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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포르테

written by. Prestissimo

#3



(#3은 기범시점입니다.)

"김종현, 일어나. 개학이야."

"어어...잠시만.."

3월 2일. 지긋지긋한 입시의 마지막 해인 고 3의 시작을 알리는 날. 이날도 다름없이 기범은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종현을 깨웠다. 사진작가와 그 조수로 함께 해외 방방곡곡으로 사진을 찍으러 가는 일이 빈번한 둘의 어머니들이 서로 챙기며 살라며 마련해준 집. 실상은 서로가 아닌 기범의 일방적인 베이비 시터 노릇이나 다름없었지만. 여전히 꿈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한 표정의 종현을 보는 기범의 표정이 마치 게으른 주인을 보는 고양이와도 같다.

"우리 몇반이더라."

"2반. 작년에 같은 반 애들 거의 없던 것 같더라."

교문을 통과하며 종현과 기범은 자신들의 교실을 향하며 별 의미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때, 미처 다 잠기지 못한 기범의 가방에서 뭔가가 이리저리 적힌 종이 한 장이 삐져나와 팔랑거리며 한 소년의 발치에 떨어졌다.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진 종이를 집어든 소년의 눈에 비친 것은 포르티시모로 시작하는 모차르트의 소나타였다.

"야, 잠깐만."

"왜?"

"나 악보 사라졌어."

"악보? 아 너 편곡한다고 난리친 모차르트? 두고온거 아냐?'

"아니..다 들고 왔는데 한장만 사라졌어. 학교 오다가 가방에서 빠져나왔나봐."

"야 그래도 한장이면 다시 쓸수 있겠지. 잊어버려. 길에서 떨군거면 찾을수도 없잖아."

기범은 시무룩한 얼굴로 가방을 다시 잠궜다, 며칠동안 자신의 느낌 그대로를 소나타에 표현하면서도 원곡을 벗어나지 않을려고 노력하느라 고생한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다시 쓰면 된다고는 하지만 역시 다시쓴 건 처음보다 못한 법이다. 가방의 지퍼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자신에게 화가날 지경에 이른 기범은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책상 위에 엎드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위가 조용해진 느낌에 기범은 살짝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담임으로 보이는 현태가 태민을 소개하고 있었다.

"여긴 너희들도 대부분 알겠지만 우리학교가 지닌 최고의 보물 이태민이다. 다들 태민이가 한국에서 제일가는 피아노 신동이란 건 알고 있지? 방학때도 콩쿠르에서 대상을 탔다더구나. 너희들도 태민이처럼 공부든, 뭐든 하나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태민아 들어가도 좋아."

저녀석이 이태민인가.기범은 무심한 눈길로 태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난 2년간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들렸던 이름의 주인공. 세계가 관심갖는 피아노 신동 이태민.생각보다 예쁘장하게 생겼네. 다시금 고개를 돌리던 기범은 자신의 바로 앞 자리에 앉는 태민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부모 잘 만나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운좋은 아이. 기범에게 부모 잘 만난 아이라고 인식된 태민을 보는 기범의 눈에는 태민이 알아차린 가소로움과, 태민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부러움이 있었다.

말만 정상수업이지 사실 개학식 후에는 쭉 자습이었던 수업이 모두 끝나고, 기범과 종현은 공항으로 향했다. 해외 촬영이 끝난 둘의 엄마가 잠깐 다시 한국에 들어오는 날이었기 때문에,둘은 곧장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들어서니 이미 도착했는지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든 둘의 어머니들이 종현과 기범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얼른 다가서서 캐리어를 받아드니 가까이서 본 당신들의 머리에 흰머리가 조금 더 보이는 듯하다. 기범은 여러 감정이 섞여 올라오는 울컥함을 삼킨 채 덤덤하게 말을 꺼냈다.

"와서 다음날 바로 출국하실거면서 뭐하러 들어오셨어요.쉬다가 바로 가시지."

"그래도 아들들 얼굴도 볼겸 들어왔지.이번에도 바로 출국하면 거의 일년은 못보게 되는거잖니."

"그래그래.몇달간 못봐서 얼굴도 가물가물해질 지경이더라. 얼른 예약해둔 식당이나 가자.이 엄마 배고파 돌아가시겠다. 기내식이 왜그렇게 맛이 없던지..."

자신과 종현은 엄마들의 성격을 꼭 빼닮은 게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달하고 잘 웃는 성격의 종현과 그런 종현의 어머님. 내성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종현처럼 말이 많은 타입도 아닌 자신과 엄마. 유전자의 힘이 이런건가.라는 류의 쓸데없는 잡생각을 하며 기범은 오랜만에 만난 모자가 밥을 먹을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이제 고 3이겠네. 반 애들은 좋은 애들이디?"

"그냥저냥 있는 것 같아."

"아 근데 그 이태민이라고,피아노 신동이라는 애 하나 있어. 담임이 앞에 데리고 나와서 소개하더라."

외국에서 오랫동안 한식을 먹지 못했을 엄마들을 위해 종현과 기범은 한정식집으로 엄마들을 데리고 갔다. 정갈하게 놓여진 음식들이 어느덧 사라지고 후식인 식혜를 마시면서 종현의 엄마가 둘에게 학교생활에 대해 물었다. 이태민이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기범의 엄마 현정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 이태민이라는 아이,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치는 것 같진 않던데. 우리 기범이가 더 잘 치지 않니?"

"그럼 뭐해. 세상에 나갈수가 없는 재능인데. 부럽더라. 세상에 날개를 펼칠수 있던 그 애가."

기범이 던지듯 뱉은 말에 현정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담겼다. 촉망받는 신예 피아니스트였던 자신의 남편. 해외 공연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가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명을 달리한 남편 때문에 자신의 시어머니는 당신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죽어도 기범이 피아니스트의 재능을 세상에 드러내선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냥 놔두기엔 참으로 아까운 재능을 가진 아들을 보는 현정의 가슴이 미어지고 있었다.

음악 수행평가가 있던 날. 아무것도 담은 게 없는 연주를 하고서도 아이들의 감탄어린 박수를 듣는 태민을 모고 울컥해서 홧김에 제 실력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냥 조용히 지낼걸. 하는 생각은 마지막 건반을 누른 직후 떠올랐다. 수업종이 울리자마자 종현을 데리고 도망치듯 빠져나오고는 다들 점심을 먹으러 가버려 텅텅 빈 교실에서 종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남들에게서 듣는 찬사였기도 하지만, 너무나 오래 누르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망이 다시금 비집고 나와 기범을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점심시간을 마저 보내려고 했지만, 자신을 부럽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태민에게 순간 동질감을 느껴버려 필요없는 말까지 해버렸다. 쓸데없는 말들을 너무 많이 한 것만 같다는 생각과 함께 기범은 옆에서 끊임없이 쫑알대는 종현에게 적당한 대답들을 해주며 피아노 연주 아르바이트를 하는 레스토랑으로 발길을 옮겼다.

 

"기범학생, 오늘 연주 리스트."

"오늘은 이루마가 많네요."

"응, 오늘 예약하신분들이 이루마 곡을 많이 신청하셨더라고. 있다가 일곱시 타임부터 시작하면 되니까 지금은 그냥 치고 싶은거 간단하게 치면 되."

기범은 연주자들을 위해 준비된 정장 비스무리한 옷으로 갈아입고 건반위에서 손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전의 연주들과는 다르게 자신도 날개를 펴고 세상에서 빛을 발하고 싶다는 열망이 내포되어 있는 연주였다. 한 세곡을 연달아 쳤을까. 잠시 손가락을 쉴까 하는 찰나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기범의 얼굴은 곧 놀람과 당혹감으로 가득찼다. 이태민.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에 왔을까. 태민을 뒤따르는 두부를 연상케 하는 남자도 보였다. 이진기.기범은 숨을 들이켰다. 촉망받는 지휘자.저 둘이 왜 이 레스토랑에 온 것인지, 것보다도 태민이 자신을 알아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기범의 머리는 정신이 없었다. 자리에 앉은 둘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태민의 진기에게 삼촌-비싼거 시켜도 되지?라고 묻는 소리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연주를 시작하는 기범의 얼굴은 넋이 나간 듯 멍한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프레스티시모 입니다~

시험기간이고 여러 일이 겹쳐서 많이 늦어버렸네요ㅠㅠㅠ

다담주가 시험인데......에혀ㅜㅜ

재밌게 보셨으면 댓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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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크레센도에요!!와 기범이가 아버지 일때문에ㅜㅜㅠㅠㅠㅠㅠ사정이 있어서 재능을 펼치지 못했구나ㅜㅠㅠㅠ안타까워라ㅜㅜㅠ이제 어떻게 전개될지 정말 궁금하네요ㅜㅜ!!작가님 시험 잘보시고 추석도 잘보내세요~^!^
10년 전
프레스티시모
네 시험 잘봐야 되는데....하ㅋㅋㅋㅋ앞으로 기범이가 어떻게 될지도 기대해주세요!!^^
10년 전
독자2
오 기범이시점이나왔군요ㅠㅠㅠ 기범이가이런사정이있을줄몰랐어요ㅠㅠ 나중에잘됐으면좋겠네용ㅎㅎ
작가님 시험공부 힘쇼해서 열심히하세여~
저도 곧 시험인데 저는 공부안하는더쿠라지요...ㄸㄹㄹ

10년 전
프레스티시모
독자님도 공부열심히 하셔야지요ㅜㅜ다같이 힘쇼~
10년 전
독자3
아이고 두부닮은 남자가 기범이의 능력(?)을 알아챌까 어떻게될까궁금해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10년 전
프레스티시모
글세요.알아챌까요 못알아챌까요?ㅋㅋㅋ감사합니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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