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닡신 전체글ll조회 761l 2

 

 

 

 

 

 

 

 

열일곱 때 무대 위에 올라섰다.

 

일 년만에 맞은 결과였다. 뜻밖의 상황에 한시간정도 넋을 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신을 차리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을 때가 되어서야 실감이 나 쪽팔리게 우는 소리까지 내며 드디어 성공했다느니, 내가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될 것이라느니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드라마에서도 그런 대사는 없겠다 싶은 멘트를 남기며 통화를 해댔다. 준비 과정이 꽤 힘들었었지만 가수 데뷔가 코앞인데 그게 중요할 리 없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바래왔던 것이다. 앞으로 다시는 없을 지도 모르는 기회이고, 지금 이 경험도, 그러하기에.

 

 

"이게 타이틀곡이야."

 

 

전화를 끊고 급하게 부르던 작곡가 형이 부가설명을 계속 잇다가 말을 마친 후 노래를 재생시켰다. 경악스러운 정도였었다. 여태껏 연습해왔던 노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벅찬 노래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고난도의 노래였다. 다행히도 몸을 유난히 못쓰는 내게 춤까지는 시키지 않았기에, 그 곡을 받고 한 달 내내 노래 연습만 죽어라 했다. 결국 목이 가서 녹음하는 날 전까지는 말도 못할 만큼 고생을 했었지만.

데뷔 무대는 내가 생각해도 성공적이었다. 최고의 무대를 꼽으라고 한다면 당당하게 데뷔 무대라고 말할 수 있을만큼 나는 내 역량을 다 내보였다. 목 상태가 최악인 것 치고는, 사실상 그냥 주관적으로 봐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할 수 있을만큼 잘했다고 나 스스로도 인정한다. 그냥 잘했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갖다보이든 제외하든 몇 번을 말해서 입이 아프거나 듣는 사람이 질릴것만 같지만, 그 정도였다는 말이다.

 

괴물신인.

 

 

"네! 그 전에, 괴물신인이라고 불리우는 정대현씨의 무대부터 만나보고……"

 

 

그 거대한 호칭에 손에는 땀이 가득했고, 무대 위로 올라가는 순간에 마이크가 미끄러질 것만 같은 상황 역시도 적지 않게 있었다. 시작이 굉장히 좋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대중들에게 기대를 심어버려 그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패기로는 역부족이었다. 처음엔 그냥 몰입했는데, 이젠 몰입보다 호흡과 안정감을 더 중요시 여기는 느낌이었다. 실력 유지는 가능했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참 우스웠다. 잃을 초심도 없는 게 가능한지, 나는 나 자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나 그대로였다. 이런 걸 보고 모순이라고 일컫는지도 모른다.

소속사의 힘이 컸다. 이름을 댄다고 해서 다 아는 회사는 아니었지만 작은 편은 아니었고, 또 소속가수를 충분히 서포트해주는 회사였기에 나는 회사에서 바라는대로 다 행했다. 예능도 나오고 CF역시도 적지않게 찍어서 이름을 꽤나 알렸었다. 회사는 나를 철저하게 관리해주었으므로 나는 스케쥴대로만 행동하면 됐었고, 일탈이란 소속 가수인 나에게 절대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열 여덟, 급격한 경사로에 올랐다.

 

 


 

 


"앨범 물량이 부족하단다, 대현아."
"네?"

 

 

연습 도중에 불러 대표님이 웃으면서 하시던 말씀은 그 표정 덕인지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 가늠을 못 했다. 부족하면 좋은 거 아닌가? 헷갈리려 할 즈음에 대표님께서 너 성공했구나, 하며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려주시는 덕에 이해가 가능했다. 휴대전화를 회사에 내어버려 음원 순위는 모르지만 음반은 대표님이 만족하실 정도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약간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혹시 음반상이라도 주려나? 그 생각을 하는 동시에 갑자기 현실이 확 와닿았다. 허망한 꿈은 꾸지 말자는 신념이 있었기에 망상은 거기까지만 하고 다시 대표님께 인사를 하고 다시 연습실로 돌아갔다. 연말 시즌이었기에 내가 집중해야 했던 건 순위가 아닌 연습이었다. 그렇게 그 이야기는 연습하는 도중에 가끔 떠올리면 설레는 이야기로 바뀌어 기억 중에서 한칸 정도는 차지할 수 있었다.

 

 

"아, 대현아, 너 그 소식 알지."
"네?"
"너 대상 후보라던데."
"네. ……네?!"

 

 

얼마 후 다음앨범 녹음을 하던 도중에 용국이형이 해 준 말이었다. 정신이 멍해진다고 해야하나? 괜한 희망을 얻은 것 같기도 한데, 또 그 희망을 놓을 순 없었던 말이었다. 혼란스러웠다. 대상 받을수도 있으니까 촌티 내지 말고. 용국이형이 무심하게 내뱉은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형은 그런 신인을 한둘 키운 사람이 아니니까 별 생각이 없겠지만, 나한텐 처음이었다. 난 지금 모든게 처음이었다. 작년에 데뷔한 신인이 대상 대열에 오르는 일이 아주 드문 건 아니지만 말했듯이 처음. 지금 내 나이마저도 처음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나이인데, 난 처음치고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들만 짊어지고 있었다. 난 내 앞가림보다도 그 전 단계인,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 처해질 예정도 없는 단계인데 너무 앞서고 있었다. 난 그 생각에 미쳤을 때 깨달아야 했다. 아, 난 평범한 삶은 못 사는구나. 작년 쯤에 이미 포기했어야 하는 삶을 나는 어쩌면 갈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안 되는데도.

 

 

"녹음 들어갈까?"
"네?"
"……너 지금 녹음할 수 있겠어?"
"왜요?"
"……너 왜 우냐?"

 

 

울진 않았다. 울진 않았는데, 눈이 시뻘게져 있었다. 용국이형은 그런 게 있다. 사람 마음을 꿰뚫어보는 능력. 능력 같은건 사실 아니고, 말하긴 애매한데 아무튼 있다. 예지력? 뭐, 1분 후면 내가 눈물을 쏟아낼 거라는? 그것도 없지않아 있고. 용국이형은 나를 녹음실 밖으로 불렀고, 나는 그 말을 단칼에 잘라냈다. 녹음 시작해요. 용국이형은 그런 나를 보고는 처음으로 걱정어린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무섭냐?"
"……네?"
"뭐, 상 받는게 무서운 건 아닐테고."
"……."
"그냥 이 상황이 무서워?"

 

 

용국이형 말은 항상 다 맞았다. 형도 무섭고, 이 상황도 무섭고, 그냥 다 무서웠다. 난 아직 어린데요. 그런 말이 이젠 통하지 않을 테였다. 데뷔할 때만 해도 안 무서웠다. 패기만 가득했었는데, 그때는. 가면 갈수록 위축되어가는 나를 알아채버려서, 그래서 무서웠다. 아직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그저 예상일 뿐인데 난 벌써 이렇게 뒷걸음치고 있었다.

 

 

"……너 알아서 해결할 문제야. 앞으로 행보도, 니가 결정할 일이고."

 

 

용국이형이 다시 평소처럼 말투를 바꾸었고, 나에겐 차라리 그게 편했다. 그가 말한대로, 나는 또 내 생각대로만 행동하면 끝이었다. 문제는 그게 가능하냐였지만.

 

 


 

 


그 날 밤엔 악몽을 꿨다. 우습게도 내용은 악몽이 아니었다.

 

 

"2009년 Q Music Award, 대상입니다. ……정대현씨, 축하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잠에서 깼다. 깨어나서도 꿈인 지 현실인지 구분 못할 정도로 생생했다. 느낌이 이상했다. 정신을 차리고 달력을 봤다. 또 시계를 보고, TV를 켰다. 낮게 조절된 볼륨으로 뉴스가 보도되었고 왼쪽 상단에는 날짜와 시간이 떴다.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이 꿈을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워진 기분이었다. 이 꿈이 예지몽인지, 단지 나에게만 속하는 악몽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온갖 고민에 또 빠져야했다. 단지 또, 나의 예상의 선 밖으론 새어나가지 않을 일인데. 소위 말하는 김칫국을 마시는 일일 뿐인데 나는 또 이러고 있었다. 이러다 정신과에 진료받아야 할지 몰라. 뉴스가 끝난 후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가 그대로 귀에 들어왔다. 무심코 TV로 시선을 옮겼다. 그 속에는 나와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익숙한 사람이었다. 이름마저도 대중에게 충분히 익숙한 사람. 저 사람은 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와 나이는 같아도 또 나보다 훨씬 더 가파른 삶을 살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았다.

 

 

"……잠이 안 와……"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는가, 저질러 놓은 일들을 다 처리해버리고 싶더래도 생각해 보면 정말 남을 탓할 수도 없는, 온전히 내가 다 저질러놓아 어쩔 수 없어 화나고 이유없이 억울할 때. 난 지금 너무 잘 되고 있는 것 같아. 그 말을 내 주변 누군가에게도 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지금 공부때문에 바쁘고, 부모님은 어린 아들 혼자 두게 해 항상 염려가 많으시고, 대표님께는 쓸데없는 기대를 심어 드릴수가 없어 그저 가만히 있고. 어떻게 주변에 단 한명도 내 편이 없을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못 되고 있지는 않다. 현실적으로 지금 누구나 가수가 되겠다는 마당에 뛰어들어 노래 하나로 지금 떠 가고 있는 내가, 정말 원하는 무대에 단 한번도 서지 못하는 가수들에게 어떤 염치로 그딴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가. 가만히 TV를 계속 주시했다. 그냥 감성적인 사람이 된 것도 아닌데 눈가가 자꾸 아프게 자극되는 것 같았다. 손으로 눈물을 겨우 꾹꾹 눌러 닦아냈다.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겨서 정말 이제는 꿈을 꾸지 말았으면 싶었다. 아니, 그냥 잠에만 들어도 좋을거라 싶었다.

 

그리고 바로 일주일 후에는, 그 악몽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대사도 똑같고, 상황도 똑같고, 수상자도 똑같고, 시상자마저도 다 똑같은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것만 같았다. 내 예상에서만 불안하게 자리잡은 일이 결국 선에서 나와 현실로 바뀌어버렸으니까. 대상 수상자가 되고도, 난 기뻐하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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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ㅠㅠ정대햔 ㅠㅠ하 ㅠㅠ근데 이거 뭔가 현실적이라서 더 짠함 ㅠㅠㅠ그리고 전오늘도첫번째 그래서첫번째
10년 전
닡신
역시 첫번째! 내용에 대한 칭찬은 언제나 들어도 영광스럽네요ㅠㅠ 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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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0년 전
닡신
내용에 관한 칭찬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
10년 전
독자3
와... 그냥 좋아요 ㅠㅠㅠㅠㅠㅠ 정말 위 독자님들 댓글처럼 내용이 너무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근데 감정이입 하면서 보다보니 마지막 가서는 제가 거의 울고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아니 왜죸ㅋㅋㅋㅋㅋ 저 내용을 또 한 편에 어색함 없이 다 담아내신 작가님 필력도 진짜 대단하고... 본격적으로 전개 나가면 전 오열하면서 스크롤 내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ㅋㅋㅋㅋㅋ 브금도 글이랑 너무 어울리고 ㅠㅠ 그냥 뭐라 말을 못하겠어서 감탄밖엔...☆★
10년 전
닡신
잉 울지마세요ㅠㅠㅠ 필력 좋다는 말씀 너무 과분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ㅠㅠ 진짜 본격적으로 글 진행될때를 기대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기대가 너무 크셔도 안되겠어요!ㅋㅋㅋㅋ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실수..있겠죠?
10년 전
독자4
하로로입니다!ㅠㅠㅠㅠㅠㅠ이번편은 대현이군요!!! ㅠㅠㅠㅠㅠㅠㅠ영재도 영재지만 대현이도 참 힘들겠네요ㅠㅠㅠㅠ부담감이라는게....참 사람을 힘들게하죠..!!! 이번편도 잘 읽었습니다!!! 영재랑 대현이가 언제 어떻게 만나게될지 궁금하네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닡신
하로로님 반가워요! 그렇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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