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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성찬
흩날린꽃잎 전체글ll조회 3011l 2

 

이른 새벽부터 부산을 떠는 사람들이 내는 소음에 선잠이 든 영재는 금방 잠에서 깼다. 시끄럽다. 그는 몸을 웅크리고 귀를 손으로 막았다. 시끄럽다고. 배일 듯이 날카롭게 묻어나는 제 감상과 다르게 몸이 잘게 떨렸다. 추운 겨울 북풍이 나체로 누워 있는 그를 매섭게 때렸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찬바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새 들어온 낯선 침입자를 무시하고는 잠결인 냥 몸을 둥글게 말았다.

 

씻으셔야죠.”

“...여기 있을 거에요

 

한 템포 느린 박자에 후작 가를 관리하는 집사, 헤미안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습니다. 어서 일어나시죠. 의상은 시녀를 통해 갖다드리겠습니다.”

저 꼭 가야하나요?”

 

현님의 명령입니다.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는, 타협의 여지가 없는 단호한 목소리에 영재의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그는 그것으로 할 일을 마친 듯 사라졌고 곧 시녀가 들어와 준비된 의상을 건네주었다.

 

식은 햇귀가 비칠 무렵에 시작될 겁니다.”

 

그러니 어서 빨리 준비하라는 무언의 재촉에 영재는 말없이 준비된 옷을 집어 들었다. 눈처럼 흰 옷 위로 후작 가를 상징하는 치색의 잎사귀 세 잎이 곱게 펼쳐졌다. 겨울을 관장하는 신, ‘의 눈에 든 덕에 제국 내에서 오직 후작령, 이스탄에서만 볼 수 있다는 치색의 잎. 성 안 사람들은 그렇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이 고귀한 상징을 소중히 여겼다.

 

그는 순백의 옷을 가만히 쓸다가 구겼다. 흰 색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눈을 본 따 했을 가능성도 있지만....무엇보다도 혼인식이기에, 그런 것일 가능성이 컸다.

누구의 침범도 없는 그 고결하고도 순결한 색은 미혼의 여성과 남성을 나타내곤 했으니까.

 

백의를 입은 그를 볼 때마다 참 잘 어울리는 색이라고 생각했었다. 가뭇한 피부와 대비되어 빛을 머금은 그 색이 현이 입음으로써 더욱 눈부셨다. 그러나...

이제 다시 그 모습을 볼일은 없겠지. 영재의 눈이 미미하게 흔들리다 낮게 가라앉았다.

 

 

***

 

제국 내 유일하게 겨울이 찾아온다는 곳이라 그럴까, 이스탄은 다른 곳과 다른 저만의 독특한 문화가 많았다. 그것은 같은 나라에 속하는 지역임에도 현저한 상이함을 보여 타지에서 온 이들은 낯선 문화에 마치 외국을 방문하는 것처럼 즐거워했다. 그 중에서도 혼인식을 보러 찾아온 이들이 대다수였는데, 그들은 공개된 혼인식에 참여해 자신과 상관없는 제 3자의 결합에도 환호성을 내며 기뻐했다.

 

우아....! 엄마 저것 봐! 해가 떠!!! 난 너무 추워서 햇님도 안 나올 줄 알았는데!”

 

흥분한 아이의 목소리에 여자가 귀엽다는 얼굴로 해는 어디나 있단다, 덧붙였다. 간밤의 어둠을 밀어내면서 해가 뜨자 상서로운 기운이 퍼져나간다.

 

햇님이 뜰 때 처음 비치는 저 빛을 햇귀라고 한단다. 우리랑 다르게 여기는 이럴 때 식을 하는데, 이는 신랑 신부의 앞길이 이처럼 빛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하더구나. , 저기 보이지? 저 분들이 오늘 혼인하는 주인공들이란다.”

 

아이의 호기심 찬 얼굴이 정면을 향했다. 너무 예쁘다! 넋 나간 듯 말하는 음성에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

영재는 끝까지 쳐다보지 않으리란 다짐을 깨고 고개를 돌렸다. 그래, 그렇구나. 현과 혼인하는 여자는 정말 아름다웠다.

하늘하늘한 천으로 가렸으되 바람이 불 때마다 보이는 얼굴이 배꽃처럼 희고 곱다. 수줍은 듯 홍조 띈 얼굴로 그녀가 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이 폭이 넓어 팔랑거리는 의복을 매만지곤 손을 뻗는다. 황가를 상징하는 금색 테를 두른 소매가 햇빛에 선연하게 드러났다. 그는 눈을 감았다. 보고 싶지 않아. 그녀의 손 위에 겹쳐질 그 손을 보고 싶지 않았다.

 

-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축제가 시작되었다.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들에 잠시 적막이 흐르던 것이 깨지고 시종인들이 봄에 미리 공수해 두었던 꽃을 뿌렸다. 진한 향이 코를 마비시킨다. 축제에 온 사람들은 후작 가에서 제공 받은 백의를 모두 착용하곤 흩날리는 꽃잎이 옷을 알록달록 물들이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영재는 제 자신을 짓누르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엇갈린 소매 위로 둘러진 금색 테가 문양처럼 이어졌다. 금을 녹인 것처럼 찬란히 빛나는, 황가에게만 허락된다는 색. 웅장한 음이 공기를 진동시킨다. 손바닥을 부딪치며 나는 파열음이 성을 장악했다. 해가 떠오르며 나오는 돋음별 아래 빛을 머금은 그녀의 뽀얀 얼굴이 더욱 피어올랐다. 이로서 그녀 역시 황가에 속하게 된 것이다. 너도나도 제 옷들을 들추며 웃는 가운데 영재만이 스스로의 의복을 보지 못하고 검게 일렁이는 눈을 들어, 마주 보고 서 있는 그들을 바라봤다.

 

울음이 배여든 눈에 아롱거리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쉴 새 없이 깜박거리는 시야에 흐릿한 인영이 잡히다 없어지다 반복했다. 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천을 위로 올리고 다가갔다. 여자의 얼굴에 색이 진하게 물들어졌으나 그녀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교차 하는 시선에 현의 얼굴 위로 단정히 자리한 눈매가 휘어졌다. 그 다정한 미소에, 제게는 이제 보이지 않는 말간 웃음에 영재의 눈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얼마나 간절히 바라던 그 것을 그리 쉽게 내보이나, 그저 저 여자는 가만히 서 있을 뿐인데...그렇게 저를 짓밟으면서도 보이지 않던 웃음을.

 

현에게 숱하게 당해 무뎌졌다 믿은 심장이 칼날처럼 다가온 행위에 마구 난도질되어졌다. 저릿한 가슴을 부여잡은 그는 끓는 듯이 치솟는 분노와 의례 따르는 절망을 감내했다. 증오스러울 정도로 화기가 도는 데도 이 순간조차 절절한 제 감정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내렸다. 내게는, 의미 없을 그런 미소조차 주지 않았으면서...그저 그 뿐이면 뭐든 흘려버릴 수 있었는데...

 

어느새 식의 끝을 알리는 북소리가 지면을 뒤흔드는 소리를 내며 울러 퍼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리를 높여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만이 다른 공간에 동 떨어져 있는 것처럼 현실감 없이 초점을 잃은 눈으로 스쳐지나가는 그들을 쫓았다. 오색의 종잇조각이 꽃바람을 일으키며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금빛으로 물든 하늘 위에서 눈처럼 떨어지는 색색의 장식을 맞으며, 그는 빛을 잃은 눈으로 축축이 젖은 얼굴 위에 달라붙은 꺼칠한 조각을 떼어 내었다.

 

...치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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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우.....슬프다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ㅠㅠ...댓글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2
영재야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ㅠㅠ댓글감사해요
10년 전
독자3
아..영재야ㅠㅠ영재ㅠㅠㅠㅠㅠ너무 절절하네요 감정이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댓글이 다들 영재야ㅠㅠㅠ하게 되나봐요. 슬프지만 의도한 대로(?) 되는 것에 기쁩니다. 영재야 내가 죄인이야..ㅠㅠㅠ
10년 전
독자4
어휴 영재야아ㅠㅠㅠㅠ사실 좋아했던건가요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ㅠㅠㅠ...댓글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5
이 글을보니까 크랜베리1을보고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랑 많이 다르네요 일방적인 대현이의 삐뚤어진 집착인줄 알았는데...영재가 불쌍하게나오긴 하지만 저는 이런것도 좋아요 ㅎㅎ
10년 전
흩날린꽃잎
생각하던 것과 다른데 좋으시다니..다행이에요! 아직 완전 초반이라서..큰 틀은 비슷하겠지만 앞으로는 예상치 못한 내용이 많이 나올수 있어요ㅎ.ㅎ
계속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_~

10년 전
독자6
영재가 너무 불쌍해서ㅠㅠ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이제보니 제가 답댓글을 이상한 순서로 달았네요 ㅋㅋㅋㅋ 불쌍한 영재 앞으로도...흠흠
10년 전
독자7
대현 혼자의 삐뚤어진 사랑인줄 알았더니... 이게 더 마음아파요ㅠㅠ 영재야ㅠㅠㅠㅠ 진짜 글에서 이국적인 느낌이 확 나서 영재의 마음이 더 쉽게 받아드려진달까요, 물론 상황이 다르지만 그래도 영재야-,하고 울 수 밖에 없네요ㅠㅠ
10년 전
흩날린꽃잎
그러게요ㅠㅠ 영재는 상황이 달라도 우는 건 똑같네요ㅠㅠ 앞으로도 쉽지 않겠죠. 미리 영재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ㅠㅠㅠ 댓글 너무 감사합니다:D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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