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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포르테

written by. Prestissimo

 

#2

"너지? 이 악보 주인."

점심을 먹고 교실로 들어와서 책을 읽고 있던 기범에게 태민이 꺼낸 첫 말이었다. 조용히 고개를 드는 기범. 태민이 바라본 기범의 눈에는 여태까지와는 다르게도 활활 타오르는 불꽃이 일렁거렸다.

"아까. 잘 치더라. 나보다도 더."

침묵.

"우리 삼촌이 늘 그러더라. 나는 기술만 화려하고 속은 빈 겉껍데기 연주자라고. 사람의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닿아서 살살 문질러 상처를 치료해주고 꽃을 피울수 있어야 진정한 음악이고,그런 음악을 연주할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연주잔데, 나는 아니래. 넌 그저 듣는 순간의 화려한 테크닉으로 사람들에게 너의 실력을 뽐내는 다른 새의 깃털을 같다붙인 까마귀지, 진짜 공작새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또다시 침묵. 태민은 씁쓸하게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참 웃기지?수많은 피아노 입시생들 중 나처럼 테크닉만 뛰어난 애들도 수두룩할 거고, 그 테크닉이라도 가지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는 애들이 많을 텐데. 그 이상을 가지지 못했다고 이렇게 아등바등거리는 게. 난 너처럼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처음 봤어. 아마 너의 연주를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지도 모르지. 부럽다. 살면서 피아노 가지고는 이런 감정 못 느꼈는데. 그렇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니가 부럽고, 그걸 듣는 사람들도 부러워. 난 그들에게 너만큼의 감동을 평생 줄 수 없을 테니까."

태민은 울듯이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자격지심 때문인지, 부러움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태민 자신보다 잘난 사람을 처음 만나서인지 속마음을 다 쏟아내 버렸다. 에이 씨, 쪽팔리게. 쟤는 날 진게 창피해서 꼬장부리는 걸로 생각하겠지. 괜히 말했나.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와 태민은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었다.

"안 웃겨."

"어? 뭐라고?"

"안 웃기다고.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면 누구나 더 잘치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게 당연한거야. 더군다나 너는 피아노 신동이라며. 더 그렇겠지. 실력이 좋아지는걸 느끼지 못할 때의 좌절감도 그만큼 클거고. 나는 내가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지 없는지 몰라. 다만 나는 내 마음을 피아노에 담는거야. 내가 힘드니까. 상처를 가만히 숨겨두면 곯아터져서 고름이 흐르고 덧나기 마련이잖아. 그래서 건반을 누르는 손가락 하나하나에 담는거야. 내 연주를 듣는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것뿐이야."

"아."

태민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전할려고 간절하게 피아노를 친 적이 있었을까. 그저 악보에 있는 음대로, 악상기호대로 표현하려고 애쓰면서 쳤을 뿐, 내 마음을, 내 기분을 담아서 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나. 누군가가 뭔가를 보고, 듣고, 맛보고 감동을 받고, 느끼기 위해서는 그것을 만들고, 연주해내는 사람이 먼저 마음을 담아야 가능하다는 그 간단한 이치를 몰랐을까. 자신은 지금까지 너무나 먼 길을 빙 돌아왔다. 그저 완벽하게 치는데 급급해서, 피아니스트라면, 아니 남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명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지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 간단한 진리를 무시하고 지낸 자신이 바보같아서, 그래도 알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그리고 왜 이제야 알았을까, 남에게 듣지 않고 처음부터 내가 알고 있을 순 없었을까 하는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왔다. 하나 둘 떨어지는 눈물이 태민의 발밑으로 떨어졌다. 한번 터지기 시작하니까 봇물처럼 흐르기 시작하는 눈물. 태민은 손등으로 눈을 벅벅 문지르고는 빨개진 눈으로 다시 기범을 향해 돌아섰다."

"고마워.네 말덕분에 이제야 깨달았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보여줘야 상대방도 볼 수 있다는 그 간단한 걸 왜 모르고 살았을까. 네가 아니었으면 난 영영 모르고 살았을지도 몰라.이제서야 내 연주를 텅 비었다고 했던 삼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너처럼 연주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젠 내 마음을 담아서 연주할 수는 있을 것 같아."

"그래. 기대할게."

"그래."

태민은 벌개진 눈으로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 학교가 끝나면 연습실에서 새롭게 연습을 해야겠다. 그리고 삼촌을 만나서 보여주고 싶다. 당신 조카가 드디어 깨달았다는 걸.

 

태민은 빠르게 연습실로 향했다. 익숙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음처리가 된 방 안에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태민은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하며 조용히 생각했다.

'내 마음을 담는 거야. 피아노를 칠때 가장 즐거운 내 마음을, 누군가가 나와 같이 즐거웠으면 하는 마음을.'

조용히 연주가 시작됬다. 파헬벨의 캐논. 평소 태민이 연습하던 곡들보다는 훨씬 쉬은 곡이었지만, 처음으로 태민이 자신의 온 마음을 담아서 치는 캐논은 몇시간 전 추격을 들었던 2반 아이들이 들었다면 다시 한번 놀랐을지도 모를 정도의 풍부함을 담고 있었다. 정신없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집중시켜 한 곡을 친 태민은 문득 들려오는 박수소리를 들었다.

"브라보.드디어 깨달았구만? 내 조카 이태민군."

"삼촌? 언제왔어?아니, 어디부터 들은거야?"

"처음부분 조금 지나고부터 들었지.이야, 오늘 뭔가 느낌이 좋아서 와봤더니 월척도 제대로 된 월척을 낚았구만."

태민의 막내삼촌, 세계가 눈여겨보는 어린 지휘자 진기가 환하게 웃으며 문가에 서 있었다. 태민은 놀람도 잠시, 진기에게 연주에 대한 감상평을 조르기 시작했다.

"삼촌, 어땠어?"

"너 이 자식 이렇게 감동적으로 칠 수 있는데 왜 여태까지 그렇게 바보같이 쳤냐. 진짜 제대로 연주한거 느껴진다. 인제 빈껍데기에서 속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네."

"진짜?진짜지 그거?"

"내가 언제 한입가지고 두말하는거 봤냐?진짜니까 걱정마 임마. 나가자 기념으로 저녁사줄게."

태민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진기와 함께 나섰다. 드디어 진짜배기 알맹이 연주자로 한 발을 내딛은 태민의 입가에는 어느 누구보다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프레스티시모 입니다~이제서야 2화를 들고오네요 에구구구..........연재를 빨리빨리 해야 할텐데....시험도 겹치고 여러 일이 계속 겹쳐서ㅠㅠ앞으로는 가능한 한 자주자주 올리도록 할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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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크레센도에요!!와 이번편....와 좋네요ㅜㅠㅠㅠㅠ뭔가 저한테도 교훈을 주는 글ㅜㅜ이었어요ㅠㅠㅠㅠㅠ모바일인데 저 누군가에게 무엇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담아서 라는 부분에서 한참을 머물러있었네요..제가 패디과라..만들때,그릴때,과정에서 난 정말 제대로 마음을 담았나?당장 누군가가 입고 시중에 나가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작품을 완성하는데 투정만부리지않았나..하고 이런 자기성찰까지 하게되네요ㅜㅠㅠ저렇게 깨닫고 바로 아름다운 완성작을 만들어내는 태민이도 부럽고ㅜㅠ좋네요 좋아!담편도 기대할께요!!^!^
10년 전
프레스티시모
크레센도님 감사해요ㅠㅠ저도 실음과 입시생이라 늘 저생각을 마음에 담고 연습하거든ㅜㅜ댓글주셔서감사해요ㅎㅎ담편도 최대한 잘 쓰겠습다!ㅎㅎ
10년 전
독자2
기범이는 피아노 신동보다 더 잘치는데 왜 알려지지않은걸까요... 궁금궁금!
10년 전
프레스티시모
ㅋㅋ다음화를 보시면 아실거에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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