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언니!! 큰일났어요!!!!"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줄 알았던 셋째가 방에서 아이패드를 들고 소리치며 뛰어나옴.
티비 앞에서 요가 매트를 깔아놓고 스트레칭을 하던 둘째가 목 뒤로 다리를 걸어놓은 채 물어봄.
"셋째, 왜 그래?"
"크,큰일. 지,징어언니가, 이것 좀 보라구요!!!"
"... 이게 뭐 거지같은.."
셋째가 둘째의 눈 앞에 아이패드를 가져가댔고, 둘째가 바로 다리를 내려 똑빠로 앉아 아이패드를 직접 들고 스크롤을 내림.
화면에 떠있는 사진들을 본 둘째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버림. 셋째는 그 옆에서 안절부절.
마침 부엌에서 푸딩을 들고 나오던 너징은 둘째와 셋째의 시선에 플라스틱 수저를 입에 물고 고개를 갸웃거림.
".. 왜 그래?"
"언니..."
"와서 이거 좀 보라고."
낭랑하게 걸어와 둘째가 뒤집어 보여주는 아이패드를 빤히 쳐다보던 너징은,
아... 하고선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소파에 드러누움. 둘째랑 셋째는 황당한 표정으로 너징을 봄.
"아...? 그게 끝이야?"
"응?"
"언니..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래요..?"
둘째와 셋째는 너징을 이해하지 못할 수 밖에 없음.
아이패드에는 너징이 sm에서 쫓겨나는 데 큰 공을 세웠었던, 바로 그 사진들이 떠있기 때문임.
그런 사진들이 기사를 통해 널리널리 퍼져나가고 있는데도,
정작 사진의 주인공은 소파에 드러누워 태연하게 푸딩이나 퍼먹고 있으니...
둘째와 셋째는 완전 어리둥절함.
"웅? 너희도 먹을래? ㅇㅅㅇ"
"..." "..."
정말 셋째의 말처럼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무감각해지기라도 한걸까?
'싫음 말구~' 하며 시럽이 묻은 수저를 쪽쪽 빨아먹는 너징의 행동에 걱정의 눈빛을 보내는 동생들임.
동생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방에 들어온 너징은 침대 위에서 진동으로 부르르 떨리는 핸드폰을 들었음.
발신자를 확인하고 한참을 고민하던 너징은 받자마자 폰을 귀에서 떨어뜨리고 인상을 찡그림.
-ㅇ ㅑ !!!!! 너 뭐,하고 다니는.... 거야!!!!
"어? 잘 안들리는데?"
-......
폰을 멀리 떨어뜨린 채로 너징이 시치미 뚝 떼고 말을 하니 상대쪽이 조용함.
'진정 좀 하셨어?' 하고 다시 귀에 폰을 붙이면 또다시 고막을 찌르는 음성이 터져나옴.
-씨발!!! 넌 왜 욕만 쳐먹고 다니는데?!?!
"야!!! 내 고막 터지면 어쩌려고 계속 소리지르고 난리야!!!"
너징이 상대방에게 맞서며 똑같이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반대편에선 더욱 씨발, 좆발. 존나게 욕들을 쏟아짐.
보나마나 뻔하지. 너징의 동생 역시 셋째처럼 기사를 보자마자 너징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고 있는거임.
평소엔 게임만 오질나게 하던 녀석이 이런건 또 기가막히게 빨리 보고 난리야.
너징은 둘째와 셋째에게 보인 반응과 별다를 거 없이 시큰둥하게 대꾸를 함.
그게 더 열이 받았는지 동생은 점점 더 언성을 높임.
너징은 하는 수 없이
전화를 뚝 끊어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전화를 끊자마자 태연하게 반응을 하던 너징은 어딜가고 힘없이 침대 위로 풀썩 쓰러짐.
사실 누구보다 그런 사진이 기사로 올라온 걸 빨리 알았던 사람은 너징이었음.
왜냐하면 기사가 제대로 뜨기도 전에 너징의 핸드폰으로 한통의 문자가 날아왔기 때문임.
[조아죽겓지욱기지마나혼자서는절대않죽어]
이건 또 뭐야... (심기불편)
여기저기 숨을 옥죄이는 오타들과 심지어 뛰어쓰기까지.. 거슬림의 집합체임.
어떤 초딩이 아무 번호나 찍어서 장난치는 건 줄 알았는데,
이어서 도착한 사진들을 보고 너징은 진심으로 충격을 받음.
[뿌료보릴다]
이년이.. 술 취했나...?
그렇지 않고서야, 문맹률이 1%도 되지 않는 나라에서 저 따위 문자를 보내올 수가 없는거임.ㄷㄷㄷ
아무튼 번호는 없었지만 문자를 보내온 사람이 구미호라는 것은 금세 알아차렸고,
구미호가 보내온 사진들은 불과 12시간도 되지 않아 기사로 뜨면서 너징은 순식간에 실검1위를 차지하게 됨.
그럼 그렇지. 이년이 여기서 이렇게 끝을 낼 리가 없지.
구미호가 울며 뛰쳐나갈 때 뭔가 찜찜하다 했더만,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들을 보면서 처음엔 화부터 났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징은 구미호가 미쳤나 싶은거.
도대체 뭘 믿고 이러고 있는건지..
너징은 금세 마음이 평온해짐. 이미 예상하고 기다리던 일들이었음.
이제 속수무책으로 당할 생각도 없고, 무엇보다 너징에게는 김종대가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구미호가 무슨 꿍꿍이인지까지는 알 수 없어도 바로 해명할 수 있었지만 좀 더 지켜보기로 했음.
그런데 희한하게도 너징이 나서서 해명하기도 전에,
이미 인터넷에서는 사진들에 대한 해명글이 눈에 띄기 시작함.
실망이라고, 욕을 하던 네티즌들이 스스로 단숨에 판도를 뒤집어버림.
[나 미디어관련학과인데, 누가 무슨 감정으로 올렸는지 몰라도 합성 100%]
[ㄴ나 코난인데, 너 최소 탐정]
[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ㄴ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한두개가 아니였으며,
/
오징어 사진들이 합성인 이유
사진.jpg
사실 오징어 이렇게 안크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쓰레기통에 들어감.
ㄴ22222222222
ㄴ33..
ㄴ4444
ㅇㅅㅁ.......
솔직히 노렸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뭐하시는 거예요. 글쓴이는 키를 말하는 거잖아요. 절대 가스ㅁㅇ........... (휴지통에 기어들어간다)
/
라는 글부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싸람들이!!ㅋㅋㅋㅋㅋ
정말로 사진들이 모두 합성이란 증거들을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글까지 생김.
이게 기사가 올라오고 불과 3시간만에 벌어진 일이라는거.
기사는 악플이 달려야 마땅할 선정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은 이미 합성을 전제로 하고 센스돋는 댓글놀이 중임.ㅋㅋㅋㅋㅋ
구미호가 원하던게 이런 건 아니라고 확신함.
지금쯤 속이 바짝바짝 타겠는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정도면 굳이 너징이 동영상으로 해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음.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여유만만으로 댓글놀이를 관음하고 있던 너징은 퍽, 하고 열리는 문에 깜짝 놀라 일어남.
"미친놈아! 문이라도 부술 셈이야?!"
"... 뒤지고 싶냐? 왜 전화 안 받는데."
"소리만 지를 꺼 뻔한데 너같으면 받겠냐?"
"...."
이놈은 또 어떻게 들어온거야. 하고 생각할 수도 없음.
문 밖에서 안절부절해하는 셋째가 빤히 보였기 때문임. 이놈.. 우리 셋째 협박했구나...
너징이 처음 통화를 한 이후에 동생의 전화를 거절한 게 딱 10번째.
도저히 못참고 숙소까지 들이닥친 동생을 보는 너징은 괜히 웃음이 남.
서로 죽고 못살고 안달이 나도 이럴 땐 꼭 슈퍼맨보다 더 빠름.ㅋㅋㅋㅋㅋ
달려온 동생놈이 기특해서 혼자 키득키득 쪼개면,
머리를 한번 쓸어올린 동생이 옆에 앉더니 너징을 빤히 노려봄.
"왜?"
"괜찮냐."
"뭐가."
"쫓겨난 주제에 욕까지 얻어먹고 다니냐. 잘하고 다닌다. 멍청한 기집애."
"..."
ㅎㅎㅎㅎㅎㅎㅎ 동생의 말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함.
나도 알고 있으니까 그만 좀 되새겨 줄래?
둘째도 그렇고 이녀석도 그렇고, 남의 상처를 말이야..ㅠㅠ
"방에 있다길래 펑펑 울고 있을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멀쩡하네."
"당연하지. 내가 그런걸로 울 사람이냐?"
"이럴 땐 좀 울어라, 니가 무슨 강철인간이라도 되냐?"
"..."
너징은 동생을 빤히 바라보다가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마구 흔들어 댐.
동생이 기겁하며 뭐하는 거냐고 소리를 쳤지만 너징은 웃으면서 동생에게서 안떨어짐.
하여튼 귀엽다니까. 이 츤데레녀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너 좀 멋있더라."
"뭐가?"
"댓글보니까 기사 내용이고 뭐고 다 칭찬뿐이던데."
"후훗."
"너 알바썼냐?"
"내가 돈이 어딨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너징을 옹호하는 댓글들을 얘기하더니 댓글써주는 알바라도 썼냐는 동생놈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마구 웃으며 대답했더니 '하긴,' 하고 비웃는데 기분이 나쁨.ㅋㅋㅋ
알면 용돈 받으러 좀 그만와, 이새끼야.
"언니!!!"
"꼬부기. 바닥 꺼지겠다."
"문 부실 기세로 들어온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동생이랑 실없는 얘기를 나눌 때 갑자기 방으로 뛰어들어온 꼬부ㄱ.. 아니 셋째의 등장에
너징은 동생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봄.
잔뜩 흥분에서 들어온 셋째에게 활짝 웃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동생놈이 옆에서 궁시렁거림.
도대체 누가 친동생인지..ㅋㅋㅋ
"언니! 이것 좀 봐요!! 이거, 이거 언니 맞죠?!"
셋째가 가리킨 화면을 보다가 너징은 눈이 똥그래져서 소리침.
헐!!! 이게 왜 여깄는데!!!!!!
화면에는 김종대가 찍었던 영상이 교묘하게 편집되어 재생되고 있었음.
아니아니, 교묘하게 편집되었다고 해서 너징에게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앞에 나누었던 대화가 짤리고 구미호가 스스로 자백을 하는 부분만 짤려서 올려진 거임.
"이건 또 뭐냐. 넌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거야?"
"... 씨발."
"어,언니..?"
"씨발!! 누가 올렸어!!! 내가 올리려고 했는데!!!!!"
".. 진짜 미친년이라니까."
쫒까 씨발!!!!! 어떤 개새끼가 올렸어!!!!! 혹 김종대라는 비글입니까?!?!?!?!?!?!!?!
본인이 누려야 할 재미를 빼앗겼다는 게 너무나도 분했던 너징은 영상을 찍었던 김종대에게 당장 전화를 걸었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는 절대 올리지 않았다. 였고 너징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빼앗겼다고 더욱 분노함.
동생은 한심한 눈으로, 셋째는 무서운 눈으로 너징을 바라보다가 불똥이라도 튈세라 조용히 방을 빠져나감,ㅋㅋㅋ
구미호 사건이 핫이슈를 터뜨리며 구미호는 연예계는 물론 일반 사회에서도 완전 매장되었음.
반면 레드슈즈는 너징의 억울한 사연과 그것을 극복하고 함께 힘이 되어 데뷔까지 성공한 멤버들의 결속력이 크게 주목을 받았음.
방송국 출근길에 차에서 내리면 간간히 들려오던 응원소리는 두배세배가 되어 들림.
얼떨떨하게 인사를 하고 팬들에게 붙잡혀 사인까지 해주느라 정신이 없음.
매니저오빠가 급하다며 멤버들을 빼내보려고 해도 레드슈즈를 응원하는 목소리인데 굳이 잘라내고 싶지 않았음.
멤버들이 조금 더, 조금 더 하고 팬들과 붙어있으려고 하면 팬들이 더욱 달라붙음. 끝이 없네.ㅋㅋㅋㅋ
간신히 팬들을 진정시키고 일을 해야 하기때문에 슬슬 마무리하고 인사를 건네려는 순간.
"꺄악!!"
팬들 사이에서 쑥 뻗어나온 손이 너징의 머리채를 확 잡아당김.
너징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붙어있던 팬들이 잠깐 얼었다가 다다다 떨어졌고,
너징의 주위에 남은 건 놀란 멤버들과 매니저 오빠,
그리고 구미호가 너징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머리채를 쥐어잡고 있었음.
-
또 다시 제 글을 찾아주신 홍빈쨔응☆★
구미호..
예고했었잖아요..
과연 누가 구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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