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 profiler ]
일반적인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살인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한다.
귀신이 보이는 무당? NoNo 프로파일러 : 기묘한 일
일주일만인가? 드디어 수사가 들어왔다. 그간 살인사건이 없었던 건지, 아님 자기들끼리 잘 해결한건지. 아무튼 오랜만인 수사라서 종인이가 들뜬 것만은 확실했다. 저렇게 표정에 다 티가 나다니. 종인이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뭐가 그렇게 신나냐."
"아무래도 수사를 하니까. 그동안 좀이 쑤셨다니까?"
"정 그렇게 심심하면 거기 가보지 그랬냐."
"가봤자 뭐해. 내 말을 듣지도, 나를 보지도 못하는데."
담담하게 내뱉어진 말에 심장이 저릿한 것은 나였다. 미안. 작은 목소리로 나온 나의 사과를 들은 건지 고개만 살짝 끄덕인 종인이는 괜찮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짓더니 빨리가자며 현관 앞으로 갔다. 나도 그런 종인이를 따라가 신발을 신었다. 거실에 널부러져 있는 귀신들의 인사를 들으며 집을 나섰다.
***
(BGM을 켜주세요..! 무서우면 말구..ㅎ)
서에 도착했다. 4층을 누르고 문이 닫히기를 기다렸다. 멀리서 뛰어오는 누군가가 보여 열림버튼을 눌렀고 그 멀리서 뛰어오던 폼이 어딘가 익숙했던 그 사람은 뜻밖에도 박찬열이었다.
"넌, 맨날 여기서 만나네."
"그러게."
"그때 나 너 관종인 줄 알았잖아."
"쪽팔리니까 말하지 말지?"
"그래줄게. 근데 입이 근질거리네."
"뭘 바래. 넌 여기 왜 오는 거야?"
"나? 프로파일링하러. 그럼 나 간다. 30만원아."
"이름있는데 꼭 저렇게 불러."
투덜거리는 박찬열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난 곧장 팀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내가 오는 것을 본 건지 이영웅 형사님이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죠 자문님?"
"그러게요. 오늘 날씨 진짜 좋더라구요. 어어, 그거 떨어져요."
아슬하게 걸쳐진 펜을 보며 말하자 빠르게 낚아챈 이형사님이 웃음으로 고맙다는 표현을 대신했다. 눈을 돌려 모두와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는 오형사를 보았다. 큼큼,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할때마다 떨린다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피해자 조윤희씨 살인사건입니다. 이름 조윤희. 나이 26세. 직업은 대학생입니다. 발견장소는 인근 저수지구요, 사인은 익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초 발견자는 저수지에서 매일 낚시를 하던 낚시꾼입니다."
"잘 할 거면서 맨날 떠시네요 오형사님. 다음부터는 그 수첩 없이 시키고 싶게."
"아.. 안돼요.. 아시잖습니까.."
손에 뭐가 없으면 불안해 할 자신을 아는 건지 울상을 짓는 오형사를 보며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이트보드 앞으로 다가가니 김형사님이 다가와 추가 설명을 해주셨다.
"용의자는 총 2명이에요. 여기 피해자 조윤희씨의 대학 동기인 22세 최지혜씨.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알바를 하고 있는 알바생 22세 박민우씨. 박민우씨랑 최지혜씨 그리고 피해자는 같은 과였다고 해요."
"왜 용의자로 올린거죠?"
"최지혜씨는 사망추정 시간으로 추정되는 시간에 알리바이가 불분명하구요, 과제때문에 다투기도 엄청 다퉜다고해요. 그건 거의 몸싸움 수준이었다는 동기들의 제보도 있었구요. 그리고 여기 박민우씨는 매번 조윤희씨의 조롱을 들었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시다시피 왼쪽 볼에 나 있는 커다란 점으로 놀렸다고 하죠, 아마? 그리고 역시나 박민우씨도 알리바이가 불분명하구요."
"흠, 피해자는 말을 막 하는 편이었나봐요. 매번 싸우고 다니네."
"아니요, 그건 또 아니었나봐요. 동기들 사이에서 착하기로도 유명했는데 이상하게 둘에게만 차가웠다고 해서."
"아, 이건 뭐 취조를 해봐야 알겠네요. 오형사님?"
"네??"
"지금 박민우씨 여기로 불러주실 수 있으세요?"
"네! 금방 전화하고 오겠습니다."
오형사가 가고 난 아직도 화이트보드 앞에서 곰곰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종인이에게로 다가가 옆에 섰다. 종인이는 그런 나를 힐끔 보더니 다시 화이트보드를 보며 말했다.
"용의자가 말이야, 생각보다 별 거 없는 걸로 죽였어. 안 그래?"
듣고보니 또 그랬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니 종인이는 다시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분명 다른 용의자가 있을 거야. 어딘가에서 이들이 놓친 용의자가. 놓친.."
놓친이라는 말을 곱씹는 종인이는 그래도 떠오르지 않는 듯 머리를 헝클었다. 흐트러진 모습은 또 처음이네.. 근데 저러면 뭐가 생각나긴 해? 나도 종인이를 따라 머리를 살짝 헝클이다가 그만 뒀다. 뭐하는 짓인지.. 용의자나 더 있나 알아봐야 겠다.
"지금 이 용의자들 추린거죠?"
"네. 무슨, 문제라도..?"
"추려진 용의자들 좀 보여주실 수 있나요?"
"네. 파일을 어디다가 뒀드라.."
김형사님은 곧 파일을 찾은 듯 나에게 건네줬다. 그것을 건넸으면 나에게 줘야지 왜 붙잡고 놓질 않는 거지..? 어딘지 멍해보이는 김형사님 앞으로 손을 휘젓자 깜짝 놀라며 나를 보는 김형사님이었다. 왜 이렇게 멍때리는 걸까.. 서에서는 한번도 그런 적 없으면서.
"팀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아, 아니에요. 잠시 누가 좀 떠올라서.."
누가 떠오른다는 이유로 일에 있어서는 깔끔한 김형사님이 정신을 놓아? 누구기에 그러는 걸까..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파일을 들고와 종인이 옆에 섰다. 한 장씩 펼쳐가며 용의자 후보로 올랐던 사람들을 확인했다. 흠, 여기도 딱히 이렇다할 용의자는 없는데..
"뒷장 다시 한번 넘겨봐."
종인이 말에 뒷장으로 파일을 넘겼다. 가까이 와서 뚫어지게 살피던 종인이는 뭔가를 안 듯 고개를 들더니 김형사를 째려봤다. 궁금하게.. 어서 알려달란 표정을 보이니 종인이가 웃으며 말했다.
"저거 능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팀장 자리에 앉은 거냐? 이사람 용의자로 왜 제외했나 물어봐봐."
김형사에 대하여 어떻게 말하든 난 상관이 없지만 너가 또 증오를 보이는 것은 상관이 있었다. 다행히 증오에서 그쳤지만, 제발 감정 좀 넣었으면 좋겠다.
"팀장님. 이 분 혹시 왜 용의자에서 제외한 거예요?"
"아, 물공포증이 있다고 했어요."
"근데 왜 제외를 해요?"
"깊은 물만 보면 심장이 떨려서 다가가지 못한다고 하고, 또 실제로 *폴리그래프 이용해보니까 맞는 말 같아서요.. 왜요..?"
(*범죄수사 때 주로 거짓말 탐지기로 사용됨)
"아, 보지 못하는 공포증에는 모순이 많아요. 그럼 안 보면 되니까. 다시 올릴게요."
"아, 네. 참고로 그 분은 21세 조민희로 조윤희씨 친동생입니다. 주위 사람들 말 들어보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각별한 사이였다고 해요. 서로가 잘 챙겨주고."
"이중성 아시죠? 사람은 앞면만 보고 판단할 수 없어요."
"박민우씨 지금 병원이랍니다. 충격으로 쓰러져서.
마침 온 오형사에게 그럼 조민희씨를 불러 달라고 말한 뒤 다시 화이트보드를 보았다. 저수지가 산 중턱에 있네. 여기까지 굳이 와서 죽였다? 애초부터 죽일 생각으로 데려간건가. 아님, 이미 죽은 상태였나..
"혹시 피해자 부검 결과 나왔어요?"
"아니요.. 가족이 원하질 않아서.."
"진짜 이상하죠? 부검을 해봐야 죽고 던져진 건지, 산채로 던져진 건지 알텐데."
고개를 살짝 끄덕인 김형사님이 다시 정신을 놓으셨다. 오늘 왜저래 진짜.
"팀장님?"
"네, 네?"
"쉬실래요? 어디 아프신 거 아니에요? 이마 봐봐요."
손을 들어 김형사님 이마에 손을 대었다. 딱히 열은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다시 손을 내리고 김형사님을 살펴보았다. 평소엔 이런적 없던 사람이라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아, 괜찮아요. 괜히 신경쓰이게 했나보네요. 미안해요."
미안함을 내포한 웃음을 한 김형사님 뒤로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사람, 아니 귀신이 보였다. 막 온 새로운 용의자 조민희씨 뒤로 피해자 조윤희씨가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악령이 아닌 선령인 채로. 정말이지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이것은 살인사건이 확실하다라는 증거따위도 없었는데 무의식 중에 이는 살인사건이 분명하다라는 것이 인지되어 있는지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두려운 이 상황에서 떨리는 손을 감출 수도 없었다. 그것을 느꼈는지 종인이가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
"사고사인가 보네. 그치?"
근데, 아닌 거 같아.. 혐오..? 살기..? 그 모호한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조윤희씨는 곧 나와 종인이를 보았고 우리에게 뛰어 왔다. 그것은 보통의 속도가 맞는데도 난 두려워 살짝 눈을 감았다. 이게.. 뭔 일이야..
"나 보이죠? 제발 보인다고 해줘요.. 제발.. 나 억울해.. 이렇게는 못 떠난단 말이야.."
"일단, 주위 눈이 없는 곳으로 가시죠."
종인이의 말에 눈을 뜨고 최대한 조윤희씨랑 눈을 안 마주치게 하며 휴개실로 왔다. 그곳에 있던 오형사는 나를 힐끔 보더니 내게 다가와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왜그러십니까? 어디 아프십니까? 혹시 팀장님이 병 옮긴 거 아닙니까?"
"아니에요. 팀장님이 아픈 것도 아니고. 잠깐 나가줄래요? 그리고 여기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주실 수 있으세요?"
"아, 네. 문 잠그고 앞에서 지키고 있겠습니다. 혹시라도, 위험하면 불러주세요."
나의 눈을 끈덕지게 바라보며 말을 끝낸 오형사는 안심하라는 듯 살짝 웃어준 뒤 문을 잠그고 나가줬다. 원래 이렇게 두렵다고 온 몸으로 티내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억울.. 하다고요..?"
"밖에, 밖에 있는 저 년이 그랬어요..!"
"정확하게 말해주세요."
"이년이 집에선 맨날 아는 척도 안하고 투명인간 취급을 하더니 갑자기 살갑게 같이 다이어트 하자고 산엘 가자는 거예요."
"...."
"난, 드디어 이년이 날 사람취급 해주는 구나, 해서 바로 따라 나섰어요. 근데 저수지에 와서는 표정이 싹 바뀌더니.. 나를 물로.."
"조민희씨 물 공포증 있다고 하던데..?"
"당연하겠죠. 우리 둘다 수영을 못하는데 내가 물로 떨어질 때 그년이랑 같이 빠졌거든요. 빠져보니까 알겠지. 그 무서움을."
아.. 그러니까 죽이고 죽일 때 같이 빠져서 생긴 물공포증으로 용의자에서 벗어났다? 머리 겁나 좋은가 보네.
"왜요? 뭐가 이상해요? 내 말 못 믿는 거예요? 진짜에요.. 믿어줘요.. 제발.."
나의 손목을 잡지는 못하고 통과한 그녀의 손에 소름이 돋았다. 그걸 느꼈는지 종인이가 내 어깨를 감쌌다. 윤희씨는 나와 종인이를 번갈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촉 되게 좋은데, 두분,"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말 죄송하지만 손 좀 치워주세요."
"네? 아, 아유 미안해요. 내가 너무 간절하다 보니. 근데 이게 귀신되니까 신기한거 많더라구요? 그쪽도 귀신인 거 같은데, 막 목욕탕 훔쳐보고 그러나?"
"....무슨."
"헬스장이 짱이에요. 강력추천. 거기 쭉쭉빵빵한 언니들 장난아니고 근육질 남자들도 장난 아니에요. 와아, 신세계."
아줌마같아.. 두려움이 사라지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종인이 손을 쳐서 내려버리고 윤희씨를 보며 물었다.
"그럼 범인은요?"
"쟤랑 낚시터 아저씨. 그년은 까치발 들면 숨은 쉴 수 있는 곳에 빠져서 아저씨가 구해줬는데 난 버둥거리느라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거든요."
"아..근데, 진짜 살해 당한 게 맞아요..?"
"보면 몰라요? 내가 진짜, 얼마나 무서웠는데.. 입으론 물이 들어오는데 숨은 쉴 수가 없고, 몸이 막 떨리고, 입에선 거품이 나오고.."
"아, 아니에요. 안 말해주셔도 돼요."
아, 잠시만. 경수가 분명 그랬는데.. 귀신들은 자기가 어떻게 죽었는지 말하지 못한다고.. 뭐야..? 그럼 이사람은 어떻게 이렇게 말해? 살인사건인데 선령으로 남아서..? 뭐지..?
"종인아. 혹시 귀신들은 죽은 이유 말할 수 없어?"
"응. 아, 그러네. 조윤희씨. 이거 만약 거짓말이면 당장 퇴치해 버릴 건데."
"아, 진짜라니깐요?! 내가 이걸로 왜 거짓말을 치겠어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네..?"
"당신이 어떻게 선령이 됐는지도 알겠네요. 가해자에 대한 살기가 없으니까, 선령이 된 거겠죠. 동생보다 소중한 사람이 당신을 죽인 게 확실하네요. 가령, 박민우..?"
"....아닌데..?"
"짝사랑이었나..? 다이어트때문에 같이 산에 가자고 조른 건 당신. 평소에 자주 놀리던 당신이 좋게 보였을리 없는 박민우는 장난반 진심반으로 당신을 밀치고. 진짜로 빠져버린 당신에 당황해서 도망. 그리고 죽었단 소식에 충격을 받아 입원.. 딱 들어맞네요. 그쵸? 아, 박민우씨는 조민희씨를 좋아했나봐요? 최지혜씨랑은 친했고."
아무 말도 못한 채 부들거리는 그녀는 내 말이 확실하다는 것에 확신을 주었다. 곧 그녀의 눈에 살기가 띄었다. 아.. 미친. 눈이 점점 붉게 변하는 그녀는 어느새 악령이 되어 있었다. 나에 대한 분노와 살기. 그러나 난 기가 세서 덤비지 못해. 그렇다면..?
그녀는 뒤로 돌아 이곳을 나가버렸다. 아씨.. 잠겼던 문을 열고 따라 나가니 김형사님에게 붙어 있는 그녀가 보였다. 아오, 짜증나게 진짜.
"저거 그냥 죽일 수 없냐?"
"...팀.. 팀장님이요..?!"
나의 말에 놀라서 되묻는 오형사였다. 뭔 소리야 그건.. 가만히 김형사님을 바라보고 있는 종인이를 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보았다. 오형사 밖에 없지? 오형사는 어차피 내 비밀 알고 있으니까 상관없어.
"종인아 도와줘."
"내가 왜?"
"그럼 내가 할까?"
"...후, 하필."
뭐가 하필인지는 지금 정신이 없어서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종인이는 김형사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김형사님은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듯 식은땀을 흘리셨다. 그만큼의 살기였나.. 곧 종인이는 그 악령의 머리를 잡아 패대기 쳤고 난 빠르게 김형사님에게로 다가갔다. 휴지를 뽑아 식은땀을 닦아주니 언제 아팠냐는 듯 멀끔해진 눈으로 날 보는 김형사님이었다.
"좀, 덥죠? 땀을 흘리셔서."
"아, 고마워요. 역시 00씨밖에 없네요."
"아니, 뭘 이런걸로."
악령의 눈치를 살폈다. 악령은 곧 이곳에는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기가 약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빠르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와 동시에 난 다리가 풀렸다. 주저 앉으려는 날 잡아준 오형사가 말했다.
"오늘, 00님 아프시답니다."
"아? 진짜요? 말 하시지 그러셨어요..!"
"예? 아, 아니.. 뭐.. 뭐가 좋은 일이라고.."
자연스럽지 못한 내 거짓말을 느끼지도 못하는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살피는 김형사님이셨다. 생전 거짓말을 해본적이 없는 나였다. 워낙 솔직했어서. 근데 이번만큼은 그 거짓말이 필요했다. 실제로 머리가 아프기도 했고. 오늘 일은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나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내 앞에서 악령으로 변하는 그 모습.. 만약에 우리집에 살고 있는 귀신들이 그렇게 변하면.. 난 아마 견디기 힘들거야..
"아, 범인 박민우씨에요. 소심한 성격일테니까 말만 잘 하면 자백 받을 것 같아요.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종인이에게 눈치를 주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와, 정신이 진짜 하나도 없네.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거 같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보이는 것은 박찬열이었다. 얘는.. 뭐만 했다하면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에 타니 같이 타는 오형사님. 곧 문이 닫혔고 박찬열은 나를 부축하고 있는 오형사를 한번, 나를 한번 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디 아프냐?"
"예? 저 말이십니까..?"
"네? 아니.. 그쪽아닌데.."
"아, 00님 말이십니까..?"
"예.. 근데, 누구신지..?"
둘이서 하는 만담을 바라보았다. 뭔 순 멍청이들의 대화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야 통성명을 끝내는 그들이었다. 난 내렸고 따라 내리는 둘 중에 오형사를 다시 엘리베이터에 태우며 말했다.
"조민희씨에게 말씀 잘 드려서 돌려 보내고 오형사님은 막내시니까 이 이상은 안돼요. 가서 다른 형사님 도와주세요."
"네? 하.. 하지만 00님.. 충격이 커 보이는데.."
"괜찮아요. 난 여기. 이 사람 있잖아요."
"아.. 네."
박찬열을 가리키며 말하니 뭐가 마음에 안드는 듯 입을 삐죽이더니 닫힘버튼을 눌러 버리는 오형사였다. 뭐가 저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래. 도무지 알 수 없으니 그건 됐고. 난 옆으로 돌아 박찬열을 보았다. 박찬열은 아직도 자신을 가리키고 있던 내 손가락을 쳐버렸다. 아오 저 싸가지 진짜. 종인이에게 먼저 가 있으라고 눈치를 보내니 고개만 저으며 박찬열을 보았다. 뭐, 상관은 없나.
"00님? 호칭이 뭐 그래? 뭐, 대단한 사람인가봐?"
"대단..이라기보단. 그냥 저 사람이 날 좋아하는 거겠지."
"인기많네?"
"응. 그나저나 넌 왜 여깄어?"
"신고하러."
"신고? 누구?"
"나 욕하는 팬들."
아.. 악플 말하는 건가? 근데 얜 밴드 와해된 지가 몇 개월인데 이제야 신고를 하는 거야. 늦은 거 아니야?
"몇 개월 전 거를 이제 신고하는 거야?"
"아니. 현재진행형인데?"
"뭐?? 왜???"
"지들이 좋아하는 변백현 죽인게 우리다, 그러니까 너희도 죽어라. 왜 니들만 살았냐. 기타등등."
와, 이래서 죽은 귀신보다 산사람이 더 무섭다니까. 어쩐지 박찬열이 측은해졌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거 아니야.
"제대로 신고 한거야?"
"아니. 짜증나게 다 피씨방에서 욕을 해대서."
"진짜 너무했네."
"그니까 말이야. 아오 면대면으로는 찍소리도 못 할 것들이."
"근데, 니네 밴드는 왜 이렇게 인지도 차이가 크냐?"
계속 벌어지던 박찬열의 입이 갑자기 멈췄다. 물론 걸음도 함께 멈췄다. 박찬열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마치, 그러게.. 왜 이렇게 인지도 차이가 컸을까.. 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설마, 이유도 모르고 일단 백현이를 깐거야? 인기가 가장 많았다는 이유로? 그게 아니라면..
"너무 많은 이유였지."
"아.. 예를 들어?"
"변백현 성격이 좋잖아. 팬들이 주는 것들 다 받아주고, 일일이 인사해주고. 그리고 애가 보컬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관객들과의 소통이 많았지."
"너도 기타치면서 소통하면 되지 않아?"
"그걸 깨단 후엔 이미 모든 팬들의 눈이 변백현에게로 향해져 있으니까."
결국 그냥 지들도 눈치가 없었네. 뭐야, 난 또 백현이가 멤버들에겐 잘 못한 줄 알았네. 근데도 백현이는 자기가 생각없이 말 내 뱉은 줄 알고 걱정하고 그랬었는데.
"그럼 백현이는 잘못 없었네?"
"...거 봐."
"응? 뭐가?"
"너도 결국 그거 때문에 접근한 애였어."
"우리 백현이는 혐의 없다를 밝히기 위해 접근한 애라고? 웃기시네. 난 그냥 정황이 알고 싶을 뿐이야. 객관적이게 봐봐. 백현이가 잘못했어?"
"호칭부터 바로 해. 왜 난 박찬열이고 변백현은 백현인데. 아니지. 난 박찬열도 아니지. 30만원이라고 부르면서."
"우리 찬열이는 그 삐뚤어진 머리부터 고쳐야겠다. 너가 지금은 팬들때문에, 또 오랜 친구가 죽은 것 때문에 정신이 없나본데. 너 나중에 후회한다?"
"...."
"그 드럼이랑 베이스도 그래. 너가 이렇게 사는데 어째 얼굴 코빼기 보인 적도 없는 거 같다? 연락은 하냐?"
박찬열은 나의 말에 꽤 혼란스러운 듯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에휴 답답한 놈. 너라도 정신을 좀 차려야지. 니 죽은 친구는 너네들이랑 다시 합주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가지고 한이 되서 이승을 떠도는데 친한 친구였던 놈은 그런 애를 싫어하고나 있고. 다들 답답하구만. 난 그런 박찬열을 두고 앞서 갔다. 따라오거나 말거나 하겠지 뭐.
"쟤가 그 기타치는 애야?"
종인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종인이는 뒤로 걸으며 박찬열을 살피는 것 같아 보였다. 난 그게 왠지 예전의 경수랑 겹쳐 보였다.
"뒤로 걷지마. 위험해."
"귀신이 위험할 것도 있냐?"
어휴 내말 들어줄 거면서 말대답 진짜. 종인이는 포기하고 집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 여기서 박찬열은 반대방향으로 갈텐데, 인사나 할겸 뒤로 돌았다. 어느새 내 앞까지 뛰어온 박찬열이 숨을 헐떡이며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야, 너 프로.. 아무튼 그거 탐정같은 거지?"
"프로가 아니고 프로파일러. 탐정 비슷하긴 해."
"너 변백현한테 관심있지?"
"관심은 개뿔."
"아니이..!!! 호기심..? 그딴 거 말이야..!"
"있지. 왜?"
"그러고보니, 이상해서.. 그새끼가 교통사고로 죽은 거라서 별다른 생각은 없었는데, 매니저 형들도 다 타있었는데 그 새끼만 죽은게 이상해서.."
뭐? 아, 그러고보니 기사에서 본 것 같았다. 동승자들은 경미한 부상을 입었지만 유독 백현이만 크게 다쳐서 응급실로 가는 길에 죽었다고.
"왜.. 그런건데?"
"반대 차선 차가 변백현이 탄 쪽으로 돌진했다고 매니저 형한테 들었어."
돌진했다..? 엄마가 떠올랐지만 빠르게 머릿속에서 지웠다. 박찬열 앞에서는 울면 안돼. 애가 잔정이 많아. 작은 거 하나에도 잘 우는 것 같은 나에게 더이상 다른 말을 안 해 줄 수도 있어. 애써 마음을 다 잡았지만 내가 악몽에서 매일 보던 장면에 피해자는 백현이로 바뀌어 머릿속에서 반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니 더이상 나도 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일이야. 울지마. 너 이새끼 앞에서 울면 안 돼."
종인이의 차가운 말에 간신히 눈물이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눈물이 고여 말을 하면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았다.
"근데, 변백현이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고 했단 말야. 중앙선에서 넘어와서 조수석을 치려면 핸들을 완전히 꺾어야 하지?"
"이상하긴 하네. 대부분은 저런 상황에서 경적 소리를 들으면 정신차리고 다시 핸들을 꺾어서 쳐도 운전석을 치게 되거든. 그치?"
종인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찬열은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느꼈는지 계속 말했다.
"근데, 그러면 변백현이 사고로 죽은 게 아닌게 되는 거야..? 누가 죽인거야..?"
"단정하지마. 그 사람이 술을 진짜 진탕 마셨거나 또라이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가.. 너가 괜히 그렇게 말해서 예민해지잖아."
"쓸데없는 생각 할 시간에 30만원이나 갚아."
"갚을 거라고. 요즘에도 일수 놈 찾아와서 힘들거든."
"어째 또 와달란 말로 들린다? 꿈 깨시지. 돈 없는 곳은 안 가."
나를 째려보는 박찬열에게 손인사를 하고 뒤돌아 우리집 방향으로 향했다. 박찬열 말이 맞아. 이거 어쩌면, 살인사건일 수 있어.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백현이를 찾았다. 거실에 누워있다 일어난 백현이는 왜 자신을 찾냐며 나에게 다가왔다.
"교통사고였지?"
"응? 응. 갑자기 그건 왜??"
"아, 아니야."
어차피 백현이는 나에게 말하지 못한다. 이것은 내가 찾아야 할 문제였다. 그러기 위해선, 박찬열로 모든 정보를 캐내야 한다. 핸드폰을 뒤적여 저장되어 있는 박찬열 번호를 찾았다. [.] 여전히 온점뿐인 그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30만원 까줄테니까 만나자 내일 당장]
그러나 답장은 정말 개같이 돌아왔다.
[싫어]
이새끼를 어떻게 꼬드긴다.. 그게 가장 문제일 것 같다.
▶ Bonus
당신의 일수, 즉 그 아저씨는 당신에게 돈을 달라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신은 자신을 구원해 준 아저씨에게 꼬박꼬박 돈을 주는 편입니다.
고로 찬열은 질 나쁜 일수를 만난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이 보편적입니다.
당신과 아저씨의 관계만 복잡미묘할 뿐.
간혹 |
잘못 알고 계신 분이 있는 거 같은데.. 이씽=주인공 일수=아저씨=키다리 아저씨 입니다! 찬열이 일수는 또 다른 사람입니다. 아, 혹시 냉부해 보세요..? 이 글의 이영웅형사는 냉부해의 이원일님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입니닿ㅎㅎ 귀욥ㅎㅎㅎ
저 진짜 신기한 기능 알아요!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F11누르면 화면 꽉 차지 않아요?? 이거 제가 제 글 미리보기로 확인할 때 자주 씁니닿ㅎㅎ 다시 누르면 돌아와요!ㅎㅎ(검은바탕일때 F11누르면 괜히 더 무서워요..ㅎ 낮에 하기로..ㅎ)
흐아ㅠㅠㅠㅠ답글 다 달아드리고 싶은데ㅠㅠㅠㅠㅠ이제 그러질 못하겠네요ㅠㅠㅠㅠㅠㅠ징짜 다들 이쁜 말들만 해주시는데ㅠㅠㅠㅠㅠㅠ 언제나 댓글 잘 읽고 있어요ㅠㅠㅠ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학교일로 피곤하면 댓글 읽습니닿ㅎㅎ 예쁜 말에 자동 힐링♥ 아참 여러분의 추리는 제가 잘 보고 있습니닿ㅎㅎ 그중 한 분이 맞힌게 있어요..! 정말 놀람..ㄷㄷㄷ 매우 놀람ㄷㄷㄷㄷ 이걸 어떻게..ㄷㄷㄷ
참고로 귀신들이 살아 있다면 현재 나이는 이렇게 됩니다. 민석=150살~17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감님 제외합시닼ㅋㅋㅋㅋㅋㅋㅋ다른 시대사람이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 종인=32 백현=25 경수=27 주인공은 28살로 잡아뒀습니다!
흠.. 사담이 점점 길어지네요..ㅎ 마지막으로 할 말은 이제 본편이잖아요!? 멤버 한명마다 차례대로 과거가 나올겁니닿 그게 본편의 중심이 될 것 같네요! 이제 슬슬 큰 힌트들도 나갈 것 같구요! 아.. 더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네요.. 손가락이 근질근질.. 뭐.. 프롤로그보고 이상한 점 느끼신 분도 있으실 텐데.. 역시나 혼자만 알아두시는 걸로 약속해요!^0^
암호닉입니다!!!♥♥(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가장 최근편에 [ 제로콜라 ]요런식으로 다가와 주세요!) 체리/까만원두/뭉이/오호랏/똥잠/구름/쉬림프/레모네이드/범블비/악마 괴물/궁디퍽퍽/선크림/바람둥이/안녕/매매/진블리/무당인듯무당아닌/도경수부인/별다방커피 코끼리/(코)라코/요맘때/정동이/콜덕/피큐PD/달수정/마틸다/비비빅/양양 뿅아리/네티큥/여리/아틸다/개구락지/립밥/바람개비/손가락/우리니니/빵 GG/바닐라라떼/하트./까꿍이/청바지/진블리/젤라/순수합니다/메리미/포뇨 윤혜/선물/가글/익인/야메/징차/요정별/거인/사랑둥이/잇힝 구금/두두/JENNIFER/쫑쫑이/빌딩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