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 profiler ]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귀신이 보이는 무당? NoNo 프로파일러 : 만나게 되는 사람
"00누나아.. 찬열이 보러 가자.."
지금 내가 저 말을 벌써 40번은 더 들은 것 같다. 박찬열을 눈으로 보고, 물벼락을 맞고, 변백현이 운지 정확히 22시간 흐른 뒤였다. 변백현이 나에게 누나라 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박찬열을 보러 가자니? 내가 미쳤니? 걔한테 가면 걔가 나한테 돈을 준데? 아님 떡을 준데?
"걔한테 가면 돈이나 뺏기지. 내가 걔한테 왜 가. 집에서나 나가 이 미친놈아 귀찮게 하지말고."
나의 긴 말을 듣고 있던 김민석이 박수를 쳤다. 그에반해 변백현은 잔뜩 쭈구리가 되어 소파 위로 짜졌다. 아 짜증나게 계속 거슬리게 만드네. 그냥 승천시키면 편한데.. 주변에 무당없나. 나는 그런 거 못하니 다른 분들께 도움이나 청하든가 해야지 원. 왜 산사람이 죽은사람의 영향을 받아야 해. 귀찮게.
***
"김종인이랑 도경수는 믿는데, 영 꺼림칙하단 말야.."
"걱정을 말라니까?"
새로운 과외생인 종대가 오는 날이었다. 역시 종우네 만큼 페이가 쎈 과외는 없었거든. 종대는 종우 무서워서 우리집으로 불렀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김민석이나 변백현은 나와 함께 일반 사람을 만난적이 없어서 일반인 앞에서 사고칠 수가 있다는 거다.
"사고치면 진짜로 내쫒을거야."
"알았어 알았어."
귀찮다는 듯 손을 내 저은 김민석을 째려보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아, 되게 애매한데.. 찜찜하면서도 현관으로 가 누구세요? 라고 물었다. 저예요 누나! 종대의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그러고보니 고3도 과외를 하나? 특이하네.
"왔어, 종대야? 다시 보겠다고 했는데 진짜 다시보네?"
"그러게요. 진짜 다행이죠!"
명랑한 목소리 만큼이나 밝은 종대의 표정에 나조차도 순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 맛에 과외하지. 때묻지 않은 고딩의 순수함.
"누나 혼자 사나봐요?"
"응."
"결혼.. 하셨다고..?"
"아, 거짓말이지. 결혼은 무슨 창창한 20대에."
"아.."
"저기 상 펴놨으니까 가방 내려놓고 문제집 꺼내놔. 과일가져올게."
종대를 보며 웃어주고 과일을 가지러 부엌에 갔다. 거실에서 부엌이 그렇게 먼 곳이 아니라 내가 이곳에서 이상한 짓을 하면 종대가 당연히 볼 수 있는 거리였다. 근데 김민석 이놈이..
"와, 너 장난 아니다..? 내 앞에서 그런 웃음 지어줘 봤냐?"
적당히 하고 안 꺼지면 내쫒을 거야. 아무리 눈빛으로 말해도 이새끼가 알아 들을리 만무했다. 내게로 다가오며 말한 김민석은 어느새 내 바로 앞에 있었다.
"너 미쳤어..?"
"아니. 그러고보니 저새끼도 마음에 안 드네. 왜 아가씨한테 혼자사냐고 물어?"
김민석은 급기야 종대에게로 다가갔다. 아오 씨발!!
"종대야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김민석 손목을 부여잡고 화장실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손목을 놓고 대신 멱살을 잡아 올리며 조용하게 말했다.
"파투내지마. 내 돈이랑 연결되어 있는거야."
피식 웃은 김민석은 내 허리를 두 팔로 감쌌다. 순식간에 안긴꼴이 된 내 상황이 어이가 없더란다. 아, 이새끼랑 뭣하러 들어온거야..
"그럼, 애초에 나한테도 웃어주던가요."
"니가 돈이 되면 벌써라도 실실 처 웃고 있었겠죠."
"후.. 짜증나게, 입이 험해도 이뻐보이네."
"알면 잘 보여. 그래야 한번쯤은 너랑,"
"그만."
내 입을 막은 김민석이 싱긋 웃었다. 또, 그 따뜻한 웃음이었다. 화가나게도 그 웃음만 보면 하려던 말들이 들어갔다. 김민석은 그런 나를 확인하며 말했다.
"굳이, 더 강하게 나갈 필요없어."
"....."
"그렇게 안해도, 충분히 너 강한 거 알아. 그만큼 약하단 것도 알아."
"...."
"장난이 짓궂었지? 미안. 한참이나 어린놈이랑 니가 웃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냥 너 과외 끝날때까지 나가있을게. 열심히 돈 벌어."
다정한 얼굴로 내 양쪽 어깨를 몇 번 토닥이더니 나를 지나쳐 화장실을 나가버렸다. 문을 열고 나오니 현관으로 나가는 김민석이 보였다. ....뭐야. 기분 이상해. 영감이 저러니까.. 남자친구같잖아..
화장실에서 나와 과일을 준비하면서도 그 묘하게 간질거리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망할 영감은 쓸데없는 소리를 짓걸이고 나가선..! 집중 안되게 생겼네. 과일 접시를 들고 거실로 갔다. 상 앞에 앉아 문제를 보고 있던 종대가 나를 올려다 보았다. 곧 과일접시를 받아 들며 말했다.
"누나, 꽤 유명하더라구요..?"
"뭐, 유명한건가.. 그냥 잡지랑 기사 몇 번 인터뷰한 거 밖에 없어."
"그게 유명한거죠..! 그럼 난 유명인한테 과외 받는 건가? 우와.. 짱이다..!"
어딘가 이질감이 들었다. 종대 같지 않았다. 분명 종대인데, 종대같지가 않다는 것은.. 나에 대한 감정이 미묘하게 변했다는 것. 그 며칠 사이로 왜 나에 대한 감정이 변한거지?
"뭐가 우리 종대와 나 사이를 이간질한걸까.."
"...누나.. 제 동생이..누나한테 몹쓸짓 했어요..?"
그 말에 우리집에 있던 귀신들이 멈췄다. 제일 먼저 정신차리고 벌떡 일어서는 김종인을 눈으로 말린 뒤 조금은 차분하게 말했다.
"..잤냐는 말이지?"
"네? 아니.. 뭐.. 예.."
"누구랑?"
"제.. 동생이랑.."
"아니. 종대 너랑 다시는 안 만날 각오 하고 말하는 건데, 종우는 아무리 섹시해도 안 가져. 나 인성 따지는 여자거든. 그리고 미자는 별로야."
"...미안해요."
"글쎄, 너가 온전히 사과를 해야하나 모르겠네. 그닥 밝은 과거는 아니라서."
나의 말에 종대가 고개를 숙였다.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은 나야 종대야. 이거 사람들은 모르는 내 비밀이란 말이야. 처음으로 사람에게 꺼내는 말인데, 나는 얼마나 울고 싶겠니. 나는 언제나 그렇듯 속만 이렇게 슬프고 억울하지 겉으로는 전혀 감정 변화 없이 차분했다. 종대는 곧 고개를 숙인 채로 조용히 말했다.
"...실은, 종우한테 그 말 듣고 누나 위로하러 왔어요.."
나에 대하여 변한 감정은 미안함, 죄책감 같은 거였나. 종대는 곧 그 자세 그대로 손만 뻗어 내 손을 잡았다. 그 따뜻함에 마음이 꿈틀거렸다. 요즘들어 자주 드는 이 감정은 뭘까, 기분 나쁘진 않았지만 그닥 좋지도 않은 감정이었다. 가만히 내 손을 쓰다듬어주는 종대는 곧 펑펑 울었다. 마치 내가 힘들 때 울지 못했던 것들을 대신 울어 주는 것처럼.
얼마나 울었을까, 종대는 차오르는 숨에 띄엄띄엄 말했다.
"왜, 누나는.. 울지 않아요..? 왜..?"
"울면 달라지지 않아. 그걸 너무 빨리 깨달았을 뿐이야."
"아니야..! 울면 속이 시원해, 진단 말이야..!"
나한테 하는 말이니, 아님 너 자신한테 하는 말이니..? 종대는 더 울 힘이 남아있는지 속 시원하게 더 울었다. 어쩜 저런 체형에서 이렇게 많은 눈물이 나올 수 있을까.. 휴지를 가지러 일어나려는 나를 본 종대는 급히 한 손으로 눈물을 닦더니 젖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하고싶은 말 있지?"
"네.."
"뭔데?"
"어느 기사에서.. 누나가 귀신을 본다고 했어요.."
"...."
"난 귀신따위 믿지 않아요. 있다면, 우리 아빠가 날 곁에서 지켜줬을 테니까.."
"...."
"결국 산 사람들끼리, 잘 해봐야 하는 거에요."
종대의 말에 할 말이 사라졌다. 산 사람끼리.. 그럼 저들의 존재는 부정당하는 거야?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그들은 저마다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난 산 사람을 믿지않는다. 그렇게 가라 말해도 내 곁에 있어주는 저들을 그나마 믿을 뿐.
"종대야, 누나는.. 산 사람, 즉 인간을 믿지않아. 너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알아요. 나 이기적이에요. 누나 말대로라면 귀신이 있겠죠. 근데 그렇게 따지면, 왜 우리 아빠는 날 보살펴주지 않는 거예요..?"
"...."
"왜, 나혼자 그곳에서 외롭게 지내야 하는 건데요..?"
외로움. 그 감정은 내가 정말 잘 아는 감정이었다. 몇몇 감정은 이렇겠구나, 라고 상상을 한다. 그 예로는 벅찬 감동이나 행복. 그리고 또 몇몇 감정은 이렇겠구나 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가령 우정이나 믿음. 그러나 외로움, 절망감, 좌절감. 이따위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100세 시대인 지금 약 10분의 3밖에 살지 않은 내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감정이었다.
근데, 그런 감정을 종대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 잔인하도록 시린 감정을 종대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게 실제든 거짓이든 상관 없었다. 이 아이 만큼은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해야한다. 나같은 아이가 또 생겨선 안된다. 매사 불안정하고 불안하고 부정적인 아이는, 자신을 괴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칠 수 없으니, 주변 사람이 보살펴줘야 한다는 것을 잘 아니까.
"친아빠가, 돌아가셨지..?"
"네."
"새엄마와 친아빠 사이에서 나온 아이가 종우일거고.."
"네.."
"친아빠가 돌아가신 지금, 새엄마는 종우만 아껴줬을 거야. 집안에 있어도 혼자인 것 같았겠지..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외로웠을거야.."
"...."
"이 과외도, 종대 너의 사비인거지..? 새엄마라는 사람이 과외를 해줬을리가 없으니까.."
종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대는, 사비를 써서라도 나에게서 외로움을 달래려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외로움이란 감정을 너무나도 잘 아는 나는, 너의 믿음에 대해 배신할리가 없다. 난, 너를 지킬 것이다. 너가 선령 나쁜 아이였다고 하더라도, 너가 나를 배신하더라도. 내가 봤을 때의 너는 나와 같았으니까.
***
종대가 가고 집안에 공허함만 남았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경수와 백현이를 차례로 보았다.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경수와 슬며시 눈을 피하는 백현이었다.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게 경수야?"
나를 뚫어지게 보던 경수를 향해 물었다. 경수는 모르겠는지 고개를 저었다. 내 눈은 자연스레 종인이에게로 향해졌다.
"...울면 시원해질까."
"응. 그 생각이었어. 울면, 내 꽉막힌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해질까?"
"...아니."
나도 안다. 나는 너무나도 꽉 막혀 있어 우는 것 만으로는 이 근본도 찾을 수 없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였다.
"기분이 묘해.. 요즘 들어 알 수 없는 감정도 들고."
"그게 뭔데?"
"알 수 없어. 이게 뭔가 싶으면 이미 그 감정은 사라져있어. 나에게 결여된 감정.. 긍정적인 감정이겠지."
"왜, 너는 니 스스로를 그렇게 가둬? 그러지 좀 마."
"운동 좀 해야겠어. 백현아 따라와."
운동하기엔 달동네가 딱이지. 기분 좋아지기 위해 30만원이나 받으러 가야지. 겸사겸사 수건도 돌려주고. 수건을 챙기는 나를 본 백현이는 곧 거실을 뛰어다니며 좋아했다.
"빨리 안 오면 나 혼자 갈거야."
"먼저 나가있을게!!"
신나서 현관으로 나가는 백현이와 이마를 문지르며 들어오는 민석이었다.
"뭐야? 백현이랑 부딪혔어?"
"어. 아오 저 칠칠이.. 과외는 잘 했냐?"
"아마? 나갔다 올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오냐."
"어우, 영감님."
버럭 하는 영감님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계단에 앉아서 이마를 문지르고 있던 백현이가 빨리 가자며 일어섰다.
"..먼저 가 있어. 금방 갈게."
"응! 빨리와야돼!!"
백현이가 내 눈에서 사라지고 위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위를 올려다보았다. 오랜만이네요, 아저씨.
"잘 지냈어?"
"네. 아저씨는요?"
"나도. 어디 가는 길인가봐?"
"네. 갈 곳이 있어서요."
아저씨는 나를 살펴보셨다. 곧 내 오른손에 시선이 멈췄다.
"아, 수사하다가 베었어요."
"많이? 병원은..?"
"병원비 비싸서요."
"그런 건.. 내준다니까.."
"괜찮아요. 저 이만 가볼게요. 기다리고 있어서."
"응.. 한동안 또 못 볼 것 같아."
"그래도 맨날 내 주위에 계시면서. 다녀올게요. 다음에 또 봬요."
꾸벅 인사를 하니 아저씨도 어색하게 손을 들어 인사하셨다. 계단을 내려왔다. 아저씨는 그런 내 뒷모습을 볼 뿐 쫒아오거나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더이상 다가오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서 날 지켜주셨다.
내가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것. 그나마 내가 이 정도인 것은 전적으로 아저씨의 덕이었다. 그 술집에서 나를 데려오신 것도 아저씨였고, 자신의 집을 내주면서도 나를 그곳에 살게 해준 것도 아저씨였다. 또한 강요를 하며 돈을 걷어가지 않는 것도 아저씨 덕이었다. 다만 우리의 사이는 이랬다. 돈을 빌린 자의 딸과 돈을 빌려준 자. 우리의 사이는 딱 그 뿐이었다.
***
박찬열네 집 앞 대문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백현이가 급하게 날 부르며 뛰쳐나왔다. 그 목소리엔 울음도 섞여 있었다.
"차, 찬열이가 이상해..!! 어, 어떡해..!!!!"
급하게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신발을 벗을 것도 없이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가니 죽은 듯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이 더운 여름날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있는 것도 이상했고 그 주변엔 수면제로 추정되는 알약이 널부러져 있는 것도 이상했다. 아오, 올때마다 아주 서프라이즈네. 주변을 뒤적여 약통을 살펴보았다. ...이거 그냥 비타민인데?
"야 박찬열. 눈떠봐. 야..!!!!"
"으헉..!!!"
팔뚝을 툭툭치며 부르니 금방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을 뜨는 박찬열이다. 백현이는 그런 박찬열을 보더니 더 소리내어 우는 것이었다. 안심.. 인건가?
"너, 너.. 뭐, 뭐야..! 왜 여깄어?! 안나가?!!"
성격 개 파탄자새끼. 이불을 더 꼭 덮으며 소리치는 박찬열을 보며 신발을 벗어서 마당으로 하나하나 던져 버렸다. 표정이 변하는 것이 다 보였다.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냐는 표정이 끝이었다. 나는 편안하게 자세를 바꾸며 말했다.
"야 30만원 내놔."
"...주, 줄거야..! 이, 일단 나가 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문이 요란스레 열리려했다.
"뭐야?!! 잠궜냐?!!!!"
아, 그 일수 목소리인데? 박찬열을 보았다. 나에게 정색할 때보다 더 정색하며 마당을 내다 보았다.
"나 문 안잠궜는데?"
"가끔 저래."
"아, 그럼 곧 열린다고?"
"응."
그래? 흠, 저 일수가 나 아직도 지 형님보다 높은 줄 알지? 계속 문을 세게 두드리는 소리에 박찬열이 정신을 쏟을 때 박찬열의 이불을 잡아 배꼽 밑으로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상의는 벗고 있었다. 생각보다 볼게 있네. 놀라서 날 보는 박찬열 위에 올라타며 말했다.
"내가 예언하나 할까? 저 일수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거 보면 분명 다음에 오겠다며 나갈 걸? 봐봐."
박찬열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바닥으로 내렸다. 머리가 흘러내렸고 그거에 박찬열은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보던 백현이가 어머어머라고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백현이를 힐끔 보니 얼굴이 아주 시뻘개져 있었다. 얘도 꽤 순수하네. 드디어 문이 열렸는지 일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 일수는 우리의 자세를 확인하더니 그대로 뒤로 돌아 나가며 말했다.
"다음에 오겠지 말입니다!!"
참, 쟤도 순수하네. 깍지낀 손을 풀어내려 하는데 박찬열이 꽉 잡았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나야, 변백현이야."
"너면?"
나의 말에 움찔거리는 것이 다 느껴졌다. 인기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만들 수 있구나. 곧 박찬열은 허리에 힘을 주어 그대로 앉았다. 균형이 이상해진 내가 비틀거리니 깍지낀 손을 풀어 그대로 내 허리를 감는 박찬열이었다. 오, 이자세가 더 야하다.
"누나아.. 잠깐만.. 안돼에, 이러면.."
"왜 나야..?"
백현이의 찡찡거림 후에 들려온 박찬열의 목소리엔 어쩐지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눈에도 마찬가지였다. 내 머리카락이 자신의 눈을 괴롭히지 않으니 그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는 박찬열 덕에 더 자세히 파악해 볼 수 있었다.. 글쎄, 난 장난삼아 한 말이라서 니 상처받을 텐데.. 하긴, 내가 남의 상처를 신경쓸만한 상황은 아니지. 그래도 박찬열은 백현이가 그나마 아끼는 애니까 말은 좀 가려해야겠다.
"사람 좋은데 이유 없어. 그리고, 좋은 것보단 넌 30만원이고."
박찬열은 곧 고개를 숙이며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엔 어쩐지 쓸쓸함이 담겨있었다. 박찬열 위에서 내려오기 전에 박찬열의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어린놈의 새끼가 벌써 부터 그런 감정이나 배워가지고 말이야. 니 때는 좀 웃어도 될 나이야."
고개를 들고 나를 보는 박찬열을 향해 웃어주었다. 따라 웃는 박찬열의 눈가와 입가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원래는 장난이 많던 성격이었나. 그게 웃음에 베어있나 보다.
"참, 독특하다."
"야 나 좀 잡아봐. 내려가게."
왼손을 건네니 단단히 잡아주는 박찬열이었다. 간신히 바닥으로 내려와 아빠다리를 하고 앉았다. 박찬열은 그런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뭘 봐."
"손은, 언제 그런거냐?"
"왜? 걱정되냐? ...그럴만 하네."
어느새 또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아까 박찬열이 세게 잡을 때 그런건가.. 아.. 이거 진짜 병원 가야하나봐.. 박찬열은 그런 내 손을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 구석에 있던 옷장으로 갔다. 그 옷장을 열어 뒤적이던 박찬열은 무언가 찾은 듯 옷장 문을 닫았다. 그런 그의 손에는 구급상자가 자리했다.
"거봐! 내가 착하다고 했지?!"
으쓱거리며 좋아하는 백현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냐."
"귀여워서."
"알아."
....? 지랄하고 자빠졌네. 어이가 없어서 박찬열을 쳐다보고 있는데 그런 내 눈을 힐끔 보고는 씩 웃는 박찬열이다. 사람이, 순식간에 달라지네. 정을 쉽게 주는 타입인가. 곧 박찬열은 내 오른손을 덥썩 가져가더니 반창고를 떼어냈다. 그것도 내가 떼어낼 때보다 더 조심히. 아 이래서 얘한테 정 안줄라고 했는데. 내가 나도 모르는 팜므파탈을 가지고 있나 봐. 그러고 보니 주변에 꼬인 거라곤 다 남자네.
"야, 닌 이 정도 상처면 병원을 가야지. 소독도 제대로 안했지?"
"잔소리 하지마라."
"내가 아는 새끼랑 똑같아 진짜. 잔소리 안 나오게 하던가."
무의식 중에 폭풍 잔소리를 내뱉는 박찬열의 꼴이 보기가 싫어 백현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백현이는 지 몸에서 무언가 찾는 듯 싶더니 왼쪽 소매를 걷어 흉터 하나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거, 예쁘게 아물었지? 찬열이가 해준거야!"
어린아이가 아빠가 사준 장난감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듯 나에게 자랑했다. 박찬열의 무의식은 백현이를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뭔가, 기분이 좋다고 해야하나? 자존심 상하게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웃냐? 이미 다 곪았잖아. 병원 가."
"싫어."
"겁나 단호하네. 아플거야. 이 악물어."
소독약을 그대로 들이 붓는 미친놈을 보았다. 내.. 내상처..!! 내 생에 이렇게 아픈 것은 또 처음이었다. 이 개새.. 진짜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도 신음소리가 세어나왔다. 그런 나를 보며 같이 울상이던 백현이가 다가와 내 왼쪽손을 잡아주었고, 난 순식간에 무슨 산모 마냥 백현이 손을 꽉 잡으며 통증과 싸워야 했다. 치료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다만 나는 꽤 지쳐 있었다.
"그러게 병원 가랬지."
"싫어."
"누가말려."
"돈이나 내놔."
"...지금 만원 밖에 없어."
"아. 근데 왜 저 새끼는 연속으로 오냐?"
"하루에 십만원이거든."
"헐 양아치 새끼들. 그게 가능하면 자수성가 했겠네. 너도 바보냐? 어떻게 하루에 그 정도가 가능해? 그 일수랑 딜해."
"딜 먹히면 내가 퍽이나 이러고 있겠다."
그러네. 무심코 본 백현이가 나를 보며 도와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난 이미 30만원으로 족해.
"그럼 잘해봐라."
"가게?"
"어. 아, 야!! 이거 방바닥에 물드는 거 아니야?!!"
치료하느라 흘렸던 피를 발견하고 재빨리 휴지를 찾아 해맸다. 그전에 휴지를 가져온 박찬열이 바닥을 닦았다. 희미하게 물든 밝은색 장판에 할말을 잃었다.
"...어떡하지.. 미안."
"그걸 왜 니가 사과해? 치료해준건 난데."
"...내 피잖아.."
"됐어. 가기나 해. 돈은 나중에 줄게."
"알았어. 그.. 장판값으로 5만원 까줄게."
"됐어."
"...옷이나 입어. 감기걸려."
박찬열은 몰랐던 듯 밑을 내려다보더니 살색의 향연인 지 상체를 보며 급하게 옷걸이에 걸려있던 옷을 뒤돌아서 입었다. 다시 뒤를 돈 박찬열은 처음 만났을 때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장난스러움이 베어있는 미소와, 휘어진 눈. 원래의 박찬열은 장난스런 소년이였다는 것이 분위기로 다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백현이와 닮아 있었다.
▶ Bonus
'아저씨'는 당신의 은인입니다.
당신이 알기론 조직에 몸을 담그고 있으며 일수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집을 당신에게 주고 어디서 지내는지 모릅니다.
이따금 당신을 뒤에서 지켜봅니다.
그게 선의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찬열아.. |
그런 자세 아주 좋앟(흐뭇 종대와 더 가까워진 후 귀신을 대하는 태도가 살짝 변한 주인공이네요! 여러분들은 또 멘붕이 왔겠죠? 종대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미리 알면 재미없겠죠?ㅎㅎㅎ
혹시 찬열이가 다른 악기가 아닌 기타가 된 이유를 아시나요? 원래 찬열이는 드럼이었어요. 콘서트때 드럼친게 진짜정말매우멋있었거든요. 근데 저 사진을 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찬열이는 무조건 기타여야한다. 그렇게 찬열이는 사진때문에 기타가 되었다고 합니다..ㅎ
+흐어어어 제가 치킨에 눈이 멀어 달려가느라 필명 선택하는 것을 잊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예전에는 이런거 없었는데.. 그리고 난 필명이 이거 뿐인데..ㅜㅠㅠㅠㅠㅠ 수정알림이.. 신알신이고.. 뭐.. 그런거라고 너그럽게 봐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 다시는 이런일 없도록 하겠습니다ㅠㅠㅠㅠ
암호닉입니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 제로콜라 ]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체리/까만원두/뭉이/오호랏/똥잠/구름/쉬림프/레모네이드/범블비/악마 괴물/궁디퍽퍽/선크림/바람둥이/안녕/매매/진블리/무당인듯무당아닌/도경수부인/별다방커피 코끼리/(코)라코/요맘때/정동이/콜덕/피큐PD/달수정/마틸다/비비빅/양양 뿅아리/네티큥/여리/아틸다/개구락지/립밥/바람개비/손가락/우리니니/빵 GG/바닐라라떼/하트./까꿍이/청바지/진블리/젤라/순수합니다/메리미/포뇨 윤혜/선물/가글/익인/야메/징차/요정별/거인/사랑둥이/잇힝/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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