거무튀튀한 빛깔로 돌아왔다. 근데 저거 구준회가 가끔 하고 다니던 거랑 같은 거 아니냐? 무슨 소리야. 가방 말이야, 저 새끼가 지금 메고 가는 거. 저거 비싼 건데, 우리 멍멍이가 대체 무슨 수로…. 다음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준회는 목 안을 습격하는 따가운 감각에 잠시 기침했다. 담배는 정말로 사람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곧 죽이고 싶던 동혁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다.
"저 장애인 새끼, 졸업은 하려나."
"공부 잘하던데, 왜."
"잘하면 뭐해. 어느 누가 장애인 새끼를 가져다 써."
"야, 말 좀 예쁘게 해. 장애인이 뭐냐."
깨끗한 운동화로 담배를 비벼 끄던 수연이 동준을 다그쳤다. 지는, 씨발 년. 동준은 픽 웃으면서 중얼댈 뿐이었다.
"저런 새끼 키우는 년은 대체 어떤 심정일지 궁금하다."
그 말을 끝으로 골목은 또 아까처럼 정적이었다.
준회는 하고 있던 목도리에 두 뺨을 파묻었다.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한 무시 못할 추위는 두려울 정도로 얼얼했다. 목도리에선 갖은 냄새들이 났다. 담배 냄새가 났고, 피 같이 비린 냄새가 났고, 다 바스라진 사탕 조각 냄새가 났다. 준회는 긴 손가락에 쥐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졌다. 이 이상으로 덜 떨어진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은 이걸로 충분했다. 주머니 안에서 잔뜩 찌그러진 영화 표 두 장은 아깝지 않았다. 준회가 수연에게 먼저 갈게, 하고 입을 떼려는 걸 민철이 가로챘다.
"심심하지 않냐? 학교 가자."
"미친 새끼. 뭐라는 거야. 결석하는 거 취미인 새끼가."
"아, 왜. 가자고. 오늘 아니면 한 달은 올 일 없잖아."
"가서 뭐할 건데."
"우리끼리 야영."
여섯 쯤 되는 아이들은 그 터무니 없는 말에 모두 담배를 버리고 웃음을 참았다. 민철이 금방 씨근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헤어지면 너네 솔직히 할 것도 없잖아."
맞는 말이었지만 질색하는 곳에 다시 발을 들이긴 싫었다. 마저 담배를 끄던 동준이 되물었다.
"수연이랑 지희는 어떻게 할 건데."
"다 같이 자는 거지, 뭐."
"이거 위험한 새끼네."
아이들 중 얌전한 축인 지희가 소리내서 웃었다. 그런 지희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고 고집을 치우지 않던 민철은 결국 모두의 승낙을 얻어낸 뒤에 표정을 풀었다. 준회는 이 순간마저 말이 없었다. 너도 갈 거지, 하는 동준의 말에 가볍게 고갤 끄덕인 게 전부였다. 준회는 코트 주머니에 푹 손을 찔렀다. 차가운 것은 손 안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수연은 다시 담배를 피다 말고 이젠 영화를 보고 싶다면서 준회를 졸랐다. 준회는 가슴팍에 안긴 수연의 머리통을 쓰다듬는 것처럼 떼어내고 이만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따 보자, 학교로 갈게. 준회의 말에 민철이 이유를 모르게 웃었다.
화장을 고치고 오겠다는 수연의 말은 삼십 분 전에 들었다. 준회는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영화관 자판기 위에 턱을 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인기척이 느껴졌다. 조용히 고개를 내리자 놀라서 깜빡이는 두 눈이 보였다. 아아, 저, 그게 그러니까, 죄, 죄송합니다…. 애처럼 말을 더듬더듬 중얼대는 모습 앞에서 준회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연이 나타났다. 준회를 향한 은근한 집착은 조롱으로 나타났다. 그 조롱에 대해 준회는 아는 애, 라고만 변명했다.
"아는 애 누군데?"
수연이 약간의 짜증을 담고 물었다. 준회가 상영관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수연을 쳐다봤다. 그 찐득한 시선에 자연스럽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준회의 입이 벌어지기 전까지 수연의 표정은 어리광을 부리는 애처럼 가관이었다. 그는 끝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수연도 이번만큼은 지고 싶지 않은지 휙 몸을 돌렸다. 짧게 줄인 교복 치마 사이로 움직이는 두 다리가 언뜻 멈추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준회가 잡아주길 바라는 듯했다. 그러나 준회는 가만히 있었다. 주머니 속으로는 계속해서, 너덜너덜해진 영화 표를 만지작거렸다.
준회는 자신의 탈선이 비정상적이라는 걸 어느 정도 인정한 상태였다. 담배에 손을 대고 술을 마시고, 여자를 만들었고 돈을 썼으며 가끔씩 사람을 때렸다. 엄마를 미워했고 집에 잘 들어가지 않았다. 준회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구제불능이라는 걸 알아차렸고 그건 어떻게 해도 개선될 수가 없는 원초적 특성 같은 것이었다. 준회는 사람을 잘 미워했다. 그리고 잘 사랑했다. 그것이 반복될 뿐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받지 않았다. 수연이란 걸 알았다. 뭉그러진 한숨이 잇새를 빠져 나왔다. 준회가 수연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늘 똑같은 표정과 대답만을 보이는 준회는 사람들로부터 쉽게 원망을 사곤 했다. 수연에게도 그 원망이 자리매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그것이 터질 때가 된 것뿐이라고, 준회는 답지 않게 낙관적으로 굴었다. 그래, 그뿐이었다. 한 번 터져버린 공복도 언젠가는 아물게 돼 있었다.
한 해의 끝을 앞두고 있는 날씨는 우중충했다. 낮인데도 해가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두꺼운 구름들이 햇빛을 가로막고 있었다. 준회는 일부러 입김을 만들었다. 투명하고 새하얀 게 눈 앞에서 나풀거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담뱃재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준회는 영화관이 있는 복합 상가를 굳이 계단으로 내려왔고 학교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선생들의 눈을 피해 도착한 곳은 체육실이었다. 몇 년 전 새로 지은 강당 때문에 가차 없이 버려진 곳이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모를 열쇠를 짤랑이고 있는 민철이 씩 웃으며 체육실의 자물쇠를 풀었다. 캄캄한 내부 안에 먼지 쌓인 뜀틀과 농구 골대, 그리고 농구공이나 축구공 같은 것들이 보였다. 아이들은 비밀스런 공간에 발을 들인 것이 기쁜지 약간씩 들뜬 표정들이었다. 그 가운데에 벌러덩 누워 아이들은 준회와 수연을 기다렸다.
몇 번의 통화 끝에 준회는 체육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만큼 으슥한 곳이었다. 수연을 찾는 동준에게 준회는 어떤 변명도 없이 말했다. 집에 갔어. 사실 집에 갔을지 홧김에 다른 남자 손을 붙잡고 모텔에 갔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겠거니 예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쨌든 그 일은 이제 준회가 상관할 것이 못 되었다.
비밀스런 공간을 얻었지만 할 일은 얼마 없었다. 페이스북에서 동영상으로 유행 중이라는 게임은 준회에겐 너무 유치했다. 게임이 유치한 것보다는 기분이 별로였다. 별로인 게 아니라 더러운 듯했다. 그 원인이 동혁인지 수연인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는 전자의 몫이 크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준회는 체육실 벽에 몸을 기대어 눈을 감았고 결국 떠들며 노는 건 나머지 네 명의 몫이었다. 아이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쿵쿵따를 하기도 하면서, 생각보다 건전하게 즉흥스런 야영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입이 타면 담배를 물었고 불을 붙였다. 시간은 훌쩍 지나가 어느덧 저녁 무렵이었다. 하나 둘 배가 고프다며 칭얼대던 아이들에게 민철이 각종 배달 음식을 입으로 나열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뜀틀로 막아놓은 출입구가 순간 거세게 흔들렸다. 아이엠그라운드를 외치던 아이들의 입이 일제히 다물어졌다. 준회의 눈 역시 나른하게 뜨였다.
"뭐야? 방금, 그거?"
"잘못 들은 거 아니야?"
"…담임인가? 그 새끼 감시한답시고 내 페북 자주 들어오는데."
"페북에 사진 올렸냐?"
"응. 다 추억이잖아."
"하여튼 진짜 중독이야."
민철이 잔뜩 찌푸린 눈으로 문 밖을 주시했다. 이상할 건 없었다. 그렇게 다시 웃으며 아이엠그라운드를 시작하던 순간에, 녹슨 자물쇠가 터지고 뜀틀이 빗발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지희가 비명을 질렀다. 앙칼진 목소릴 듣고 무식하게 달려오고 있는 건 분명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었다.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 맞았다……. 눈이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사람이었다. 준회가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심장에 무리가 올 듯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 겁에 질려 몸을 웅크리는 지희를 업고 민철이 어디론가 달렸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다. 크게 변할 일 없던 준회의 표정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씨…. 씨발! 야, 새끼들아! 나 두고 가지 마, 야, 야! 야!"
성민이 덜덜 떨면서 외쳤다. 그리고 그것은 봐주지 않고 성민의 목을 물었다. 으득, 소리가 들렸고, 피가 튀겼다. 지희가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다 죽어가는 소리였다. 그것의 고개가 이 곳으로 틀어졌다. 그것은 달리기가 빨랐다. 빠르게 준회의 곁으로 다가서는 그것의 눈이 희번득했다. 누구 것인지 모를 피가 그것의 교복에 잔뜩 묻어 있었다. 준회는 바로 옆에 있던 축구공 하나를 그것의 얼굴에 가격하고 체육실을 가로질렀다. 그것이 울부짖으면서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준회가 불편하지 않게 목도리를 풀어내면서 꽉 입술을 물었다.
사고는 정상이 아니었다. 눈은 방향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고 터질 듯 뛰는 심장은 극심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준회는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벅찬 호흡이 원망스러웠다. 겨울 저녁은 캄캄했다. 한적한 운동장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던 준회가 숨을 고르던 걸 포기하고 다시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것이 두리번거리면서 뛸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
달릴 수 없을 때까지 달렸다. 준회는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와 건물에서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하는 불빛들을 쳐다보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감을 느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충격을 받은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자꾸만 주저앉고 싶어 했다. 흔한 벌레 소리 같은 것도 들리지 않는 운동장이 꼭 다른 차원의 공간 같았다.
그 순간 손을 끌어당겨 벽 뒤로 몸을 숨겨준 것은 동준이었다. 동준이 검지를 입술로 가져다 댔다. 준회는 고갤 끄덕였다. 땀 냄새가 났다. 이젠 춥지 않았다. 동준이 비장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피다가 준회의 손을 이끌었다. 그 둘이 들어간 곳은 벽을 따라 세워진 도서실이었다. 두 개의 책장으로 입구를 막은 뒤 동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준회는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냈다. 둘 다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비현실적이었다. 아이들의 목을 뜯어내던 그것이 생각나 구역질이 치밀었다.
"…씨발, 이게 대체 무슨 난리야……."
동준이 중얼거렸다.
준회가 잠시 주변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었다. 지금이 때라는 걸 알았다. 그는 동준에게로 천천히 다가섰다.
"동준아."
"…왜."
"너, 내가 살인을 저지른 거 알고 있지?"
"……."
"예전에."
"갑자기 그 얘긴 왜 꺼내. 지금 태평하게 그런 소릴 하고 있을 때가…."
"있잖아, 동준아."
"……."
"살인자의 절반이 또 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거, 너, 그것도 알고 있어?"
준회가 동준의 뺨을 치면서 물었다. 엇갈리며 발이 넘어졌다. 쉽게 동준의 몸에 올라탄 준회가 제 눈을 덮는 머리칼을 쓸었다. 침묵이 이어졌다. 정적은 쉽게 깨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불현듯 파편났다. 동준이 밑에서 작게 욕설을 뇌까리며 준회를 쏘아봤다.
"난 그 절반을 벗어나기가 어려워. 무슨 뜻인지 알아?"
"……."
"동준아."
"……."
"대답해, 씨발 새끼야."
힘껏 쥔 주먹이 동준의 얼굴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파란 목도리가 그 위에서 흔들거렸다.
"장애인이 아니라 자폐아야, 이, 씨발, 새끼야. 어? 누가 네 멍멍이야. 누가 네 멍멍이냐고."
"…아, 으으, 으……."
"…그 새끼 키우는 기분이 궁금하다고 했지."
"……아아…."
"진짜 궁금해?"
"……."
"물어봐줄까? 우리 엄마한테."
"이 미친 새끼가! 이거 놔!"
동준의 눈에 낡은 목도리가 가득 들어찼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렸다. 준회는 그 무렵 이 더러운 감정에 대해 어렴풋이 다시 한 번 결론을 내렸다. 동혁 때문이 아니다. 수연 때문도 아니었다. 기분을 더럽게 만든 건 동준이었다. 준회는 순간적으로 담배를 혓바닥으로 굴리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읽어주세요! | ||
안녕하세요~ 6233입니다. 이제 거의 방학이 끝나가고 있어요. 그간 탱자탱자 놀았으니 이젠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죠... ㅋㅋ... (씁쓸)
저는 피어나가 많을 줄 알았는데 사춘주의가 압도적으로 높더라구요!! ㅋㅋㅋㅋ 저는 독자 님들을 사랑하니까 독자 님들 뜻에 따르겠어요 (수줍수줍)
피어나에 투표해주신 분들을 위해 이 글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써보자면! 이렇습니다.
사춘주의 줄거리는 말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생략할게요. ㅋㅋㅋㅋㅋㅋ 진환-조직 보스의 아들 윤형-조직의 킬러 지원-? 한빈-? 동혁-약간의 자폐증을 가지고 있고 준회보다 한 살 많은 설정 준회-막 나가는 일진이면서 아버지가 다른 동혁이 동생 찬우-평범한 고등학생
이것만 알아주세요! another A-B-C 다 이어지는 글입니다. 제 그지 같은 글 쓰기 실력은 이걸 드러내질 못하나 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곱 명이 언젠가 한 공간에 만날 날이 올 텐데 거기까지 글을 쓰려니 또 막막...★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투표해주신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또 힘차게 달려봐요~ 30부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
암호닉은 확인차 댓글에 한 번씩만 적어주세요! (예전에 신청하셨던 분들!) 기억이 안 나시면 여기에 새로 신청해주셔도 돼요~ 암호닉은 이 글에서만 받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