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돌아 끝까지 함께 달려와주신 독자님들께
보통의연애 마지막 30편을 바칩니다. (꾸벅)
보통의 연애
서른번째 페이지/
마지막 이야기
♬
어느순간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전정국은 해외출장준비로 회사에서 잘 마주치지 못하고, 태형이는 그렇게 큰소리 치더니 졸업작품전시회가 일주일 남은 지금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연락은 계속하지만 태형 역시 자주 만나지 못했다. 난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일도 하고 수정이도 만나고 전보다 여유가 있어진 요즘 나름 취미생활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평소와 다름 없이.. 야근은 계속되고 있다.
" 아미씨, 오늘도 수고해~ "
" 네, 선배! 조심히 들어가세요! "
퇴근시간에 맞춰 칼같이 퇴근을 알리는 선배들의 인사에 겉으론 밝게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해야할일이 너무 많아 산더미처럼 쌓인 종이들을 괜히 툭툭 건드리며 기운이라고 낼 겸 내 걸음은 회사 복도 자판기를 향하고 있었다.
" 김아미씨. "
" ..어? 정국아! "
" 팀장님 소리는 어디로 빼먹으셨나, 여기 회사인데.. "
" 아.. "
" 장난이에요, 장난. 오늘 야근한다면서요. "
" 네, 전팀장님. 오랜만이네요. "
" 장난이라니까.. 누나 좋아하는 초밥사왔어요.
좀 쉬엄쉬엄 해. "
" 안그래도 배고픈거 어떻게 알고, "
" 누나 야근하는거 한두번 봐요? 야근한다고 분명 투덜거리고 있을 거 알고
이렇게 딱! 시간맞춰서 왔지. 나 잘했죠? "
" 응.. 고마워, 정국아. "
정말이지, 오랫만에 보는 정국이의 얼굴엔 보기 좋게 살이 붙어있었다. 장난스럽게 대화를 걸어오는 정국에 피곤함 가득이였던 야근생각이 잠시나마 잊혀졌다. 자연스럽게 손이 자판기 커피버튼을 누르려 할때 나보다 더 먼저 재빨리 이온음료를 고르는 누르는 정국이였다.
" 아직도 커피 자주 마시네..
야근할땐 마시지마요, 집가서 또 잠 못잘라고. "
생각해보면 야근할때마다 정국이가 옆에 있었던 것 같다. 정국이가 팀장이된 이후로 야근할 일이 없었지만 그 전과후 항상 정국이는 내 옆에 있었다. 옆에서 하는 일은 내 일을 도와준다거나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끼니를 챙겨준다거나 사소한거 하나하나 챙겨주는 정국이의 모습이 생각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손에는 시원을 넘어선 차가운 이온음료가 전해졌고, 자연스레 내 어깨에 팔을 두른 정국이와 사무실안으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정국은 자신이 챙겨 온 초밥들을 내 앞에 하나 둘 놔주며 이온음료 캔을 따 세팅해주었다.
" 먹어요. "
" 고마워. 잘 먹을게. "
초밥을 한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하고 있을때 옆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정국이의 시선에 부담스러워 고개를 살짝 돌려 눈을 맞추었다. 눈이 마주치자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더니 흘러나온 나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살짝 넘겨준 후 살짝 웃으며 여전히 날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 누나는.. "
" ... "
" 볼때마다, 예쁘네요. "
" ..켁..ㅁ..뭐? "
" 그렇게 예쁘기도 힘들지 않아요? "
전정국의 쌩뚱맞은 질문에 사레가 들렸다. 낯간지런 말들을 내 뱉으면서 사레들린 나에게 음료를 건내는 정국이였다. 오랜만에 보는데 갑자기 왜 이래.. 잘넘어가던 초밥들의 밥알 하나하나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였다. 왜 저렇게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는지, 고개를 돌려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며 '장난치지마.' 라고 말을 던지니 전정국의 입을 통해 되돌아오는 말이 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 누나 처음봤을때.. 미술학원에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누나는 계속 예뻤어요.
매일 봐도.. 이렇게 가끔 오랫만에 봐도..
참 예쁘네요, 누나는.. 계속 보고 싶게.. "
장난스러운 말투가 아니란 것 쯤은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날 바라보는 그 뜨거운 시선부터 담담한 듯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투에서부터 난 느낄 수 있었다. 전정국의 입에서 나올 뒷 말이 더 궁금해져갔다.
" 그래서.. 그랬나?
예뻐서 반하고.. 예뻐서 좋아하고..
예뻐서.. 나만, 보고싶고 갖고싶고 그랬나봐요.. "
" 정국아.. "
" 일주일 남았어요. 짧게는 1년..
길게는 더 오래 못볼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보고있어도 보고싶은 누나를..
" ... "
" 못 볼 생각하니 끔직한데,
나.. 성공하고 싶어요. 누나. "
정국이의 코끝이 조금씩 빨개지는 걸 느꼈다.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구나, 정국이의 출장이.. 짧게는 1년, 길게는 더 오래라니.. 분명 2주전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정국이의 제안에 수차례 고민을 했던 나였다. 여유있는 나날을 지내면서 한편으론 무거운 마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여전히 답은 나오지 않았고, 정말 무섭게도 억지로 끌려가는게 아닌가 하는 못된생각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정국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내 생각들을 하나, 둘..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 더 배우고, 더 잘하고 싶어요.
더 많은 걸 가지고 싶고, 더 누리고 싶어요. "
" ... "
" 그래서 누나에 대한 마음을 잠시 미뤄두려구요. "
" ... "
사람들은 정국이에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정국이는 절대 금수저를 물고 편하게 살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대변할 수 있다. 지금 정국이가 말하는 말들을 난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아프신 할아버지와 혼자인 어머니, 그에따른 시기와 질투들을 혼자서 견디고 있을 정국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전보단 힘겹게 말을 꺼내며 조금씩 숙여져가는 정국이의 뒷통수에 나도모르게 손이 올라가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 나.. 밉지는 않죠? "
" ..안 미워, 정국아. "
" 그동안.. 미안했어요.. 많이.. "
" ... "
" 내가, 누나를.. 많이.. "
" ... "
" 좋아했어요. "
이내 터진 울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정국이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인채 어깨를 들썩 거렸다. 나 또한 함께 터지려는 눈물을 꾹 참으며 어느새 넓고 듬직해진 정국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토닥여주었다.
" 고마워, 고마워.. 정국아. "
" ..잘 지내요. 누나. "
" ..응. 너도.. 아프지 말고.. "
" 더 성공해서 돌아올게요. "
" 응.. 넌 할 수 있어.. 충분히.. "
" 그땐, 그만 좀 예뻐요. "
" ... "
" 또 반하게 하지 말고.. "
내유외강. 전정국을 위한 표현인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조건이 가득한 정국이는 외적으로 강해야만 했고, 내 앞에선 여전히 어린애처럼 유한 정국이의 모습이 선하다. 그게 내가 겪어 온 정국이의 본 모습이였다. 어느새 터진 울음을 멈췄는지, 내 어깨에서 얼굴을 든 전정국이 장난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야망에 가득 차보이는 표정에 정국이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 정국의 커다란 손이 내 손을 잡고 한참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어둡고 불안했던 우리의 과거는 어느덧 말끔히 사라지고 밝고 희망찬 미래만이 가득했다.
***
오랫만에 대학사람들을 만났다. 선배들부터 친구들까지, 수정이는 졸업하고 엄마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며 밥만 축내는 백..아니, 취준생이라고 불러주면 좋겠다. 참 세상 편하게 사는 내 주변인물 중 하나다. 석진이오빠는 대학원을 다니며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 준비중이였고, 윤기오빠는 디자인회사를 다니다가 안맞는다며 때려치고 막창집을 운영한다고 했다. 소문으로는 사장님보러 오는 손님이 90%나 된다고 한다. 호석이오빠와 남준이오빠는 대학때 힙합동아리를 해온 덕분에 홍대에서 떠오르는 언더랩퍼가 되었다나 뭐라나.. 지민이랑 태형이는 말 안해도 졸업작품전시회를 앞 둔 대학 4학년이였다.
" 아미야! 너무 오랫만 아니냐! "
" 그러게요.. 진짜 오랫만! "
" 우리중에서 제일 성공했잖아, 아미가! "
" 그럼.. 오늘 아미가 쏘는거야? "
회사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급하게 도착한 약속장소에는 수정이의 입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오랫만에 보는 얼굴들이 있었다. 정말 오랫만임에도 불구하고 매일만났던 것 처럼 편해진 오빠들이였다. 태형이와 지민이는 졸업작품 마무리를 하고 온다며 조금 늦는다고 했다.
" 야 근디 정국이 이놈은 연락도 안된다? "
" 야 S그룹 후계자 아니냐, 바쁘겠지. "
" 아미야. 같은회사인데 들은 소식 없냐? "
" 아.. 아마 바빠서 그럴거에요. 저도 잘 못봐요. "
" 그래그래. 못오는 사람은 못오는거고,
자! 오랫만에 만났으니 짠! "
대학시절 정국이를 아꼈던 오빠들이 하나, 둘 정국이의 소문에 물어보면서 섭섭해진 분위기로 물들어갈때쯤 수정이가 밝게 분위기를 전환해주었다. 그덕에 오랫만에 술을 맘편히 넘기는 중이다. 예나 지금이나 참 술은 쓰다. 그동안에 각자 자신에게 있었던 무용담을 내뿜으며 술자리의 분위기는 더욱 불을 지펴갔다.
" 안녕하십니까. 행님들~ "
" 어야! 4학년 조상님들 왔냐. "
" 어어, 형! 조상님이라뇨. "
" 4학년이면 뭐.. 단물 다 빠졌지~ "
" 형님. 저희 나름 잘나갑니다. "
" 4학년이 잘나가서 뭐해. 졸업하고 취준생안되면 다행이지. "
" 야 정수정. 자기소개 하지 말아라. "
피곤에 쩔었는지 다크서클을 발밑까지 달고 등장한 태형이와 지민이. 자연스럽게 김태형은 나와 눈을 마주치며 힘들다며 울상을 짖곤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지민이와 수정이는 티격태격하며 우리들의 웃음을 끌어내 주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새로왔으니 짠을 해야된다는 호석이오빠의 말에 짠을 하고 내 어깨에 살포시 머리를 기대는 태형이였다. 그 순간 우리 둘을 유심히 지켜보는 남준이오빠와 눈이 마주쳤다.
" 야. 니네 둘 뭐하냐 지금. "
" 뭐시여. 이게. 김태형 똑바로 앉아라. "
" 오빠, 눈치없어! 얘네 둘 사귀잖아. "
" 엥? "
남준이오빠와 호석이오빠가 정색을 하며 장난을 걸어왔다. 물론, 수정이의 말에 다들 눈이 동그래져 한동안 아무말도 없었다. 지민이와 수정이는 우리 둘 사이를 알고 있어서 인지 지금 이 상황이 그저 웃긴지 배를 잡고 웃고 있고, 태형이와 나는 두 손을 맞잡으며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 야 언제부터야, 딱 말해. "
" 쫌 됐어요. 형. "
" 아.. 김태형 진짜 땡잡았네. "
" 그쵸, 땡 잡았죠? "
장난스럽게 투덜대는 말 하나하나에 기분이 나쁘기는 커녕, 축하한다는 말을 건내는 오빠들이였다. 다들 오랫만에 보니 좋구나.. 나만 좋은게 아니라 다들 표정이 좋아보여 다행이였다. 대학시절을 좀 더 이렇게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간 과거가 아쉽기만 했다. 정국이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 야 근데 민윤기. 너 아미 좋아하지 않았냐? "
" 아, 무슨 그런 얘길해. "
" 윤기형! 아미 좋아했어요? "
" 김태형.. "
" 하! 언제요? 언제? 지금은 안좋아하죠?
막 오랫만에 봤는데 예뻐보이고 그러진 않죠?
안돼요. 안돼. 아미 제꺼니까. "
장난이 순식간에 질투로 변한 지금 이 순간도 너무나 즐겁고 좋을 뿐이다..
***
오빠들은 지민이와 술을 더 마시러간다 했고, 수정이는 엄마의 호출에 일찌감치 집으로 갔다. 알아서 눈치껏 빠지라는 오빠들의 말에 오랫만에 태형이와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추운 겨울 태형이와 맞잡은 두손이 서로의 온기로 인해 따뜻함이 가득했다.
" 많이 피곤하지? "
" 아~니~ "
" 준비는 잘 했어? "
" 그~럼~ "
맞잡은 두 손을 앞뒤로 흔들며 나의 물음에 기분좋게 이야기하는 태형이였다. 분명 아까는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툴툴거리며 내 어깨에 기대놓구선,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지 여전히 싱글벙글 기분 좋은 표정이였다.
" 졸업작품 보러 올꺼지? "
" 가야되는데.. 회사때문에.. "
" 아, 그렇네. 그럼 전시회 끝나고 졸작가지고 회사 앞에 갈게. "
" 아니야, 빨리 끝내고 가면 돼. "
" 부담갖지마. 졸작 나만하는 것도 아닌데 뭐. "
" 그래도.. 언제 닫아 전시회? "
" 6시 30분인가.. 그럴껄. "
태형이의 졸업작품전시회에 꼭 가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 쌓여만 가는 일때문에 주임님께 그 날 하루 조금 일찍 끝내달라고 말을 꺼내기가 참 힘이 들었다. 이틀뒤면 전시회인데.. 아직까지 말을 못했다. 6시 30분까지면 완전 간당간당한 시간이다. 말은 괜찮다고 부담갖지말라고해도 실망스러운 김태형의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 다 왔네. "
" 데려다줘서 고마워. "
" 들어가. "
" 응.. 조심히 가, 태형아. "
" 아미야. "
" 응? "
갑작스럽게 안아오는 태형이였다. 추위에 시큰거렸던 코끝이 태형이의 포근한 향으로 덮혔다. 눈을 감고 태형이의 허리를 꼭 끌어 안았다. 둘 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몇 분을 끌어 안고 기분좋은 미소를 띄우며 한참을 서 있었다.
" 집에 가기 싫다.. "
" ... "
" 우리집에 아미, 너가 있으면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을텐데.. "
" ... "
" 나중엔 그렇게 되겠지? "
" ... "
" 이거 나름 프로포즈 예고다? "
집에 가기 싫다며 나를 더 꼭 끌어 안는 태형에 숨이 막힐지경이였다. 조금은 쑥쓰러운 말들을 하는 태형이의 따뜻한 입김이 내 귀를 간지럽혀왔다. 태형이의 말이 거창하거나 대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난 엄청난 프로포즈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어 다시 코끝이 시큰해져왔다.
***
졸업작품전시회 당일. 아침일찍부터 준비하는 태형이에게서는 일어나 학교에 도착했다는 연락 이 후 답장이 없었다. 나 또한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인 지금, 쌓이고 밀린 일을 급하게 해내려가는 손이 바삐 움직였다.
" 아미씨, 이것 좀 마무리해줘. "
" 아.. 네! "
" 점심시간 전까지니까 빨리. "
" ..네. "
내가 해야할 일도 많은데 옆자리 선배가 나에게 마무리를 부탁한다. 싫어요 라는 말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 내려갔다. 나름 능숙해진 일이라 다행이지 우선 빠르게 선배가 부탁한 일을 마무리하였고, 일을 하는 도중에도 내 시선은 시계를 향해 있었다. 점시시간도 지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주위가 산만했다. 가방을 챙기고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듬는 동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어느정도 일이 정리가 되어 다행이였지만 6시 30분. 턱없이 촉박한 시간이였다. 시선을 돌려 모니터에 집중한 채 한참을 타자를 두드리고 있을때 손 옆에 있던 핸드폰이 반짝였다. 액정에 뜬 이름은 다름아닌 정국이였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이였지만 왠지 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잠시 손을 거두고 핸드폰을 집었다.
- 지금 올라가니까. 짐챙겨 나갈준비 해요.
순간 잘못보냈나 싶기도 했다. 문자를 받고 어리둥절 나도 모르게 멍을 때리고 있을때, 산만했던 사무실안이 급속도로 조용해졌다. 동료들의 시선을 따라 정착한 곳은 사무실 문. 편한 옷차림의 정국이 서 있었다.
" 자자. 오랫만이네요 여러분?
퇴근하실분은 하시고,
밀린 작업들 다음주까지 제출하시고,
이번주 금요일은 칼퇴입니다. "
" 네? "
" 저 오늘까지 우리부서 팀장입니다.
제가 하란대로 하세요.
싫음 야근하시던지요. "
나 말고도 일주일을 마감하느라 바쁜 동료들이 몇 있었다. 정국이의 말을 듣고 나도 무척 놀랐다. 지금 이 상황이 뭔지 이해를 하려 정국과 시선을 맞추려는데 특유의 능글 맞은 웃음을 날리며 '나와요' 라고 입모양으로 나에게 메세지를 전했다. 정국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싸!를 외치며 서둘러 짐을 꾸려 퇴근하는 동료들을 보며 정신을 차리고 급히 짐을 챙겨 거의 달리다싶이 하여 회사를 벗어났다. 회사를 나오자마자 도로엔 고급승용차가 서 있었다. 창문이 열리더니 전정국이 나보다 다급한 목소리로 '늦었어요. 빨리 타요.' 라며 소리쳤다. 지금 이게 무슨상황인지, 갑자기 칼퇴하라는 전팀장님으로 변했다가, 지금은 빨리타라는 전기사로 변했다가.. 우선 머릿속에 드는 태형이의 생각에 시계를 보니 6시 15분, 택시를 타고 가면 딱 맞을 시간이였다. 어정쩡하게 서서 안절부절하니 '졸업전시회 가야죠.' 라며 전정국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전정국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는 동시에 급한 마음을 안고 안그래도 구두신어서 아픈 다리를 억지로 이끌며 차에 올라타자 내 품에 예쁜 꽃다발이 올려졌다.
" ..이거 뭐야? "
" 전시회가는데 빈손으로 가려 했어요? "
" 아.. "
" 30분까지죠? 대충 맞춰서 도착하겠다. "
" 정국아.. "
" 내가 전생에 누나한테 큰 죄를 짓고 살았나봐요 "
" ... "
" 출장가기 마지막 날까지 누나 도와주고 가네.. "
" ..고마워.. "
" 나도 고마워요, 얼굴 못보고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누나 도와주면서.. 예쁜 얼굴 한번 더 봤네. "
정국이의 말을 끝으로 차는 빠르게 달려갔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정국이에게 도움을 참 많이 받았다. 그게 고의든 타의든.. 하지만 결과는 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득이된 적이 많았다. 지금처럼.. 전생에 지었던 죄는.. 정국이 아닌 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도착한 시간은 6시 29분. 마감을 1분 남긴 시간이였다. 차에서 빠르게 내리기 전 정국이를 쳐다봤다. '같이..갈래?' 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정국이는 날 한 번 끌어 안으며 '김태형이랑 같이 서 있는 꼴 보면 출장 못갈 거 같네요..' 라며 웃음끼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빨리가요. 늦었다.' 전정국의 말에 고마워를 연신 내뱉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다행히 문은 닫지 않았지만, 데스크에 전시회를 안내하는 직원도 없었고, 전시회 바닥에 종이포장지로 너저분했다. 바닥을 청소하던 도우미학생에서 물어 전시회장 한바퀴를 돌았다. 벽면엔 전시회가 끝나 작품을 걷어간 텅 빈 벽만이 존재했다. 한바퀴를 다 돌때 쯤 구석에 걸린 아직 걷어가지 않은 그림이 있었다.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겨 가던 중 도우미학생이 급히 뛰어오더니 나에게 무언갈 건내 주었다.
" 작품 찾으셨어요? 이거.. 팸플릿인데,
찾으시는 작품 있으시면 이걸로 보세요.
작품 다 걷어가서 걸려있는게 얼마 없을거에요. "
" 아.. 고마워요. "
가던길을 멈추고, 도우미가 준 팸플릿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첫페이지는 학교풍경에 2015년 졸업작품전시회라고 크게 적혀있었다. 팸플릿을 펴보니 작게 졸업작품과 함께 순서대로 학번 이름이 적혀있었다. 눈을 재빠르게 굴려 이름을 찾았다..ㄱ..기..김..ㅌ..김태..김태형.. 찾았다! 거의 마지막이네, 그런데 김태형의 졸업작품칸이 텅 비어있었다. 프린트오류인가 싶었다. 우연히 시선이 꽂힌 곳은 첫번째 페이지 뒷면이였다. 짧은 인사말과 함께 중간에 적혀있는 문구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 2015년 졸업작품전시회 주제'
- 나의 미래
김태형의 미래는 무엇일지, 그동안 힘들게 준비했던 작품이 어떤 것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아까 시선이 갔던 마지막 구석의 작품, 아마도 저게 김태형 작품인게 거의 확실했다. 아직 걷어가지 않았구나.. 미안한 마음에 좁은 거리, 빨리진 걸음을 하며 도착한 작품 앞.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가만히 쳐다보다 눈물이 터졌다. 흐르는 눈물을 벅벅 닦아내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 작품은 그냥, 거울이였다. 네모낳고 너무나 평범한 거울. 그리고 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태형은 항상 내 생각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이게 무슨 작품인가 했을거다. 하지만 내가 봤고, 내가 알 수 있었다. 김태형의 마음을.. 손을 거울 옆으로 뻗어 작품설명을 손가락으로 그으며 속으로 따라 읽어 갔다.
이름 : 김태형
주제 : 나의 미래
작품 설명 : 수 없이 많은 길을 돌고 돌아 헤매이는 것 조차
다 너를 위한 것이 였고,
긴긴 기다림끝 속에서도 꺽을 수 없는 내 마음도
다 너를 위한 것이 였다.
그렇게 불투명했던 우리의 미래는
너가 내 앞에 선 지금 거울처럼 또렷해질 것 이고,
내 미래는.. 곧 너이다.
터지는 눈물을 닦기는 커녕 그렇게 뚝뚝 흘러내리며 속으로 몇번이고 너의 말들을 곱씹었다. 나만 생각해주는, 날 위한 김태형이 보고싶다. 늦게와서 미안해 태형아..
" 아미야.. "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을때 뒤에서 느껴오는 인기척에 등을 돌려 바라보았을땐, 김태형이 서 있었다. 말끔한 정장차림의 김태형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터졌다. 김태형은 울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더니 급하게 손을 올려 눈물을 닦아주었다. 늦어서 미안하다는 나의 말에 괜찮다며 말해주는 여전히 날 위한 김태형이였다. '내 작품 잘 찾았네?' 라고 말하는 김태형이 조심스레 내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 날 돌려 세우더니 내 어깨를 밀며 작품 앞, 거울 앞에 섰다. 거울속엔 나와 김태형의 모습이 가득 비춰졌다. 어느새 어깨동무를 하고 내 옆에 서 있는 김태형을 거울을 통해 보았다. 김태형이 말한 미래가 거울을 통해 그려지고 있었다.
" 나의 미래에도 함께해줘서 고마워, 아미야.. "
보통의연애 p.30
마침표.
보통의연애 마지막
보통의 말.
흐아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고 시작할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 첫글! 보통의연애가 마침표를 찍었스여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진짜 속시원하네여!!!!!!!!!!!!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고..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을
잘 풀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속상하기고 하고!
여기서 못다한 이야기는 후기를 들고 올까 생각중이에요!
제가 생각했던 장면들을 글로쓰려니 답답하고 넣지못한 부분들도 있어서..
좀 더 자세하게 알려주고 싶은..(집착쓰니)
혹시라도..없으..시겠..지..만..
저에대해 궁금하신점이나, 보통의연애 이 부분 정말 이해가 안간다!
혹은 왜 이렇게 했는지, 이거 뭔지, 왜 이렇게 쓸애긔 인건지..등등..
질문해주시면 후기에 Q&A도 함께 들고 올게요!(..없으면..짜져요..소금소금)
암튼, 마침표 글이라 시원섭섭하지만 쿨하게 끝내고,
후기로 패기있게 돌아와볼게요/
정국이 완결은 차근차근 써서 메일링글도 곧 올릴게요!!!!!!
차기작 투표도 있으니 밑에 좌표로 와주셔서 투표 매니매니 해듀세영8ㅅ8
-> http://instiz.net/writing/1631993
진짜 항상 말하지만..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독자님들이 있기에 힘을 얻고 완결까지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암호닉 생략할게요.
행복하고 즐거운 날들 보내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