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별다른 일정이 없다고 해서 밥 먹기 전에 텐트다 걷고 의자에 앉아 있었음
왜 한줄로 앉았었는지는 모름
이대리님 박대리님 차장님 나
차장님이 다리를 꼬시며 한 팔로 내어깨를 감싸안으심 ( 쉽게말해 어깨동무 )
평소엔 거의 터치가 없으심
봐왔겠지만 직접적인 접촉이 있는 부분은 거의 없지ㅇㅇ 굳이 꼽자면 어제 딱밤사건이네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라지도 않았어 절대 내가 둔한건 아님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시다가 무의식적으로 내 어깨에 올려 둔 자기 팔 보고는 황급히 떼셨음
"미안해요"
짧고 간결한 어투로 한 마디 뱉으시곤 일어나서 어딘가 가심
ㅡ
밥도 먹고 돌아가기 전에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우리팀도 대열에 끼었음
차장님이 맨 끝에 서시고, 다음 나 이대리님 박대리님 순으로 섰음
처음엔 현수막들고 한 번 찍고, 그 다음엔 화이팅 짤 찍고
사진찍어 주시는 분이 다같이 친한 척 하라고 해서 나는 웃으며 붕대한 손으로 V 함
차장님은 처음에 딱딱하게 서계시다가 결국엔 V하심
우리 팀원들 끼리도 사진 몇 장 찍고 셀카도 찍음
마무리하고 돌아가려고 버스를 탐 이번엔 내가 통로쪽에 앉고 차장님께서 창가쪽에 앉으셨음
근데 내 옆에 (바로 옆자리 아니고 통로 반대편) 에 그 무섭게 생기신 분이 앉으심 이제 이정재 과장님이라고 하겠음
"안녕해요. 커피?"
죄송했다, 어디 소속이다, 등등 몇 마디 나눴는데 좋으신 분이었음
출발하고 머리 닿자마자 또 슬슬 잠에 취함
아무래도 통로쪽이니까 기대서 자기가 힘들었는데 의자를 뒤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차장님 어깨에 기대서 잘 수도 없고 그냥 정자세로 선잠을 잠
자는게 자는게 아닌 상태라고 해야 할 듯
그러다가 머리가 통로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서살짝 깼음
통로로 기울어지던 찰나에 차장님이 팔 뻗어서 내 머리를 받쳐주시더니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심
민망하기도 하고 쿵쾅쿵쾅하기도 해서 그 때부터는 잠이 다 달아났음
10분 쯤 그렇게 가다가 일어났는데 차장님도 눈감고 주무시고 계셨음
계속 차장님 얼굴 관찰하고 있었는데 기척에 차장님이 눈을 살짝 뜨셔서 눈이 마주침
놀라서 황급히 고개를 돌림
"왜요"
"네??"
"더운가?"
"아니요"
아무 대답 못하는 나를 보시곤 피식 웃으시고 다시 눈을 감으심
나도 다시 잤음
후에 이과장님한테 들어보니 나 때문에 휴게소에서도 못 내리고 자리에 계셨다고함.. 매우죄송
회사에 도착해서 해산을 했는데 그 사내커플 두분이 같이 집에가시는 걸 목격함
왜 자꾸 내가 목격하는지 모르겠음 슬프게
내가 너무 대놓고 부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나 봄 ㅋㅋㅋㅋㅋㅋ
어느새 차장님이 내 옆에 서서
"부러워요? 데려다줘?"
"아니에요 피곤하실텐데"
결국 같이 회사 주차장에 있던 차장님 차타고 가게 됨
차 타니까 또 아까 버스가 생각나서 쿵쾅쿵쾅..심장이 난동을 부렸음
자꾸 얼굴은 빨개지고
"이사원"
"네"
"그렇게 보면 내 얼굴 닳아요"
"??????아닌데요???????????"
"거짓말"
"아닌데요 진짜로"
"토 달지마"
내가 아무말도 못하니까 신호 섰을 때 내 얼굴 한 번 보고 눈썹꿈틀
그뒤로 아무 말 없이 갔음
"삐졌어요?"
"아니요"
"자꾸 그러면 코 길어져요"
"딱따구리야? 입이 왜 그렇게 나왔나?
"아닌데요"
오늘따라 말이 많으심..^^
내가 무섭게 째려봤는데
"하나도 안 무서운데, 상사한테 대드나?"
"괜히 데려다준다고 그래놓고는..왜 갑자기 말은 또 많이.."
혼자 중얼거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미안해요 미안 장난이지"
그렇게 나만 놀림감이 되어 집까지 감
ㅡ
다음날 출근을 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원래 멋이 없었다는 건 아님) 차려입은 듯한 차장님이 계셨음
"오늘 어디 가세요?"
모니터를 응시하다가 살짝 고개를 돌려 절레절레하심
탕비실에서 이대리님께
"차장님 오늘 좀 다르시지 않아요?"
"그렇지"
"어디 가시는 것도 아니라던데"
"선 보러 가시는거 같은데?"
"아 그러시구나"
아무런 일 없이 하루가 가고 있었고
차장님은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퇴근 하셔서
사무실에는 대리님들과 내 타자소리만 들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